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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시대와 송윤아의 합동 무대, 거북했던 이유 본문

예능과 다큐멘터리

소녀시대와 송윤아의 합동 무대, 거북했던 이유

빛무리~ 2010. 11. 19.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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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번 대종상 영화제 시상식에서 '소녀시대'의 축하 공연이 있었는데, 영화배우들이 적극적으로 호응하지 않고 점잖게 바라보기만 했다는 이유로 꽤나 큰 사회적 이슈가 되었습니다. 심지어 SG워너비의 이석훈은 트위터에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시하며 "박수치는 거 어렵나? 웃는 거 어려워?" 이런 식으로 비꼬기도 했지요. 인기가 좋은 소녀시대인 만큼 수많은 팬들의 불만도 상당했습니다. 앞에서 공연하는 사람들이 민망하지 않도록 웃음과 박수로 호응하는 것 정도는 기본적 예의라는 것이 그들의 생각이었습니다. 영화배우들이 거만해서, 어쩌면 가수들보다 자기네들이 우위에 있다고 생각해서 예의를 지키지 않았다는 견해도 여기저기서 많이 볼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제가 보기에는 시상식의 분위기 자체가 워낙 숙연해서 영화배우들이 적극적으로 호응할만한 상황도 아니었습니다. 그 날은 유난히 원로배우들이 많이 등장했고, 전설의 여배우 최은희가 팔순을 넘긴 나이로 휠체어에 타고 나와서 후배 연기자들을 향해 가슴 저린 인삿말을 전했습니다. 아무리 축하 공연이라지만 그 분위기에 어울리지도 않는 아이돌의 댄스 공연을 생뚱맞게 엄숙한 시상식 중간에 삽입한 것은 제작진의 실수라고 생각되었을 뿐, 영화배우들을 비난하는 의견에는 공감할 수 없었어요. 

그리고 제 생각에 공연을 관람하는 태도는 저마다 자기 나름의 스타일로 하면 되는 것일 뿐, 의무적으로 어느 정도 이상의 호응을 해야만 한다는 논리에는 동의할 수 없었습니다. 앞에서 노래하고 춤추는데 아무도 호응을 안 해주면 얼마나 민망할지도 대략 짐작할 수는 있으나, 그렇다고 전체적인 분위기가 그게 아닌데 무조건 웃고 박수치며 호응해야 한다고 강요할 수도 없는 노릇이지요. 젊은 배우들은 평소에 좀처럼 얼굴조차 뵙기 힘든 대선배들의 포스에 압도되어 무척이나 긴장하고 온 몸이 뻣뻣해져 있었을 것이며, 그에 비해 원로 배우들의 긴장감은 좀 덜했겠지만 그들도 소녀시대의 댄스 공연을 즐기며 신나게 박수를 칠만한 분위기는 아니었습니다.

그러니 조용히 집중하며 바라보고 있는 것이, 영화배우들로서는 나름 최선이 아니었을까 싶었고, 문제가 있다면 역시 축하 공연의 장르를 잘못 구성한 제작진 측에 있다고 생각했어요. 차라리 가창력이 뛰어난 가수가 나와서 진지한 발라드를 열창다면 훨씬 어울릴 듯 했거든요. 아무리 생각해도 배우들이 그렇게 비난받을 일은 아니었는데, 너무나 말들이 많고 후폭풍이 심해서 마음이 별로 좋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열린 '대한민국 영화대상'에서 또 다시 소녀시대를 볼 수가 있었습니다. 팬들이 그렇게 많이 화가 났을 정도라면 본인들이야 얼마나 속상했을까 싶어서, 이제 웬만하면 아무리 초대를 받아도 영화제 시상식에는 오지 않을 거라 짐작했었는데 굉장히 뜻밖이었어요.

순서가 오프닝에 자리잡고 있다는 점은 우선 다행이었습니다. 시상식이 진행되다 보면 또 분위기가 엄숙해질 가능성이 많은데, 그 중간에 축하 공연이 끼어들면 다시 대종상 때의 악몽이 재현되지 말라는 법도 없으니까요. 그리고 한편으로는 영화대상 제작진 측에서도 그 시끌시끌한 소리를 모두 들었을 텐데, 고집스럽게 소녀시대를 다시 초대한 이유가 무엇일까 생각했습니다. 선뜻 이해가 되지 않더군요.

그러나 잠시 후, 소녀시대 틈바구니에 끼어들어 함께 춤을 추는 송윤아의 모습을 보는 순간, 제 의문은 풀렸습니다. 같은 소녀시대의 무대를 어떻게 달리 구성하느냐에 따라, 그 호응도 달라지고 분위기도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영화대상 측은 보여주고 싶었던 모양이에요. 같은 가수를 초대하고도 너희는 욕을 먹었지만, 우리는 오히려 칭찬을 들었다는 식으로 비교 우위를 점하고 싶어서 말이지요.

확실히 대종상 때보다 호응은 좋더군요. 어디에서 나는 소리인지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꽤 커다란 함성 소리도 여러 차례 들려왔고, 가끔씩 카메라에 잡히는 배우들도 무척 어색하긴 했지만 나름대로 웃음을 띠고 박수를 치며 호응하는 시늉이라도 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게다가 자기들의 동료인 30대 후반의 영화배우 송윤아가 그 사이에 끼어서 춤을 추고 있으니 한층 더 친밀감을 느꼈겠지요.

하지만 저는 그 무대가 썩 보기 좋지 않았습니다. 다른 영화제에 대한 노골적인 경쟁심리로 일부러 콕 집어서 다시 소녀시대를 불러냈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대종상은 정부가 주관하는 영화 부문의 유일한 상인데 반해, 대한민국 영화대상은 MBC 방송국이 주관하는 것입니다. 대한민국 어쩌고 해서 이름을 매우 거창하게 붙였지만, 원래는 바로 'MBC 영화상' 입니다.

요즘 MBC는 어떻게 된 셈인지 별로 잘 되어가는 일이 없는 것 같습니다. 드라마도, 예능도 좀처럼 대박을 치지 못하고 침체 상태에 접어든 지가 꽤나 오래 되었지요. 그러다 보니 최근에는 여러가지의 무리수가 등장하고 있습니다. 공중파의 체면도 차리지 않고, 케이블을 모방한 티가 역력한 오디션 프로그램까지 만들었으니 말이에요. 나름 차별화를 두려고 노력은 한 것 같은데, 오히려 너무 속이 보여서 민망할 뿐이었습니다.


이번에도 어떻게든 대종상보다 낫다는 소리를 듣고 싶어서 안달하는 속셈이 너무 잘 보이더군요. 한편으로는 같은 가수의 무대를 꾸미면서도 훨씬 더 큰 호응을 이끌어냄으로써 자신들의 능력을 과시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대종상 때의 일로 잔뜩 성난 아이돌 팬덤을 달래며 그 비위를 맞춤으로써 상대적인 시너지 효과를 얻으려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런다고 이제 겨우 8회에 불과한 MBC 영화상이, 벌써 47회를 넘기고 있는 대종상의 묵직한 포스를 넘어설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말입니다.

눈살을 찌푸리며 오프닝 무대를 지켜보던 저는 바로 채널을 돌리고 말았습니다. 요즘 수목요일에는 볼만한 드라마가 없어서 무척 아쉬웠지만, 그래도 어쩔 수 없더군요. 대놓고 질투심과 경쟁의식을 드러내는 그 얄팍함도 견디기 힘들었지만, 하필 송윤아 때문에도 더 볼 수가 없었습니다. 정말 이기고 싶다면 물량공세를 쏟아붓거나, 이번처럼 얄팍한 수단을 사용할 것이 아니라, 조금이라도 정직하고 신선한 방법을 찾아봐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요즘 MBC는 정말 여러가지로 체면을 구기고 있네요.


* 관련글 : 연예인, 해명이 꼭 필요한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 
  -- 위 글은 벌써 1년도 더 전에, 제가 블로거 활동을 시작할 무렵에 작성했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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