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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바퀴' 아이돌 신곡 홍보 무대로 변질되다 본문

예능과 다큐멘터리

'세바퀴' 아이돌 신곡 홍보 무대로 변질되다

빛무리~ 2010. 11. 21.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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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바꾸는 퀴즈' (이하 '세바퀴')는 대략 1년 전까지만 해도 기타 예능과는 확실히 차별화된 프로그램이었습니다. 이경실, 조혜련, 김지선 등 기 센 아줌마들의 오버스러움은 애교스런 할머니 선우용녀의 부드러운 카리스마 아래 융화되어 거부감의 덫을 비켜났고, 그 위에 임예진의 귀여운 푼수기와 조형기의 구수한 입담과 김태현의 촌철살인 개그 등이 잘 버무려져 독특한 감칠맛을 냈지요.

초대되는 게스트들도 매우 다양해서, 좀처럼 TV에서 볼 수 없던 반가운 얼굴들을 수시로 접할 수 있었습니다. 수많은 게스트들을 다 기억할 수는 없지만 우선 프로레슬러 이왕표라든가, 코미디언 최병서, 배우 이정섭 등의 이름이 떠오르는군요. 20대 초반의 젊은 게스트는 예쁜 고명처럼 조금씩 얹혀져 있었을 뿐, 대부분은 높은 연령대의 출연자로 구성되었습니다.


'세바퀴'에서는 현재 활발하게 활동하는 연예인들만이 아니라 거의 은퇴했다시피 방송 활동이 뜸하거나, 자기 분야에서 좀처럼 빛을 발하지 못하고 존재감이 희박한 연예인들도 자주 볼 수 있었는데, 그들은 생각지도 못한 의외의 매력을 보여주거나, 여전히 녹슬지 않은 예능감을 자랑했습니다. 예를 들면 40대의 탤런트 이정용은 오랫동안 거의 단역에 가까운 역할만 하면서 시청자들에게 이름을 각인시키지 못하고 있었는데, 한동안 '세바퀴'에 반고정으로 출연하면서 나이답지 않게 탄탄한 복근과 멋진 몸매, 그리고 대단한 춤 솜씨 덕분에 '비정용'이라는 별칭까지 얻었지요. 이런 것은 다른 예능 프로그램에서 기대하기 어려운 독특한 재미였습니다.  

그렇지요. 거의 모든 예능은 젊은(어린?) 세대를 중심으로 만들어지는데, 그 중 '세바퀴'는 유일하게 완벽한 어른 중심의 예능이었습니다. 예전에는 출연자들의 평균 나이가 45~50세 가량은 되지 않았을까 싶어요. '세바퀴'가 그토록 인기를 얻을 수 있었던 이유 또한 그 희소성 때문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러나 지금은 어디에서나 쉽게 볼 수 있는, 그저 그렇게 평범한 프로그램으로 변질되고 말았네요.


아이돌 가수들이 처음 출연하기 시작했을 때는 고작 한두명에 불과했습니다. 위에서 밝혔듯이 어른들 사이에 예쁜 고명처럼 끼어 앉아서 귀염받는 역할이었어요. 그런데 귀여워해 주는 정도가 좀 지나쳤던 모양입니다. 지금 생각나는 것은 애프터스쿨의 유이가 처음 출연해서 춤을 추던 모습이군요. 그 때만 해도 유이는 거의 인지도가 없었는데, 귀여운 얼굴과 늘씬한 체격으로 섹시 댄스를 추는 그녀의 모습을 보며 조형기, 김구라 등 '세바퀴'의 아저씨들은 그야말로 열광에 열광을 거듭했습니다. 물론 남자 아이돌이 나왔을 때 아줌마들도 격하게 예뻐해 주긴 했지만, '세바퀴' 출연을 계기로 무명에서 일약 스타덤에 오른 아이돌은 아마도 유이가 처음 아니었을까 싶어요.

그 이후로는 '세바퀴'는 조금씩 계속 변화해 갔습니다. 게스트 중 아이돌을 비롯한 가수들의 비중이 점점 커졌고, 연령대도 확확 낮춰지는 추세가 역력했지요. '세바퀴' 출연이 스타로 발돋움하는 지름길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은 젊은 가수들에게 거부하기 힘든 유혹이었을 겁니다. 그러면서 '세바퀴'에서만 볼 수 있었던 독특한 게스트들은 점차 모습을 감추었고, 심지어 고정 패널들의 역할마저 대폭 축소되었습니다. 이것은 '세바퀴'에 치명적인 독이 되었습니다. 만약 1년 전에도 지금과 같은 상황이었다면 '비정용'은 탄생하지 않았을 거예요. 파릇파릇한 아이돌들이 단체로 위용을 자랑하는데 그 와중에 40대 아저씨의 춤사위를 보며 열광할 아줌마들은 없었을 테니까요.


하지만 한창 신곡 홍보 중인 아이돌은 어느 시간에 어떤 채널을 틀어도 자주 볼 수 있으니, 아무리 제가 좋아하는 가수들이지만 "또?" 라는 생각이 들 뿐이었습니다. 게다가 오히려 다른 예능 프로그램은 전체적인 분위기가 젊기 때문에 좀 더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데, '세바퀴'에서는 허구헌날 애들을 춤추게 만들어 놓고서 아줌마 아저씨들이 주책맞게 열광하는 모습뿐이니, 이젠 지겨울 지경입니다.

그러다가 지난 번에는 초미니 반바지를 입고 나온 포미닛의 현아에게 김구라 등 아저씨들이 예정에도 없던 골반댄스를 강요(?)하는 분위기까지 몰려가서, 다음 날 온갖 지탄을 받으며 곤욕을 치르기도 했지요. 반바지가 워낙 짧은데다가 약간 붕 떠 있는 재질이라서, 춤을 추는 동안 아슬아슬하게 속이 보일 듯한 느낌을 주었으므로 굉장히 민망한 댄스였습니다. 더구나 현아는 미성년자였는데 말이에요.


프로그램이 변질되다 보니 예전 같으면 상상도 못했을 일이, 지금은 아무렇지도 않게 이루어집니다. 차라리 젊은 층 위주의 예능이었다면 오히려 그토록 저질스럽게 느껴지지는 않았을 텐데, 중년 아저씨들이 소녀의 야한 춤을 보면서 입을 헤벌쭉 벌리고 즐기는 모습들은 매우 거북스러웠습니다. 물론 아줌마들이 젊은 남자 아이돌이나 배우들의 몸을 거침없이 어루만지며 근육이 탄탄하다고 감탄하는 모습들도 눈살 찌푸려지기는 마찬가지입니다.

가수들이 예능을 홍보의 장으로 사용하는 것 자체가 나쁘다는 생각은 아닙니다. 하지만 '세바퀴'에는 명백한 독(毒)이라는 것입니다. 프로그램의 특성상 맞지가 않아요. 만날 그러면서도 부족한지, 이번 주에는 아예 대놓고 '아이돌 특집'을 방송하더군요. 제가 평소 2AM과 2PM을 무척 좋아하기는 합니다만, 고정 패널을 제외한 '세바퀴'의 출연자석 전체가 거의 아이돌로 채워져 있는 모양을 보니 조금은 씁쓸했습니다.


이제는 조형기나 김태현 등의 입담꾼도 한 시간 내내 겨우 한 마디 정도의 멘트를 하는 데서 끝나고, 한 때는 엄청난 활약을 보였던 푼수 아줌마 임예진도 요즘은 있는지 없는지 모를 정도로 활약이 미미하더군요. 왜 이렇게 되어가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지나친 아이돌 사랑이 프로그램을 망치고 있다는 사실을 '세바퀴' 제작진은 모르고 있는 걸까요? 아니면 뭔가 외압(?)이라도 받고 있는 걸까요? 저는 아직도 '세바퀴'가 예전의 독특한 정겨움으로 되돌아오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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