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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런닝맨'을 폄하하는가? 태양은 지지 않는다! 본문

예능과 다큐멘터리

누가 '런닝맨'을 폄하하는가? 태양은 지지 않는다!

빛무리~ 2010. 10. 4. 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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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3일의 '런닝맨'은 감동 그 자체였습니다. 예능의 하늘 높이 떠 있는 유재석이라는 태양이 아직은 서쪽으로 기울어질 기미가 전혀 없다는 사실을 확인시켜 준 방송이었습니다. 그런데 정말 뜻밖에도 몇 시간 후 "달리기만 하는 런닝맨, 재미와 감동 상실, 돌파구는 무엇?" 이라는 기사가 포털 사이트에 떴더군요. 그 내용은 유재석이 '런닝맨'에서 달리는 것 외에는 자기의 능력을 발휘하지 못한다고 폄하하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사람마다 생각이 다를 수는 있는 법이지만, 솔직히 어떻게 유재석의 투혼을 보고도 이런 생각을 할 수 있는지, 저는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런닝맨'이 초반의 부진을 극복하고 재미있어지기 시작한 것은 '방울 숨바꼭질' 게임이 활성화되면서 부터였습니다. 우선 곳곳에 숨겨져 있는 미션 물품을 찾아다니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랜드마크 전체를 둘러볼 수 있었기에, 비록 제한된 장소이지만 매회마다 바뀌는 랜드마크의 특성을 발견하는 재미가 쏠쏠했습니다. 이제 김종국과 아이둘(개리, 하하)은 추격팀으로 고정되었고, 발목에 방울을 매단 채 그 특유의 에워싸기 전법을 발전시켜 가며 미션팀을 압박하는 모습들은 날로 긴박감을 더해 갔습니다.


한편 대부분의 게스트는 유재석과 함께 미션팀에 속하게 되는데, 숨바꼭질 게임에 임하는 그들의 모습에서 이제껏 알지 못했던 새로운 매력을 드러내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특히 정용화 같은 경우는 추격팀의 맹공을 여유롭게 따돌리고 두 차례나 미션 성공의 영웅이 되기도 했지요. 그 눈부신 순발력과 대담함은 나중에 떠올려도 정말 대단한 것이었습니다. 한 자리에 모여서 티격태격 하는 재미가 거의 없는 대신, 역동적으로 빠르게 움직이면서 개인의 특성을 나타내는 '런닝맨'의 방식은 단조롭게만 느껴졌던 처음과 달리, 보면 볼수록 흥미로워졌습니다.

무엇보다 이제 '런닝맨'의 고정 패널들은 유재석의 오랜 노력에 의해 어느 정도 각자의 캐릭터를 확보한 상태입니다. 무엇보다 개리는 송지효와의 러브라인이 형성된 후, 너무 평온하기만 하던 캐릭터에 능청스럽고도 순정적인 짝사랑남의 이미지가 더해지면서 재미와 호감을 동시에 얻고 있습니다. '스파르타국스' 김종국은 역시 도망치는 것보다야 잡으러다니는 쪽이 제격입니다. '방울 숨바꼭질' 게임이 일단 시작되면, 저는 왠지 미션팀에 빙의가 되면서 저절로 김종국을 무서워하게 되더군요. 폭풍처럼 질주하며 미션팀 멤버들을 잡으러 다니는 모습이며, 느닷없이 나타나 앞을 가로막고 서 있는 모습은 공포 그 자체입니다. 그것은 너무나 짜릿하고 유쾌한 공포입니다.


이효리만큼 강렬한 캐릭터는 아니지만, 송지효 또한 '구박덩이', '악바리' 컨셉을 잘 유지함과 동시에, 최근에는 '멍지효', '송지욕' 등의 새로운 캐릭터를 추가하는 기염을 토했습니다. 이것은 또한 '모함광수'의 활약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얌전하고 착한 누나 송지효를 옆에서 계속 모함하는 절대 노안의 동생 이광수는 왠지 그런 짓을 하는데도 별로 얄밉지가 않습니다. 그 이전까지 밀고 있던 '소심광수'에 비하면 '모함광수'가 훨씬 더 신선하고 재미있기 때문입니다. 실제 성격은 소심 쪽에 더 가까워 보이는 사람인데, 만날 깐죽대면서 예쁜 누나를 모함하는 모습은 이상하게 웃깁니다.

예능 초보였던 개리, 송지효, 이광수의 성공적 캐릭터 정립은 '런닝맨'의 질주에 발판이 되어 주었습니다. 기존의 유재석 사단이라고 할 수 있는 지석진, 하하의 경우는 오히려 존재감이 약한 편이지만, 그래도 베테랑답게 자기 자리를 든든히 지켜주고 있습니다. 게다가 요즈음 새로 시작된 '도둑 잡기' 카드 게임은 '방울 숨바꼭질' 만큼의 걸작은 아니라도 상당한 심리적 긴장감을 불러 일으키며 재미를 더하고 있는 중입니다. 그 중간에 '제로게임' 이나 '끝말잇기' 등의 서브게임도 즐길 수 있고, 특히 '도둑' 카드가 이어달리기의 바통처럼 계속 뽑히면서 이동하던 10월 3일자 방송의 기막힌 우연은 생각지도 못한 웃음을 선사해 주었습니다.


하지만 이 날 방송의 압권은 뭐니뭐니 해도 부활한 '유르스윌리스'의 활약이었습니다. 솔직히 정용화가 두 번이나 출연해서 너무 압도적인 기량을 보여 준 덕분에, 그가 없는 미션팀은 허전하고 밋밋해 보였었지요. 그런데 이번에는 유재석이 그 빈자리를 완벽하게 채웠습니다. 22세 정용화가 천재적인 영웅이었다면, 39세 유재석은 노력형의 영웅이었다고나 할까요. 승리의 양상은 달랐지만 긴박감은 비슷했고, 감동은 후자쪽이 더했습니다.

방송 초반에는 게스트로 출연한 '애프터스쿨'의 막내 리지가 통통 튀는 말솜씨와 놀라운 끝말잇기 실력 등으로 막강한 존재감을 뽐내며 재미를 이끌었으나, 안타깝게도 숨바꼭질에서는 너무 일찍 잡히고 말았습니다. '도둑잡기' 게임에서 자기 혼자만 런닝볼을 획득하지 못한 김종국이 그 어느 때보다 투혼을 불태웠기 때문인지, 미션팀 멤버들은 도대체 그 앞에서 힘을 쓰지 못하더군요.


게임이 시작되자마자 송지효, 지석진은 맥없이 붙잡혔고, 잠시 후 광수와 리지는 같이 있다가 한 명도 피하지 못하고 함께 잡히는 어이없는 사태까지 발생했습니다. 예전에 송지효와 정용화가 함께 있을 때는, 방울 소리가 들려오자 둘이 소근소근 작전을 짜서 지효만 희생양이 되고 용화는 빛의 속도로 탈출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는데, 그에 비하면 정말 재미없는 진행이었습니다. 이제 미션팀에는 유재석 혼자만 살아 남았는데, 아직도 찾아야 할 테이프는 2개나 더 있었지요. 누가 보더라도 승패는 이미 정해진 것으로 보였으며, 언제나 가장 재미있었던 '방울 숨바꼭질' 게임이 오늘은 이토록 싱겁게 끝나는구나 싶었습니다.

이것은 미션팀의 위기뿐만 아니라 '런닝맨'의 위기이기도 했습니다. 예능 프로그램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누가 이기고 지느냐도 아니고, 누가 벌칙을 받고 면제되느냐도 아닙니다. 출연자들의 입장에서야 그런 것이 중요하겠지만, 시청자들의 입장에서는 그저 재미가 있느냐 없느냐 그것만이 중요할 뿐입니다. 그리고 바로 그 문제에 프로그램의 존폐가 달려 있는 것이지요. 흥분한 김종국은 잠시 잊었는지도 모르나, 유재석은 긴박한 순간에도 그 진실을 명확히 인지하고 있었습니다.


만약 혼자 살아남은 자기마저 쉽게 붙잡혀서 게임을 너무 일찍 끝내 버리게 되면 결코 재미있는 방송이 만들어질 수 없다는 사실을 알기에, 그의 목숨 건(?) 질주는 시작되었습니다. 공교롭게도 이번 주의 랜드마크는 SBS 방송센터였기에, 다른 멤버들에 비해 그 건물의 구조를 잘 알고 있는 유재석에게는 좀 유리한 여건이기도 했습니다. "정말 미꾸라지처럼 잘 도망다니는군!" 그를 쫓다가 중간에 살짝 지친 김종국은 이렇게 중얼거렸지요. 그렇게 상대팀 4명을 홀로 상대하면서도 유재석은 투지를 잃지 않았습니다. 

각 층의 사무실에서 미션 테이프를 찾다가 추격팀을 피해 도망칠 때, 유재석은 잽싸게 출입문을 빠져나가 바깥쪽에서 힘으로 버티며 문을 열지 못하게 했는데, 아무도 도와 줄 사람이 없자 카메라를 들고 자기를 찍고 있는 VJ에게 막무가내로 문을 막으라고 하면서 자기 손으로 카메라를 빼앗아 도망을 쳤습니다. 정말 기상천외한 변칙 작전이었습니다. 원칙적으로야 제작진이 게임에 가담하면 안 되는 일이지만, 이 경우에는 결코 유재석을 탓할 수가 없었어요. 왜냐하면 그의 변칙은 자기의 승리를 위한 것이 아니라 시청자의 재미를 위한 고육지책이었기 때문입니다.


덩치 좋고 힘 센 VJ에게 막힌 김종국과 아이둘은 또 유재석을 눈앞에서 놓치고 말았습니다. 그런 식으로 유재석은 총 3번이나 VJ의 도움을 얻어 탈출에 성공했지요. 카메라를 받아 들고 혼자 달려가던 유재석은 중간에 잠시 셀프 촬영을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땀을 비오듯 흘리며 비스듬히 누워서 "제가 어쩔 수 없이 저 혼자 찾고, 저 혼자 찍고... 이럴 수밖에 없는 점 양해를 부탁드립니다.." 하면서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하는 모습은 미션 성공 여부에 관계없이 그 자체로 감동이었습니다. 그의 노력은 런닝볼 하나를 얻기 위함이 아니라, 자기 프로그램에 대한 책임감이었고 시청자에 대한 예의였으니까요.

결국 유재석의 투혼은 헛되지 않았습니다. 일찌감치 잡혀서 모두 한 자리에 모인 채 기다리고 있던 미션팀 동료들은, 갑자기 모니터에 찬란하게 떠오르는 '미션 성공'의 메시지를 통해 비로소 그의 소식을 알 수 있었지요. 불과 2주 전에 혼자 종횡무진 런닝볼을 획득해 온 정용화의 어깨를 두드리며 "형들이 못나서 미안하다!" 라고 말했던 유재석은, 이번 주에 명실상부한 영웅으로 떠올랐습니다. 정말 멋있었습니다. '오직 달리는 것 외에는 능력을 발휘하지 못한다'라고 쉬운 말로 폄하할 수 있는 활약은 결코 아니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런닝맨'과 '영웅호걸'의 방송 순서가 바뀌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남자의 자격'을 보고 나서 '런닝맨' 쪽으로 채널을 돌리게요. 오랫동안 많이 사랑해 온 '1박2일'이지만, 최근 들어 시청률을 등에 업고 오히려 시청자와 힘겨루기를 하는 듯한 제작진의 태도는 무척이나 마음에 안 들거든요. 시청자의 보수적인 잣대 어쩌고 하는 PD의 인터뷰 내용을 접하는 순간, 제 마음속에 남았던 애정은 거의 소멸되고 말았습니다.

S본부 입장에서도 요즘 최상의 주가를 올리고 있는 '남자의 자격'과 맞붙는 것보다는, 악재가 겹친 라이벌 '1박2일'과의 정면승부가 훨씬 유리하고 모양새도 좋을 듯 싶은데, 혹시라도 '일요일이 좋다' 제작진이 이 글을 모니터링하게 된다면 꼭 참고해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최고의 MC 유재석을 영입해 놓고, 이제 그의 투혼에 힘입어 일요 예능의 오랜 부진에서 벗어나 바야흐로 힘찬 날개짓이 시작되려 하는데, 가능한 한 최선의 지원을 해 주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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