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STORY 2014 우수블로그
TISTORY 2012 우수블로그
TISTORY 2011 우수블로그
TISTORY 2010 우수블로그
Recent Posts
Recent Comments
Link
관리 메뉴

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황금물고기' 그 속의 가장 아름다운 사랑은? 본문

종영 드라마 분류/황금물고기

'황금물고기' 그 속의 가장 아름다운 사랑은?

빛무리~ 2010. 7. 22. 06:10
반응형



일일연속극 '황금물고기'가 점점 더 재미있어지고 있습니다. 이태영(이태곤)의 복수극은 이미 정점을 찍었고, 이제 한지민(조윤희)의 재복수극이 급물살을 타고 있군요. 이태영이 모든 사랑과 은혜를 저버리고 냉혹한 복수의 길을 선택한 것은, 그 이후로 이어질 한지민의 재복수에 타당성을 부여하기 위해서였나 봅니다. 시청자들은 한지민의 슬픔과 억울함에 공감하며, 그녀와 더불어 이태영에 대한 복수심을 불태우게 되었습니다. 드라마의 절대 주인공은 1명이어야 한다는 원칙을 떠올려 보면, 이 드라마의 진짜 주인공은 한지민이라고 할 수 있겠군요. 원래 주인공인 줄 알았던 이태영은 사실 완전한 악역이었습니다. 


한지민을 대하는 이태영의 태도는 비정할 뿐만 아니라 치졸하기까지 합니다. 자기가 무너뜨린 그녀의 집안과 가족을 들먹이며, 더 비참하게 짓밟아 줄 수 있으니 그게 싫으면 허튼 짓 하지 말고 조용히 있으라고 말하는 이태영의 냉혹한 표정과 말투는 너무 담담해서 소름이 끼치더군요. 이태영을 유혹하고 그의 아내 문현진(소유진)의 마음을 흔들어 가정을 깨뜨리려 했던 한지민의 시도는 그 뜻을 이루지 못한 채 발각되고 말았지요. 상처는 더욱 깊어졌으나, 아직 다른 방법을 찾지 못한 지민은 무력하게 주저앉고 말았습니다.

그런데 구원자는 생각지도 않은 방향에서 그녀를 지켜보고 있습니다. 정인재단의 이사장이며 이태영의 장인인 문정호(박상원)가 바로 그 사람입니다. 가난한 운전기사 아저씨라고 속이며 그녀를 만나왔던 사실이 들통나자, 그는 지민에게 마음을 고백함과 동시에, 감히 당치도 않은 사람을 좋아해서 미안하다고 인사하며 헤어졌습니다. 믿지 않겠지만 이런 감정은 처음이었다고, 자기에게 이토록 좋은 사람이 되어 주어서 고마웠다고 인사하는 문정호의 태도는 진실하기 이를 데 없었습니다. 가슴이 아팠어요..ㅜㅜ


나이 많고 돈 많은 남자와, 젊고 가난한 여자의 사랑 이야기는 흔하디 흔한 것이고, 저는 그런 구도에 질릴대로 질린 사람이지만, 문정호와 한지민의 사랑은 왠지 아름답게 느껴집니다. 그 이유를 생각해 보니 문정호라는 캐릭터 자체의 특별한 매력과 더불어, 그 캐릭터를 완벽하게 소화하고 있는 박상원의 연기력이 더해졌기 때문입니다. 만약 그가 자신의 힘과 재력을 믿고, 젊은 아가씨 한지민을 향해 너무 당당히 대쉬했다면 거부감이 들었을 것입니다. "돈이면 다야? 참 양심도 없네" 이런 생각이 들었을 테니까요.

하지만 이 남자는 용기내어 고백을 한 후, 미안해하며 물러섰습니다. 그녀를 사랑하는 자기의 마음이 당치 않은 욕심이라고 스스로 판단했던 것입니다. 헤어진 후에도 지민의 동생 한강민(박기웅)을 통해 그녀 아버지의 정밀검진을 다시 주선하는 등, 어떻게든 그녀에게 몰래 도움을 주고 싶어하는 문정호의 마음은 눈물겹기까지 합니다. 이렇게 욕심 없는 사랑이 어떻게 아름답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이제 문정호는 한지민에게 가장 든든한 아군이 되어 줄 것이며, 이태영을 향한 지민의 복수는 그를 통해서 궤도에 접어들게 될 것입니다.


그러나 제가 '황금물고기' 안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랑으로 뽑은 것은, 한지민과 문정호 커플이 아니라 이세린(김보연)과 문석진(이해우) 커플입니다. 저는 요즘 이 두 사람이 등장할 때마다 가슴이 콩닥거립니다. 김보연의 농익은 연기야 말할 것도 없거니와, 풋풋하고 예쁜 청년 이해우도 그녀의 리드에 잘 따르면서 좋은 연기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두 사람이 서로를 바라보는 눈빛이 너무 애틋하고 다정해서 어쩌면 좋을지 모르겠어요.

"다행이에요. 내 편이 한 사람이라도 있어서...... 고마워요, 엄마." 드디어 석진의 입에서 '엄마'라는 단어가 흘러나오던 그 순간은 감동의 도가니였습니다. 어려서 헤어진 엄마를 평생 그리워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원망하며 살아 온 석진은, 배우인 엄마 이세린을 닮아 예술적 재능이 있었고, 연기를 시작하면서 비로소 생애 처음으로 행복을 느꼈습니다. "그럼 지금까지는 불행했다는 말이니?" 아버지 문정호가 묻자 석진이 대답했습니다. "불행했던 것은 아니에요. 하지만 행복하지도 않았어요."


결혼도 했고, 현진과 석진 두 아이도 낳았지만, 문정호는 이세린에게 온 마음을 다 주지 않았습니다. 열정의 여인이었던 이세린은 문정호에게 상처받아서 한때 다른 남자를 만났고, 시어머니(정혜선)는 그녀를 가차없이 내쫓았습니다. 현진과 석진 남매는 할머니와 아버지의 슬하에서 자랐는데, 성장한 문현진은 어머니의 입장을 이해하고 아버지의 집을 나와 이세린과 함께 살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문석진은 20대 중반에 이르기까지 어머니를 만나지 않겠다 고집하며 할머니와 아버지의 말을 잘 듣는 착한 손자며 아들로 살아왔습니다.

석진은 어린 시절에 어머니가 다른 남자와 만나는 장면을 목격했던 것으로 설정되어 있습니다. 성장하면서 그 의미를 알게 되었을 때, 수치심과 거부감을 느꼈겠지요. 게다가 할머니가 계속 '그 물건' 이라고 부르면서 어머니를 사람 취급조차 안 하고 있으니, 그 영향도 만만치 않았을 것입니다. 하지만 아무리 원망스러워도 엄마를 그리워하는 마음이야 천륜인데 어찌 억눌러지겠습니까? 어린 마음에 더욱 상처받지 않으려고, 내색조차 안 하며 담담하게 살아왔지만, 문석진이 행복하지 않았다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그런데 이제 그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인 연기를 시작함에, 할머니를 비롯한 모든 가족들은 극렬히 반대하는데 유일하게 그가 외면했던 엄마만이 그의 마음을 이해해 줍니다. "아이가 무슨 죄야? 엄마 닮아서 그런 걸... 처음으로 행복하다잖아!" 이세린은 문정호 앞에서 당당히 쏘아붙이며 석진의 편을 듭니다. 자기를 쓰레기 보듯 하는 옛 시어머니 앞에서 무릎까지 꿇어가며 석진의 뜻을 받아달라고 요청합니다. 그런 엄마의 모습을 바라보며 닫혀 있던 석진의 마음이 차츰 열리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으로 엄마에게 전화를 해서 뭐라고 말해야 좋을지 몰라 머뭇거리는 석진과, 기쁨을 감추지 못하면서도 차분하게 아들과의 대화를 이끄는 이세린의 모습은 그림처럼 아름다웠습니다. 찻집에 마주앉아 석진을 바라보는 세린의 눈빛에는, 그 어떤 연인을 바라보는 눈빛보다 더한 사랑과 간절함과 애틋함과 희열과... 그 모든 감정이 담겨 있었습니다.


"어렸을 땐, 엄마 닮았다는 소리가 제일 듣기 싫었어요. 피아노를 남들보다 좀 빨리 쳐도 엄마 닮아서 그런 거고, 영화를 보다가 울어도 감정이 풍부한 엄마를 닮아서 그런 거고, 그래서 처음 연기가 좋아졌을 때 그 길로 안 가려고 얼마나 노력했는지 몰라요." 아들의 말을 듣고 세린이 말합니다. "그런데 그게 안 되지? 자꾸 생각나고 눈앞에서 맴돌고, 다른 일을 해도 절대 행복하지 않고... 나도 그랬거든... 문석진, 절대 포기하지 마. 너 엄마같은 든든한 빽이 있는데 무슨 문제야... 아니, 이제와서 엄마노릇하겠다는 게 아니라, 하다못해 수퍼집 아줌마랑 친해져도 덤 떨어지는 게 있는데, 네가 손해볼 게 뭐 있어? 보험 하나 들어 놨다고 생각하면 되지?"

마음을 편하게 해주는 그 말에 석진이 빙긋이 웃습니다. "이야, 우리 아들, 이제 엄마 보고 웃기도 잘 하네?" 하면서 세린이 아들의 손을 꼭 잡습니다. 석진이 무의식중에 손을 빼려 하자 "알았어, 알았어. 짜식... 비싸게 굴기는" 하며 세린이 웃고, 석진도 따라 웃으며 그냥 손을 잡은 채 서로를 바라봅니다. 제 눈에는 그 어느 연인들의 눈빛보다 짜릿합니다.


결국 세린은 "너와 한 작품에 출연하는 게 아니라면 석진이가 연기하는 것을 반대하지 않겠다"는 시어머니의 요구에 따라, 촬영하던 작품을 중도에 포기합니다. 자기 때문임을 직감한 석진은 처음으로 엄마의 집을 찾아가고, 그의 방문에 놀라면서도 세린과 현진은 반가워서 어쩔 줄 모릅니다. 밥을 차려 달라는 석진의 말을 듣고 세린은, 3분 요리를 이용하여 생전 처음으로 밥상을 차려 내는데, 자기가 다 요리한 거라고 시치미를 떼는 모습이 중년 아줌마답지 않게 너무 귀엽기만 합니다. 현진과 석진은 그런 세린을 놀리면서도 맛있게 식사를 합니다. 보기만 해도 흐뭇한 가족의 모습이었지요.


언제나 철없는 소녀 같기만 하던 이세린이, 아들 앞에서 드러내는 지극한 모정과 희생 정신은 감동적이기 이를 데 없습니다. 그런 엄마를 향해 차츰 마음의 문을 열어가는 석진의 모습은, 이제껏 자연스러운 감정을 억제하며 살아온 그 가엾은 청년의 삶에 이제야 행복이 깃들고 있음을 느끼게 합니다. 오랫동안 헤어져 살았던 데다가 이세린의 캐릭터 자체가 워낙 소녀같은지라, 그들 사이에는 어색함과 설레임, 신비함 등의 분위기가 공존합니다. 이제껏 모자간의 아름다운 사랑을 많이 보았지만 이렇게 독특한 분위기는 처음이군요. 그런데 제가 드라마 속에서 보았던 그 어느 연인들의 사랑보다도, 이들 모자의 사랑이 아름답게 느껴지는 것은 왜인지 모르겠습니다.

* Daum 아이디가 있으신 분은  버튼을 누르시면, 새로 올라오는 제 글을 쉽게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그리고 추천에는 로그인도 필요 없으니, 글이 마음에 드셨다면 아래의 손바닥 한 번 눌러 주세요..^^

반응형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