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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물고기' 이세린, 볼수록 아름답고 매력적이다 본문

종영 드라마 분류/황금물고기

'황금물고기' 이세린, 볼수록 아름답고 매력적이다

빛무리~ 2010. 9. 15.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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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반에는 극 중 설정 때문에 천박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문정호(박상원)와 같은 좋은 남편에 귀여운 자식을 둘이나 낳고 살던 이세린(김보연)은, 외도하던 남자와의 치명적 비밀이 담긴 사진이 어느 날 갑자기 세상에 유포되면서 모든 것을 잃었습니다. 시어머니 강여사(정혜선)는 세린을 가차없이 내쫓았고, 이에 충격을 받은 어린 아들 문석진은 실어증에 걸리고 말았습니다. 이것이 대략 17년 전의 일이었습니다. 그런데 이제 와서 알고 보니 이 모든 일은 며느리를 내쫓기 위해 강여사가 꾸민 일이었군요.

딸 문현진(소유진)은 어른이 되면서 자기 어머니를 이해하고, 아버지의 집을 나와 어머니 곁에서 살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마치 어머니와 딸의 역할이 뒤바뀐 것처럼, 성숙한 현진에 비해 이 중년의 어머니는 너무도 철없는 소녀같기만 합니다. 자기의 감정을 숨길 줄 모르고, 언제나 화려한 옷차림을 즐기며, 눈물도 많고 웃음도 많은 그녀는 언뜻 고상함과는 거리가 멀어 보였습니다. 20대 초반의 훤칠한 청년으로 자라난 문석진(이해우)은 그런 어머니를 미워했습니다.


그런데 이세린은 문정호와 이혼한 뒤 17년간을 혼자 살아오면서 별다른 스캔들조차 일으키지 않았습니다. 유부녀의 몸으로, 자기가 원하는 만큼의 사랑을 남편으로부터 받지 못해서 다른 남자의 사랑으로 채우려 했을 만큼 애정에 굶주린 캐릭터라고 처음에는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습니다. 아직도 아름다운 외모를 지닌 여배우로서 유혹도 많았을 법한데, 그녀의 마음 속에는 언제나 자식들 생각뿐이었으니까요.

이세린의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날은, 석진의 입에서 처음으로 "엄마" 라는 소리를 들었던 날일 거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녀에게 석진은 그야말로 가슴저린 자식이었습니다. 그 아이는 너무 어린 나이에 엄마와 생이별을 했고, 할머니의 손에 자라면서 줄곧 엄마에 대한 모함과 욕설을 들어야 했습니다. 부정한 짓을 저지른 엄마에 대한 수치심과 원망도 컸겠지만, 더욱 견딜 수 없었던 것은 주변에서 수시로 들려오는 "저 녀석은 엄마를 꼭 닮았구나!" 하는 소리였습니다.


문석진은 이세린에게서 예술적인 재능과 풍부한 감성을 물려받았습니다. 그래서 피아노를 배울 때도 남들보다 훨씬 진도가 빨랐고, 영화를 보면서도 많은 눈물을 흘렸습니다. 그리고 급기야는 어머니와 똑같이 연기자의 길에 끌리고 말았습니다. 아무리 거부하려고 해도 소용없었습니다. 간절히 원하는 길인데 아무도 자기 편이 되어 주지 않는 그 외로운 싸움에서 유일하게 그의 마음을 이해하고 힘이 되어 준 사람은 오래 전에 헤어졌던 엄마, 자기가 미워하던 엄마 이세린 뿐이었습니다. "다행이에요. 내 편이 한 사람이라도 있어서...... 고마워요, 엄마." 이렇게 석진은 마음을 열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항상 든든하게 곁을 지켜주던 딸 문현진이 세린의 속을 썩이기 시작합니다. 뱃속에 아이를 가진 채 남편을 사고로 잃고 청상과부가 된 지 몇년만에 모처럼 좋은 남자를 만나서 재혼을 했다고 좋아했건만, 알고 보니 그 사위는 자기를 길러 준 은혜도 모르고 하늘병원집을 배신한 철면피한 놈이었습니다. (이세린의 입장에서는 이태영이 그 집안에 어떠한 상처를 입고 원한을 지녔는지 모르니까, 그렇게 생각할 거라는 말입니다.) 도저히 소름끼치고 무서워서 한 집에 살 수 없다며, 이세린은 사위에게 베개를 내던지고 마구 소리를 질렀습니다. 고상하지 못한 행동이긴 했지만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현진이가 남편이랍시고 그런 인간을 감싸고 도는 바람에 세린은 더욱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차라리 내 눈에 띄지 않게 나가서 살라는 말 또한 절반 정도는 진심이었을 것입니다. 마음 여리고 소녀적인 감수성을 지녔기에, 그토록 무서운 계략을 짜서 은인의 집안을 무너뜨린 이태영(이태곤)의 행동은 세린에게 더욱 충격적으로 다가왔겠지요. 그런데 사면초가의 상태에 몰려서도 절대 이혼할 수 없다며 고집을 피우던 현진은 결국 수면제를 먹고 맙니다. 이것은 엄마의 여린 마음과 자식 사랑을 잘 알고 있는 문현진의 초강수였습니다.

그래서 이세린은 사위가 나쁜 놈이든 뭐든, 우선 내 자식부터 살리고 봐야겠다는 결심을 합니다. 이 또한 당연한 반응이었습니다. 무서운 시어머니 강여사를 찾아가서 "절대로 내 딸, 이혼시킬 수 없다." 고 선포하는 그녀의 당찬 모습은, 평생 철들지 않는 소녀 같아도 그녀가 누구보다 강인한 어머니임을 알 수 있게 했습니다. 그녀의 결정은 앞으로의 사태 변화에 결코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이렇게 해서 이태영은 아내와 장모라는 든든한 지원군을 얻게 되었습니다. 자기 어머니의 억울한 죽음을 알고 본격적인 복수의 길로 접어들면서, 그 이후로는 너무 냉혹한 모습만을 보여주었기에 소름이 끼칠 지경이었지만, 그래도 수많은 가족들에 둘러싸인 한지민(조윤희)에 비해 그는 혼자처럼 보였기에 딱하기도 했지요.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아내 현진에게마저 속마음을 털어놓을 수 없는 입장이었으니까요. 하지만 그의 정체를 알고 나서도 아내와 장모가 이렇게 편을 들어 주니, 그도 이제는 외롭지 않을 것입니다.

이세린이 등장하는 씬에서는 마음이 편안해지더군요. 속에 뭔가 다른 꿍꿍이를 숨겨둔 채, 겉으로만 웃는 얼굴로 사람을 대하는 가식이 그녀에게는 없습니다. 좋으면 좋은대로, 싫으면 싫은대로 감정을 여과없이 드러내는 그녀는 참으로 투명한 인간입니다. 요즘 '황금물고기'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거의 모두 다 속에 구렁이가 들어앉아 있어서 보기만 해도 무서운데, 이세린의 모습이 화면에 비치면 체했을 때 청량음료라도 들이킨 것처럼 속이 시원해집니다.


비 내리는 날이면 한 잔의 와인과 더불어 음악에 심취하는 그녀, 사랑을 갈구하지만 결코 유혹에 약하지 않은 그녀, 자식들을 위해서는 모든 자존심과 두려움을 버릴 줄 아는 그녀... 아름다운 중년 여배우 이세린은 보면 볼수록 매력적입니다. 또한 그 캐릭터에 완벽히 동화되어 있는 김보연의 연기력은 굳이 말할 필요도 없습니다. 하도 얽히고 설켜서 이제는 누가 진짜 악인인지도 불분명해진 이 혼돈스런 드라마에서, 맑고 투명한 인간성을 드러내는 이세린의 역할은 더욱 중요하다고 느껴지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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