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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물고기' 공감할 수 없는 그들의 냉혹한 선택 본문

종영 드라마 분류/황금물고기

'황금물고기' 공감할 수 없는 그들의 냉혹한 선택

빛무리~ 2010. 6. 14. 2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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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물고기'의 주인공 이태영(이태곤)이 드디어 복수의 첫 발을 내딛었습니다. 일일연속극 치고는 꽤 빠른 템포로 진행되어 가고 있군요. 지루하지 않은 점은 좋은데, 그러다 보니 캐릭터의 급격한 변화가 충분한 설득력을 확보하지 못한 부분이 있는 듯 싶습니다.
특히 두 사람의 변화가 두드러지는데, 이태영이야 원래 마음 따뜻한 캐릭터로 설정되지 않았으니 어느 정도 이해가 된다 해도, 저는 한경산의 변화가 도무지 이해되지 않더군요. 말하자면 은혜와 의리, 그리고 원한과 복수의 사이에서 이 사람들은 너무나 쉽게 은혜와 의리를 저버리고 외면과 복수를 선택했던 것입니다.
어쩌면 인간 본성의 냉혹함과 추악함을 표현하고자 하는 것이 아닐까 싶을 만큼, 공감하기 어려운 그들의 변화는 섬뜩하기만 합니다.

1. 이태영(이태곤)


이태영은 한경산(김용건)과 그의 자녀들에게 평생동안 많은 은혜를 입었습니다. 단지 어린 자기를 거두어 주고, 금전적인 양육비를 베풀었다는 차원으로만 해석할 수는 없는 수준이었습니다. 한경산은 진심으로 이태영을 자식처럼 사랑하고 보살폈으며, 한지민(조윤희)와 한강민(박기웅)은 그를 친오빠와 친형처럼 진심으로 따랐습니다. 나중에 서로 사랑하게 된 한지민과의 관계야 더 말할 나위가 없겠지요. 말하자면 한경산의 아내인 윤여정 한 사람을 제외하고는 모든 가족이 그에게 거짓없는 마음을 주었던 것입니다. 이 마음의 빚은 아무리 크나큰 원한이 그 뒤에 도사리고 있다 하더라도, 결코 쉽게 외면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러나 이태영은 자기를 어릴 적부터 냉대하고 지능적으로 괴롭혀 온 윤여정에 대해 깊은 원한을 품고 있었던 데다가, 급기야 윤여정이 자기의 생모를 죽게 만들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너무도 쉽게 돌아섰습니다. 아무래 악역이라도 주인공인데, 그래도 어느 정도는 인간적인 면모를 보여주겠지 했던 제 생각은 오판이었습니다. 자기의 복수심으로 인해 윤여정만 파멸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에게 진심을 주었던 한경산과 지민 강민 남매까지도 파멸하게 되리라는 것을 알면서도, 그 모든 은혜와 의리와 애정은 이태영의 마음 속에서 복수심 하나를 이겨내지 못했습니다.


한때는 그토록 사랑한다던 지민을 보면서도 일말의 가책이나 미안함이나 망설임을 보이지 않습니다. 어제의 그 사람이 맞나 싶을 정도로, 마치 귀찮은 벌레라도 떼어 내듯이 그녀를 매몰차게 거부합니다. 일단 마음을 정한 이상은 뒤돌아보지 않고 끝까지 앞만 보며 달려가겠다는 냉혹한 태도입니다.

그리고 문현진(소유진)에게 청혼을 하는 것 또한 그녀가 재벌가의 딸이기 때문임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문현진의 배경이 그의 복수에 적잖은 도움을 줄 수 있을 테니까요. 현진에게 청혼하며 그녀의 어린 딸과 어머니 김보연에게 가족처럼 살갑게 대하는 태도 역시, 능수능란하게 사람을 조종하는 술수로 밖에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주인공이 이렇게 '진짜 악역'일 줄은 생각지 못했습니다. 나름대로 신선하기는 하지만, 솔직히 공감되는 면보다 거부감이 드는 면이 더 많군요. 윤여정의 행위는 충분히 복수심을 불태울만 했으나, 노골적으로 은혜를 외면하고 원수를 갚겠다는 주인공의 결정은 참으로 각박하게 느껴집니다.

2. 한경산(김용건)

한경산(김용건)이 막판에 태도를 바꿈으로써 이태영의 복수심에 불을 당기는 결과가 된 것은 사실입니다. 그런데 저는 그 누구보다도 이 사람의 태도 변화가 이해되지 않습니다. 이제껏 그는 이태영을 자식처럼 아껴 왔는데, 갑자기 그렇게 돌변하여 남보다 못한 원수로 대할 수가 있을까요?


이태영이 자기 딸 한지민과 결혼하겠다고 했을 때도 한경산은 그의 편을 들어 주었습니다. 친자식과 결혼시킬 생각까지 했다면, 이태영을 대하는 그의 마음은 진심이었던 것이 확실합니다. 그 오랜 세월 동안 그는 한 번도 이태영을 차갑게 대한 적이 없었는데, 그의 생모가 자기 아내 때문에 죽었다는 사실을 알고 나서는 갑자기 다른 사람으로 돌변합니다.

이태영의 생모 박지혜는 한경산이 결혼 전부터 진심으로 사랑했던 여자로 설정되어 있습니다. 그녀가 젊어서 병으로 죽자 한경산은 기꺼이 그녀가 남긴 아들을 데려다가 자식처럼 사랑하며 길렀습니다. 그의 아내는 이태영을 한경산과 박지혜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라고 생각하여 구박했지만, 그것은 사실이 아니었습니다. 어쨌든 그래서 한경산은 이태영을 사위로 맞이할 생각까지 했었는데, 느닷없이 박지혜의 죽음이 병으로 인한 것이 아니라 자기 아내 윤여정과의 다툼 끝에 계단 위에서 밀쳐져 굴러 떨어진 데에 원인이 있었음을 알게 됩니다.


진실을 알게 되었다면, 글쎄요, 제 생각에는 이태영 앞에서 솔직히 인정하고, 자기 아내를 대신하여 사과하고 애원하는 편이 차라리 그 이전까지 보여 주었던 한경산의 캐릭터에 맞을 것 같습니다. 그는 매우 인간적이고 따뜻한 사람으로 표현되어 있었거든요. 그런데 한경산은 마치 누군가의 혼이 뒤집어 씌워진 것처럼, 갑자기 냉혹하고 못된 인간으로 변해서 오히려 이태영을 범죄자로 몰아갔습니다. 자기 딸 지민과 서로 좋아해서 함께 도망친 것을 알고 있었으면서, 그리고 처음에는 응원해 주기까지 했으면서, 나중에는 자기 손으로 이태영을 납치법으로 신고해 버린 것입니다.

설마 그럴 리가 없다고, 그의 변해버린 태도를 믿지 못하는 이태영을 앞에 두고도 한경산은 눈도 깜박이지 않은 채 "네가 내 딸을 납치했다"고 말합니다. 그 순간 이태영이 얼마나 큰 충격을 받았을지는 상상조차 하기 어렵습니다. 자기 아내의 끔찍한 죄악을 차마 인정할 수 없어서, 자기의 가정을 지켜낼 방법은 피가 섞이지 않은 이태영을 몰아내는 수밖에 없다고 판단했는지 모르나, 아무리 그렇다 해도 설득력이 부족한 설정이었습니다.


어차피 드라마는 '복수극'으로 진행되어 가야 하니까, 지루하게 감정 표현 따위로 시간을 질질 끌지 않고 신속하게 진행하겠다는 의도는 나쁘지 않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 해도 어느 정도는 고뇌하는 척도 좀 하고 그럴듯한 감정 표현을 해 주어야 공감을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생모의 죽음에 대한 진실을 알자마자 눈빛이 터미네이터처럼 변하더니 복수의 화신이 되어버리는 이태영도 그렇고, 이제까지 성자인 척 하고 있던 한경산이 자기 아내의 범죄를 알게 되자마자 오히려 피해자인 이태영을 궁지로 몰아붙이며 자기 가정의 평화만을 지키려 하는 모습 또한, 무슨 방귀 뀐 놈이 성낸다는 식의 철면피한 행동이라서 도무지 공감할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공감은 부족하다 해도 역시 재미는 있습니다. 울고불고 하면서 시간을 끄는 것보다야 훨씬 나아요. 그래도 기왕이면 다홍치마라고 조금은 감정 표현에도 좀 신경을 써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이 정도의 긴박감과 흥미를 확보한 터에 공감대마저 형성된다면, 오랫동안 KBS에 빼앗겼던 일일드라마의 왕좌도 어쩌면 조금은 넘볼 수 있지 않을까 싶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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