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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남이시네요' 장근석 안에 강마에 있다 본문

종영 드라마 분류/미남이시네요

'미남이시네요' 장근석 안에 강마에 있다

빛무리~ 2009. 10. 17.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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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저는 '아이리스'보다도 '미남이시네요'의 매력에 빠져 있습니다. 물론 오버스럽고 황당한 부분이 많기는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무겁고 어두운 분위기의 드라마를 기피하고 있는 저로서는 차라리 살짝 유치하다 싶어도 이렇게 밝고 통통 튀는 드라마가 좋더군요. 같은 여자가 보아도 너무 상큼하고 귀여워서 호감 모드인 고미남(박신혜)과 더불어 그럴듯한 앙상블을 이루는 세 꽃미남 황태경(장근석), 강신우(정용화), 제르미(이홍기)의 고운 모습들을 감상하는 즐거움도 역시 빼놓을 수 없겠지요.


'미남이시네요' 에서도 역시 어디선가 낯익은 듯한, 데자뷰 현상을 불러 일으키는 장면들이 있는데 의외로 거부감이 별로 없습니다. 얼마 전에 종영한 '아가씨를 부탁해' 초반부에서는 그런 데자뷰 현상들이 너무나 구태의연한 방식으로, 뻔히 눈에 보이는데 눈 가리고 아웅하듯이 아닌 척을 하고 있어서 거부감을 일으켰었지만, '미남이시네요' 에서는 오히려 대놓고 패러디하는 시원시원함이 보여서 나름대로의 매력을 살리고 있습니다.

특히 장근석은 '베토벤 바이러스'에서 자기의 스승으로 나왔던 강마에(김명민)의 말투를 그대로 흉내내고 있습니다. 사고뭉치 박신혜에게 "너 같은 인간을 민폐형 인간이라고 하는 거야. 알아?" 이렇게 말할 때는 자연스럽게 송옥숙을 향해 "아줌마 같은 사람을 뭐라고 하는지 알아요? 똥.덩.어.리!!" 라고 말하던 강마에의 모습이 겹치더군요.


그리고 갑각류 알레르기가 있는 자기에게 하필이면 새우죽을 끓여갖고 온 박신혜를 향해 "너, 나가!" 하고 외칠 때는 강마에 특유의 억양이 너무 그대로 살아나서 킥킥 웃어버렸습니다. 보통은 사람이 화내면서 소리지를 때면 끝부분의 톤이 올라가게 마련인데 강마에의 어투는 오히려 끝부분이 내려가면서, 차분한 가운데 더욱 차갑고 위압적인 느낌을 줍니다.

김명민 외에 다른 연기자에게서는 볼 수 없었던, 까칠하면서도 중후한 매력이 묻어나는 독특한 억양이었지요. 그런데 아직 중후함을 갖추지 못한 어린 장근석이 똑같이 흉내를 내니 그게 어설퍼 보이면서도 어찌나 귀엽고 우스웠는지 모릅니다. 비교하는 재미를 주기 위해서 일부러 그러는 게 아닐까 싶기도 하더군요.


또 하나 대놓고 패러디한 대상은 개그콘서트의 안영미였습니다. 자기만의 싸인을 만들고 있는데 도와달라는 고미남(박신혜)의 요청을 딱 잘라 거절해 놓고는, 혼자 고민하며 그녀의 싸인을 만들어다가 몰래 그녀의 방에 두고 오는 황태경(장근석)은 '나쁜 남자'의 계보를 잇고 있습니다. 그런데 고미남은 그새 '착한 남자' 강신우(정용화)의 도움을 받아 싸인을 만들었다며 자랑하고 있으니 아닌 척 해도 실망이 컸겠지요.

황태경은 자기가 만들어준 싸인을 보고 비웃는 박신혜의 모습을 상상합니다. 여기서 개콘의 안영미가 박신혜의 탈을 쓰고 등장합니다. "형니임~ 이렇게 마음대로 싸인을 만들어주시면 어떡해요, 형니임~ 저는 신우형이 만들어주신 게 더 좋아요~" 라는 깐죽 대사와 함께 고개를 앞뒤로 격하게 흔들면서 웃어제끼는 모습은 영락없는 안영미더군요. 이렇게 중간중간에 코믹한 패러디를 넣어 준 것은 의외로 신선하게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빼놓을 수 없는 우리의 귀여운 홍기 군... 제르미 이 녀석은 현재 A.N.JELL 멤버들 중 유일하게 고미남이 여자라는 사실을 모르고 있습니다. 그런데 함께 생활하다보니 자꾸 고미남의 여성적인 모습이 눈에 띄게 되고, 자기도 모르게 점점 빠져들게 되는데 스스로 그런 자기의 감정을 주체하지 못해 당황하는 모습이 역력합니다.

제르미의 이런 모습은 '커피프린스 1호점'의 공유를 연상시킵니다. 윤은혜를 남자로만 알고 있던 공유는 윤은혜에게 점점 이성의 매력을 느끼면서 그런 자신에게 몹시 당황하고 괴로워하지요. 심지어는 자기의 성적 취향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닐까 고민하면서 의사를 찾아가 상담까지 받고 옵니다. 나중에 그녀가 여자였다는 사실을 알고 나서는 지독한 배신감을 느끼지요. 하지만 현재 '미남이시네요'에서 이홍기가 맡은 역할은 서브 남주도 아니고 비중이 적은 편이기 때문에 나중에 비밀을 알게 되어도 큰 부작용은 없을 것 같습니다. 그래도 살짜쿵 감미롭게 풍겨 주시는 커프의 향기는 좋았더랍니다. 


그리고 이것은 아마도 저 혼자만의 연상작용이었을 듯한데, 타인이 자기 방에 들어오는 것을 극도로 싫어하는 태경의 방에 아무렇지도 않게 자주 들어가 사고를 치는 미남의 모습을 보며 저는 이상하게도 영화 '중경삼림'이 떠오르더랍니다. 그녀는 주로 방 주인이 없을 때 몰래 들어가서 혼자 돌아다니며 이것저것을 건드려 놓곤 하지요.

'중경삼림'의 여주인공 왕정문도 혼자 짝사랑하던 양조위의 집 열쇠를 우연한 기회에 얻게 되자, 낮에 그가 출근하고 없는 틈을 타서 수시로 드나들곤 했습니다. 빨래도 해서 널어놓고, 구석구석 말끔하게 청소도 해놓고, 냉장고 안에 정갈한 음식까지 채워 놓고... 사랑하는 사람의 집 안에서 그를 위해 하는 일들이 너무도 즐거웠는지 혼자 신나게 춤을 추기도 합니다. 그 때 흐르던 음악 '캘리포니아 드리밍'은 경쾌하면서도 마치 꿈을 꾸는 듯 감미로운 분위기를 더애주었었지요.


그런데 태경에게 도움을 주기는 커녕 계속 민폐만 끼치는 미남의 모습에서도 왠지 왕정문의 향기가 풍기더랍니다. 사실 그녀의 본심은 언제나 태경에게 잘해주고자 했던 거였는데 워낙 세상물정을 모르는데다 성격도 덤벙대는 편이다 보니 의도와는 달리 언제나 사고만 치게 되었던 것이지요.

심신을 안정시키라고 아로마 향초를 갖다놓는다는 것이 가벼운 화재를 내고 장식장을 뒤집어 엎는 결과를 가져왔고, 출출할 때 먹으라고 갖다놓은 새우죽이 하마터면 알레르기를 발작시켜 태경을 저세상으로 보낼 뻔했지만... 그렇게 대형사고를 쳐도 한없이 순수한 그녀의 모습은 결코 밉지가 않더군요. 다음에는 아예 태경의 방 안에서 혼자 신나게 막춤을 추는 미남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캘리포니아 드리밍'을 배경음악으로 한번쯤 깔아 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익숙함과 새로움이 교차되며 산뜻한 재미를 더해가고 있는 '미남이시네요' 덕분에 요즘은 수요일 목요일이 즐겁습니다. 특히 강신우 역을 맡은 새로운 얼굴 정용화는 다정한 듯 시크한 듯 묘한 매력을 발산하고 있어서 남주인공 장근석보다도 더 시선을 끌더군요. 제가 원래 나쁜 남자보다는 착한 남자에 끌리는 경향이 있어서 더 그런가봅니다.

생뚱맞지만 문득 '찬란한 유산'의 뒷이야기가 궁금해지네요. 착한 남자 박준세(배수빈)는 잘 지내고 있을까요? 후후.. 지금 갑자기 또 발견한 데자뷰인데 강신우의 모습도 은근히 박준세와 겹쳐지는군요. 그녀의 비밀을 잘 알고 있으면서 항상 지켜주고 감싸주는 착한 기사... 저는 이제 그만 나쁜 남자의 시대가 저물고 착한 남자의 시대가 왔으면 좋겠습니다. 언제나 여주인공에게 버림받는 착한 남자들의 헌신적인 사랑이 너무 가엾거든요. 아무쪼록 신우는 너무 많이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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