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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남이시네요' 말없이 엇갈리는 그들의 사랑 본문

종영 드라마 분류/미남이시네요

'미남이시네요' 말없이 엇갈리는 그들의 사랑

빛무리~ 2009. 10. 23. 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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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남이시네요' 6회를 보며 오래된 노래 한 곡이 생각났습니다.

해바라기의 '어서 말을 해' 이 노래를 기억하는 분들이 많으시려나요?

너는 너는 바보야~ 그를 잡고 말을 못하면~ 너는 바보야~
사랑한단 한 마디~ 그를 잡고 말을 못하면~ 떠나가 버려~ 어서 말을 해~!
흔적 없는 거리 거리마다 말 못하는 사람들 뿐이야~
정만 주면 무슨 소용 있나~ 가고 나면 울고 말 것을~

마음은 이미 절반을 훌쩍 넘어서 강렬하게 끌리고 있음에도, 입을 열어 말하지 못하는 그들의 사랑은 안타깝게 엇갈리고 있습니다.

1. 신우 (정용화)


'미남' 6회에서 가장 안타까웠던 인물은 강신우였습니다. 그는 고미남(박신혜)이 여자라는 비밀을 가장 먼저 알아차리고도 속 깊게 내색하지 않으며, 항상 뒤에서 지켜주고 자상하게 챙겨주는 헌신적인 사랑을 보여주고 있지요. '말하지 못해서' 바보가 되고 있는 가장 대표적인 캐릭터입니다.

명동 한복판에서 태경(장근석)에게 바람맞고 헤매는 미남을 신우는 기막힌 감각으로 찾아냅니다. 불쑥 그녀 앞에 과감히 나서서 칼국수도 같이 먹고 쇼핑도 같이 다녔으면 좋았으련만, 신우는 여전히 그녀 뒤에 서서 말없이 지켜주고 도와주는 포지션을 택합니다.

그녀의 뒤편 테이블에 앉아서 자기도 칼국수를 먹고, 남자옷이 필요했던 그녀가 옷가게에 들르자 눈치채지 않게 몰래 옷값을 계산해 줍니다. 그녀가 "이 가게에서는 좋은 옷을 엄청 싸게 파는구나" 라고만 생각하도록 말입니다. 신우는 계속 미남의 뒤를 따라다니며 서울 지리에 어두운 그녀를 전화로 코치하여 맛있는 음식과 좋은 옷을 접할 수 있게 도와줍니다.


그리고 마지막 순간, 드디어 그녀 앞에 자신을 드러내기로 결심하는 신우는... "내가 정말로 알려주고 싶은 게 있는데, 깜짝 놀라도 괜찮겠어? ... 네가 지금 서 있는 곳에서 조금만 돌아서 오면 알 수 있을 거야" 이렇게 아주 조심스럽게 말을 건네 봅니다. 이제 그녀가 뒤를 돌아보고 몇 걸음만 걸어오면 그를 보게 될 테고, 그 동안 그녀의 비밀을 알면서도 조용히 지켜주었던 신우의 사랑을 알게 되겠지요. 그녀가 깜짝 놀랄까봐 걱정할만큼 그의 마음은 너무 조심스럽기만 합니다. 그러나...

눈이 마주치기 직전에 거침없이 울리는 불길한 전화벨 소리는 그가 그녀를 붙잡을 수 없을 거라고 말해줍니다. 운명인지도 모르지만, 끝내 말하지 못한 신우의 사랑은 너무 일찍 슬픔을 향해 돌진하고 있습니다.


2. 미남 (박신혜)
(원래 이름은 미녀이지만 현재 미남으로 활동하고 있으니 미남이라고 칭합니다.)


원장수녀님이 서울에 오셨다는 소식을 듣고 미남은 즉시 명동성당으로 달려갑니다. 외로운 객지생활 속에서 모처럼 어머니같이 사랑하는 원장수녀님을 만날 수 있게 되었다는 기쁨이 너무도 커서, 어찌나 급했던지 매니저에게 거두절미하고 황당한 문자를 날립니다. "저는 원장수녀님께 갑니다~"

마침 안사장(정찬)으로부터 싱글 활동 제의를 받고 고민에 빠져있던 터라, 매니저(김인권)는 그녀가 모든 것을 포기하고 수녀원으로 돌아가겠다는 뜻으로 해석하여 난리를 치게 됩니다. 마침 그 옆에 있던 태경(장근석) 역시 그녀가 말도 없이 떠나버린 줄 알고 황급히 차를 몰아 그녀를 뒤쫓게 되지요.


남장을 하고 만나면 원장수녀님이 놀라실까봐 긴 머리의 가발도 쓰고, 심플한 검은 자켓과 검은 스커트와 검은 타이즈로 단장하여 예전처럼 예비수녀 비슷한 분위기를 풍기는 미남의 모습이 제 눈에는 너무도 예뻐 보였더랍니다. 딱 제가 좋아하는 스타일이예요..^^

미남의 해명을 듣고 한시름 놓은 태경은 명동성당까지 그녀를 태워다 주고, 2시간 후에 다시 데리러 오겠다고 약속을 합니다. 그런데 중간에 유헤이(유이)와 복잡한 일로 얽히면서 태경은 약속시간을 한참 어기게 되고, 그 와중에 미남은 신우의 전화 코치를 받으며 명동 유람을 다닙니다. 하지만 바로 몇 걸음 앞에 신우를 두고, 태경의 전화를 받자마자 신이나서 다시 태경과의 약속장소로 달려가는 미남... 벌써 그녀의 마음을 차지해버린 사람은 태경입니다. 태경과 마주할 때마다 가슴이 찌릿한 느낌을 받지만 너무 순진한 그녀는 아직 그 느낌의 정체를 알지 못합니다.


그녀는 스스로 자기의 감정을 알지 못하기 때문에, 말을 할래야 할 수도 없는 상황입니다. 그러나 어쨌든 말하지 못하는 사랑으로 인해 눈앞에서 태경과 유헤이가 키스하는 장면을 보며 상처를 받아야 합니다. 영문도 모르는 채, 생전 처음 사랑을 접한 그녀의 가슴앓이가 바야흐로 시작되고 있습니다.


3. 태경 (장근석)

황태경은 강신우에 비하면 시원시원하게 자기 할 말을 다 하는 스타일이긴 합니다. 그런데 정작 중요한 말은 하지 못합니다.


이를테면 미남에게 주려고 길거리 가판대에서 샀던 3천원짜리 머리핀을 계산할 때, 지갑 속에 수표밖에 없었던 데다가 뒤에서 차들이 빵빵대는 바람에 그냥 아주머니에게 10만원짜리 수표 한 장을 주고 차를 출발시켜 버렸던 이야기를 (순간 그 아주머니가 살짝 부러웠다는..;;) 굳이 미남에게 말하지 않을 줄 알았는데, 무슨 과시라도 하듯 자기 입으로 말하더군요. 시시콜콜하게는 안했지만 "그 핀이 그래뵈도 10만원짜리다... 글쎄, 나는 10만원을 지급했다니까!" 이러면서 말입니다. 좀 귀여웠어요.

그런데 정작 그녀를 좋아하고 있다는 말은 하지 못합니다. 태경은 미남에 비해서는 비교적 자기 감정을 분명히 깨달아가는 중인 듯 한데, 스스로 당황스러워서 부인하고 있는 듯도 합니다.


그렇게 머뭇거리며 말하지 못하는 와중에 엉뚱하게도 유헤이가 끼어듭니다. 태경은 미남의 정체를 폭로하겠다는 유헤이의 입을 막기 위해 원하지도 않는 그녀와의 스캔들을 인정해버리게 되지요. 사실은 그 모두가 미남을 위한 것이었지만, 그녀는 물론이고 자기 자신에게도 상처가 되는 행동이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이 지켜보는 앞에서, 사랑하지 않는 사람과 키스를 할 때 그의 마음은 모래바람 부는 사막처럼 황량합니다.

*******

아주 절실하지 않더라도 자기 감정이예요. 10%나 20%에 불과하더라도 분명히 자기 안에 있는 감정이예요. 그것을 무시하면 안 돼요. 한 걸음 다가서서 솔직하게 말하고, 그렇게 말하는 데서부터 모든 것은 시작되는 거예요. 말하지 않으면, 한 걸음 다가서지 않으면 아무것도 시작되지 않아요.

제가 바로 어제, 누군가로부터 들은 조언입니다. 항상 너무 오랫동안 머뭇거리는 저를 보면서 답답하셨던 모양입니다. '미남이시네요' 의 주인공들은 꼭 그런 면에서만 저를 닮았습니다. 말하지 못하는 사랑으로 엇갈리며 괴로워하는 그들에게 조용히 속삭여주고 싶습니다. "어서 말을 해~" 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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