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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주' 조선판 '왕자와 거지' 엘은 성공할 수 있을까?

빛무리~ 2017.05.24 21:41

드라마 '군주-가면의 주인'을 보면 자연스레 떠오르는 한 편의 유명한 문학 작품이 있다. 미국 소설가 마크 트웨인의 '왕자와 거지'다. 얼굴이 무척 닮은 에드워드 왕자와 거지 소년 톰의 운명이 필연처럼 뒤바뀌면서, 생생한 체험을 통해 밑바닥 서민들의 삶과 애환을 누구보다 잘 알게 된 왕자는 훗날 폭군이었던 아버지와 달리 진정한 성군이 된다는 이야기다. 물론 몇 가지 설정과 상황은 다르지만 '군주'의 주인공인 세자 이선(유승호)도 서민들의 삶을 직접 체험한 후 결국은 에드워드처럼 위대한 성군이 될 것이다. 

세자 이선 역의 유승호와 한가은 역의 김소현은 아역 시절부터 수많은 작품을 통해 연기 내공을 다져 왔으며, 더욱이 사극 경험이 많은 터라 현재 8회까지 방송된 '군주'에서도 전혀 어색함 없이 탄탄한 연기력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천민 이선 역의 엘(김명수)과 김화군 역의 윤소희는 좀 불안한 느낌이다. 솔직히 윤소희의 발성과 대사 톤을 듣다 보면 그 배역에는 별로 기대감을 갖지 않는 게 좋을 거라는 생각마저 든다. 하지만 엘의 연기에서는 일말의 가능성이 엿보인다. 아직 좀 설익은 듯하지만 나름의 열정이 느껴진다. 

사실 아이돌 가수 출신인 데다가 연기 경험이 많지도 않은 엘이 감당하기에 천민 이선 역할은 결코 녹록치 않아 보인다. 오히려 주인공인 세자 이선보다도 훨씬 입체적인 캐릭터이며, 변화된 위치에 따라 서서히 변해가는 인간 내면의 감정을 표현해야 한다. 게다가 어찌 보면 가장 중요한 포지션에 자리잡고 있어서, 만약 엘이 그 자리에서 역할을 충분히 다하지 못하면 유승호와 김소현이 아무리 열연을 펼친다 해도 드라마 '군주'는 결국 망작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니 엘의 책임이 그야말로 막중하다. 


다행히 엘 자신도 그 사실을 분명히 알고 있는 듯하다. 방송 전 인터뷰를 보니 스스로 말하길 ""이선의 감정 스펙트럼은 그 어떤 캐릭터보다 넓은 편이에요. 작품 초반부에는 천민이지만. 후반으로 갈수록 권력을 쥐게 됩니다... 그래서 후반부로 갈수록 어조, 폼 등 모든 것이 왕처럼 변해야 돼요. '군주'의 유일무이한 입체적 캐릭터라 고민이 많아요." 라고 했기 때문이다. 가수 활동을 주로 해 왔지만 제법 연기에 대한 욕심이 있었던 듯, 모처럼 맡게 된 주요 배역에 설레는 감정이 느껴졌다. 

그 설렘이 그만큼의 노력과 결부된다면, 드라마 '군주'는 가수 엘이 배우 김명수로 성장하는 데 굳건한 디딤돌이 될 것이다. 다만 결코 쉽지는 않을 것 같아서 좀 걱정은 된다. 세자 이선은 오직 천민들의 삶을 체험한 후 다시 제자리인 궁으로 돌아가 왕위에 오르겠다는 일념으로 달리면 되지만, 천민 이선은 자기 것이 아닌 옥좌에 앉아 불가항력적으로 머리를 쳐드는 권력욕과 싸워야 하기 때문이다. 양심과 죄책감, 욕망과 질투... 천민 이선은 미묘하게 교차되는 이러한 감정들을 복합적으로 표현해야 하는 정말 어려운 캐릭터다. 


아무쪼록 잘 해주기를 바랄 뿐이다. 이제 잠시 후 방송될 '군주' 9회에서는 왕자와 거지의 신분이 본격적으로 뒤바뀌며 전개가 급물살을 타게 될 것이다. 8회 엔딩에서 편수회의 수장인 대목(허준호)은 결국 세자 이선의 눈앞에서 임금(김명수)을 시해하고 말았다. 과연 편수회는 세상을 지배하는 어두운 권력의 핵심이며 악의 축이다. 현재는 아무도 대적할 자가 없으나, 쫓겨난 세자 이선과 왕위에 오른 천민 이선이 힘을 합친다면 끝내는 타도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다만 그 과정이 얼마나 흥미롭게 그려지느냐가 중요할 뿐이다. 

문득 사족을 한 마디 덧붙이고 싶어진다. 마크 트웨인은 수많은 명언을 남겼는데 "정직한 정치인이라는 말은 모순이다." 라든가 "인간에 대해 알면 알수록 우리 집 개가 더 좋아진다." 라는 말을 남긴 것으로 볼 때 인간에 대한, 특히 정치인에 대한 불신이 매우 깊어 보인다. '왕자와 거지'의 주인공인 에드워드 왕자는, 영국 헨리 8세의 아들로서 왕위에 올랐지만 16세의 어린 나이로 요절하고 말았던 에드워드 6세를 모델로 창조된 인물이었다. 진정한 성군이 되고자 했으나 그 꿈을 펼치지 못하고 스러져간 소년 임금이었다. 


어쩌면 "때묻은 어른으로서 정직하고 순수한 정치인은 결코 없다."는 마크 트웨인의 시니컬한 생각에서 비롯된 설정일 수도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여전히 그럼에도 희망을 놓지 않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모든 희망을 버렸다면 굳이 에드워드와 같은 인물을 창조해낼 필요도 없었을 테니까. 그 누구보다 백성(국민)의 애환을 잘 알고, 백성의 편에 서서, 백성의 권익을 위해 진심으로 노력해 줄 진정한 성군(정치인)을 마크 트웨인은 기다리고 있었던 것 같다.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가 그렇듯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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