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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귓속말' 자극적인 대본과 배우들의 뻣뻣한 연기에 실망 본문

드라마를 보다

'귓속말' 자극적인 대본과 배우들의 뻣뻣한 연기에 실망

빛무리~ 2017. 4. 3.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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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적자', '황금의 제국', '펀치'로 이어지는 박경수 작가의 묵직하면서도 신선한 작품 세계에 적잖이 매혹당했던지라 그의 신작인 '귓속말'을 꽤 오랫동안 기다려 왔다. 게다가 믿고 보는 여배우 이보영의 원톱 주연이라기에 더욱 기대가 컸는데, 한편으로는 박경수 작가가 과연 얼마나 매력적인 여주인공을 그려낼 수 있을지 우려되는 마음도 있었다. 워낙 선이 굵고 남성적인 작품 세계를 구현하는 작가이다 보니 상대적으로 여성의 섬세한 내면을 표현하는 부분에서는 좀 부족하다고 느껴왔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의 전작들은 모두 남주인공 원톱이었고, 여주인공들은 상대적으로 무척 비중이 적었을 뿐 아니라 충분히 매력적이지도 못했었다. 

막상 뚜껑이 열리니, 나의 우려가 좀 들어맞는 것 같기도 하다. 이보영의 연기력은 예상대로 훌륭하지만, 여주인공 신영주의 캐릭터가 과연 얼마 만큼의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을지는 의문스럽다. 억울하게 누명을 쓴 아버지를 구해내기 위해, 그리고 자기의 믿음을 보란듯이 배신한 젊은 판사 이동준(이상윤)에게 복수하기 위해, 신영주(이보영)는 거침없이 몸을 내던진다. 술 취한 이동준을 유혹하여 잠자리를 가진 후 그 동영상을 찍어서 (겁탈 당했다며) 이동준을 협박한 것이다. 게다가 친구의 이름을 빌려 이동준의 비서로 위장 취업까지 해 가며 뱀처럼 그 남자의 목을 죄어들기 시작한다. 


일단은 첫 회부터 방송된 그 장면이 매우 자극적이고 선정적이었다는 점에서 별로 상쾌한 느낌은 아니었다. 그리고 목적을 이루기 위해 거침없이 자신의 성(性)을 이용하는 여자의 캐릭터가 과연 얼마나 매력적인지도 의문스러웠다. 한편 신영주의 약혼자였던 박현수(이현진)는 나약한 (또는 현실적인) 마음에 그녀를 배신했다가 다시 돌아가는데, 신영주는 이미 냉혹하게 돌아섰음에도 그 마음을 숨기고 자신의 목적을 위해 박현수를 이용한다. 말하자면 상당히 남성적인 시각에서 그려진 여성의 모습이랄까. 그저 강인하고 목표 지향적일 뿐, 여성 특유의 고뇌와 떨림이라곤 전혀 느껴지지 않는 신영주의 차가운 로봇같은(?) 캐릭터에 공감하며 몰입하기는 좀 어려웠다.


 

이렇듯 (전작들에 비해서는) 다소 부족하다고 느껴지는 대본과 주인공 캐릭터도 문제였지만, 그에 못지 않게 몰입을 방해한 것은 이상윤과 박세영 등 주요 배역을 맡은 배우들의 힘이 잔뜩 들어간 연기였다. 일단 남주인공 이동준 역을 맡은 이상윤의 연기는, 좀 과하게 표현하면 내가 지금껏 보아 온 그의 연기 중에서 가장 뻣뻣해 보인다. 재작년에 방송되었던 소현경 작가의 '두번째 스무살'에서 이상윤은 정말 멋진 연기를 보여주었더랬다. 중년에 가까워진 나이에도 첫사랑 소년 시절의 풋풋함을 그대로 간직한 멍뭉이 교수님 차현석의 매력을 이상윤은 최고의 매력으로 구현해냈고, 그런 남주인공의 캐릭터에 힘입어 여주인공 하노라(최지우)의 캐릭터도 살아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이 작품에서는 왜 저토록 온 몸이 굳어진 듯한 모습으로 연기하고 있는 것일까? 너무 잘하고 싶은 욕심이 과했던 것일까? 그의 역량에 비해 지나치게 무겁고 힘든 배역을 맡은 것일까? (사실 이동준의 캐릭터는 매우 복잡다단해서, 어지간한 연기력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워 보인다.) 이제껏 이상윤은 멜로 연기에서 비교적 강했던 듯하니, 차후 이보영과의 멜로가 본격화되면 지금보다는 한결 부드러워진 눈빛과 연기를 볼 수 있을거라 기대하지만, 초반 2회까지는 솔직히 좀 실망스럽다. 그리고 최수연 역을 맡은 박세영은 말하자면 '추적자'의 김성령과 비슷한 포지션으로 보이는데, 경력 부족 때문인지 역시 포스가 많이 딸리고 어색한 연기를 보여주었다. 


물론 아직은 성급한 판단일 수 있으니 꾸준히 지켜보려 한다. 부디 회차를 거듭할수록 모든 약점이 사라지고, 전작들에서 나를 사로잡았던 박경수 작가의 진지한 시선과 힘찬 추진력과 돌풍같은 전개를 만끽할 수 있게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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