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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연기대상, 시청의 재미와 즐거움을 살리다 본문

예능과 다큐멘터리

MBC 연기대상, 시청의 재미와 즐거움을 살리다

빛무리~ 2015. 12. 31.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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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이 되면 지상파의 모든 방송사들은 저마다 시상식을 하느라 여념이 없다. 연기대상, 연예대상, 가요대상까지를 3개 방송사가 번갈아 치르다 보면 원래 방송되던 정규 프로그램들은 결방이 당연시되곤 한다. 그러니 평소 시상식에 별 관심이 없는 나 같은 시청자로서는 약간이나마 불만스럽지 않을 수 없었다. 시상식이라는 것 자체가 별로 '재미있는' 프로그램이 아니기 때문에, 한껏 모양내고 나온 연예인들이 줄줄이 호명되어 앞으로 나가 상을 받고 천편일률적인 수상소감을 저마다 길게도 말하는 모습들을 2~3시간 가량이나 멀뚱히 지켜보노라면 참으로 지루함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서 언젠가부터는 TV를 켰을 때 시상식을 하고 있으면 DVD 채널로 바꿔서 영화를 시청하거나 아예 다른 활동을 하곤 했다. 시상식 결과는 나중에 인터넷 뉴스를 통해 알아도 충분한 일이었다. 


그런데 올해는 어쩌다 보니 2015 MBC 연기대상 2부를 처음부터 끝까지 시청하고 말았다. 그것도 상당히 몰입해서, 종종 웃음까지 터뜨려가며 아주 즐겁게 시청했던 것이다. 첫번째 이유는 연기대상 2부의 오프닝 무대가 강렬하게 마음을 사로잡았기 때문이다. 보통 시상식의 오프닝에는 아이돌이 등장해서 춤과 노래를 선보였던 것 같은데, 이번에는 독특하게도 뮤지컬 배우들이 등장하여 '레베카'의 한 장면을 고스란히 재연함으로써 마치 뮤지컬 공연장에 와 있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브라운관에서도 익숙한 배우 송창의가 생동감 있는 연기로 먼저 눈길을 끌었고, 뒤이어 등장한 송상은과 장은아도 훌륭한 연기와 가창력을 보여주었다. 



개인적 취향이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가요대상이 아니라 연기대상이라면 아이돌의 축하 공연보다는 이런 쪽이 훨씬 더 잘 어울리고 시상식의 특성에도 잘 맞는 게 아닐까 싶다. 시상 또는 수상을 위해 앉아 있던 배우들 역시 자신들과의 연관 분야이다 보니 무대에 자연스럽게 집중하고 즐기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수년 전에는 시상식에서 아이돌이 축하 공연을 할 때, 배우들이 호응하지 않고 냉랭하게 앉아 있다는 이유로 오만하다는 비판을 호되게 받은 적이 있었다. 배우들이 가수들을 자기네보다 몇 등급 아래의 수준낮은 연예인들로 보기 때문에 무시해서 그런다는 거였다. 하지만 나는 그 비판에 동의할 수 없었던 게, 평소 그런 공연에 관심이 없고 즐기지 않는다면 억지로 호응해야겠다는 의무감을 느끼기보다는 무심히 그냥 볼 수도 있는 게 아닌가 싶었다. 


물론 관심이 없다 해도 예의상으로나마 호응해 주는 것이 훨씬 더 인간적이고 훌륭한 태도이긴 하지만, 별 반응이 없었다 해서 오만하다는 욕을 들어먹어야 할 이유는 없다는 것이 내 생각이었다. 어쨌든 그 당시 호된 비판에 직면했던 배우들은 그 이후 아이돌의 오프닝 공연에 그야말로 '티가 나게 애를 써서 웃으며 박수치는' 모습들이 눈에 띄었고, 심지어는 공연이 있기 전에 MC가 나서서 '아무쪼록 많은 박수와 호응을 부탁드린다'는 멘트를 하기까지 했다. 그래서 나는 공연 자체보다도 배우들의 어색한 호응을 보며 실소하곤 했는데 이번에는 달랐다. 짧지만 강렬했던 뮤지컬 오프닝 무대는 의도적인 게 아니라 자연스런 집중을 이끌어냈고 "과연 이것이 연기대상 시상식이로구나!" 하는 실감과 감동마저 느끼게 했다.



 

두번째 이유로는 대상 후보자들의 연기에 빙의(?)하여 깨알 웃음을 준 개그우먼 박나래의 패러디쇼에 있었다. '분장의 신', '천의 얼굴'이라 불리는 박나래는 대상 후보에 오른 김정은, 전인화, 김희선, 차승원, 지성, 황정음의 드라마 명장면을 패러디했는데, 설정 자체는 코믹했지만 분장은 상당히 훌륭하여 제법 그럴듯해 보였으므로 더욱 큰 웃음을 줄 수 있었다. 자칫 진지함과 식상함으로 흐르기 쉬운 시상식에 박나래의 패러디는 적절한 가벼움과 위트를 더함으로써 시청의 즐거움을 선사했다. 매우 신선하고 훌륭한 아이디어였다고 생각하며, 앞으로도 이렇게 참신한 시도가 계속된다면 시상식도 '재미있는' 프로그램이라고 인식을 바꿀 수 있을 것 같다. 



'올해의 드라마상'은 '킬미힐미'가 차지했으며, 대상은 '킬미힐미'에서 훌륭한 연기를 보여준 지성에게로 돌아갔다. 개인적으로는 시청 못한 드라마였지만 '킬미힐미'가 작품성으로 큰 호평을 받았고 특히 주연으로서 1인 7역을 연기한 지성에 대한 찬사를 무척 많이 들었던 터라 어느 정도는 예상하고 있던 바였다. 그 동안 이렇다할 '인생의 작품'을 만나지 못해 꾸준히 좋은 연기를 보여 왔음에도 상대적으로 빛을 못 보았던 배우 지성의 가치를 안타깝게 생각햇기에, 이번 MBC 연기대상은 마땅히 받을만한 사람이 받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청자투표로 대상이 결정되었는데, 일각에서는 여성팬들의 극성 때문이라며 고깝게 보는 시각도 있는 듯하지만 크게 개의할 필요는 없을 듯하다. 팬들의 극성이든 뭐든 객관적으로 납득치 못할 결과가 나온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KBS 연예대상에서 '1박2일'이 최고의 프로그램상을 수상한 것을 두고도 정준영의 여성팬들 때문이라며 욕하는 반응을 보았는데, 그 역시 마찬가지로 괘념할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 현재 '1박2일'이라는 프로그램은 충분히 그만한 자격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극성스런 팬 문화를 좋아하지는 않지만, 사사건건 그렇게 꼬투리잡고 욕하는 사람들의 태도는 더욱 좋게 보이지 않는다. 



2013년에는 이보영이 '너의 목소리가 들려'로 SBS 연기대상을 수상했는데, 2015년에는 지성이 '킬미힐미'로 MBC 연기대상을 수상했으니 지성과 이보영 부부는 결혼과 더불어 인생의 전성기를 맞이한 듯하다. 더욱이 6개월 전에 탄생한 귀여운 딸의 재롱을 보면서 그러잖아도 최고의 기쁨을 누리는 나날일텐데, 연기자로서 최고의 영예라 할 수 있는 대상까지 거머쥐었으니 금상첨화란 이런 경우를 두고 하는 말이 아닐까? 지성과 이보영 부부에게 앞으로도 좋은 연기를 기대하며, 모처럼 재미있는 시상식을 마련하여 즐거움을 선사해 준 MBC 연기대상에도 칭찬의 말을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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