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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상회담' 차별에 대처하는 가장 바람직한 자세는? 본문

예능과 다큐멘터리

'비정상회담' 차별에 대처하는 가장 바람직한 자세는?

빛무리~ 2014. 12. 2.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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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상회담' 제22회의 안건은 '차별'이었다. 직장 내 성차별로 승진의 기회가 막혀 이직을 고민중이라는 한국 여성의 안건을 주제로 G10의 활발한 토론이 이어졌다. 언제나 그렇지만 이번 주 '비정상회담'은 더욱 더 유익하고 감동적이었다. 세계 각국의 젊은이들이 모여 수많은 종류의 차별과 그에 대처하는 자세를 진솔히 털어놓으니 귀 기울여 듣고 배우며 본받을 내용이 무척 많았다. 그 중에도 특별히 내 마음에 깊이 와 닿았던 장면들은 다음과 같다. 



다니엘은 자신의 조국 독일의 역사를 이야기하던 중, 아주 차분하고 담담한 어조로 지나가듯이 말했다. "1차 대전 때 사실 독일이 잘못했잖아요, 그래서..." 독일인인 다니엘이 수많은 외국인들 앞에서 그토록 선선하게 독일의 과거 잘못을 인정하는 모습을 보니, 무척이나 멋있을 뿐 아니라 고맙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과거를 뉘우치기는 커녕 현재까지도 나날이 망언을 일삼고 있는 어떤 나라의 태도와는 너무도 비교되는 자세가 아닌가!!! 다니엘에게 감동받은 사람은 나뿐만이 아니었다. 중국 장위안은 눈물까지 글썽이며 말했다. "비정상회담 이전까지는 제 마음이 닫혀 있었지만, 이제 조금씩 열리고 있어요!" 그렇다. 인간 관계뿐만 아니라 국가간의 관계에서도 잘못을 인정하고 뉘우치는 자세를 보여준다면 얼마든지 용서와 화합이 가능한 것이다. 독일이 이토록 좋은 선례를 보여주고 있건만, 극동의 어떤 나라는 전혀 그럴 의사가 없어 보이니 안타까울 뿐이다. 



제시된 안건이 직장 내 성차별에 관한 내용이었기 때문에, 가장 먼저 시작된 토론은 '남녀차별' 문제였다. 여자들이 살기가 참 많이 좋아진 세상임에도, 아직까지 대한민국의 성 평등지수 GGI는 142개국 중 117위로 하위권에 속한다는 통계가 제시되었다. "여러분이 보시기에 한국이라는 나라는 남녀가 평등한 사회인 것 같으세요?" MC 성시경의 질문에 G10은 일제히 고개를 저으며 그렇지 못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그런데 요즘 한국 남자들의 생각은 매우 다른 듯하다. 남녀차별은 커녕 오히려 남자들이 역차별을 당한다는 주장이 날로 커지고 있는 것이다. 외국인과 국내인의 시각이 이렇게나 다른 원인은 어디에 있을까? 내 생각에는 군대 문제가 가장 크지 않을까 싶다. 아무래도 의무징병제의 엄청난 부담을 외국인으로서는 실감하기 어려울 테니까.



일일 비정상으로 참여한 호주 청년 블레어는 한국 기업에서 고용 면접을 볼 때 여성들에게 결혼을 했는지, 아이가 몇 명인지 묻는 것이 허용되느냐고 물었다. 한국에서는 너무 당연한 질문들이다. 하지만 호주에서는 그 질문 자체가 불법이라고 했다. 일과 사생활은 철저히 분리되어야 하고, 사생활을 이유로 차별하거나 불이익을 줄 수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런데 내 생각에 이 문제는 여성뿐만 아니라 남성에게도 적용된다. 장기 출장을 갈 일이 생겼을 때, 독신이라는 이유로 번번이 불이익을 당한다는 남성의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가정이 있는 남자들보다 운신이 자유롭다는 이유로 계속 자기만 출장을 가야 한다는 것이다. 이 또한 명백한 차별이다. 우리나라에도 일과 사생활을 철저히 분리하는 문화가 정착되면 남녀 모두에게 참 좋을 것 같다.   



중국의 성 평등지수는 87위로서 한국보다 훨씬 앞선 수준이다. 중국의 회사는 대부분 국가 기업이기 때문에 남녀 임금이 똑같다고 장위안은 말했다. 또한 중국에서는 1960~1970년대부터 양성평등 정책이 시행되었는데, 사회주의 국가다 보니 정책이 시행되면 무조건 따라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래서 현재는 한국보다 양성평등이 잘 이루어져 있다는 것이다. 하긴 여자의 발을 꽁꽁 동여매어 자라지 못하게 하는 전족 풍습까지 있었던 중국의 과거를 생각해 보면 현재의 변화된 모습은 놀랍지 않을 수 없다. 사회주의가 때로는 좋을 수도? ㅎㅎ



게스트로 참여한 사유리는 정말 평등하고 싶다면 여성도 남성과 똑같이 밥값을 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내 생각도 크게 다르지 않다. 당연한 권리처럼 남자에게 매번 얻어먹고 선물 사달라 졸라대며, 연애 또는 결혼을 빌미로 남자의 인생에 기생하듯 살아가는 여자들의 모습을 나는 같은 여자로서 늘 부끄럽게 여겨왔고, 스스로 그렇게 살지 않으려 최선을 다해 노력해 왔다. 그런데 한국 남성인 MC들만 사유리의 발언에 적극 찬성했을 뿐, 오히려 외국인 청년들은 그 문제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듯했다. "남자가 여자한테 밥 사주는 것은 성차별이라고 말할 수 없어요. 성차별은 다른 문제죠." 이탈리아 남자인 알베르토가 말했다. 글쎄 멋있기는 한데, 여성이 남성에게 경제적으로 지나치게 의지하는 한 결코 평등해질 수 없다는 내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벨기에 청년 줄리안이 말했다. "벨기에에서는 불과 40년 전인 1970년대까지만 해도 여자 혼자서 은행 계좌를 만들 수가 없었어요. 남편하고 같이 가야만 했죠. 그렇지만 현재 벨기에는 성 평등지수가 10위이고, EU 국가들 중 남녀간의 임금 차이가 가장 없는 나라예요. 사회가 변하려면 개인의 노력뿐만 아니라 법적인 제도도 만들어야 해요!" 음... 그렇다면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뿐만 아니라 벨기에 역시 법적 제도를 통해서 양성평등 사회 구현에 성공했다는 이야기인데, 과연 한국에서도 가능할까? 글쎄, 의무징병제가 폐지되지 않는 한 아무래도 힘들 것 같다. 가뜩이나 억울한 남성들의 반발이 너무 거세니, 법적 제도를 어찌 수월히 만들 수 있을까? 



다음 생이 있다면 혹시 여성으로 태어나고 싶은가 하는 질문에는 프랑스 로빈, 이탈리아 알베르토, 벨기에 줄리안이 손을 들었다. 세계에서 양성평등 사회가 가장 잘 이루어져 있는 유럽 국가의 청년들이었다. 알베르토와 줄리안은 남자로 한 번 살아봤으니까 여자로도 한 번 살아보고 싶다면서, 인생을 한없이 즐기는 자세를 보여주었다. (그들에겐 인생이 일종의 게임처럼 재미있게 느껴지는 걸까?) 로빈은 여자로 태어나 임신을 경험해보고 싶다 했는데, 솔직히 뜨헉 소리가 나오는 이야기였다. 고통을 겪지 않고도 자식을 얻을 수 있는 남성의 특권을 마다하고, 그 고통스런 임신을 경험하고 싶다니!!! 그런데 뜻밖에도 대륙의 남자 장위안마저 같은 소망을 갖고 있다는 것이었다. 아무래도 뭘 몰라서 그러는 것 같다. 여자들은 임신 출산의 경험이 없더라도 주변의 친구나 언니들을 통해 생생히 알게 되지만, 남자들은 결혼 전까지는 그런 문제에 관해 생각보다 굉장히 무지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한편 MC 전현무는 말하길, 다음 생에는 자기도 여자로 태어나 남자들로부터 대접받는 인생을 살고 싶다고 했다. 아무쪼록 세기의 추녀로 태어나 그 인생이 어떤지 경험해 보길! 



성차별 다음으로는 인종차별 문제가 화두로 떠올랐다. 예전에 비해 많이 좋아졌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세계 곳곳에서 인종간의 첨예한 대립과 차별이 발생하고 있음은 자명한 사실이다. 미국 청년 타일러는 차별을 없애기 위해서는 일단 '차별이 존재한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언제 어디서나 차별이 있을 수 있음을 인정하고 늘 경계하며 그 차별을 없애려고 노력하는 과정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굉장히 옳은 말인데, 솔직히 내 가슴에는 썩 깊이 와닿지 않았다. 초점이 어딘지 좀 강자의 입장에 맞춰져 있다는 그런 느낌? 약자의 입장에서는 차별이 있음을 인정하는 과정 자체가 필요치 않다. 자신이 매일 그 차별의 피해자가 되고 있는데, 새삼스레 무슨 인정을 한다는 말인가? 차별을 없애려는 노력 또한 약자보다는 강자의 입장에서 훨씬 자유롭고 강력하게 추진할 수 있다. 짓밟힌 상태의 약자들로서는 그 노력조차도 쉽지 않다. 약간 우울해지려는 찰나, 인종차별에 대처하는 한 축구선수의 유쾌한 자세가 해답이 되어 주었다. 



다니엘 알베스는 스페인에서 활약하고 있는 브라질의 축구선수라고 한다. 경기 도중 코너킥을 하러 갔는데, 한 관중이 그에게 바나나를 던졌다. 인종차별과 조롱의 의미가 담긴 모욕적 행위였다. 그런데 다니엘 알베스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그 바나나를 주워들고는 단숨에 껍질을 까서 우물우물 먹어 버렸다. 이렇게 놀랍고 신선하고 유쾌하고 의연한 대처법이 있음을 어찌 상상이나 했을까! 비로소 나는 알 수 있었다. 약자의 입장에서 차별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뜨겁게 분노하며 강하게 거부하는 자세보다, 유연하게 받아들이며 너그럽게 인내하는 자세가 더욱 필요하다는 것을.  



물론 쉬운 일은 아니지만, 궁극적으로는 이것이 정답이다. 때로는 분노의 행동도 필요할 때가 있겠지만, 그렇게 했을 경우는 또 다른 분쟁과 다툼이 일어나 새로운 상처를 입게 될 가능성이 높다. 인생이 망가질 만큼의 치명적 피해를 입은 것이 아닌 한, 다니엘 알베스처럼 쿨하게 바나나를 주워먹고 씨익 웃어주는 것으로 대처함이 가장 바람직하지 않겠는가? 솔직히 나는 파리 여행을 다녀온 후 그 곳 사람들의 불친절함에 크게 데어서, 프랑스에 관해 좋지 않은 감정을 갖고 있었다. 생전 처음으로 겪어 본 인종차별의 기억이 몹시 큰 불쾌감으로 남아서, 누군가 프랑스 여행을 간다고 하면 인종차별을 각오하라는 조언부터 할 지경이었다. 하지만 이제부터는 분노를 좀 삭이고 너그럽게 이해하려는 노력을 해볼 생각이다. 이것은 '비정상회담'의 긍정적 효과라고 볼 수 있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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