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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딸 서영이' 이삼재가 절대 죽어선 안 되는 이유 본문

종영 드라마 분류/내 딸 서영이

'내 딸 서영이' 이삼재가 절대 죽어선 안 되는 이유

빛무리~ 2013. 2. 24. 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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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일이 기적처럼 잘 풀려가던 참이었습니다. 끝내 꺾이지 않을 것 같던 이서영(이보영)의 자존심도 끝내 아버지 이삼재(천호진)의 사랑 앞에서는 허물어지고 말았네요. 최근 아버지의 변화된 모습을 보면서, 그리고 주변 사람들이 자기를 위해 얼마나 많은 배려를 하고 있었는지 깨닫게 되면서, 이서영의 차가운 마음은 조금씩 녹아들고 있었죠. 그러다가 3년 전 자기의 결혼식에 아버지가 하객 대행 아르바이트를 하러 왔었다는 사실까지 알게 되면서 이서영은 결국 무너져 내립니다.

 

 

아버지에게 해도 너무한 잘못을 저질렀다는 죄책감, 그런데도 내색하지 않고 참고 견디며 묵묵히 행복을 빌어주었던 아버지의 사랑, 그리고 예전 아버지의 잘못된 행동들도 사실은 자식들을 위하는 마음 때문에 무리한 것이었다는 깨달음 등, 이서영은 뒤늦게 밀려드는 회한에 못 이겨 무릎을 꿇고 말았지요. "잘못했어요, 아버지. 제가 잘못했어요. 용서해 주세요. 죄송해요!" 불과 한 달 전까지만 해도 있을 수 없는 일이었지만, 목숨보다 귀한 자존심도 사랑보다 귀할 수는 없다는 대원칙이 승리를 거둔 것입니다.

 

단단히 꼬였던 매듭도 일단 풀리기 시작하면 시간 문제이듯, 이서영의 철벽같은 자존심이 무너져 내리자 기다렸다는 듯 모든 일은 술술 풀리기 시작했습니다. 이삼재는 오히려 서영의 괴로움을 안타까워하며 기꺼이 딸의 사죄를 받아들였고, 결혼 후 진짜 사랑을 시작한 부부 이상우(박해진)와 최호정(최윤영)은 행복한 혼인신고를 했습니다. 귀여운 새댁 호정의 의견에 따라 그들 가족 4명은 함께 시간을 맞춰 진안에 있는 어머니의 산소를 찾아가기로 하는데, 모처럼 함께 하는 가족여행은 서로간에 남아있는 서먹함을 없애고 관계를 회복할 절호의 기회가 될테니, 삼재와 서영 부녀에게는 참으로 설레는 일이 아닐 수 없게 되었네요.

 

한편 강우재(이상윤)와 이서영의 러브라인도 은근한 불꽃처럼 다시 타오르기 시작했습니다. 서영의 첫사랑이라며 멋진 모습으로 등장해서 모두를 긴장시켰던 성태(조동혁)에게는 알고 보니 여자친구가 있었고, 그의 존재는 우재의 질투심을 자극함으로써 사랑을 가속화시켰네요. 강우재를 향한 짝사랑으로 위험한 줄타기를 하던 정선우(장희진)까지도 마음을 깨끗이 접고 미국으로 떠나며, 이서영이 자기 마음을 확인할 수 있는 기회를 일부러 마련해 주었습니다. 더 이상 자존심의 벽에 갇혀 진실을 외면할 필요가 없는 이서영은 쿨하게 질투심을 인정했고, 서로를 사랑하면서 헤어졌던 이들 부부에게도 재결합의 기쁨은 멀지 않은 듯 싶었지요.

 

 

중년커플 강기범(최정우)과 차지선(김혜욕)에게도 핑크빛 사랑은 다시 찾아 왔습니다. 차지선이 전격 이혼을 선언하고 집을 나간 후 강기범은 그녀의 커다란 빈자리를 느끼면서 평생 깨닫지 못했던 아내에 대한 사랑을 깨달았고, 아들 강성재(이정신)의 도움을 받아 생전 처음으로 이벤트까지 벌이면서 차지선의 마음을 돌리기 위한 노력을 시작했거든요. 차지선이 아직은 새침을 떨면서 받아주지 않고 있지만, 남편과 자식들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그녀는 이제 곧 강기범이 내민 손을 잡고 집으로 돌아가게 될 것입니다.

 

집 나가면 개고생이라고 예순의 나이에 기획사 연습실을 청소하면서 먹고 자는 등 험난한 연습생(?) 시절을 보내고 있던 최민석(홍요섭)은 결국 아들 최경호(심형탁)에게 거처를 들키고 말았으니, 별 수 없이 아내 김강순(송옥숙)이 목 빠지게 기다리고 있는 집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을테죠.

 

오빠네 부부 때문에 이상우와 헤어져 사랑의 피해자가 되었던 강미경(박정아)에게도 새로운 사랑이 목전에 찾아왔습니다. 바로 소녀시절에 짝사랑하던 군의관 오빠, 최경호가 바로 그 상대인데요. 아버지 최민석 못지 않은 로맨티스트이면서 냉철한 이성까지 갖춘 최경호는 미경에게 제법 멋진 연인이 되어줄 듯 싶군요.

 

 

이렇게 모든 일은 믿어지지 않을 만큼 잘 풀려가고 있는데, 너무 식상하고 밋밋한 해피엔딩은 소현경 작가의 성에 차지 않았던 걸까요? 잃었던 딸자식이 돌아오고 믿음직한 아들 부부까지 동행하여 꿈처럼 행복한 가족여행을 떠나던 날, 이삼재는 복부의 심한 통증으로 쓰러지고 말았습니다. 다음 회의 예고편을 보니, 그 병은 장파열로 인한 복막염이군요. 수개월 전의 일요일 아침, 이삼재는 산책길에서 교통사고를 당할 뻔한 사위 강우재를 구하려다 대신 차에 치어 쓰러진 적이 있었죠. 별로 심하게 부딪히지도 않은 듯했고 얼핏 보기에는 부상당한 곳도 없어 보였지만, 내장에 입은 상처는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악화되어 장파열로 이어졌던 것입니다. 그 당시에 정밀검사를 받아 보았다면 충분히 예방할 수 있었던 병인데, 이삼재가 극구 사양했고 강우재도 설마 이런 결과를 예상치 못한 탓에 안타깝게도 위급한 상황에 도달하고 말았네요.

 

천호진의 연기가 너무 리얼했던 탓일까요? 휴게소에서 호도과자를 구입하던 이삼재가 복통을 호소하며 쓰러지는 장면은 너무나 충격적이고 섬뜩했습니다. 모두 행복해질 수 있을 것 같은 현재 시점에서 느닷없는 이삼재의 발병은, 마치 냉혹한 운명의 신이 하찮은 인간들을 조롱하며 짓는 썩소처럼 느껴졌거든요. 복막염은 급성 쇼크와 패혈증으로 이어져 삽시간에 목숨을 앗아갈 수도 있는 위중한 병인데, 과연 이삼재는 이 위기를 잘 극복하고 사랑하는 자녀들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요? 아니면 그 이름 '삼재'의 느낌처럼 지극히 운도 없이, 평생 고통과 싸우다가 비로소 행복해지려는 이 때 세상과 안타까운 이별을 하게 될까요?

 

 

50부작으로 기획된 '내 딸 서영이'는 이제 마지막 3회만을 남겨놓고 있네요. 종방연까지 치렀다고 하니 벌써 결론은 확정되어 있겠지만, 저의 개인적 의견을 말해 본다면 결코 이삼재는 이렇게 세상을 떠날 수 없습니다. 그래서는 안 됩니다. 아니, 그럴 필요가 없습니다. 왜냐하면 이미 화해는 완벽히 이루어졌기 때문입니다. 아직 서영의 마음속에 오해와 앙금이 남았다면, 어쩌면 최후의 화해를 위해서 이삼재의 죽음이 필요할 수도 있겠죠. 하지만 서영은 이미 아버지를 충분히 이해했고 완전히 용서했습니다. 마음으로뿐만 아니라 말과 행동으로도 사죄를 했고, 부녀는 뜨거운 눈물로 화해를 했습니다. 그런데 이제 와서 무엇 때문에 죽어야 하겠습니까?

 

무엇보다 삼재가 지금 죽는다면 그 죽음의 원인이 서영에게 있기 때문에, 이렇게 죽어서는 안 됩니다. 서영과 관계없는 사고라든가 병으로 세상을 떠난다면 혹시 모를까, 서영이 때문에 다치고 그 상처로 인해 병을 얻어 죽는다면 이서영은 앞으로 평생 그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을 테니까요. 다른 사람이라면, 보통의 평범한 성격을 지닌 사람이라면 시간의 흐름에 따라 죄책감을 훌훌 털어버리고 살아갈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이서영은 결코 평범한 성격의 여주인공이 아닙니다. 꼿꼿한 자존심 만큼이나 엄격한 죄책감과 완벽주의 또한 그녀의 정체성이라고 할 수 있는, 아주 독특한 캐릭터예요. 여기까지 오는 데만도 얼마나 힘겨웠는데, 여기서 아버지가 자기 때문에 죽는다면 이서영은 회복할 수 없는 절망의 구렁텅이로 떨어지게 될 확률이 99%입니다.

 

 

저는 아직도 직감적으로 믿고 있습니다. 이서영은 소현경 작가가 이제껏 다루었던 작품의 모든 인물들 중에서도 가장 애착을 지닌 여주인공이라고 말이죠. 그러니 끝없는 불행의 나락으로 떨어뜨리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지금에 와서 새드엔딩은 아무런 의미가 없거든요. 이삼재는 죽더라도 지금이 아닌 나중에, 서영이가 먼 훗날 돌이켜 볼 때 고통스럽지 않도록 평화로운 죽음을 맞이해야 합니다. 지금의 일시적 충격과 고통은 해피엔딩의 감흥을 돋우기 위한 설정일 뿐이라고 생각되네요. 삼재는 무사히 회복될 것이고, 그들 가족은 고난을 겪으며 더욱 견고해진 사랑으로 서로를 뜨겁게 감싸안을 것입니다. 반드시, 꼭 그렇게 되어야만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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