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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딸 서영이' 그녀를 위해 필요했던 수많은 눈물 본문

종영 드라마 분류/내 딸 서영이

'내 딸 서영이' 그녀를 위해 필요했던 수많은 눈물

빛무리~ 2013. 2. 17.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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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영(이보영)은 참 복이 많은 아이입니다. 모나고 못나고 비뚤어졌지만, 그녀를 위해 기꺼이 고통을 감내하고 자기 삶의 방향도 변화시킬 수 있을 만큼, 그녀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으니 참 행복한 서영입니다. 아니, 그보다 더 행복한 이유는 사랑하는 사람들로부터 이해받고 있다는 사실 때문이죠. 누구나 가족을 사랑하지만, 사랑하면서도 타인을 이해하기란 정말 쉽지 않은 일이니까요. 그런데 참 운 좋게도, 이서영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모나고 못나고 비뚤어진 그녀를 마음 깊이 이해해 주고 있습니다.

 

지금 이서영의 주변 인물들은 모두 그녀를 진심으로 염려하며 그녀가 행복하기만 바라고 있는데, 여전히 독불장군처럼 '나 혼자'를 외치는 이서영의 모습은 참 못나고 이기적입니다. 하지만 그녀 스스로는 잘못되었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죠. 그런 이서영보다 다른 사람들의 마음이 훨씬 넓고 이해심 많게 느껴지는 이유는, 놀랍게도 주변인들이 그녀보다 부족한 사람들이기 때문입니다. 가장 완벽한 것이 때로는 가장 못난 것이 될 수 있음을 소현경 작가는 말해주고 있어요.

 

 

어려운 상황에서도 지나친 꼿꼿함으로 완벽을 추구하며 살아온 이서영은 타인이 자기에게 피해를 주는 것만 익숙할 뿐, 자기가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것에는 익숙치 않죠. 무책임한 아버지 이삼재(천호진)는 물론, 학창시절까지는 좀 철이 없었던 남동생 이상우(박해진)도, 그녀의 가녀린 어깨에 염치없이 기대어 살아왔던 게 사실이니까요. 그렇게 하고 싶었던 공부를 중단하고 몇 년씩 자기 인생을 담보 잡히면서까지 이서영은 돈을 벌어 가족을 부양하고 동생의 학비를 부담했습니다. 그렇게 희생하면서 속으로 더욱 완벽한 삶을 다짐했겠죠. "나는 절대로 그렇게 살지 않을 거야. 나 때문에 가족들이 피해보는 일은 없게 할 거야!"

 

하지만 결과는 참혹했습니다. 자기의 거짓말로 인해 수많은 사람이 상처입고 가정이 파탄났을 뿐만 아니라, 동생은 사랑까지 잃어야만 했으니까요. 자기가 타인들에게 얼마나 큰 피해를 주었는지를 하나씩 알게 될 때마다 이서영은 자괴감에 진저리를 칩니다. 평생 가족들에게 피해만 주는 아버지를 보면서 그렇게 안 살겠다고 다짐했건만, 지금 자신의 추한 몰골은 아버지보다 별로 나을 것도 없으니 얼마나 기막히겠어요? 아버지를 미워했던 만큼, 아니 그보다 더, 이제는 자신이 미워서 견딜 수가 없습니다. 피해를 입은 사람들이 괜찮다고, 용서한다고 해도, 너무 완벽했던 이서영은 자신을 용서할 수가 없습니다.

 

 

오히려 완벽하지 못했던 주변 사람들은 얼마든지 그녀를 이해하고 용서할 수 있습니다. 자기도 예전에 그랬으니까, 자신의 부족함으로 남들에게 피해를 준 경험이 있으니까, 그런 자신의 모습에 비추어 타인을 보면 너그러워질 수가 있는 거죠. 물론 사람마다 개인차가 있겠지만, 큰 잘못을 저지른 사람일수록 뉘우치고 나서는 성자처럼 착해질 수 있는 것이 이와 같은 이치입니다. 자기 잘못이 클수록 타인에 대한 이해심도 깊어진다는 것... 어찌보면 참 슬픈 이야기예요. 한 사람이 완성을 향해 나아가는 과정 중에는 그만큼 많은 아픔과 눈물이 필요하다는 뜻이니까요.

 

"왜 나만 바보천치 만들어? 왜 날 이렇게 잔인하게 만들어? 왜 나만 모르게 다들..." 남동생 상우가 원래 시누이 미경(박정아)과 사랑하는 사이였는데 자기 때문에 헤어졌다는 사실을 알게 된 이서영은 미칠 듯한 죄책감과 수치심과 괴로움에 휩싸입니다. 어쩔 수 없는 일이었고 다 지난 일이라고, 헤어졌어도 여전히 그녀를 사랑하는 강우재(이상윤)가 달래보려 하지만 소용이 없습니다. "이러지 말아 줘요. 난 우재씨하고 친구도 하기 싫어. 우리 그냥 보지 말자. 나 때문에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도 모르고... 내 인생 살아보겠다고 남의 인생 파토내 놓고... 우재씨를 보고 있는 게, 내가 너무 괴로워. 찢어진 속옷만 입고 서 있는 기분이야!"

 

 

놓아주기 싫은데도 기껏 행복하라고 힘들게 놓아 줬더니만 이렇게 침몰하는 서영의 모습을 보며, 결국 우재는 분통을 터뜨립니다. "또 이런다. 또 이래, 또! 내가 너 이러라고 놓아준 줄 알아? 이혼도장 안 찍고 버티면 어쨌든 너는 내 여잔데, 너 훌훌 놔주면서 나는 안 힘들었는 줄 알아? 무섭고 겁났어! 그래도 네가 아무 부담없이 제대로 너답게 살기 바래서 놔준 거야. 자유롭게 희노애락 느끼고, 느끼는 대로 표현하고, 너답게 살면서 과거의 상처 다 떨쳐내길 바래서! 그런데 너는 또 도망쳐 버리겠다는 거야?"

 

하지만 당신의 모습이 내 과거의 거울 같아서 보기 괴롭다는 서영의 말에, 우재는 마지막 한 발까지 양보하며 물러서는군요. "그래. 그게 네가 원하는 거라면, 그렇게 해. 내가 나타나는 게 네 상처를 더 건드려서 너를 더 움츠러들게 하는 거면, 그래... 나타나는 것도 하지 말아 볼게." 쓸쓸히 돌아서는 우재의 뒷모습을 보는 순간에도 이서영은 그 깊은 사랑을 헤아리지 못했고, 우재 때문에 아파하지도 않았습니다. 서영의 머릿속을 꽉 채운 것은, 자기 잘못으로 고통받았던 상우와 미경의 지난 모습들 뿐이었죠.

 

 

이런 그녀의 모습이 얼마나 어리석은가를 깨우쳐준 사람은 동생 상우였습니다. 예전에는 동갑내기 누나가 음식배달 해서 벌어다 준 돈을 사양하지도 않고 덥석덥석 받아 자기 학비로 쓸 만큼 철부지 소년이었던 상우가, 사랑과 이별의 아픔을 겪으며 어느 사이엔가 훌쩍 성장하더니 지금은 서영보다 훨씬 어른이 되어 있군요. 누나 때문에 생살 떼어내는 아픔을 참아내며 미경과 이별하고도 오히려 누나에게 미안해하던 상우입니다. "결혼한다고 할 때, 너를 말리더라도 네 마음 알아주고 말리지 못해서 미안해. 그러니까 누나... 지금처럼 행복하게 살아 줘!"
 
 

그랬는데 이제 이혼을 하고도 다시 죄책감에 발목 잡혀 허우적거리는 누나를 보니 상우도 분통이 터집니다. "이제 그만 해. 너 언제까지 피해의식 계속 덮어쓰고 살 거야? 홀로서기, 그거 혼자 살면서 혼자 밥 먹고 편한대로 자고 일어난다고 홀로서기하는 거 아니야. 사람들하고 함께 하면서 독립적인 게 홀로서기지!" 오빠처럼 자기를 야단치는 상우가 낯설어 서영은 멈칫 하는데, 상우는 그녀가 자기 안의 틀에 갇혀 못 보고 있던 가장 소중한 진실을 말해 줍니다.

 

 

"네 옆에 강우재란 사람이 있어. 이제 그 사람 마음을 좀 들여다 봐. 네 수치심보다 그 사람이 겪은 배신감이 더 클 수도 있어. 어떤 이유로든 3년 전의 그 선택은 네가 했어. 너는 아버지 때문이었지만 강우재씨는... 그런데도 그 사람, 너한테 어떤 마음으로 있는지 이젠 네가 좀 들여다 봐 줘. 이렇게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일에 또 발목잡혀 자책하며 밀어내지 말고. 강우재씨가 왜 그랬는지, 왜 미경이하고 내 얘길 못했는지 잘 생각해 봐."

 

그리고 다음은 아버지입니다. "서영이 너는 이제 아버지 그늘에서 벗어났어. 네가 이겨냈잖아. 그런데 왜 여전히 그렇게 자책 속에 살아? 네가 이렇게 제대로 못 살면, 아버지는 널 그렇게 만든 죄책감, 부채감 안고 평생 사셔야 돼. 네가 원하는 게 그거야? 아버질 용서하란 얘기가 아니야. 서영아, 아버지를 떨쳐버리라고, 아버지 때문에 생긴 상처에서 벗어나라고... 아버지만 미워해, 서영아. 네 자신을 미워하지 마!"

 

 

참으로 절묘했습니다. 작가는 어떻게 이런 대사가 머리에 떠올랐을까요? 이 한 마디로써 아버지와 동생이 그녀를 얼마나 사랑하고 있는지가 여실히 증명되었습니다. "차라리 아버지를 미워하더라도 네가 행복한 것이 아버지를 위하는 길이다." 자기 자신을 미워하며 불행해지려 하는 누나에게 상우는 간절히 부탁하고 있었죠. 이런 상우의 마음은 "나한테 정말 미안하면 내가 원하는 사과를 해야지!" 라고 외쳤던 우재의 마음과도 맞닿아 있습니다. 그가 서영에게 원하는 사과는 다른 게 아니라 그녀가 정말 행복하게 잘 사는 거였으니까요. 미안하답시고 괴로워하며 망가지는 서영의 모습은 사랑하는 사람들을 그 무엇보다 더 아프게 하는 일이었죠.

 

어린 서영을 모질게 괴롭혔던 무책임한 아버지도 원래 그런 사람은 아니었습니다. 쌍둥이가 태어나면서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하고 싶었던 공부도 포기하고 생활 전선에 뛰어들었던, 평범하고 헌신적인 가장이었죠. 거듭된 실패와 좌절 속에 비뚤어져 가면서 자식을 부양하기는 커녕 크나큰 짐이 되고 말았지만, 절대 그러고 싶어서 그랬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나름 잘 해보려고 했던 건데 인생은 뜻대로 풀리지 않았고, 황혼에 남은 것은 회한 뿐이군요. 이제 아버지가 느닷없이 복부의 통증을 호소하니 무슨 병이라도 생긴 것인지 염려됩니다. 굳이 그럴 필요는 없을 듯한데, 설마 소작가가 가족의 화해를 이끌어내기 위해 병 따위의 뻔하고 쉬운 설정을 만들지는 않았을 것 같은데, 어떻게 풀어나갈지 지켜봐야겠네요.

 

 

이서영이라는 한 사람이 껍질을 깨고 나오도록 하기 위해 수많은 사랑과 눈물이 필요했으니, 우리 자신의 삶도 다를 바 없겠지요. 이미 나를 위해 수많은 눈물이 뿌려졌음을 기억한다면, 내가 또 다시 누군가를 위해 눈물을 흘린다 해도 서럽지는 않을 것입니다. 서로 깊이 사랑하지만 부족해서 피해를 주고, 이해 못해서 상처를 주고, 그러다가 또 용서하고, 오늘은 내가 너를 위해 울면, 내일은 네가 나를 위해 울고... 이런 것이 우리 인생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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