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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스타K4' 허니지, 권력화된 오디션 프로그램의 희생양 본문

예능과 다큐멘터리

'슈퍼스타K4' 허니지, 권력화된 오디션 프로그램의 희생양

빛무리~ 2012. 10. 20.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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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3까지의 명성에 비해 시즌4에 이른 지금은 프로그램 자체의 임팩트가 많이 약해진 편입니다. 자극적인 음식이 처음에 입맛을 사로잡다가 얼마 못 가서 질려버리는 것처럼, 애초부터 '악마의 편집'으로 인기를 끌었던 '슈퍼스타K'의 잔혹성이 이제는 식상하게 느껴지기 시작한 거죠. 게다가 우승 후보로 점쳐지는 인물들을 수시로 떨어뜨렸다가 패자부활전에서 극적으로 되살리는 방식 또한 이제는 시청자들에게 그 수를 훤히 읽히고 있습니다. 어차피 떨어졌다고 해봤자 정말로 떨어진 게 아니라는 사실을 모두들 알고 있으니..;; 궁해진 제작진은 눈가리고 아웅처럼 방식만 살짝 바꾸어, 올해는 패자부활전이 없다는 둥 연막을 치면서 피해 가려 해 보았지만 결국은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런 제작진의 낚시에 수많은 참가자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미끼가 될 수밖에 없었지만, 그 중에도 가장 대표적인 케이스는 '허니지'가 아닐까 싶습니다. 이들은 원래 한 팀이 아니었죠. 원래 참가할 당시에는 '허니브라운'과 '팻듀오'라는 팀에 각각 소속되어 있던 멤버들입니다. 그런데 제작진은 '허니브라운'의 멤버 중 권태현, 배재현과 '팻듀오'의 멤버 중 박지용만을 따로 분리시켜 그 세 명을 즉흥적으로 합체시켜 놓았습니다. 방송상으로는 이승철을 비롯한 심사위원들이 합의하여 결정한 일이라는 식으로 나왔는데, 자세한 사정은 잘 모르겠네요. '허니브라운'과 '팻듀오'를 모두 슈퍼위크에서 탈락시키려다가, 그 몇몇 참가자들의 실력을 아까워한 나머지 내린 결정이라는 겁니다.

 

 

이렇게 해서 급 결성된 '허니지'를 보며, 저는 처음부터 고개를 갸우뚱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팀이라는 건 각자의 실력도 중요하겠지만, 무엇보다 서로의 마음이 통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저는 생각하거든요. 그리고 '마음이 통한다'는 건 하루이틀에 성공할 수 있는 미션이 아닙니다. 긴 시간 동안을 함께 하며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치고 서로 오해도 했다가 풀렸다가 하는 과정 속에서 천천히 이루어져 가는 거죠. 그런데 막무가내로 전혀 다른 팀의 멤버였던 사람들을 갖다 붙여서 한 팀으로 만들어 놓고 곧바로 생방송 오디션에 참가하라니, 각자의 실력이 아무리 좋다 해도 그런 식으로 해서는 힘들 것 같았고, 이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은 생각이 들더군요.

 

물론 '허니지' 멤버들의 입장에서는 거절하기 힘든 제안이었을 겁니다. 꿈을 이루기 위해서 바늘구멍을 통과하자는 심정으로 오디션에 참가했으니, 어떤 방식으로든 탈락하지 않고 올라갈 수만 있다면 그렇게 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을 테니까요. 하지만 제가 보기에 이것은 제작진이 이슈를 노리고 만들어낸 '자극적인 한 수'였습니다. '악마의 편집'이 촬영된 방송 테이프에 한정되지 않고, 드디어 참가자들 자체를 가위질하고 붙여대는 상황에 이른 거죠. 물론 한 팀의 멤버들 간에 실력차가 있어, 그 중 일부만 합격시키는 경우는 예전에도 종종 있었습니다. 그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일이었지만, 이렇게 생소한 팀을 급 결성시킨다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납득이 가지 않는 일이었어요.

 

 

게다가 탈락한 멤버들의 입장에서도 '허니지'를 바라보는 마음은 좀 다를 것 같습니다. '허니브라운'의 탈락 멤버 한찬별은 어릴 때 앓았던 뇌수막염의 후유증으로 하반신 마비의 장애를 갖게 된 참가자였는데, 시즌3 때 '울랄라세션'의 도전을 보고 희망을 얻어서 나왔다고 했었죠. 권태현, 배재현과 한 팀을 이루어 오디션에 참가할 수 있었던 것은 그만큼 서로를 아끼고 마음이 잘 통했기에 가능했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제 한찬별은 홀로 떨어져 나가서 다른 멤버들의 계속되는 오디션을 지켜봐야 합니다. 차라리 친구 둘이서만 있다면 보기가 좀 낫겠는데, 자기가 있던 자리에 다른 사람이 대신 서 있는 것을 보면 기분이 어떨까요?

 

'팻듀오'의 탈락 멤버 토니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크게 내색은 안 했지만, 머나먼 미국에서 비행기를 타고 한국까지 날아왔을 때는 그 마음 속의 열망이 오죽이나 대단했을까요? 홀로 참가할 수도 있었던 박지용이 굳이 토니와 한 팀을 이루어서 왔을 때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어서였을 겁니다. 두 사람의 음악적 색채가 잘 맞는다 생각했고, 둘이서 함께 만들어가고 싶은 음악이 있으니까 그랬던 거겠죠. 그런데 이제 토니는 혼자 쓸쓸히 미국으로 돌아갔을까요? 박지용이 다른 멤버들과 새로운 팀을 이루어, 이제까지 해 왔던 것과는 좀 다른 색채의 음악을 하는 것을 보며 무슨 생각을 할까요? 물론 친구의 성공을 기원하고 TOP12 진출을 축하하긴 하겠지만, 씁쓸한 마음을 떨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쉽지 않을 것 같던 예감은 급기야 TOP9 경연에서 '허니지'가 받은 심사평으로 현실화되었습니다. 심사위원 윤미래는 '허니지'의 무대를 보고 이렇게 평하더군요. "팀웍이 가장 중요하겠지만, 본인 각자의 캐릭터를 보여주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자기가 이 팀에서 어떤 역할을 맡고 있는지, 우리한테 좀 더 확실하게 보여줬으면 좋겠어요. 그걸 확실하게 못 보여줘서 조금 아쉬웠던 것 같아요." 그리고 이승철은 이렇게 평했습니다. "아직도 각자의 재능이 좀 숨겨져 있는 듯한 느낌이 들어요. 인원이 가장 많은데도, 이 무대에서 가장 존재감이 떨어지는 팀이었거든요. 아직도 서로가 눈치를 보고 있는, 조화롭지 못한, 밸런스가 유지가 안 되는 모습들이 안타깝게 보였습니다."

 

뭘 어쩌라는 건지... 참 기가 막히더군요. 권태현, 배재현, 박지용... 각자의 실력이 그토록 아깝게 느껴졌다면 차라리 따로 따로 합격을 시키든가 할 일이지 (TOP13가 되면 너무 많아서 이상하긴 하겠지만..;;) 만난지도 얼마 안 되는 사람들을 어거지로 붙여서 팀을 만들어 놓고서는, 그들이 서로에게 적응 기간이 필요한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인데 그게 잘 안된다는 이유로 대놓고 면박을 주다니...! 본인들의 뜻도 아니고 외부의 압력으로 갑자기 결성된 팀인데, 서로가 낯설어서 어렵고 눈치를 보게 되는 것도 당연하고, 아직 팀 내에서 각자의 포지션이 불분명한 것도 어쩔 수 없는 일이죠. 시즌3의 우승팀인 '울랄라세션'은 무려 20년 가량이나 서로 호흡을 맞춰 온 팀이 아니었습니까? 처음부터 비교 자체가 불가능한 것이고, 같은 선상에 놓고 본다는 것 자체가 불공평한 일이죠. 아무리 서바이벌 오디션이지만 말입니다.

 

 

게다가 '허니지'는 팀명 때문에 문자투표에서도 매우 불리한 상황입니다. '허니지'는 그간 언론과 네티즌에게 '허니G', 'HONEY G'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려 왔고, 방송에서도 영어 이름으로 소개된 적이 있었죠. 심지어 '슈퍼스타K4' YOP12의 공식포스터에도 허니지는 'HoneY. G'로 사인을 했었는데, 문제는 문자 투표 시스템이 한가지 이름만 인식한다는 사실입니다. '슈스케'는 팀의 공식 명칭을 한글 이름인 '허니지'로 정했고, 따라서 시청자들이 기존에 사용하던 영문 이름으로 투표하면 모두 무효표 처리가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발생하고 말았네요. 어쩔 수 없이 '허니지'의 팬들은 '이름 조심 주의보'를 발령하여 문자 투표시 특별한 주의를 기울이도록 당부하는 해프닝까지 벌여야 했습니다.

 

듣자 하니 '슈스케'의 생방송 일정은 참가자들의 건강에 무리가 갈 정도로 몹시 빠듯하다던데요. 경연 곡 준비와 연습에도 부족한 시간을 할애하여 갖가지 미션 수행도 해야 하고 캠핑도 가야 하고... 다른 문제가 없어도 그것만으로 충분히 벅찰텐데 '허니지'는 참 여러가지로 어려운 상황입니다. 낯선 팀원들끼리 서로 적응하기도 쉽지 않은 판에, 급히 만들어진 팀명이 좀 애매해서 문자 투표에서도 불리하게 되었으니까요.

 

케이블이면서도 10%를 윗도는 대박 시청률로 지상파 포함 동시간대 1위를 지키는 '슈퍼스타K'는 이미 가수 지망생들에게 있어 꿈의 무대가 되었죠. 제작진이나 심사위원들이 그 어떤 무리한 요구를 해도 거부할 수 없는, 너무 거대한 유혹이 되어 버린 겁니다. 아무래도 '허니지'는 이렇게 권력화된 오디션 프로그램의 희생양이라는 생각이 드는데, 부디 수많은 어려움을 극복하고 후회없는 결과를 맞이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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