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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탄생' 전하민, 소녀의 노래 속에서 들려온 편지 본문

예능과 다큐멘터리

'위대한 탄생' 전하민, 소녀의 노래 속에서 들려온 편지

빛무리~ 2012. 11. 1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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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올해에는 '슈퍼스타K4' 보다 '위대한 탄생3'에 거는 기대가 훨씬 더 큽니다. 이유는 지극히 단순합니다. '슈스케4'에는 다른 어느 때보다 꽃미남 참가자들이 많았던 터라 보는 눈이 즐겁기는 했지만, 안타깝게도 제 가슴을 울리는 목소리가 들려오지 않았거든요. TOP3 진출이 확정된 정준영과 로이킴은 물론 TOP6 무대에서 아쉽게 탈락했던 군인 참가자 김정환까지, 그들의 최강 비주얼은 가수와 배우들을 통틀어 현재 활동하고 있는 그 어떤 톱스타와 견주어도 손색없을 만큼 산뜻하고 완벽하더군요. 데뷔 전의 신인들이면서도 마치 잘 다듬어져 제출된 리포트처럼 세련된 느낌을 주고, 노래도 크게 흠잡을 데 없이 잘 하고... 하지만 거기까지였습니다. 

 

 

그에 비해 '위탄3'에서는 가슴을 울리는 목소리를 두 차례나 들을 수 있었습니다. 첫 등장부터 '리틀 임재범'이라는 별명을 얻으며 센세이션을 일으킨 한동근의 등장은 저에게도 무척 새롭고 신선한 충격이었지요. 그의 실력은 아직 빙산의 일각밖에 드러나지 않은 듯하고, 앞으로 그가 우리에게 보여줄 모습들은 참으로 놀랍고도 다양할 거라는 예감이 강하게 듭니다. 예선 촬영분의 방송이 어서 끝나고 '위대한 캠프'가 시작되기를 애타게 기다리는 이유는 한동근의 새로운 모습을 빨리 보고 싶어서예요. 그리고 제 가슴을 울린 두번째 목소리는 15세 소녀 전하민 양의 노래에서 들을 수 있었습니다.  

 

 

전하민 양이 '위대한 탄생'에 지원한 이유는 부모님의 이혼 후 소식이 끊겨 버린 아버지를 다시 만나고 싶어서였답니다. 아빠가 정말 가수처럼 노래를 잘 하셨다고, 어릴 적에 노래방에 함께 가서 들었던 아빠의 노랫소리를 지금도 잊을 수 없다고, 하민이는 말하더군요. 무려 24년 전에 발표된 최호섭의 '세월이 가면'이라는 노래가 15세 어린 소녀의 애창곡이 된 이유도 오직 아빠가 좋아하셨던 노래이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중에 눈물을 닦아내는 소녀의 모습이 애처롭기는 했지만, 노래를 듣기 전에는 별로 공감하지 못한 채 그냥 그런가보다 했습니다. 나중에 생각해 보니 이것은 어른의 무디고도 잔인한 감성이었네요. 아픈 사연을 지닌 참가자가 워낙 많다 보니 부모님의 이혼쯤은 별 것 아닌듯 느껴졌던 거예요. 부모님이 돌아가신 것도 아니고 몸에 치유하기 어려운 병이 있는 것도 아니고, 요즘 세상에 이혼이야 흔한 일인데 뭐... 무의식중에 이런 생각을 했던 모양입니다. 하지만 사랑하는 아빠와 헤어져 오랫동안 소식조차 듣지 못한 채 살아온 소녀의 가슴에 새겨진 아픔이란, 어른들의 계산적이고 무딘 감성으로 재단할 수 있는 종류의 것이 아님을, 그녀의 노래 첫 소절을 듣는 순간 쿵~하고 깨달았습니다.

 

 

"그대 나를 위해 웃음을 보여도, 허탈한 표정 감출 순 없어~" 담담한 표정 속에도 얼핏 눈물이 고인 듯한 소녀의 눈망울... 벅찬 슬픔의 무게에 휘청이는 듯, 살짝 목이 메는 듯한 음성... 그 느낌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군요. 타고난 목소리 자체는 굉장히 좋았지만 가창력이 아주 훌륭한 편은 아니었습니다. 다만 그 노래에 담긴 감성이 너무도 진하게 전달되어 왔기 때문에, 순간 놀라서 정신이 아득해질 지경이었어요. 설마 15세 소녀가 노래를 그렇게 부를 거라고는 전혀 예상치 못했거든요. 첫 소절을 듣자마자 제 가슴은 주체할 수 없이 먹먹해졌고, 화면에 비친 심사위원 박완규의 모습을 보니 그 또한 느닷없이 북받치는 감정에 당황한 듯 입술을 깨물고 있었습니다.

 

전하민의 노래는 결국 박완규의 눈에서 폭풍 눈물을 끌어내고야 말았습니다. 제가 알기로는 박완규 역시 생계 문제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이혼을 했고, 그래서 아이들과 떨어져 지내고 있다 하더군요. 물론 소식을 끊은 것은 아니고 가끔씩 만나서 좋은 시간도 보내는 모양이지만, 부모로서 아이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떨쳐내긴 어렵겠지요. 그러잖아도 전하민 양이 등장할 때부터 자기 딸과 동갑이라며 다정한 시선을 보내던 박완규였는데... 

 

 

가사의 의미를 충분히 파악하기엔 아직 어려서일까요? 의도적으로 감정 이입을 한 게 아니라 그냥 불렀을 뿐이라고 전하민은 말했는데, 이상하게도 노래에서는 서늘하도록 깊은 아픔이 묻어났습니다. 그 이유는 그녀의 가슴에 이미 새겨진 상처 때문이라고 박완규가 말했는데, 저도 그렇게 느껴지더군요. 가슴 속 상처에 채워진 슬픔이 맑은 영혼을 통과해서, 의도하지 않아도 생각하지 않아도 절로 뿜어져 나온다고나 할까요? '세월이 가면'의 가사 한 소절 한 소절은 모두 그녀의 마음이 무의식중에 써 내려간 편지처럼 들려왔습니다.

 

"나는 알고 있어요. 우리의 사랑은... 이것이 마지막이라는 것을...
 서로가 원한다 해도 영원할 순 없어요. 저 흘러가는 시간 앞에서는..."
(옛날에 우리는 행복했었죠. 아빠와 나는 서로 사랑했고, 함께 있어서 참 좋았어요.
 하지만 그게 마지막이었네요. 나도 이젠 알아요.
 아무리 사랑해도 영원히 함께 할 순 없다는 걸 말이에요...)

 

 

"세월이 가면... 가슴이 터질 듯한... 그리운 마음이야 잊는다 해도...
 한없이 소중했던 사랑이 있었음을... 잊지 말고 기억해 줘요..."
(나는요, 가끔씩 아빠가 보고 싶어서 가슴이 터질 것처럼 아플 때가 있어요. 아빠도... 그런가요?
 이제 세월이 많이 흘러서, 아빠가 혹시 나를 잊어버린 건 아닌지... 가끔은 걱정도 되네요.
 그러니 잊지 말고 기억해 줘요. 나도 잊지 않고 기억할게요.
 저 오래된 사진 속의 우리는... 서로에게 한없이 소중했던 사랑이었으니까요...)

 

하민이가 원하는 것은 아빠가 돌아와서 예전처럼 함께 살자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이미 '어쩔 수 없는 아픈 일'들이 너무나 많은 어른들의 세상을 알아버린 성숙한 소녀가 아빠에게 바라는 것은, 그저 끊긴 소식이나 다시 전해주고 가끔씩 얼굴이나 비춰주는 것... 그리고 자기가 꿈을 위해 열심히 노력하는 것처럼 아빠도 어디서 무엇을 하든 열심히 살아가는 것뿐이었습니다. 차라리 아이답게 보채기라도 하면 덜 아플 것 같은데, 눈물 고인 눈으로도 쿨하고 담담한 표정만 짓는 하민이의 모습은 가슴을 미어지게 하더군요... 부디 이번 기회에 그 아픔이 아름다움으로 승화되기를 바라며, '위대한 탄생3'에서 그녀의 행진이 언제까지 이어지든 그녀를 응원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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