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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랄라세션, 절규하는 서쪽 하늘에 떨림이 멎지 않는다 본문

예능과 다큐멘터리

울랄라세션, 절규하는 서쪽 하늘에 떨림이 멎지 않는다

빛무리~ 2011. 11. 2.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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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띤 막판 경쟁으로 치닫고 있는 '슈퍼스타K3'의 TOP3에 무사히 안착한 울랄라세션은, 까칠한 심사위원 이승철로부터 "너무 프로라서 이런 오디션 프로그램과는 잘 맞지 않는 것 같다"는 극찬을 들을 만큼 실력파 그룹입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32세의 리더 임윤택은 위암 4기의 환자로 투병 중에 있지요. 오디션이 진행되는 와중에도 체중이 급격히 감소하고 있으며, 나날이 파리해지는 얼굴은 보는 이의 마음마저 옥죄어 옵니다.

그 동안 울랄라세션은 모든 장르를 소화해내는 음악적 실력 만큼이나, 인격적으로도 훌륭한 품성을 나타내 왔습니다. 콜라보레이션 과제를 수행할 때, 미국인 크리스와 한 그룹으로 묶이게 되자 그의 입장을 배려하여 일부러 팝송을 선곡하는 배려심까지 보여주었지요. 둘 중 한 팀은 탈락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는데 상대에게 더 유리한 선곡을 해주었다는 것은 숭고한 희생 정신이라고 봐야겠지요. 팀을 이렇게 이끌어가는 중심에는 단연 리더 임윤택이 있었습니다. "그분은 혼자이고, 저희는 넷이잖아요.." 그러니 자기네가 양보하는 것이 너무나 당연하다는 듯, 빙긋이 웃던 모습이 기억납니다. 


TOP4의 경연 미션은 심사위원 3사람의 노래를 부르는 것이었는데, 울랄라세션은 이승철의 '서쪽 하늘'을 선택했습니다. 영화 '청연'의 OST로 사용되었던 노래인데, 여주인공을 맡았던 배우 장진영은 몇 년 후 위암으로 세상을 하직했지요. 임윤택이 자신의 병을 진단받던 날, 의사는 그의 증세가 故 장진영과 유사하다면서 많이 힘들겠다고 말했답니다. 장진영이 수술을 받을 수 있었는데도 받지 않은 이유는, 배우로서 몸을 망가뜨릴 수 없다는 신념 때문이었다고도 말했답니다. 그 사연을 알게 된 후 임윤택은 마치 자신의 이야기처럼 느껴지는 '서쪽 하늘'이라는 노래를 무척이나 많이 불렀다더군요.

다른 멤버들이 이승철의 콘서트에 초청받아 갔을 때, 임윤택은 그들과 함께 하지 못하고 홀로 병원을 찾았습니다. 의사를 만나고 나온 그는 카메라 앞에서 "검진 결과는... 비밀입니다" 라고 말하더군요. 중요한 시기인데 자기 때문에 다른 멤버들의 마음이 흔들릴까봐 말하지 않는 거였지만, 더욱 깊어진 병세를 숨길 방법은 없었습니다. "괜찮습니다. 얼마나 오래 사느냐보다는, 어떻게 사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저 괜찮아요.." 임윤택의 표정이 담담할수록, 지켜보는 가슴은 더욱 미어졌습니다.

故 장진영이 천생 배우였듯이 자신도 천생 노래하는 녀석이라서, 무대에만 올라가면 다 잊게 된다는 임윤택... 과연 무대 위에서 그가 보여주는 모습은 신체 기능이 약화될 대로 약화된 위암 4기의 환자라고는 도저히 볼 수 없을 만큼, 매번 힘과 열정이 넘치는 것이었습니다. 폭발하는 가창력도 그렇거니와 비보이 출신답게 신들린 춤사위를 보여줄 때는 더욱 그러했습니다. 지금의 활기찬 저 모습만이 진짜라면... 그 외의 모든 현실은 거짓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서쪽 하늘'은... 지금까지의 여타 무대와는 상당히 느낌이 달랐습니다. '미인' 이라든가 '나쁜 남자' 등의 경쾌한 노래를 소화할 때는 찰나의 순간이나마 무대 밖의 현실을 잊을 수도 있었는데, 이번에는 오히려 노래가 흐르는 동안 슬픈 현실을 더욱 생생히 절감할 수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가사와 멜로디 모두가 故 장진영의 치열했던 마지막 삶을 떠올리게 했고, 그 기억들은 어쩌면 그녀의 뒤를 따라 걷게 될지도 모르는 임윤택의 현실과 맞물렸기 때문입니다.


"서쪽 하늘로 노을은 지고... 이젠 슬픔이 되어버린 그대를... 다시 부를 수 없을 것 같아... 또 한번 불러보네..." 지금은 4명의 멤버가 나란히 곁에 서서 노래하고 있지만, 그 이름을 다정히 부를 수 있는 날들은 얼마나 남았을까요? "사랑하는 날... 떠나가는 날... 하늘도 슬퍼서 울어 준 날... 빗속에 떠날 나였음을... 넌 알고 있는 듯이..." 이미 모든 집착을 내려놓고, 삶과 죽음에 초연한 듯한 임윤택의 표정과 너무 잘 어울려서 슬픈 가사였습니다. 무대에 오르기 전에 대기실에서 통곡이라도 하다 나왔는지, 다른 멤버들의 퉁퉁 부은 눈매에는 울었던 기색이 역력한데, 오직 임윤택의 얼굴에만 눈물의 흔적이 없었습니다. 아마도 "검진 결과는... 비밀입니다" 라고 말하는 임윤택의 영상이 생방송 중에 나오는 것을 멤버들이 보고 충격을 받은 게 아닐까 싶더군요.

"비가 오는 날엔 난 항상 널 그리워 해... 언젠간 널 다시 만나는 그날을 기다리며... 비 내린 하늘은 왜 그리 날 슬프게 해... 흩어진 내 눈물로 널 잊고 싶은데..." 아직 이별은 준비되지 않았군요. 잊고 싶지만 잊을 수 없을 것이고, 언젠가 다시 만날 날을 기약 없이 기다리게 될 것입니다. "가고 싶어, 널 보고 싶어, 꼭 찾고 싶었어... 하지만 너의 모습은 아직도 그 자리에..." 22살의 막내 박광선은 노래하면서 줄곧 울고 있었습니다. 어떻게든 붙잡고 싶은 마음은 간절하건만, 잔인한 현실은 그대로입니다. 이어서 피를 토하듯 절규하는 박승일의 샤우팅이 터져나왔습니다. 그 기나긴 한 마디의 외침 속에서, 그들이 느끼는 모든 고뇌와 그리움이 그대로 전달되어 왔습니다.


"흩어진 내 눈물로 널 잊고 싶은데... 하지만 난 널 사랑해..." 아무리 고통스러워도 사랑을 거부할 수야 없는 일이지요. 울랄라세션의 '서쪽 하늘' 무대를 본 이후로, 제 가슴에는 대책없는 떨림이 시작되었습니다. 노래하는 중에도 끝없이 흐르던 박광선의 눈물... 선글라스에 감춰져 있던 김명훈의 부은 눈매... 처절하기 이를 데 없던 박승일의 고음 샤우팅... 그리고, 홀로 담담하던 임윤택의 얼굴... 이 모든 것들이 수시로 머릿속에 떠올랐습니다. 저는 왠지 모를 두려움마저 느끼면서도 어쩔 수 없는 이끌림에 수없이 동영상을 재생해 보았습니다. 아무리 여러 번을 보아도, 보고 들을 때마다 세찬 떨림을 멈출 수는 없었습니다.

'기적'이라는 단어가 존재하는 이유는, 실제로 '기적'이 존재하기 때문이라죠. 부디 이 수많은 사람들의 간절한 떨림이 모여서, 눈에 보이는 기적을 만들어낼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어쩌면 서쪽 하늘로 먼저 떠나간 장진영의 영혼이, 그들의 노래를 듣고 감동해서 도와주지 않을까요? 아직은 때가 아니라고... 그대는 좀 더 오랫동안 이 세상에 남아서, 좀 더 많은 노래를 부르다가 와야 한다고... 임윤택의 등을 떠밀어 주지 않을까요? 들을 때마다 별의별 생각으로 실낱같은 희망이나마 붙들고 싶어지는... 울랄라세션의 '서쪽 하늘'은 그토록 심장이 떨리는 노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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