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김학철 (5)
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하이킥3 - 짧은 다리의 역습' 제3회... 사기를 당해서 쫄딱 망한 안내상네 식구들은 당숙의 집에 의탁하러 경주까지 갔는데, 어이없게도 당숙이 오래 전에 죽었음을 알게 되었지요. 일가족 네 명은 무일푼으로 길바닥에 널부러진 채 배고픔에 시달리다가, 경주에서 제일 큰 한의원집 아들 강승윤을 만나 피자 한 판을 얻어먹습니다. 원래 부자였던 사람들로서는 엄청나게 굴욕적인 상황이지만, 그저 코믹하게 처리되는 바람에 큰 비애가 느껴지지는 않았습니다. 이 가족들은 천성적으로 그닥 자존심이 강하거나 심각한 타입은 아닌 모양입니다. 현재까지의 느낌으로는 모두들 푼수떼기라고 할만큼 즉흥적이고 주책맞은 편이며, 또한 최악의 상황에서도 별 고민 없는 듯 상당히 긍정적이군요. 어쨌든 살 길이 막막해진 이들은 결국 윤유선의..
공중파보다 비교적 자유로운 케이블 방송이기에 오히려 김병욱표 시트콤의 진가를 보여주리라 기대했던 '원스어폰어타임 인 생초리'가 벌써 13회에 이르렀는데, 지금까지의 행보는 솔직히 실망스러운 편이었습니다. 시트콤의 특성상 각 회마다 개별적 에피소드로 진행된다 해도, 그 중심이 되는 큰 줄거리는 뚜렷이 잡혀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해서 굉장히 산만했거든요. 멜로는 멜로대로 밍숭밍숭하니 지지부진하고, 심각한 미스테리 부분도 뭘 어쩌자는 건지 계속 떡밥만 흘릴 뿐 그닥 진전되는 것이 없었습니다. 무엇보다 주인공들의 감정이 섬세하게 표현되지 못해서 몰입도가 현저히 떨어졌습니다. 멜로의 중심에 서 있는 4명의 남녀 중, 이제까지 자신의 감정을 명확히 자각하고 있는 사람은 오직 한지민(김동윤) 밖에 없었지요. 다른 ..
'원스어폰어타임 인 생초리' 일주일을 목빠지게 기다린 것에 비해서는 허무할 만큼 실망스러운 4회였습니다. 1회부터 3회까지는 삼진증권 식구들이 생초리로 내려오게 된 계기를 설명하는 데 할애되었다면, 4회부터는 드디어 인물들 사이의 갈등구도가 본격화되는 시점이니 진짜 재미는 지금부터라고 볼 수 있었거든요. 그런데 기껏 좋은 재료들을 준비해서 기대치를 높여 놓더니, 첫 밥상의 요리를 망쳐 버린 경우라 하겠습니다. 밥이고 반찬이고 대충 만든 것처럼 설익은 느낌이더군요. 일단 조민성(하석진)과 유은주(이영은)의 갈등을 주된 소스로 풀어나가긴 했는데, 민망할 만큼 유치하고 재미가 없었습니다. 까칠한 것도 정도가 있어야 하는데 사사건건 투덜대면서 누구에게나 말을 함부로 해대는 조민성의 모습은, 원래 그런 캐릭터임을..
저는 일전에 포스팅한 '이성모에게 다가오는 죽음의 그림자' 편에서, 이성모(박상민)의 캐릭터에는 차라리 새드엔딩이 더 나을 것 같다는 의견을 제시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아무래도 시청자들 중에는 저와 같은 생각을 지닌 사람보다, 해피엔딩을 바라는 마음으로 이성모가 죽지 않았으면 하는 사람이 더 많은 듯 싶더군요. 제발 이성모를 살려달라고 작가에게 애원하는 글들도 시청자게시판을 비롯해 여기저기서 발견할 수 있었지요. 요즘 제작진들은 시청자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렴하는 경우도 꽤 많은 편이라, 그런 절대 다수의 입김이 영향력을 발휘했을 가능성은 충분히 있습니다. 드라마가 처음 출발할 때부터 이성모의 죽음은 이미 예정된 것으로 보였었는데, 지금의 추세로는 끝까지 살아남을 듯 싶군요. 불사신 수준의 놀라운 생..
좀처럼 케이블 방송 쪽으로 시선을 돌리지 않던 제가 요즘은 연달아 특정 케이블 방송을 기다리느라 목을 빼고 있습니다. 뒤늦게 꽂혀버렸던 '슈퍼스타K'가 끝나자 마자, 결코 외면할 수 없는 김병욱 사단의 시트콤(드라마?) '원스어폰어타임 인 생초리' (이하 '생초리')가 야심차게 출발하니 어쩌겠습니까? 집에 케이블 방송이 나오긴 하는데 Mnet 채널이 몇 번인지 tvN 채널이 몇 번인지조차 모르던 저는, 리모콘을 들고 채널을 하나씩 넘기면서 해당 방송사를 찾아내는 일부터 시작했습니다. 다행히 쉽게 찾아지더군요..ㅎㅎ 20부작으로 만들어지는 '생초리'는 시트콤보다 오히려 정통 드라마에 가까울 것이라는 제작진의 발표도 있었고, 김병욱 감독은 총괄 기획만 했을 뿐 실제로 메가폰을 잡은 연출자는 김영기, 조찬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