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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욱씨남정기' 후속 드라마 '마녀보감', 동시간대에 함께 출발한 '디어 마이 프렌즈' 쪽으로 일찌감치 마음을 굳힌 터라 큰 관심은 없었지만, 방송 후 내 블로그에 '흑주술'이라는 키워드로 유입량이 급증했기에 검색하다가 이유를 알게 되었다. 해당 포스팅은 드라마 '해를 품은 달'과 관련하여 4년 전에 썼던 것인데, '마녀보감' 1회에 흑주술이라는 소재가 다뤄짐으로써 대중의 관심이 다시 집중되었던 모양이다. 갑자기 궁금해져서 시청해 보았는데, 무녀 홍주 역을 맡은 염정아의 열연과 더불어 흑주술 부분은 제법 임팩트 있게 표현된 것 같지만 차후의 내용 전개에는 크게 끌리지 않는 터라 계속 시청할지 어떨지는 잘 모르겠다. 시대 배경은 조선 명종 때이다. 실록에 따르면 명종의 유일한 아들이었던 순회세자가 13세라는..
'옥중화'의 옥녀(진세연, 아역 정다빈)는 매우 특별하다. 필자의 개인적 체험으로는 이제껏 그 어떤 드라마에서도 본 적 없는 여주인공이다. 특히 '대장금'을 비롯한 이병훈 감독의 전작들에 어떤 여성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했는지를 돌이켜 보면 더욱 놀랍지 않을 수 없다. 이것은 새롭고도 흥미진진한 실험이다. 사실 '옥녀'와 같은 캐릭터는 착하고 올곧은 여주인공의 대척점에서 끈질기게 괴롭히는 악녀의 포지션에 훨씬 적합하기 때문이다. '옥중화' 1~2회를 시청한 후 옥녀에게서 떠오른 이미지는 장금(이영애)이 아니라 금영(홍리나) 또는 최상궁(견미리)이었다. 고작 열 다섯 살의 어린 소녀임에도 옥녀는 매우 영악스럽고 정치적인 기질을 지녔다. 그녀는 절대 속마음을 겉으로 내뱉지 않고, 상대방의 귀에 꿀처럼 달게 느껴..
영화에서는 감독의 역할이 절대적이지만, 상대적으로 드라마에서는 작가의 역할이 매우 큽니다. 영화 시나리오는 연출자인 감독이 직접 쓰는 경우도 많지만, 드라마 대본은 전문 드라마 작가가 아닌 이상 쓰기 어렵죠. 영화에서의 '스토리'가 영상미나 배경음악 등과 마찬가지로 작품의 여러 가지 구성 요소 중 하나에 불과하다면, 드라마에서는 '스토리'가 작품 전체의 80% 이상을 좌우한다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스토리의 비중이 높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것이 절대적인 원칙은 아니며 예외의 경우도 있을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장르의 특성이 그러한지라 저는 드라마를 선택할 때 연출자보다는 작가의 이름에 더 주의를 기울이는 편입니다. '허준'과 '대장금'의 눈부신 대성공에 힘입어, 1944년생의 노익장 이병훈 감독은 이 ..
정말 어이가 없습니다. 그토록 순수해 보였던 청년 노지훈이 자신의 중요한 경력을 속이고 대국민 오디션 프로그램에 지원해서, 최종 10인의 엔트리에 포함될 때까지 천연덕스런 연기를 해 왔다는 사실은 너무나 충격입니다. 지금껏 그의 이미지가 꾸밈없고 거짓없어 보였던 만큼, 이제 와 돌이켜 보면 그 모든 모습들이 가증스럽게만 느껴질 뿐입니다. 드라마 '허준'에 '예진아씨'로 출연했던 황수정이 불륜과 마약으로 구속되었을 때, 유독 다른 연예인들보다 더욱 큰 질책에 시달렸던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올곧고 청순하고 단아한 이미지로 어필하던 사람이 실제로는 전혀 다른 인물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자, 대중은 배신감에 치를 떨며 더욱 차갑게 등을 돌렸던 것입니다. 처음에는 다듬어지지 않은 원석처럼 보이다가, 점차 놀라운 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