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하이킥 (121)
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지붕뚫고 하이킥' 93회에서 세경은 갑자기 목도리 부자가 되었네요. 목도리라는 소품이 굉장히 유용하게 쓰이는군요. 그 단순하고도 구하기 쉽고, 값도 싸고, 떨어뜨려도 깨질 위험도 없고, 겨울이라는 계절에 너무도 잘 어울리는 목도리라는 아이템을 선택한 제작진의 혜안에 감탄할 뿐입니다. 어제 92회에서 생전 처음 보는 국밥집의 욕쟁이 할머니도 세경의 눈빛만 보고 지훈에 대한 연정을 알아차리는데, 눈치 100단 고수인 지훈이가 그녀의 감정을 알아차리지 못했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의견이 대다수더군요. 저는 어제까지만 해도 지훈이가 모르고 있다 쪽이었는데, 그것은 이지훈 캐릭터를 좀 보호해주고 싶은 감정이 앞서서 그랬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참 멋있는 캐릭터인데 망가지게 하고 싶지 않아서요. 사실 제가 보기에도 ..
준혁(윤시윤)의 친구 세호(이기광)가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소설의 내용이 '지붕뚫고 하이킥' 90회의 주요 테마로 자리잡았습니다. 그런데 제가 보기에 세호의 소설은 그냥 단순한 환타지 충족이라는 수준에서 머물지 않고 그 이상의 의미를 갖고 있는 듯 하네요. 물론 좀처럼 진행되지 않는 준혁과 세경(신세경)의 러브라인을 지지하는 팬들을 위한 서비스 개념도 있었겠지만, 김병욱 PD의 시트콤은 군데군데에 세심한 복선을 깔아놓는 경우가 많으니 만큼, 이렇게 한 회차를 모조리 소비하면서까지 세호의 소설을 형상화시킨 이유를 단지 팬서비스 차원으로만 생각하기는 어렵습니다. 제가 보기에 세호의 소설이 암시하는 것은, 현재 진행중인 네 청춘 남녀의 러브라인이 이루어지지 않는 것을 의미합니다. 세호가 소설을 쓰기 시작한 이..
'지붕뚫고 하이킥'의 김자옥 여사는 나이가 많아도 엄연한 미혼여성입니다. 결혼한 적이 없음은 물론이고 어쩌다보니 연애조차도 이순재 옹과의 연애가 처음이라네요. 사귀기 시작한지 100일째 되는 기념일을 순재옹이 미처 생각하지 못하고 있었을 때, 서운한 표정으로 그녀가 말했었지요. "하긴 선생님은 저와는 다르시겠지요. 저는 뭐든지 선생님하고 해보는 게 처음이라, 매번 설레고 기대되는데..." 그녀의 상심한 표정을 본 순재옹은 "깜짝 놀라실 서프라이즈 파티를 준비하고 있었다" 며 허풍을 치게 되고, 결국 잠실 종합운동장을 통째로 빌려 공연하며 '네버엔딩 스토리'를 열창하다가 무리하여 쓰러지는 에피소드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다음 달에는 그 이벤트로 인하여 회사 재정에 구멍이 나게 되는 웃지 못할 사태가 발생하기..
(부제 : '지붕뚫고 하이킥'... 세경과 지훈과 준혁... 또 비껴가는 그들의 일기) 세경 : 내일이 준혁 학생의 생일이라고 한다. 나는 진심으로 축하해 주고 싶다. 만약 그가 없었다면, 이 집에서 나의 하루 하루는 훨씬 더 힘들었을 것이다. 될 수 있으면 그가 원하는 것을 선물해 주고 싶어서, 일부러 용기를 내어 직접 물어 보았다. 준혁 학생은 지난번에 내가 떠 준 목도리로 충분하니 더 이상의 선물은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지만, 나는 계속 말해 달라고 졸랐다. 그가 너무 편해서 나는 이렇게 졸라대기도 하고 장난도 치고 웃기도 한다. 그는 함께 영화를 보자고 말했다. 내가 해줄 수 있는 일이라서 다행이다. 준혁 : 내 생애 최고의 생일이다. 모든 것은 언제나와 똑같지만, 그 한가운데에 세경, 그녀가 있다..
옛날 옛날에... 아니, 그렇게 옛날은 아닌지도 모르겠는데... 해리라는 어린 공주님이 살았어요. 공주라고 하니까 아주 예쁘고 사랑도 듬뿍 받았을 것 같지요? 그런데 이상하게도 해리 공주는 그렇지를 못했어요. 해리 공주의 할아버지와 아버지는 큰 회사의 사장님과 부사장님이에요. 임금님처럼 돈이 많아요. 그래서 언제나 해리 공주는 예쁜 옷을 입고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었어요. 하지만 그냥 그것뿐이었어요. 해리네 나라보다 더 가난한 이웃나라 왕자님과 공주님은 모두 가족들과 어울려 재미있게 노는데, 그 커다란 궁궐같은 집안에서 해리 공주는 늘 혼자예요. 심지어는 크리스마스 이브에도 아빠와 엄마는 해리를 혼자 놔두고 둘이서만 저녁을 먹으러 나갔어요. 할아버지도, 삼촌도 모두 여자친구가 있어서 자기들만 행복했을..
예고된 대로 '지붕뚫고 하이킥'에 이나영이 까메오로 출연했습니다. 그런데 너무 짧은 방송 시간에 두 갈래의 에피소드를 담다 보니 아무래도 충분한 표현을 하기에는 부족했던 것 같습니다. 그저 과거에 지훈(최다니엘)과 사랑했던 여인이며, 무슨 이유 때문인지 그를 버려서 죽을 만큼 힘들게 했으며, 이제와서는 또 무슨 이유 때문인지 다시 돌아와 본모습을 숨긴 채 그를 잠시 만나고 돌아갔다는... 그냥 그렇게 평범한 이야기만을 전달했을 뿐입니다. 특이한 점이라면 남장을 하고 나타났다는 정도겠군요. 사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이미 몇몇 분들이 지적하셨던 것처럼 불편한 느낌이 없지 않아 있습니다. 최근에 찍은 영화 '아빠가 여자를 좋아해' 홍보를 위한 까메오 출연임이 너무 적나라하게 드러나서 말이죠. 이나영이 보여주던..
제가 만약 2007년 초에도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었다면, 저는 '하얀 거탑'의 장준혁 캐릭터에 대해서 거침없이 비판을 해댔을 것이며, 어쩌면 지금 제가 '하이킥'의 황정음 캐릭터를 비판하는 것보다 훨씬 높은 수위가 되었을 것입니다. 장준혁도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현실적이기는 하지만 옳지는 않은" 캐릭터였습니다. 당시 '장준혁 신드롬'의 선풍적 인기를 기억하십니까? 그 장준혁 신드롬에 정면으로 대항할 수만 있다면, 저는 하고 싶었습니다. 연기자 김명민에 대해서야 감탄과 존경을 금할 수 없는 마음이 저도 남들과 똑같았으나, 장준혁 캐릭터에 대해서만은 남들과 다른 의견이었습니다. 장준혁은 명의(名醫)였지만, 인의(仁醫)는 아니었습니다. 물론 의사도 사람이기에, 자기 자신의 일이 환자보다 우선일 수밖에 없음..
사실 '지붕뚫고 하이킥' 에서 황정음 캐릭터의 변화는 이미 예정되어 있던 수순입니다. 그런데 역시 시트콤은 시트콤인지라, 깜찍한 된장녀가 갑자기 현모양처형 천사로 확 둔갑해 버렸네요. 예전에는 지훈(최다니엘)의 개털 알레르기를 이용해서 골탕먹이려고 그의 방에다가 개털 폭탄을 풀어놓던 무개념 민폐녀 황정음이, 이젠 새벽부터 일어나서 그의 도시락을 싸고 있습니다. 확실히 애인일 때와 애인이 아닐 때는 무척 다르군요. 치매 환자인 할아버지를 위로하기 위해 할머니 분장까지 하고 된장국을 끓여주는 정음의 모습은, 역시 너무 과장되기는 했지만 이상하지는 않았습니다. 자기보다 가진 것 없고 약한 사람들에게는 민폐를 끼치기보다 오히려 도와주고 싶어하는 정음의 착한 마음씨가 그 동안에도 틈틈이 보였으니까요. 그 부분은 ..
세경 : 그 사람은 언제나 바쁘다. 오늘도 새벽같이 나가는 바람에 얼굴 한 번 못 봤다. 하지만 그가 숨쉬는 공간에 내가 함께 있다는 것만으로 내 심장은 뛴다. 그가 내 곁을 스칠 때면 여전히 가슴이 에일 듯 아프다. 하지만 나는 오늘도 그 아픔의 순간만을 기다린다. 아픔이 이렇게도 행복한 줄을 지금껏 몰랐었다. 준혁 : 오늘도 그녀의 모습이 내 눈에 들어온다. 이렇게 내가 볼 수 있는 곳에 있어 주어서 내가 얼마나 고마워하는지 그녀가 알까? 그녀의 모습만 보면 나는 하늘을 날아갈 것 같다. 발이 공중에 둥둥 떠 있는 기분이다. 언젠가 그녀가 떠나간다고 했을 때는 정말 죽는 줄 알았었다. 세경 : 준혁 학생이 부르는 소리에 고개를 돌리다가 장난치는 손가락에 코를 찔리고 말았다. 그런데 하필이면 바로 그 ..
'지붕뚫고 하이킥' 82회는 언제나처럼 두 갈래의 에피소드를 보여주었지만, 묘하게도 그 안에서 보여준 감정은 하나였습니다. 바로 '질투'였지요. 머리부터 발끝까지 온통 멋지기만 한 그 남자, 신애의 첫사랑인 '발냄새 왕자님' 줄리엔 아저씨가 그만 악동 해리의 눈에 제대로 꽂히고 말았습니다. 하교길에 우연히 만난 신애에게 목마를 태워주는 줄리엔을 보자 해리는 자기도 목마를 타고 싶은 욕망에 불타게 되지요. 집에 와서 자기 아버지 정보석에게 목마를 시도해 보지만 허약한 보석은 일어나지도 못합니다. 어쩌면 보석이 너끈히 해리를 어깨 위에 태우고 일어섰더라도 해리의 허전한 마음은 채워지지 않았을 겁니다. 이미 키 크고 건장하고 멋진 서양 출신 우등 말(馬) 줄리엔을 목격한 이후였는걸요. 자기가 시험에서 100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