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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붕뚫고 하이킥' 세경과 준혁의 엇갈리는 일기 본문

종영 드라마 분류/지붕뚫고 하이킥

'지붕뚫고 하이킥' 세경과 준혁의 엇갈리는 일기

빛무리~ 2010. 1. 7. 2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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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경 : 그 사람은 언제나 바쁘다. 오늘도 새벽같이 나가는 바람에 얼굴 한 번 못 봤다. 하지만 그가 숨쉬는 공간에 내가 함께 있다는 것만으로 내 심장은 뛴다. 그가 내 곁을 스칠 때면 여전히 가슴이 에일 듯 아프다. 하지만 나는 오늘도 그 아픔의 순간만을 기다린다. 아픔이 이렇게도 행복한 줄을 지금껏 몰랐었다.


준혁 : 오늘도 그녀의 모습이 내 눈에 들어온다. 이렇게 내가 볼 수 있는 곳에 있어 주어서 내가 얼마나 고마워하는지 그녀가 알까? 그녀의 모습만 보면 나는 하늘을 날아갈 것 같다. 발이 공중에 둥둥 떠 있는 기분이다. 언젠가 그녀가 떠나간다고 했을 때는 정말 죽는 줄 알았었다.


세경 : 준혁 학생이 부르는 소리에 고개를 돌리다가 장난치는 손가락에 코를 찔리고 말았다. 그런데 하필이면 바로 그 순간에 거짓말처럼 그 사람의 모습이 내 눈앞에 나타났다. 내가 하루종일 기다려 오던 그 달콤한 아픔의 시간이다. 어이없게도 모처럼 마주친 순간 그에게 흉한 꼴을 보이고 말았다. 미칠 것만 같았다. 나도 모르게 준혁 학생을 향해 뭐라고 소리친 것 같은데 기억도 잘 나지 않는다.

준혁 : 그녀만 보면 기분이 좋아서 장난을 치고 싶어진다. 그런데 그녀가 왜 그런 장난을 치냐면서 나에게 버럭 화를 낸다. 너무 당황스럽다. 그런데 생각지도 않은 삼촌의 검은 목도리가 내 눈에 들어온다. 언젠가 그녀가 뜨개질하고 있던 그 목도리 같다. 삼촌에게 물어보니 그녀가 준 것이 맞다고 한다. 하늘이 무너진다. 삼촌이 휴대폰 요금을 대신 내준 것에 대한 보답이라지만, 나는 속이 상해서 죽을 것만 같다. 그녀의 손길로, 그녀의 숨결로 한 땀 한 땀 엮어갔을 그 털실들이 내가 아닌 삼촌의 목을 감싸고 있는 것이 죽도록 싫다.


세경 : 신애가 나에게 묻는다. "아까 왜 준혁 오빠한테 화 냈어?" 나는 기억나지 않아서 화낸 적 없다고 말했지만, 신애는 화낸 것 맞다고, 준혁 학생이 많이 무안해 하더라고 나에게 알려 주었다. 그러고 보니 아까, 모처럼 마주친 그의 앞에서 추한 모습을 보인 것에 잠시 이성을 잃고 내가 소리를 쳤던 것도 같다. 미안해진다. 내가 잘못한 거다.

준혁 : 그녀가 나에게 간식을 가져다 주며, 수업을 하자고 말한다. 다른 날 같으면 나에겐 천국의 시간이 다가왔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힘 없이 누운 채 일어날 기력도 없다. 가슴에 구멍이 뚫려서 온 몸의 힘이 그 구멍으로 다 빠져나가는 것 같다. 나는 그녀가 들고 온 쟁반을 쳐다보지도 않고, 수업도 나중에 하자는 말로 거절했다. 그녀의 강한 자존심에, 삼촌에게 신세지기 싫어서 그렇게 보답했을 것임을 알면서도 나는 그렇게 못나게 굴었다.


세경 : 준혁 학생이 나에게 많이 서운했나보다. 내가 그 고마운 사람에게 얼마나 크게 소리를 질렀던 걸까? 화를 풀어주고 싶어서 신애의 제안대로 몇 번 장난을 걸어 보았지만 아무런 반응이 없다. 준혁 학생이 나를 이렇게 차갑게 대하는 건 처음이다. 나는 점점 힘들어진다. 그러고 보니 이 집안에서 나는 언제나, 준혁의 앞에서만 웃기도 하고 울기도 했던 것 같다. 준혁이 나를 차갑게 대하니까 속이 답답해진다. 웃지도 못하고 울지도 못할 것 같다.

준혁 : 그녀가 내 기분을 풀어주려고 걸어오는 장난도 나는 모른척했다. 이렇게 속좁은 나 자신이 밉지만 어떻게 주체를 할 수가 없다. 그런데 그녀가 남겨둔 선물이, 생각지도 않은 선물이 메모와 함께 내 책상 위에 곱게 놓여 있다. 순식간에 내 가슴은 기쁨으로 터질 것만 같다. 그녀의 손길로 떠내려간 목도리에 나는 얼굴을 파묻는다. 내 가슴 속까지 그녀의 숨결이 전해진다.


세경 : 준혁 학생이 나에게 또 장난을 걸어 온다. 다행이다. 이제 화가 풀린 모양이다. 나도 얼른 장난으로 응수했다. 준혁이 나를 차갑게 대하는 동안 너무 힘들었다. 내가 건네준 촌스럽고 조그만 선물을 고맙게도 좋은 마음으로 받아준 모양이다. 너무 고마워서 갓 무친 나물을 먹여 주었다. 준혁은 언제나처럼 활짝 웃으며 양손 엄지를 세우고 맛있다고 칭찬해 준다. 화가 풀려서 정말 다행이다.


* 관련글 : '하이킥' 세경과 준혁과 지훈의... 또 엇갈리는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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