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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저는 언제나 윤지석(서지석)과 박하선 커플의 해피엔딩을 확신했지만, 그래도 결혼은 엔딩 무렵이 되어야 가능하지 않을까 했습니다. 워낙 속도가 느려서 말이죠. 그런데 박하선이 마음을 열자마자, 언제 머뭇거렸냐는 듯 일사천리로 진행되는 지금의 연애전선을 보면, 의외로 결혼이 빨라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게다가 애써 주변에 숨긴다고 숨기는데, 둘 다 어설프기 짝이 없습니다. 교무실에 마주 앉아 티나게 띵동띵동 문자를 주고받고... 수시로 둘이 눈 마주치며 웃고... 하물며 모든 이의 시선이 집중된 시상식장에서 보란듯이 수신호로 사랑의 밀어를 속삭이고... 이러면서 남들이 눈치 못 채길 바랍니까?;; 제가 보기에 이건 차라리 동네방네 광고하는 수준이에요. 동굴 속에서 데이트하며 시시덕거리는 모습이 양쪽..
저는 안내상과 윤유선을 볼 때마다 자주 마음이 불편해집니다. 결혼 22년차... 티격태격하면서 정으로 살아가는 그들이 어쩌면 가장 현실적인 부부의 모습일지도 모르지만, 그래서 더 불편합니다. 이상주의자이며 동시에 현실주의자인 김병욱은 이들을 통해서 가장 거북한 진실을 적나라하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어디까지나 저의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인생의 가장 큰 고통은 갑자기 찾아오는 죽음이나 비극이 아닙니다. 날마다 변함없이 계속되는 구질구질한 일상입니다. 제가 여기서 말하는 구질구질함이란 결코 경제적인 이유로 찾아오는 것이 아닙니다. 믿을 수 있는 사람과 함께라면 아무리 가난해도 행복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믿을 수 없는 사람을 한평생 견디며 살아가야 한다면, 아무리 돈이 많아도 그 삶은 구질구질하다고밖에 표현할..
윤시윤의 특별 출연이 예고되며 기대를 모으던 88회가 드디어 방송되었습니다. 지금껏 등장한 모든 카메오들 중, 윤시윤의 존재감은 단연 압도적이었군요. 다른 카메오들의 출연은 모두 극의 흐름과 직접적 연관이 없는 독립 에피소드로 마련되었던 것에 비해, 오직 윤시윤은 주요 여성 캐릭터인 박하선의 첫사랑으로 등장하여 '지하커플'의 미래에 청신호를 켜주는 막강한 역할을 담당했으니까요. 저는 '제빵왕 김탁구' 이후로 윤시윤의 출연작을 본 적이 없어서 몰랐는데, 이 친구의 꽃미모는 그 사이에 더욱 샤방샤방해졌군요..ㅎㅎ 마냥 수줍기만 하던 국문과 신입생 박하선이 생각지도 않은 암벽등반 동아리에 가입한 이유는, 그 동아리에 있는 선배 윤시윤을 보고 첫눈에 반했기 때문이었습니다. 항상 그의 모습을 곁눈질하며 짝사랑을 ..
윤계상의 르완다행을 2개월 가량 남겨둔 시점에서, 보건소 근무자들의 재계약 기간이 닥쳐왔습니다. 간호사들이 재계약을 했다는 말을 듣고 백진희는 또다시 살짝 희망을 품게 되는군요. "진상아, 윤쌤이 재계약을 해서 1년 더 계실 수도 있을까...?" 화분 '진상이'를 보며 이렇게 중얼거리다가도, 헛된 기대를 하지 않으려 마음을 추스르는 그녀입니다. "괜한 생각하지 말고... 있는 날까지 즐겁게~ 아자아자!" 붙잡을 수는 없지만, 남은 시간만이라도 최대한 즐겁게 지내려는 진희의 성품은 참으로 긍정적입니다. 윤계상은 보건소 동료들에게 단합대회 겸 눈썰매장 여행을 제안하는데, 두 간호사가 각자의 사정으로 참여하지 못하게 되면서 진희와 계상 둘만의 여행이 되고 말았군요. 생각지도 못했던 감미로운 시간에 백진희는 꿈..
이렇게 편안해도 되는 걸까? 나는 이제 어른이 되었고, 어른이 된다는 것은 자기 앞에 닥치는 모든 일들을 혼자서 감당해내야 한다는 거다. 어렸을 때처럼 누군가에게 기대거나 투정을 부리거나 징징거리고 울음을 터뜨리는 것은 어른답지 못한 일이다. 더욱이 나는 아이들을 가르치는 교사가 아닌가? 아무리 힘겨워도 나는 강해져야만 했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그런 거였다. 사기를 당해서 줄리엔 선생님의 전세금을 몽땅 날렸을 때도, 너무 억울하고 속상했지만 아무에게도 하소연할 수 없었다. 다행히 지원이가 착해서 남자 선생님과의 불편한 동거(?)를 군말없이 허락해 주었지만, 나는 언니로서 그런 동생을 대하기가 너무 민망했다. 나중에 줄리엔 선생님께 돌려드릴 전세금을 마련하기 위해서, 나는 지금도 꾸준히 월급의 일부를 떼..
김병욱 시트콤의 애청자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하이킥 시리즈에는 몇 가지 공통점이 있습니다. 그 중에도 가장 발칙한 공통점이라면 언제나 한 여자를 사이에 두고 삼촌과 조카가 연적(戀敵)이 된다는 것입니다. 삼촌은 대략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 사이의 엘리트 훈남이고, 조카는 고등학생이거나 갓 스물의 청춘입니다. 이들의 관계에서는 당연히 아직 어리고 기반을 갖추지 못한 조카가 절대적인 약자입니다. 언제나 조카는 그녀에 대한 짝사랑으로 혼자 가슴이 타들어가지만, 무심한 삼촌은 한 번도 그것을 눈치조차 채지 못합니다. 참으로 기묘한 삼각관계죠. 세 번의 하이킥 시리즈를 통틀어, 저는 한 번도 조카의 사랑을 응원해 본 적이 없습니다. 그들의 짝사랑이 아무리 순수하고 예쁘게 그려져도, 그저 청춘의 ..
유난히 춥던 어느 겨울 날, 백진희는 치매에 걸려서 길을 잃고 헤메는 할아버지 한 분을 도와드린 적이 있었죠. 그 할아버지는 헤어질 때 그녀의 손에 씨앗을 쥐어 주며 환하게 웃었습니다. "잘 키워 봐..." 그 선물은 할아버지가 진희에게 주신 것이었습니다. 그녀 혼자 힘으로는 할아버지의 집을 찾아드릴 수가 없어서 윤계상의 도움을 받긴 했지만, 그래서 두 사람은 그 씨앗 화분을 자기들의 공동 소유라 생각하고 이름 한 글자씩을 따서 '진상'이라고 이름 붙였지만, 사실 그것은 백진희 혼자만의 것이었습니다. 씨앗이 너무 오래된 것 같아서 싹을 틔울 수 있을까 염려했었지만 다행히 화분에서는 싹이 움텄고, 진희는 그것을 계상과 자기의 사랑의 새싹이라 여기고 무척이나 기뻐합니다. 하루하루 조금씩 자라나는 새싹을 볼 ..
81회에서 제가 주목한 인물은 윤지석(서지석)이었습니다. 그의 캐릭터는 자연스럽게 형 윤계상과 비교하면서 보게 되는데, 예전부터 조금씩 의아하다고 생각하며 주목해 온 부분이 있었지요. 그 의문이 이번의 세뱃돈 에피소드를 통해 약간은 정리가 되는 것 같습니다. 본론에 들어가기 앞서 백진희 에피소드에 관한 저의 의견을 잠깐 말해 본다면, 그녀의 순진한 망상과 도끼병이 좀 어이없기는 하지만 비난받을 이유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타인에게 피해를 끼친 부분은 전혀 없으니까요. 윤계상이 특별히 자기의 생일을 기억하거나 챙겨줄 이유가 없는데도 혼자 망상에 빠져서 기대하고 또 기대하는 것은, 눈먼 짝사랑에 판단력이 흐려져서이기도 하지만, 평소 지나치게 친절하고 모든 사람을 잘 챙기는 윤계상의 성품에도 원인이 있을 겁니..
참 오랫동안 가슴만 졸이게 하던 윤지석(서지석)과 박하선 커플이 드디어 78~79회에서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며 행복한 연인의 길로 접어들었습니다. 그 동안 김병욱 시트콤에서 중반부쯤에 결성된 커플들은 대부분 해피엔딩을 맞이하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긴 합니다. 그들은 온갖 달콤한 연애 행각으로 시청자의 마음을 사로잡으며 화제의 중심에 놓이지만, 결국은 이러저러한 이유로 헤어지게 됩니다. '거침킥'의 최민용-서민정 커플이나 '지붕킥'의 이지훈(최다니엘)-황정음 커플이 그랬던 것처럼 말이죠. 하지만 제가 보기에 윤지석-박하선 커플은 무사히 해피엔딩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김병욱의 전작에서도 모든 연인들이 쓸쓸한 결말을 맞이했던 것은 아니지요. '웬만해선 그들을 막을 수 없다'에는 청춘 커플이 2쌍 있었는..
120부 예정으로 시작되었으니, 77회까지 방송된 현재 시점에서는 43회가 남았군요. 아무래도 너무 긴 듯합니다. 100회 정도면 충분할 듯한데 말이죠. 사실 지금까지 달려오는 와중에도 쓸데없는 에피소드가 적지 않았던 것을 감안하면, 총 80부작 정도로 타이트하게 꾸며도 좋았을 것입니다. 그러면 괜히 이런저런 불필요한 사족을 끼워넣지 않아도 되었을 테니까요. 하지만 우리나라의 방송 여건상 그게 쉽지 않았겠죠. 이런 상태라면 스텐레스 김의 고집과 능력이 아무리 대단하다 해도 진정한 걸작은 탄생할 수 없을 것입니다. 어쩌면 우리는 앞으로 남은 시간의 많은 부분을 괴로움과 지루함 속에 기다려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솔직히 76~77회를 보면서는 한숨밖에 나오지 않더군요. "아, 지붕킥의 악몽이 다시 시작되는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