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주군의 태양 (6)
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도대체 공준수(임주환)는 죽은 이경태의 아버지(안석환)를 만나서 무슨 말을 하려는 건지 궁금했었다. 사과나 변명도 아니라면서 그토록 간절히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일까? 가뜩이나 원한과 고집으로 가득찬 노인의 마음은 어떤 말도 듣지 않으려 하는데... 드디어 96회에서 그 말의 정체가 드러났다. 한편으로는 놀랍고 가슴 아팠지만, 한편으로는 실망스러운 내용이었다. 공준수는 남동생 공현석(최태준)을 보호하기 위해, 그 살인 사건의 진실을 영원히 꽁꽁 묻어두기 위해 스스로 목숨을 버릴 결심을 했던 것이다. 그 마음의 본질 하나만 놓고 본다면 참으로 숭고하다. 타인을 위해 자기 목숨마저 아낌없이 내놓는다는 것은 결코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니까, 인간의 본능적인 이기심을 완벽히 억누른 사랑의 고결함에 대해 왈..
드디어 15년 전 납치 사건의 비밀이 밝혀졌다. 주중원을 납치해서 잔인한 추리소설을 읽히며 난독증에 걸리게 한 사람은 차희주였고, 폭발하는 차량에 갇혀 비참하게 죽은 사람은 차희주의 쌍둥이 언니인 한나 브라운이었다. 똑같이 생긴 두 사람을 구분하지 못했던 주중원(소지섭)은 이제껏 차희주(한보름)를 생각할 때마다 혼란스러움을 느끼곤 했다. 납치범의 정체가 자신임을 밝히며 "미안하게 됐어, 주중원!" 하고 말하던 순간의 얼음장 같은 모습과, 불타는 차에 갇혀 죽어갈 때의 애달픈 눈빛이 너무 달랐기 때문이다. 증오해야 할지 가여워해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그런데 사실은 전혀 다른 두 사람이었다. 주중원이 사랑했던 착한 한나는 죽었고, 질투심에 눈 멀어 납치와 살인이라는 범죄를 저지른 차희주는 뻔뻔하게 살아 ..
나에게 있어 홍자매표 남주인공은 아주 서서히 데워지는 크고 두꺼운 국냄비 같다. 나쁜 남자 스타일을 선호하는 여성들은 홍자매의 남주인공을 보자마자 사랑에 빠져들지만 내 취향은 그 쪽이 아닌지라, 당최 몰입이 안 되면서도 꾹 참고 시청하다 보면 나중에는 좀처럼 끓지 않는 국냄비를 바라보며 짜증내는 심정이 되고 만다. 나도 남들처럼 열광하고 싶은데 안 되니까 답답한 거다. 그러다가 기적처럼 내 마음에도 까칠한 남주인공의 매력이 폭발하면 그 순간의 희열이란 말로 표현하기 어렵다. 하지만 홍자매의 모든 작품에서 그와 같은 순간을 경험하게 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언제든 실망하지 않도록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해 두어야 한다. 그런데 '주군의 태양'에서는 드디어 그 순간이 왔다. 종영을 불과 4회 앞둔 시점이라 ..
로코믹호러, 올 여름 홍자매는 이제껏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새로운 장르의 드라마를 선보였다. 로맨틱코미디와 호러가 결합하면 과연 어떤 색채의 드라마가 탄생할까, 짐작조차 하기 힘든 과감한 시도였다. 그렇게 시작된 16부작 드라마 '주군의 태양'은 어느 덧 10회를 넘어섰고, 대중의 반응은 상당히 뜨거운 편이다. 참 많은 사람들이 각각의 캐릭터가 잘 살아있고 스토리도 재미있다면서 이 드라마를 찬양한다. 그런데 나는 도무지 이 작품의 매력이 무엇인지를 알 수가 없었다. 물론 소지섭은 예전보다 더욱 멋있어졌고, 공블리 공효진의 연기도 언제나처럼 일품이다. 하지만 내가 보기엔 로맨틱코미디와 호러의 분위기가 잘 어우러지지도 않았고, 주인공들의 러브스토리와 귀신들의 에피소드는 생뚱맞게 따로 노는 것만 같았다. ..
만약 '주군의 태양'에서 그 멋진 소지섭이 찌질남으로 변신한다면 시청자는 받아들일 수 있을까? '너의 목소리가 들려'에서 그 해맑은 이종석이 스토커로 변신하여 싫다는 이보영을 지긋지긋하게 쫓아다녔다면 시청자는 용서할 수 있었을까? 어느 정도의 못난 모습, 인간적으로 봐줄 수 있는 차원이라면 용납 가능하겠지만 이건 아니다. '오로라 공주' 공식 홈페이지 대문에는 아직도 오로라(전소민)와 황마마(오창석)를 주인공으로 한 포스터가 걸려 있다. "너무 다른 두 완벽 남녀의 운명적 사랑 스토리!" 라는 표제도 아직은 유효한 모양이다. 그러나 황마마는 이미 주인공으로서의 자격을 잃었다. 설설희(서하준)의 등장 이후로 걷잡을 수 없는 내리막길을 걸어 왔지만 그래도 한 가닥 희망은 남아 있었는데, 74회에서 최후의 마..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스토리가 긴장감 넘치고 재미는 있는데, 경제 방면의 지식이 바닥 수준인 저로서는 상당히 복잡하고 어려운 드라마더군요. 그래도 월화요일의 본방 선택은 여전히 '황금의 제국'입니다. 전체적인 퀄리티도 가장 높은 듯하고, 일단은 신랑이 유일하게 몰입하며 신나게 보는 작품이라서 함께 보는 재미가 있거든요. 초반에 큰 기대를 품었던 '굿 닥터'는 아예 대놓고 교훈적인 주제를 내세우며 눈물과 감동을 유도하는데, 그런 분위기가 매 회마다 꾸준히 반복되니 점차로 손발이 오그라들면서 도리어 불편해지고 말았습니다. 지난 7월까지는 '너의 목소리가 들려' 덕분에 참 행복했었는데, 종영 후의 아쉬움을 달래줄 매혹적인 드라마는 아직도 나타나질 않고 있네요. 수목요일의 '주군의 태양'과 '투윅스'도 기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