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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의 제국' 냉혹한 그 나라의 바보들 이야기 본문

종영 드라마 분류/황금의 제국

'황금의 제국' 냉혹한 그 나라의 바보들 이야기

빛무리~ 2013. 8. 28. 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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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스토리가 긴장감 넘치고 재미는 있는데, 경제 방면의 지식이 바닥 수준인 저로서는 상당히 복잡하고 어려운 드라마더군요. 그래도 월화요일의 본방 선택은 여전히 '황금의 제국'입니다. 전체적인 퀄리티도 가장 높은 듯하고, 일단은 신랑이 유일하게 몰입하며 신나게 보는 작품이라서 함께 보는 재미가 있거든요. 초반에 큰 기대를 품었던 '굿 닥터'는 아예 대놓고 교훈적인 주제를 내세우며 눈물과 감동을 유도하는데, 그런 분위기가 매 회마다 꾸준히 반복되니 점차로 손발이 오그라들면서 도리어 불편해지고 말았습니다. 지난 7월까지는 '너의 목소리가 들려' 덕분에 참 행복했었는데, 종영 후의 아쉬움을 달래줄 매혹적인 드라마는 아직도 나타나질 않고 있네요. 수목요일의 '주군의 태양'과 '투윅스'도 기대 이하라서 요즘은 일주일이 그냥 허전합니다.

 

어쨌든 오늘은 '황금의 제국' 속에서 모처럼 발견한 바보들의 이야기를 해볼까 해요. 그 냉혹한 나라에서 인간다운 냄새를 풍기면 그게 바보인 거죠. 오늘 포스팅의 주인공이 될 바보들은 최동진(정한용), 윤설희(장신영), 최성재(이현진) 이렇게 세 명인데요. 이 바보들은 사랑하는 마음 하나로 아낌없는 희생을 하면서 자신에게 돌아올 보답은 전혀 기대하질 않는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최동진의 경우처럼 보통은 부모가 자식을 위하여 바보가 되곤 하는데, 놀랍게도 한정희(김미숙)여사는 끝내 바보되길 거부하는군요. 아들 최성재를 사랑하지 않는 건 아니지만, 그녀의 우선순위가 아들의 행복에 있지는 않은 모양입니다. 칠순 가까운 나이에도 수그러들 줄 모르는 탐욕의 불꽃은 여전히 성진그룹을 향해 타오르고 있어요.

 

 

성진카드를 지주회사로 만들어 경영권을 탄탄히 하려는 최민재(손현주)는 의도적으로 주식 값을 폭락시켜 헐값에 대량의 주를 확보했습니다. 이것은 엄연한 불법 행위로서 걸려들기만 하면 중형을 면할 수 없었죠. 사실 이것은 회장 최민재를 몰아내고 경영권을 차지하려는 최서윤(이요원)의 계략이었는데, 어느 정도 눈치를 채고 있던 최민재는 보험을 하나 들어 두었습니다.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았으면서도 최서윤을 친누나 이상으로 따르는 막내 최성재를 유혹하여 일정량의 주식을 사들이게 만든 거였어요. 누나에게 배신당한 상처가 있으면서도 그 손을 놓지 않았던 바보 최성재는 이번에도 누나를 돕겠다는 일념으로 그 유혹에 넘어가고 말았죠. 현재 최성재는 최서윤에게 있어 마음 기댈 수 있는 유일한 가족이기에, 최성재를 다치게 하고 싶지 않은 최서윤은 계획을 급히 변경하려 하지만 도통 여의치가 않습니다.

 

결국 최서윤과 한정희는 최성재를 해외로 빼돌리려 했는데, 최성재는 스스로 검찰에 찾아가 자수를 하고 말았군요. 이유는 '싸움을 끝내고 싶다'는 것이었습니다. 자기가 실형을 받아 장기간 복역을 하게 되면 필연적으로 성진그룹 회장 자리에서는 멀어지게 되니까, 엄마와 누나의 긴 싸움을 끝낼 수 있다는 생각이었나봐요. 자기가 엄마의 탐욕의 도구가 되고 있다는 사실쯤이야 벌써부터 알고 있었으니까요. 자기를 희생하여 가족간의 싸움을 끝내려는 그 정신은 매우 숭고하지만, 별로 공감이 되지는 않았습니다. 원래 저는 최성재의 캐릭터에 큰 호감을 갖고 있었는데, 후반으로 갈수록 점점 매력을 못 느끼는 중이에요. 17회에서 대략 8~9년 가량의 타임워프가 있었으니 최성재의 나이도 이젠 서른이 넘었을텐데, 아직도 엄마와 누나 밑에서 우물쭈물 대체 뭘 하고 있었던 거죠? 성진그룹 경영권에 정말 관심이 없다면, 그냥 멀리 떠나버리면 되는 거 아닌가요?

 

 

어릴 적 소망대로 공부를 계속해서 대학교수가 되어 (아직 어리다면 시간강사라도, 아니면 뭐 다른 일을 해도 좋고) 스스로의 힘으로 집을 나와 따로 산다면 (지방으로 가면 더 좋고), 한정희가 제아무리 탐욕스워봤자 다 커서 품 떠난 자식을 어떻게 제 맘대로 하겠습니까? 그러면 벌써 옛날에 싸움은 끝났을지도 모르는데, 최성재는 어설프게 누나를 돕는답시고 성진그룹 안에서 일을 맡아 하며 거주도 여전히 한 집에서 하고 있으니, 그러면서 입으로만 엄마한테 "포기해, 포기해" 설득해봤자 한정희의 입장에서는 절대 포기할 리가 없지요. 계속 테두리 안에서 꾸물거리고 있기에 '저 녀석도 언젠가는 엄마처럼 탐욕을 드러내고 전쟁에 뛰어들겠구나' 싶었는데, 스스로 감옥에 가는 것으로 싸움을 끝내겠다니 당혹스러울 뿐입니다. 엄마를 포기시킬 방법이 정말 그것밖에 없었을까요? 혹시 진짜 바보 아닌가 싶기까지 하던데, 제 생각이 잘못된 걸까요?

 

어쨌든 최성재가 스스로 불구덩이에 뛰어들면서 최민재도 피할 수는 없게 되었습니다. 저지른 일의 규모도 훨씬 컸으니 최민재에게는 완전한 파멸이 기다리는 것 같았는데, 백발이 성성한 아버지가 나서서 방패를 자청하는군요. 이제 징역을 살게 되면 거기서 못 나오고 죽을 가능성이 높건만, 최동진은 자식 앞에 화살받이가 되어줄 몸이 아직 남아 있음에 그저 감사하는 표정이었습니다.

 

최동성(박근형) 회장이 세상을 떠난 후, 인생무상을 느끼며 마음을 비운 최동진은 마치 신선처럼 변했네요. 예전에는 막내아들 최용재를 잃으면서까지 형의 집안과 피 튀기는 전쟁을 벌였던 사람인데 말이죠. 쉼 없이 달려 온 지난 날도 이제 돌이키면 허무할 뿐입니다. "민재야, 난 네가 밉다. 젊은 날의 나를 보는 것 같아서 미워..." 아버지는 마지막 희생으로 아들을 깨우치려 하지만, 분노로 충혈된 최민재의 눈빛에서는 변화의 가능성이 보이질 않네요. 황금의 지옥에서 허덕이느라 진정한 행복을 외면하고 살아가는 자식의 모습은 늙은 아버지의 가슴을 후벼파는데, 비록 운명을 바꿀 수는 없다 해도 최동진의 부성애는 순수한 감동을 전해 주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윤설희, 사랑하는 장태주(고수)의 살인죄를 덮어쓰고 감옥에 갔던 그녀가 드디어 풀려 나왔네요. 잗태주 이 녀석이 그래도 제법인 것은 긴 세월 동안 나름대로 윤설희를 향한 순정과 의리를 지키고 있었다는 점입니다. 물론 제 손으로 사람을 죽여 놓고 그걸 여자한테 덮어씌운 놈인데 칭찬해 줄 생각은 전혀 없지만요. 그 정도로 인품이 야비한 남자가 돈과 권력을 손에 쥐었다면, 의리 따위는 헌신짝처럼 내버리고 순정은 뉘집 개 이름이던가 하면서 여기저기 씨를 뿌리고 다닐 수도 있는데 뭐 그렇지는 않은 것 같아서 조금은 대견하다는 거죠. 감옥에 보낼 때 면회가지 않겠다고 단언하더니 정말 약속을 지켰던 듯, 재회하는 두 사람의 표정은 꽤나 감개무량해 보였지만 울컥하는 느낌은 없었습니다. 장태주와 윤설희의 그런 관계에 감히 사랑이라는 이름을 붙여 주면 안될 것 같은 느낌... 좀 미안하지만 그렇더라고요.

 

예전에는 모든 것을 버리고 윤설희와 도망가려 했을 만큼 장태주에게도 순정이 남아 있었지만, 이제 와 성진그룹을 포기하기에는 너무 멀리 와 버렸습니다. 제 생각에는 최서윤의 말이 맞아요. 장태주는 성진그룹을 못 품으면 윤설희에게 돌아갈 사람이 아닙니다. 성진그룹도 갖고 윤설희도 갖겠다는 장태주에게 최서윤이 선전포고를 하는군요. "받은 건 돌려드려야죠. 성재는 그쪽 때문에 떠났어요. 윤설희씨도 떠나게 해줄게요!" 곁에 남아있던 단 한 명의 가족... 아무런 계산없이 웃고 이야기할 수 있었던 오직 한 사람을 잃어버린 최서윤의 분노는 조용하지만 강렬했습니다. 장태주에게는 윤설희가 바로 그런 존재임을 최서윤이 알고 있는데, 과연 어떤 방법으로 갓 재회한 연인들을 다시 찢어놓으려 할지... 다음 주의 내용도 퍽이나 잔혹하겠네요.

 

 

결국 사랑밖에 모르는 바보들은 또 한 차례의 모진 고통을 감수하겠지만, 그들에게 돌아올 보답은 기약이 없습니다. 최성재가 위기에 처했지만 아직도 한정희는 탐욕을 포기할 마음이 없어 보이고, 최동진이 노구를 이끌고 감옥에 간다 해도 최민재는 움켜쥔 손을 펼 생각이 없어 보이니까요. 윤설희가 눈물로 애원하며 떠난다 해도 장태주는 이 황금의 전쟁을 그만두지 못할 겁니다. 이미 황금의 노예가 되어버린 사람들은 자기를 사랑해주는 바보들의 희생을 딛고 오늘도 내일도 전쟁을 계속하겠지요. 이것은 드라마가 아니라 냉혹한 현실이기에, 더욱 슬퍼지는 바보들의 인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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