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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7~8회에 걸쳐 많은 사람을 경악과 분노의 늪에 빠뜨렸던 한가인의 연기가 9회에서는 한결 나아진 듯하니 정말 다행입니다. 아직도 중간중간 국어책 읽는 듯한 대사가 튀어나오기는 하지만, 그래도 지난 주에 비해서는 기본적인 발성과 말투 등이 훨씬 사극톤에 가까워져 있더군요. 정식 투입되기 전에 지금 이 정도까지만이라도 연습을 하고 나왔더라면 그토록 호된 비난에는 직면하지 않았을텐데 아쉽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작가와 제작진도 시청자의 반응을 꼼꼼히 모니터링하고 있는 듯, 문제점을 개선하려고 노력한 흔적이 엿보였습니다. 우선 무녀 월의 캐릭터가 많이 달라졌더군요. 천한 무녀의 신분으로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임금의 얼굴을 마주본다든가, 양명군의 도움을 받고서도 고맙다는 인사는 커녕 까칠하게 호통을 치는 등, 그렇..
허연우(김유정)가 그토록 허무하게 세상을 떠난 후, 열정적이던 세자 이훤(여진구)은 냉소적인 성격으로 변해 버렸습니다. 아무리 발버둥쳐도 벗어날 수 없는 현실의 굴레를 체감했기에, 깊은 슬픔을 차가운 웃음으로 갈무리하며 좀처럼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세자가 윤대형의 딸 윤보경(김소현)과 원치 않는 혼례를 치르던 날, 문득 하늘에서는 보슬비가 흩뿌리기 시작하는군요. "연우(煙雨)라는 너의 이름은 보슬비라는 뜻이냐?... 예쁜 이름이구나!" 그녀의 기억이 떠오르자, 눈 앞의 새신부는 아랑곳도 없이, 이훤은 멍하니 하늘만 바라보며 손을 내밀어 그 빗방울을 받아 봅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끝내 지켜주지 못했으니, 이훤은 자신의 무능함을 탓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하지만 연우는 죽어가면서도 그를 ..
세자 이훤(여진구)에게 자칫 염문이 날까 우려한 성조대왕(안내상)은 서둘러 금혼령을 내리고 세자의 혼례를 추진하기 시작합니다. 혼인 적령기에 달한 사대부가의 처녀들에게는 모두 처녀단자를 올릴 의무가 주어졌으나, 사실상 이미 세자빈은 내정되어 있는 상태였습니다. 왕가의 혼례는 내명부에서 주관하는 것이고 내명부의 최고 권위자는 대비 윤씨(김영애)였기에, 허울뿐인 간택의 절차를 거쳐서 결국은 이조판서의 딸 윤보경(김소현)이 뽑힐 것임을 누구나 알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홍문관 대제학의 딸 허연우(김유정)를 마음에 품고 있던 세자 이훤은 과감히 기존의 질서에 도전하며 자신의 사랑을 지키려 합니다. 대제학 허영재(선우재덕)의 집안에서도 갈등이 시작됩니다. 세자빈 간택 과정에서 최종 3인의 후보에까지 오른 처녀들은 ..
민화공주(진지희)의 예동으로 발탁된 두 소녀가 입궐하면서 달의 전쟁이 시작되었습니다. 그녀들은 두 개의 달(月)로서, 홍문관 대제학의 딸 허연우(김유정)는 왕후의 상을 지녔으나 교태전(경복궁의 내전이며 왕비가 거처하던 침전)의 주인이 될 수 없는 운명이고, 이조판서의 딸 윤보경(김소현)은 왕후의 상이 아니지만 교태전의 주인이 될 운명입니다. 성수청의 국무 장녹영(전미선)은 놀라운 신력으로 그녀들의 운명을 꿰뚫어 보고, 허연우에게 닥쳐올 비극적 일들을 예감합니다. 친구였던 무녀 아리(장영남)가 죽어가면서 지켜달라 당부했던 바로 그 아이가 허연우라는 사실도 곧 알아차립니다. 나례진연(음력 섣달 그믐에 잡귀를 쫓는 예식)이 열리고, 수많은 왕족들과 대신들이 어울려 질펀하게 먹고 마시며, 각종 화려한 탈춤과 불..
드라마에서 '여주인공의 오빠'라는 캐릭터는 아무리 잘났어도 거의 주변인에 그칠 뿐,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내기는 쉽지가 않습니다. '천일의 약속'에서 이상우의 캐릭터에 약간 기대를 걸어 보았지만 역시 무리였더군요. '선덕여왕' 같은 드라마는 주연들만이 아니라 서브와 단역에 해당하는 캐릭터까지 모두 매력적으로 살려 주었지만 그것은 대본, 연출, 배우의 삼박자가 기막히게 맞아 떨어져서 발생된 예외적인 케이스였고, 대부분의 경우 가뜩이나 주인공 살리기에도 바쁜 제작진이 주변인 캐릭터까지 신경써 줄 여력은 없습니다. 그런데 참으로 기이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어떤 드라마든 초반에는 상당 부분을 인물 소개에 할애하는데, 주변인 캐릭터에 이렇게까지 심혈을 기울이는 경우는 본 적이 없습니다. '해를 품은 달' 2회를 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