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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를 품은 달' 4회, 성조대왕의 고뇌가 눈물겨웠던 이유 본문

종영 드라마 분류/해를 품은 달

'해를 품은 달' 4회, 성조대왕의 고뇌가 눈물겨웠던 이유

빛무리~ 2012. 1. 13.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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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자 이훤(여진구)에게 자칫 염문이 날까 우려한 성조대왕(안내상)은 서둘러 금혼령을 내리고 세자의 혼례를 추진하기 시작합니다. 혼인 적령기에 달한 사대부가의 처녀들에게는 모두 처녀단자를 올릴 의무가 주어졌으나, 사실상 이미 세자빈은 내정되어 있는 상태였습니다. 왕가의 혼례는 내명부에서 주관하는 것이고 내명부의 최고 권위자는 대비 윤씨(김영애)였기에, 허울뿐인 간택의 절차를 거쳐서 결국은 이조판서의 딸 윤보경(김소현)이 뽑힐 것임을 누구나 알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홍문관 대제학의 딸 허연우(김유정)를 마음에 품고 있던 세자 이훤은 과감히 기존의 질서에 도전하며 자신의 사랑을 지키려 합니다. 

대제학 허영재(선우재덕)의 집안에서도 갈등이 시작됩니다. 세자빈 간택 과정에서 최종 3인의 후보에까지 오른 처녀들은 모두 세자의 여인으로 간주되므로, 최종 선택받지 못했을 경우 평생 혼인하지 못한 채 소복을 입고 수절해야 하는 비극적 운명에 처하기 때문입니다. 허영재의 아내 신씨부인(양미경)은 부디 딸 연우의 처녀단자를 올리지 않을 수 있게끔 주상께 특별 청원을 넣어 달라고 눈물로 애원합니다. 연우의 오라비 허염(임시완) 또한 세자 앞에 엎드려 부디 자신의 누이를 세자빈 간택 후보에서 미리 제외시켜 달라고 청합니다. 빼어나게 아름답고 총명한 허연우가 처녀단자를 올린다면 당연히 최종 삼간택 후보에 오를 것인데, 어차피 세자빈으로는 이조판서의 딸이 내정되어 있으니 허연우의 운명이 어떻게 될지는 뻔한 일이었습니다.

그러나 허영재는 국법을 어길 수 없다면서 꿋꿋이 연우의 처녀단자를 올렸고, 허연우도 기꺼이 간택에 응하겠다며 부모를 안심시킵니다. 결과가 어떻게 되든 부친께는 자랑스런 딸이 되고 싶으니 최선을 다해 보겠다고 말했으나, 그 속마음에는 세자 이훤을 향한 연정이 숨어 있음도 부인할 수는 없었지요. 한편 이훤은 스승이자 벗이며 장래의 처남으로 여기고 있던 허염으로부터 뜻밖의 청원을 듣고 상처를 받았으나, 그의 입장에서는 그럴 수밖에 없음을 곧 이해했습니다. 세자빈 간택이 할머니인 대비의 손에 의해 좌우되는 한 자기의 사랑을 이룰 수 없음을 깨달은 이훤은 부친 성조대왕을 찾아가 도움을 청합니다. 이에 성조대왕은 아무리 임금이라 해도 기존의 질서를 함부로 깨뜨릴 수 없음을 알리고, 네 뜻이 정녕 올바른 것이라면 스스로 능력을 펼쳐 나를 설득해 보라고 세자에게 숙제를 내립니다.

부왕을 설득하기 위해 세자가 선택한 것은 젊은 지성의 힘(student power)이었습니다. 나라의 국모를 뽑는 세자빈 간택이 공정한 심사를 거쳐 이루어지지 않고, 한 집안의 권세에 의해 미리 내정되어 있다는 것은 명백한 비리였으니까요. 예나 지금이나 기성세대의 썩은 권력에 도전하는 것은 젊은이의 특권(?)이 아니겠습니까? 독재정권 시절, 대학가에서 학생운동이 끊이지 않았던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지요. 이훤은 세자빈 간택의 잘못된 관례에 항거하며 데모를 벌이도록 성균관 유생들을 선동합니다. 세자 이훤 역시 젊은 지성인이었기에 성균관 유생들과 쉽게 의기투합할 수 있었을 뿐만 아니라, 세자는 곧 차세대 권력의 핵심이기도 했기에 성균관의 입장에서도 그의 뜻에 따르지 않을 이유가 없었지요.

성균관의 젊은 유생들은 세자빈 간택의 공정성을 청원하며 호곡권당(號哭捲堂 - 궐 밖에 앉아 통곡하며 시위하던 데모)을 벌이기 시작합니다. 경사를 앞두고 궁궐 앞에 곡소리가 진동하니 그 해괴망측한 사건은 조정에서도 논란이 될 수밖에 없었지요. 호곡권당이 시작된지 무려 5일째 되던 날, 대신들은 부디 유생들에게 비답을 내려 달라고 성조대왕께 청하기에 이릅니다. 성균관 유생들의 상소는 그 사안의 옳고 그름을 떠나 왕이 비답을 내려주는 것이 관례였다면서 말입니다. 대왕대비의 조카 윤대형(김응수)을 비롯한 그 일파들은 왕실에 항거하는 무리를 처단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성균관의 힘을 적절히 이용할 줄 아는 세자의 지혜에 탄복한 성조대왕은 있는 힘을 다해 아들의 소원을 이루어 주기로 결심합니다.

세자빈 간택을 내명부에 일임했던 전례를 깨고 임금이 직접 나서서 친간을 실시하겠다는 성조대왕의 선포에 대비 윤씨는 크게 분노합니다. "군주에게 충의 도리는 없어도 효의 도리는 있는 법" 이라며 자신을 압박해 오는 모친에게 성조대왕이 대답합니다. "일국의 군주에게 어찌 핏줄로 이어진 어버이만 있겠습니까? 백성의 어버이가 왕이라면, 왕의 어버이 또한 백성입니다!" 민심과 여론을 따르겠다는 임금의 뜻은 이처럼 확고했습니다. "주상의 옥좌를 역적으로부터 지켜준 이가 누구입니까? 나와 우리 가문의 힘이었음을 잊으신 것은 아니겠지요?" 이어지는 대비의 힐문에, 줄곧 담담하던 성조대왕의 표정이 무섭게 굳어지기 시작합니다. "잊지 않았습니다. 어찌 잊을 수 있겠습니까? 일문의 영달과 권세를 위해 어마마마와 윤대형이 모의했던 끔찍한 일을, 하여 무고하게 참살당한 의성군을...!"

이복동생 의성군을 죽음으로 몰아갔던 역모가 사실은 윤씨 일파에 의해 조작된 것임을 성조대왕은 알고 있었습니다. 서자 양명군(이민호)의 궁궐 출입을 자제시키며 멀리했던 것도 그래서였습니다. 자칫 숙부처럼 정쟁에 휘말려 희생될까 염려하는 마음이었지요. 그러나 숨죽이고 있던 성조대왕은 이제 또 다른 아들의 미래를 위해 시퍼런 칼을 뽑아 들었습니다. "소자가 이제껏 침묵했던 이유가 무엇이라 생각하십니까? 뒤늦게 진실을 알고도 의성군을 신원할 수 없었던 이유가 누구 때문이라 생각하십니까? 소자는 13년의 세월을 침묵하며 어마마마께 효의 도리를 다했습니다. 허니 더는 욕심내지 마십시오. 세자빈 간택은 공정하게 치러질 것입니다!"

대비 윤씨는 궁궐과 조정의 막강 실세입니다. 성조대왕이 그 동안 침묵했던 이유는 물론 모친께 대한 효도이기도 했겠으나, 한편으로는 대비의 세력이 너무 강해서 함부로 건드릴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더 이상 좌시할 수는 없게 되었습니다. 자신이 세상을 떠난 후, 이 무거운 나라를 두 어깨에 짊어지고 나아가야 할 세자를 위해, 그리고 그 아이가 다스릴 세상을 위해, 성조대왕은 위험을 무릅쓰고 최후의 결단을 내린 것입니다.

대비 윤씨와 치열하게 맞서는 성조대왕의 눈빛은 마치 '뿌리깊은 나무'에서 태종과 맞서던 어린 세종 송중기의 그렁한 눈빛을 떠올리게 했습니다. 그리고 한글 창제에 반대하는 밀본의 거대한 세력과 외롭게 맞서던 중년 세종 한석규의 강인하면서도 쓸쓸한 눈빛과도 닮아 있었습니다. "아, 임금의 옥좌는 결코 행복한 자리가 아니로구나. 왕의 운명이란 참으로 슬픈 것이로구나!" 제 뜻과 상관없이 부모와 맞서야 하고, 때로는 자식을 차갑게 내쳐야 하고, 때로는 핏줄을 처참히 죽여야 하는 왕의 운명이란 어쩌면 세상에서 가장 외로운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는 "뿌리깊은 나무" 종영 후에도 좀처럼 세종에 대한 그리움을 떨칠 수 없었는데 '해품달'의 성조대왕에게서 그와 흡사한 그림자를 발견하니 매우 반갑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성조대왕의 뜻대로 공정하게 이루어진 세자빈 간택에서, 허연우는 모든 경쟁자를 물리치고 세자빈으로 최종 낙점됩니다. 반면 대비 윤씨가 원래 세자빈으로 내정해 두고 있던 종손녀 윤보경은 삼간택 후보에 들었으나 채택받지 못한 관계로, 이제 평생토록 소복을 입고 수절해야 하는 운명에 처했습니다. 분노한 대비가 허연우를 해치려 할 것을 예감한 성조대왕은 특별히 그녀를 보호하기 위해 은월각을 별궁으로 삼아 거처하게 합니다. 국혼 전까지 세자빈이 머무는 별궁은 궐과 사가의 중간 지점에 두는 것이 원칙이지만, 성조대왕은 파격적으로 전례를 깨고 허연우의 별궁을 궐 안에 두었던 것입니다.

덕분에 신이 난 것은 세자 이훤입니다. 사랑하는 여인이 세자빈으로 낙점되었을 뿐만 아니라, 정식 혼례를 치르기 전부터 궁궐 안에서 함께 지낼 수 있게 되었으니 말입니다. 나이 어린 세자빈이 가족을 떠나와서 외로울 것을 가엾이 여긴 성조대왕은, 작은 이벤트를 마련하여 그녀를 위로해 주고 싶다는 세자의 청을 기꺼이 받아들여 주었군요. 방 안에 홀로 앉아 어머니를 생각하며 울던 허연우는 상궁이 전해 준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다가 그 안에 적혀 배달된 세자의 편지를 발견합니다. "혹 떠나온 가족 생각에 울고 있었던 것은 아니냐? 그렇다면 창문을 한 번 열어 보거라!"

허연우가 창문을 열자 세자 이훤이 자기 이름처럼 훤한 얼굴로 웃고 있습니다. "창문을 열어 다오~ 나의 그리운 연우야~ ♪♬" 하고 세레나데를 부르면 딱 어울릴 듯한 모양새인데, 세자의 체통에 차마 그럴 수는 없었는지 내관 형선(정은표)의 구기(口技) 공연으로 대신하는군요. 나란히 앉아서 공연을 감상하며 활짝 웃는 어린 연인들... 이는 아마도 그들에게 마지막이 될 행복한 시간입니다.

바로 그 시간, 대비 윤씨는 국무 장녹영(전미선)에게 신력으로 허연우를 죽이라 명령합니다. 악랄한 계획을 예측한 성조대왕이 세자빈의 별궁을 궐 안에 마련하여 물샐 틈 없이 호위하고 있으니 암살도 독살도 불가한 상황이 되었으므로, 접근하지 않고 행할 수 있는 것은 무녀의 흑주술 뿐이었습니다. 장녹영은 왕실을 보호하기 위한 성수청의 국무로서, 이미 왕실의 일원이 된 세자빈을 해할 수 없다고 거부하지만 대비는 성수청의 존폐를 걸고 그녀를 협박합니다.

또한 허염에게 시집가고 싶어하는 민화공주(진지희)의 욕망이 심상치 않습니다. 성조대왕은 허염과 같은 인재를 부마로 삼아 출사를 막을 수 없다면서 청을 거절했지만, 이미 사랑에 빠진 공주는 받아들이지 못하는군요. 게다가 시누이가 될 줄 알고 예뻐하던 허연우는 엉뚱하게도 올케가 되고 말았으니, 민화공주는 더욱 더 억울함을 견딜 수 없어 울며 불며 생떼를 쓰기 시작합니다. 별로 위험해 보이지 않았던 이 철부지 공주가 어쩌면 가장 치명적인 비극의 원인이 될지도 모르겠네요. 모친과 대립하면서까지 그토록 애써서 세자의 치세를 안정시켜 주려 했던 성조대왕의 깊은 고뇌가 물거품으로 돌아갈 것을 생각하니 눈물이 앞을 가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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