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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8월도 막바지에 이른 어느 날, 가수 바다(본명 최성희)는 '불후의 명곡' 무대에 서서 '사의 찬미'를 불렀습니다. 구한말 신여성의 대표주자이며 한국 최초의 여성 성악가였던 소프라노 윤심덕은 서른 살 되던 1926년 7월, 오사카의 닛토레코드회사에서 음반 취입을 의뢰받고 일본으로 건너갔죠. 레코드 취입을 다 마친 8월 1일, 윤심덕은 음반사 사장에게 특별히 한 곡을 더 녹음하고 싶다고 청했다는군요. 요시프 이바노비치 작곡 '다뉴브 강의 잔물결'에 윤심덕이 직접 한국어 가사를 붙인 그 노래가 바로 '사의 찬미'였는데, 결국 이 노래는 윤심덕이 세상에 남긴 마지막 목소리가 되었습니다. 녹음을 마친 윤심덕은 당시 연인이었던 극작가 김우진과 함께 시모노세키에서 부산으로 가는 배에 올랐지만, 이후 그들은 세상에 ..
1996년 1월, 그 춥던 겨울날 느닷없이 전해졌던 가수 김광석의 자살 소식은 너무나도 뜬금없고 충격적인 것이었습니다. 물론 방송매체 등을 통해서 비춰진 모습만 보고 한 사람의 내면을 짐작할 수는 없는 일이지만, 서글픈 노래를 부르면서도 우울증과는 한참 거리가 멀어 보이던 그였기에 더욱 뜻밖이었죠. 김광석이 스스로 작사 작곡한 노래 '일어나'의 가사를 보면, 아무리 힘든 역경 속에서도 결코 포기하거나 주저앉지 않으려는 의지를 느낄 수가 있습니다. 짓밟혀도 다시 일어나는 강인한 풀꽃처럼, 제가 생각하는 김광석은 그런 이미지의 가수였는데 생뚱맞은 우울증으로 자살을 했다니 믿어지지 않는 일이었어요. 그러던 중 방송가 쪽에서 일하던 어느 지인을 통해, 자살로 알려진 김광석의 죽음이 사실은 타살이라는 소문을 전해..
이번 주에도 역시 '나는 가수다'에서 최고의 화제를 불러일으킨 사람은 임재범이었습니다. 저의 감상을 말해 본다면, 윤복희의 오리지날 버젼 '여러분'이 좀 박애주의적인 느낌을 준 데 비해, 임재범에 의해 재해석된 '여러분'에서는 단 한 사람의 친구를 간절히 원하는 극도의 외로움이 더욱 깊이 전해졌습니다. 깊은 속마음까지 모두 털어놓을 수 있는 한 명의 친구가 너무도 그립기 때문에, 자기가 먼저 나서서 너에게 그런 친구가 되어주겠다고 말하는, 그런 느낌이었습니다. 준 것만큼 보답이 돌아올지 어떨지 보장은 없지만, 아무와도 마음을 나누지 않는 것보다는 받지 못하더라도 주는 것만으로 행복할 수 있으니까요. 특히 '야수가 부르는 처절한 희망의 찬가'라고 한 자문위원 남태정 PD의 표현은 아주 적절하게 느껴졌습니다..
가수 임재범이 5월 16일 오후에 급작스런 맹장수술을 받은 데 이어, 몇 년 전에 골절되었던 손가락 뼈가 치료되지 않은 상태로 금이 가 있는 것마저 발견되어 팔목까지 깁스를 했습니다. 이제 접었던 날개를 펴고 날아오르려던 임재범 자신뿐만 아니라 그의 활약에 크게 의지하며 나날이 화제의 중심이 되고 있는 '나는 가수다' 측에도 큰 비상이 걸렸습니다. 임재범이 전해주는 색다른 음악과 분위기에 젖어들며 그를 깊이 사랑하기 시작한 팬들에게도 이보다 안타까운 일은 없습니다. 아무리 독감이라도 너무 오랜 기간을 너무 심하게 앓는다 싶었는데, 맹장염의 초기 증상으로 일어난 몸살이 독감과 겹친 상태였군요. 그래도 늦지 않게 수술을 받을 수 있었고 성공적으로 끝났다니 정말 다행입니다. 무엇보다 가슴아픈 것은 골절된 손가..
'나는 가수다'는 현존하는 모든 TV 프로그램 중에서 가장 드라마틱합니다. 예능뿐만 아니라 정통 드라마까지 포함시킨다 해도 이 정도의 퀄리티 높은 감동은 창출해낼 수 없을 것입니다. 드라마는 픽션이지만 이것은 현실이니까요. 탄생한지 불과 2개월 가량에 불과한 시간 동안 '나가수' 자체가 겪어 온 갖가지 산전수전도 그렇거니와, 이 프로그램은 출연하는 가수들 개개인의 인생에도 커다란 획을 긋고 있습니다. 더불어 이 프로그램 하나로 인해 오랫동안 큰 변화 없이 지속되어 온 가요계와 예능의 판도가 뒤바뀌고 완전히 재편성될 기미마저 보이고 있습니다. 어쩌면 '나가수' 자체가 하나의 커다란 기적이라고 보아도 좋을 것입니다. 그 중에도 개인의 스토리가 가장 드라마틱하고 어메이징한 사람을 한 명만 꼽는다면 단연 임재범..
'무릎팍 도사'에 출연한 김태원이 아들의 자폐증을 털어놓았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파란만장했던 그의 일대기는 거의 들어 알고 있었으나, 아들이 그렇게 많이 아픈 줄은 처음 알았습니다. 힘겨웠던 지난 날의 온갖 고통들을 이겨내고 지금은 그저 행복하게 살고 있는 줄만 알았는데, 그의 삶에 끝없이 계속되는 고통은 제 이마에 식은땀이 맺힐 만큼 상상을 초월했습니다. 아들 우현이는 지금 11살이지만 한 번도 아빠와 대화를 나눠 본 적이 없다고 했습니다. 김태원은 지금도 아들과 대화하는 꿈을 꾸며 그 날을 기다리고 있다 했습니다. 자폐아에 대해 편견을 가진 사람들의 싸늘한 시선 때문에 그들은 너무나 큰 상처를 받았으며, 그것이 바로 현재 김태원의 아내가 아이들을 데리고 외국에서 살고 있는 이유라고 했습니다. 그의 아..
제가 '아가사 크리스티'의 추리소설을 좋아하던 이유는 탐정 '에르큘 포와로'의 치밀한 수사방식에 매료되었기 때문입니다. 그 중 하나의 예를 들어 본다면 다음과 같은 것입니다. 범인으로 지목되는 남성에게 분명 협조자가 있었을 것이며, 그 공범은 여성일 확률이 높다는 것을 추리해낸 포와로는, 용의선상에 오른 여성들을 모아 놓고 자연스런 상황을 연출하여 '고소공포증이 있는지에 대한' 그녀들의 대답을 이끌어 냅니다. 그 중 2명의 여성이 "나는 고소공포증이 있으며 높은 곳에 올라가면 두려움과 어지럼증을 느낀다"고 대답했습니다. 그런데 다음 날, 또 우연인 것처럼 포와로에 의해 그 여성들은 고소공포증 체험을 하게 됩니다. 모두가 흔들다리를 건널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어 놓았던 것이죠. 그런데 어제 "나는 고소공..
제대 이튿날 '무릎팍 도사'에 출연한 토니안을 보았습니다. 날아갈 듯 가벼운 마음일 거라는 예상과 달리, 그는 벌써부터 군대가 그립다는 고민을 들고 나왔더군요. 처음에는 너무 가식적인 멘트라고만 느껴졌습니다. 아무려면 그럴 리가 있을까 싶었거든요. 지난 8월 토니보다 먼저 제대하여 '강심장'에 출연했던 개그맨 양세형은, 현존하는 육군 사병 중 토니안이 가장 나이가 많아서, 최고령 사병으로 표창까지 받았다고 말한 적이 있었지요. '무슨 나이 많다고 주는 표창이 다 있나?' 생각하던 중 '고령에 수고한다고...' 라는 자막이 뜨는 것을 보고 얼마나 웃었는지 모릅니다. 20대 초반의 청년들도 견디기 힘든 군생활을 서른 넘어서 시작했으니 그 고생이 오죽했을까 싶었습니다. 고령에 수고한다는 자막은 우습기도 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