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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스텐레스김이 예측 불허 '뒤통수 반전'의 대명사가 된 것은 '지붕뚫고 하이킥'의 결말 때문이었지요. 별로 명예로운 칭호는 아니었습니다. 아무도 전혀 예측하지 못했을 만큼 충격적인 반전이었다는 것은, 그만큼 중간 부분의 개연성이 떨어졌다는 의미일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아가사 크리스티의 추리소설 '애크로이드 살인사건'이 발표된 후, 그 범인이 너무 뜻밖의 인물이라는 이유로 논란이 일었다지요. 최소한의 복선도 깔아놓지 않고 제멋대로 이끌어낸 결말이었다며 비난하는 사람이 많았는데, 전문가들의 세심한 분석을 통해 크리스티가 곳곳에 숨겨 놓은 미묘하고 세심한 복선들이 속속 드러나며 비난은 곧 감탄으로 바뀌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지붕킥'은 그런 경우가 아니었죠. '지붕킥'의 결말 때문에 온 세상이 시끄럽던 당시,..
저는 시트콤을 아주 좋아합니다. 저에게 세상은 언제나 심각하고 무겁게만 느껴지는데, 시트콤을 볼 때면 마음이 가볍고 즐거워지거든요.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좋아하는 김병욱의 시트콤에서는 이제 가벼운 즐거움을 기대하기가 어렵게 되었습니다. 물론 사람을 중독시키는 스텐레스김 특유의 재미는 여전하지만, '지붕뚫고 하이킥' 때부터는 분위기가 필요 이상으로 심각해져 버린 거죠. 그런데 심각한 것은 원래 저의 취향과 잘 맞아떨어지기 때문에 오히려 몰입도는 점점 더 높아지더군요. 그러다 보니 이상하게 예민해져서 스트레스를 받기도 하고..;; 시트콤을 보는 원래의 목적과는 좀 멀어져 버렸습니다. 그래서 얼마 전부터는 '하이킥3'가 끝나면 곧바로 채널을 돌려 '청담동 살아요'를 시청하며 무거워진 마음을 달래곤 했지요..
생각해 보면 스텐레스김은 가난한 사람의 캐릭터를 멋지게 그려주었던 적이 거의 없습니다. '똑바로 살아라'에서도 가장 가난한 박영규가 가장 찌질한 못난이였죠. 손윗 동서 노주현의 집에 얹혀살고 있는 처지에 툭하면 병원 공금을 횡령하고 온갖 비리를 저지르는 등 민폐 행각이 장난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가진 자' 노주현이 너그러운 아량으로 늘 용서해주며 데리고 살았죠. 모든 사람에게 적용될 수는 없겠지만, 어쩌면 그와 같은 설정은 현실적인 것일 수도 있습니다. 극심한 가난은 사람의 마음조차 척박하게 만들어 버리니, 인간으로서의 품위나 사회적 정의 따위를 챙길 여유가 없겠지요. 스텐레스김의 특별한 사랑을 받았던 캐릭터, '지붕킥'의 신세경 한 사람을 제외하면 가난한 사람들은 대부분 찌질하게 그려졌습니다. 이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