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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킥3' 뒤통수 반전? 겁먹지 않아도 좋을 이유 본문

종영 드라마 분류/하이킥3-짧은다리의역습

'하이킥3' 뒤통수 반전? 겁먹지 않아도 좋을 이유

빛무리~ 2012. 2. 29. 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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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텐레스김이 예측 불허 '뒤통수 반전'의 대명사가 된 것은 '지붕뚫고 하이킥'의 결말 때문이었지요. 별로 명예로운 칭호는 아니었습니다. 아무도 전혀 예측하지 못했을 만큼 충격적인 반전이었다는 것은, 그만큼 중간 부분의 개연성이 떨어졌다는 의미일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아가사 크리스티의 추리소설 '애크로이드 살인사건'이 발표된 후, 그 범인이 너무 뜻밖의 인물이라는 이유로 논란이 일었다지요. 최소한의 복선도 깔아놓지 않고 제멋대로 이끌어낸 결말이었다며 비난하는 사람이 많았는데, 전문가들의 세심한 분석을 통해 크리스티가 곳곳에 숨겨 놓은 미묘하고 세심한 복선들이 속속 드러나며 비난은 곧 감탄으로 바뀌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지붕킥'은 그런 경우가 아니었죠.

'지붕킥'의 결말 때문에 온 세상이 시끄럽던 당시, 김병욱 PD의 인터뷰를 읽었는데 "황정음 관련 에피소드가 더 이상 나오면 안 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여러가지 상황이 여의치 않았다"는 내용을 본 기억이 있습니다. 그 말인즉, 중간 부분의 전개에서 실수가 있었음을 본인 스스로가 인정한 셈입니다. 떡밥을 던지더라도 적정선을 지켰어야 했는데 그 수위 조절에 실패함으로써 '지붕킥'은 아쉽게도 명작의 반열에 오르지 못하고 말았던 것이죠.

궁극적으로 표현하고자 하는 주제와 목적 의식에 있어서는 결코 양보하지 않을 김병욱이지만, 과정상의 실수조차 고집스레 반복할 이유는 없습니다. 이번에는 훨씬 조심스럽게, 저울추가 지나치게 반대편으로 기울지 않도록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 느껴집니다. 그렇다고 누구나 뻔히 예측할 수 있는 결말이 되면 재미없으니까, 떡밥을 던지되 조금씩만 던지면서, 전작의 실수로 잃어버린 개연성과 손상된 자존심을 회복하기 위해, 한 발짝 한 발짝 무척이나 고심을 거듭하고 있는 듯해요.

그러므로 '지붕킥' 결말처럼 완벽한(?) 뒤통수 반전을 미리 예상하고 겁먹을 필요는 없습니다. 물론 충격적이고 슬픈 결말일 가능성은 여전히 높아요. 특히 윤계상을 둘러싸고 있는 비극적 기운이 아직도 생생히 감지되거든요. 하지만 너무 개연성이 없거나, 너무 갑작스러워서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그런 정도의 결말은 아닐 거라는 이야기입니다. 이번에는 충격을 주더라도 적당한 스폰지를 마련해 줄 것이고, 슬픔의 늪에 빠뜨리더라도 찰나의 준비할 시간은 줄 거라고 생각합니다. 떡밥을 요령있게 잘 피하고 복선을 유심히 살피면서 충실히 따라가다 보면, 마음의 준비를 갖춘 상태에서 충격과 슬픔을 맞이할 수 있을 거예요.

101회에서는 이적의 아내 후보 중 또 한 명(혹은 두 명?)이 탈락했습니다. 가난한 백진희를 최고급 레스토랑으로 불러내어 밥값을 뒤집어 씌운 이적의 만행을 듣고, 박하선과 김지원과 안수정은 모두 분노를 금치 못하는군요. 기왕 돈을 보낼 거면 다 보낼 일이지, 쪼잔하게 자기 먹은 밥값만 보냈을까요?..;; 박하선의 제안으로 똘똘 뭉친 4명의 여자들은 복수를 결심하고 이적을 불러내서 비싼 밥을 얻어먹는데, 그게 너무 과했네요..;;

가뜩이나 사랑에 굶주려 있던 이적은 백진희가 데이트 신청하는 줄 알고 부푼 마음으로 나왔는데, 뜻밖에도 4명의 여자에게 제대로 뜯어먹히게 되니 기분이 몹시 상하고 맙니다. 여자들이 식사하는 동안 혼자서 와인을 몇 병이나 물처럼 들이키고는 취해 버렸네요. "너는 내가 돈으로 보이지? 그쪽도 내가 돈으로 보이죠? 그래... 지갑으로서 마땅히 내가 해야 할 일을 한 거지 뭐!" 혀 꼬부라진 소리로 중얼거리는데, 좀 얄미운 캐릭터이긴 하지만 너무 상처받은 기색이 역력해서 저도 모르게 마음 한 구석이 아파오더군요.

비틀거리며 일어나 계산을 마치고 나오는데, 뒤따라 나온 박하선이 그를 붙잡고 "죄송합니다" 하며 진심으로 사과의 말을 건넵니다. 모든 일을 솔직하게 털어놓으며 정식으로 사과하는 그녀의 태도를 보고는 이적도 약간이나마 화가 풀린 듯 싶은데, 사과받은 것만으로 따뜻함을 느꼈다고 할 수는 없겠지요. 그러나 박하선의 말은 계속 이어졌습니다. "저... 선생님을 돈으로 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요. 정말이에요!" 그녀들이 자신을 인격적으로 존중하지 않고 '돈 취급'을 한다 생각해서 상처받은 이적의 마음에, 박하선이 진심으로 건넨 위로의 말은 매우 따뜻하게 느껴졌을 겁니다.

길에서 구토하고 있는 이적을 발견한 백진희는 그 곁에서 한동안 등을 토닥여 줍니다. 역겨운 내색도 하지 않고 진심으로 걱정해 주면서 말이지요. 이 또한 충분히 따뜻함을 느낄 수 있는 장면이었지만, 아무래도 처음은 아닌 듯 싶군요. 예전에도 이적은 백진희에게서 따뜻함을 느낀 적이 분명 있었습니다. 윤계상의 집에서 모든 여자들로부터 무시당하고 있을 때, 오직 백진희만이 똑똑하신 분이라며 그의 능력을 칭찬해 주고, 그의 노래에 감동하며 눈물까지 흘려 주었으니까요. 외롭던 그 곳에서 유일하게 자기 편을 들어 주던 그 순간, 따뜻함을 느끼지 않았다고 할 수 있을까요? 물론 나중에 둘이 식사할 때 진희가 계상 이야기만 늘어놓아서 이적의 자존심에 상처를 주긴 했지만, 그렇다고 이미 느껴버린 따뜻함의 기억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지요. 

심지어 백진희와의 썸씽(?)은 그 이후에도 한 번 더 있었습니다. 윤계상에게 거절당한 백진희가 그것을 얼버무리기 위해 이적에게 "제가 선생님 좋아하거든요!" 하면서 노골적으로 들이댔던 사건입니다. 그게 무슨 따뜻함이냐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가뜩이나 여자와의 사랑에 굶주려 있던 이적의 입장에서는 가장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는 일이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므로 제가 보기에 이적이 백진희에게서 따뜻함을 느낀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 무려 세번째입니다.

며칠 후 계상의 집을 방문한 이적은 안수정과 마주치는데, 수정은 뜻밖에도 그가 술김에 뿌리듯이 던져 주었던 수표 뭉치를 그대로 간직했다가 돌려주는군요. (하긴 드라마 '올인'을 보니까, 카지노에서도 술 취한 손님과 게임해서 거액의 돈을 따는 것은 불법에 해당된다던데, 허영심 가득해 보이는 수정이도 최후의 마지노선은 지킬 줄 아는 아이라서 다행이네요..ㅎㅎ) 단지 돈을 돌려준 것에 불과했다면 따뜻함을 느끼지는 못했겠지만, 수정의 말이 계속 이어집니다. "삼촌이 힘들게 번 돈인데 그렇게 막 쓰면 돼요?" 덧붙여 환한 미소까지... 자기를 '지갑'이나 '돈'으로만 본다는 생각에 맘 상해 있던 이적이, 돈 버느라 힘들었던 고충까지 이해해 주는, 의외로 속깊은 그녀의 태도에 따뜻함을 느끼지 않을 수가 있었을까요?

"2012년 겨울 끝자락의 어느 날, 나는 아내에게서 처음으로 따뜻함을 느꼈다!" 이적의 나레이션을 끝으로 마무리된 101회에서... 어디까지나 제 생각이지만 김지원과 백진희는 이적의 아내 후보에서 탈락했습니다. 그저 밥만 얻어먹었을 뿐 따뜻함을 느끼게 해주지 않은 김지원은 당연히 탈락이죠. 혹자는 시청자가 안 보는 데서 이적이 따로 김지원을 만나 따뜻함을 느꼈을 수도 있지 않겠느냐 하는데 그건 뭐..;; (뒤통수 반전에 대한 강박증 or 기대감이 지나친 듯 ㅎㅎ) 줄곧 강력한 후보였던 백진희의 탈락은 무척 의외지만, 아까 말했듯이 '처음으로 느낀 따뜻함'은 절대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저는 그녀도 지원과 함께 탈락한 것이 맞다고 봅니다.
 

그렇다면 남은 후보는 하선과 수정인데, 제 마음속의 저울추는 안수정 쪽으로 확연히 기울었습니다. 가장 중요한 이유는 개연성을 회복하려는 스텐레스김의 노력을 느끼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 동안 윤지석(서지석)-박하선 커플이 맺어지기 위해서 얼마나 오랜 시간과 많은 에피소드가 필요했나요? 이건 '지붕킥'의 이지훈-황정음 커플을 윗도는 수준입니다. 그런데 이제 와서 막판에 갑자기 뒤집는다면, 개연성을 확보하기가 그만큼 어려워지겠죠. 전작의 실수를 그대로 반복하게 되는 겁니다.

'지정커플'이 뒤집혔으니 '지하커플'도 뒤집힐 거라고 염려하는 사람이 많지만, 제 생각은 다릅니다. '지붕킥'의
이지훈(최다니엘)은 주인공으로서 신세경과 더불어 작품의 주제를 짊어지고 있던 캐릭터입니다. 그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행복이나 불행이 아니라 '주제'였지요. 비극적 운명은 처음부터 결정되어 있던 거예요. 이번에도 주인공인 윤계상은 스텐레스김의 특성상 비극적 결말을 맞이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하지만 작품의 소프트한 재미와 코믹 요소를 더해주는 캐릭터 윤지석을 굳이 그렇게 만들 필요는 없어요.  

만약 윤지석이 갑자기 죽는다거나, 일각의 추측대로 정신분열증에 걸린 이적의 머릿속에서 만들어낸 가상의 인물이었다거나..;; 하는 식으로 황당하게 처리한다면 어찌 개연성을 확보할 수 있을까요? 무슨 만화나 호러영화도 아니고... 무엇보다 그래야 할 이유가 없습니다. 박하선이 이적의 아내가 되거나 말거나 작품의 주제와는 별 상관도 없는데, 의미 없는 반전을 위해서 그런 무리수를 두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는 이리 저리 많이도 헛갈렸지만, 후반에 다다른 지금은 거의 분명해진 듯 싶군요. 제가 안수정을 이적의 아내로 최종 낙점(?)한 이유는 어제의 포스팅에서 자세히 서술했으므로 지금은 생략하겠습니다. 다만 수정이가 이적을 남편으로 선택한다면 단지 재력 때문만은 아니겠죠. 물론 그것도 매우 중요한 조건임에는 틀림없지만..ㅎㅎ 101회의 에피소드에서 보니 성격상으로도 둘이 제법 잘 맞는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쪼잔한 남자 이적과 화통한 여자 안수정의 조합은 '호구와 싸가지' 만큼이나 썩 잘 어울려 보이는군요..^^ 


*** 디씨갤로의 펌 절대 금지! (링크 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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