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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김수현 작가의 신작 '그래 그런거야'가 막장의 홍수 속에 따뜻한 가족드라마라는 기치를 내걸고 제법 야심차게 시작되었지만 대중의 반응은 썩 좋지 못한 편이다. 첫방송은 4%의 저조한 시청률을 기록했고, 해당 기사에는 재미가 아닌 피로를 느꼈다는 댓글이 무수히 달렸다. 반드시 김수현 특유의 따발총 대사 때문만은 아니었다. 이미 개인주의적 사고와 생활 방식에 익숙해져 버린 현대인들에게, 대가족이라는 집단의 모습은 더 이상 따뜻함으로 다가오지 않는다. 오히려 가족이라 이름붙여진 그 거대한 집단의 일률적 원칙을 내세워 구성원 개개인의 엄청난 희생을 요구하는 가부장적 노인들의 모습은 한없는 갑갑함으로 느껴질 뿐이다. 1년 365일 내내 명절 분위기를 이어가는 대가족 안에서 안주인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주부 한혜경..
드라마 '49일'이 종영했습니다. 시청자들의 반응은 대체적으로 부정적인 듯 싶으나, 저는 그래도 나쁘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원하던 결말은 아니었지만, 예상했던 것과는 다른 면에서 깊은 감동과 여운을 남겼습니다. 제가 해석하기에 이 드라마의 포커스는 송이경(이요원)이 아니라 전적으로 신지현(남규리)에게 맞춰져 있었습니다. 그녀의 삶과 죽음이 모든 것을 바꿔 놓았습니다. 신지현은 49일 여행의 고된 일정을 마치고 귀한 3방울의 눈물을 얻어 회생에 성공했으나, 안타깝게도 태어나면서부터 그녀에게 주어진 목숨은 회생 후 고작 일주일이 더 남았을 뿐이었습니다. 너무 가엾어서 화가 날 정도로 서글픈 그녀의 운명이지만, 달리 생각해 보면 유난히 밝고 긍정적이며 선량함의 화신과도 같았던 그녀는 타인들을 위한 천사..
사람과 사람의 관계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 진실한 관계를 위해서는 꼭 필요하지만, 좀처럼 얻을 수 없는 것이 뭘까요? 저는 수백번 수천번을 생각해도 '믿음'인 것 같습니다. 믿지 못하더라도 무조건 사랑해야 한다는 것, 믿을 수 없는 녀석이라도 무조건 사랑해야 한다는 것, 그런 사랑이 진짜라는 것... 그래서 궁극적으로 '사랑'이 '믿음'보다 우위에 있다는 것을 머릿속으로 알기는 합니다. 그런데도 저는 이상하리만치 '믿음'에 집착하게 되는군요. 주인을 따르는 강아지의 모습을 보고 저절로 미소가 지어지는 이유는, 그 강아지가 속으로 무슨 다른 생각을 하고 있을까를 염려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입니다. 그냥 단순하게, 맘 편히 믿어도 되는 존재이기 때문에 저는 동물이 참 좋습니다. 기본적으로 지니고 있는 ..
"49일 동안 당신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람 세 명을 찾는 거야. 그럼 당신이 살던 세상으로 돌아갈 수 있어." "그걸 어떻게 증명해?" "당신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람이, 당신을 생각하면서 흘리는 눈물이 그 증거야. 순도 100%의 눈물 세 방울" 1회에서 억울한 사고로 죽음의 위기에 놓인 신지현(남규리)의 영혼과 스케줄러(정일우)가 나누었던 대화입니다. 신지현은 30명도 아니고 3명의 사랑도 못 받고 사는 사람이 어딨냐면서 자신만만하게 49일 여행을 시작했지요. 그런데 '49일'의 시청자라면 모두 아시다시피 지금 엄청나게 고전중이며, 현재로 봐서는 미션에 실패할 확률이 상당히 높아 보이기까지 합니다. 혈육은 대상에서 제외되기 때문에, 그녀의 침상 앞에서 나날이 피가 말라가는 부모의 눈물은 소용이 없지..
드라마 '49일'의 젊은 주인공들은 모두 어렴풋한 베일에 휩싸인 듯 어딘가 신비로워 보입니다. 신지현(남규리)의 경우는 지금까지의 삶에 아무런 비밀이 없었으나, 현재 상태가 육신 없이 활동하는 영혼이기 때문에 그 자체가 신비하지요. 그리고 생전의 기억을 잃어버린 스케줄러(정일우), 과거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송이경(이요원), 그 기억의 한 줄기와 연관되어 있는 듯한 의사 노경빈(강성민)... 이 사람들은 모두가 아직 드러나지 않은 비밀을 간직하고 있기에 궁금증을 자극합니다. 감정선이 가장 뚜렷이 드러나고 있는 두 인물은 한강(조현재)과 신인정(서지혜)입니다. 우선 신인정의 마음속에는 강민호(배수빈)에 대한 집착어린 애정과 신지현에 대한 질투심이 두 갈래의 큰 줄기로 흐르고 있습니다. 초반에는 친구 ..
제가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려 온 드라마 '49일'이 드디어 시작되었습니다. 처음부터 드러난 소재와 주제가 꼭 제 마음에 드는 것들이었기 때문입니다. 진부하다는 의견도 있지만 어차피 완벽히 새로운 것은 없는지라 어떻게 끌어가느냐가 중요한데, 그런 점에서 소현경 작가는 상당히 믿을만하다는 생각입니다. 여기에 두 여인이 있습니다. 신지현(남규리)은 스물일곱살이 되도록 세상의 아름답고 좋은 면만을 보아 온 부잣집 외동딸입니다. 철부지이나 공주병은 아닙니다. 그녀는 모든 사람을 사랑하고 세상을 좋아합니다. 그 무엇도 나쁘게 생각하지 않으며, 어떤 상황이라도 긍정적으로 받아들입니다. 이제 그녀는 사랑하는 남자 강민호(배수빈)와 결혼을 앞두고 있습니다. 더 바랄 것 없는 행복의 절정만이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습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