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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일' 사람 미치게 하는 '순도 100%의 진심' 본문

종영 드라마 분류/49일

'49일' 사람 미치게 하는 '순도 100%의 진심'

빛무리~ 2011. 4. 14.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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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일 동안 당신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람 세 명을 찾는 거야. 그럼 당신이 살던 세상으로 돌아갈 수 있어."
"그걸 어떻게 증명해?"
"당신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람이, 당신을 생각하면서 흘리는 눈물이 그 증거야.
 순도 100%의 눈물 세 방울" 

1회에서 억울한 사고로 죽음의 위기에 놓인 신지현(남규리)의 영혼과 스케줄러(정일우)가 나누었던 대화입니다. 신지현은 30명도 아니고 3명의 사랑도 못 받고 사는 사람이 어딨냐면서 자신만만하게 49일 여행을 시작했지요. 그런데 '49일'의 시청자라면 모두 아시다시피 지금 엄청나게 고전중이며, 현재로 봐서는 미션에 실패할 확률이 상당히 높아 보이기까지 합니다.

혈육은 대상에서 제외되기 때문에, 그녀의 침상 앞에서 나날이 피가 말라가는 부모의 눈물은 소용이 없지요. 신지현은 이미 철석같이 믿던 약혼자 강민호(배수빈)와 십여년 동안 한집에 살아온 단짝친구 신인정(서지혜)에게서 처절하게 뒤통수를 맞았습니다. 한동안 실의에 잠겼지만 희망을 잃지 않은 신지현은, 방법을 강구해서 다른 친구들을 3명을 만나는 데 성공합니다. 대학시절에 자기와 더불어 4총사로 불리며 친하게 지내던 친구들입니다.

송이경(이요원)의 몸을 빌어 친구들 앞에 나타난 그녀는 자신을 신지현의 또 다른 친구 박정은이라고 소개하며 이렇게 말합니다. "지현이는 교통사고로 지금 식물인간이 되어 있는데, 사랑하는 사람들의 신호가 뇌파에 영향을 준다고 하거든요. 친구분들이 지현이를 그리워하는 모습을 찍어다가 보여줄게요." 그리고 카메라를 들이댑니다. 신지현의 상태가 그렇게 심각한 줄 모르고 있던 친구들은 그 말을 듣고 충격을 받은 듯, 카메라 앞에서 하나같이 눈물을 흘리기 시작합니다. 

펑펑 울어대는 3명의 친구를 찍으며 흐뭇한 미소를 짓던 신지현의 영혼은 목걸이 안에 한 방울의 눈물도 모아지지 않은 것을 보고 급 당황모드에 접어듭니다. 처음 만나던 날, 냉소적인 어조로 말하던 스케줄러의 목소리가 귓가에 다시 들려오는군요. "눈물 흘린다고 그게 다 우는 건 줄 알아?" 그리고는 장례식장에 그녀를 끌고 가서 각양각색의 눈물을 보여 주었지요. "저건 일찍 죽은 친구를 동정하는 눈물이야. 그 옆 사람은 일찍 죽은 친구 때문에 위안을 받고 있고, 그 옆 사람은 예의상 우는 척 하는 거야. 죽은 여자의 남편은 눈물 흘리면서 속으로 기뻐하고 있군. 아내가 남긴 생명보험금이 꽤 많거든."

"너희들... 무슨 생각을 하고 있니? 그 눈물... 무슨 의미야?" 혼란스러워하는 신지현의 영혼 앞에서 친구들은 거침없이 속마음을 털어놓습니다. (물론 드라마니까 그런 거겠지만..;;) 친구 두 명은 신지현의 죽음을 핑계로 자기 설움에 겨워 울음을 터뜨린 것에 불과했습니다. 한 명은 석사논문을 준비하느라 원형탈모가 생길 만큼 힘들었고, 다른 한 명은 잘못된 성형수술 때문에 맘고생 중이었지요.

늘 쇼핑을 함께 다니던 마지막 친구 한 명은 속으로 신지현을 몹시 질투하고 있었습니다. "어쩐지 너무 완벽하더라. 너무 잘난척하면 마가 낀다던데 정말 그런가? 민호씨 만나고 운명의 남자니 뭐니 하면서 온갖 자랑질 다 하더니, 이제 돈이고 남자고 아무짝에도 쓸모없게 됐네." 그렇게 고소해하면서 어떻게 눈물은 흘릴 수 있는지, 그 친구 참 대단하더군요.

신지현의 영혼이 머뭇거리며 말합니다. "지현이는 어떤 친구였어요? 착하지 않았어요?" 그러자 친구들이 말합니다. "착했죠. 너무 착해서 탈이지... 사실은 그게 다 잘난척이거든요. 게다가 너무 눈치도 없고..." 단순여왕 긍정공주였던 신지현은 주변 사람들 모두가 자기를 좋아한다 믿어 의심치 않았고, 스스로 죽을 때도 모두의 사랑을 둠뿍 받는다 생각했지만 그건 착각이고 혼자만의 행복이었던 겁니다.

그런데 저는 신지현의 영혼이 친구들을 만나는 장면에서 의외로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대체 스케줄러가 말한 그 '진심'이라는 게 어느 정도여야 하는지에 대해 의문이 생겼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 드라마가 시작될 때부터 자신을 대입해서 생각해 보았습니다. 내가 신지현이라면 세 방울의 눈물을 얻을 수 있을까? 솔직히 그건 자신이 없더군요. 제가 별로 사교적인 성격이 못 되어서 친구를 많이 사귀지도 못했고, 지금은 더구나 친했던 친구들도 각자 자기 삶에 바빠서 연락이 뜸한지가 꽤 되었으니, 나를 위해 순도 100%의 눈물을 흘려 줄 사람을 3명이나 찾을 수 있을지는 의문스러웠습니다.

하지만 식물인간으로 누워있는 친구를 위해 내가 순도 100%의 눈물을 흘려주는 것은 가능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내가 제일 친하다고 생각하는 친구 2명과 선배 1명을 떠올리니, 그들이 현재 죽음의 위기에 처해 있다면 나는 아무 욕심이나 질투심이나 자기 설움 등의 불순물 없이, 오직 그 친구만을 생각하는 마음으로 눈물 한 방울쯤은 흘릴 수 있을 것 같았어요. 

그런데 저를 무엇보다 헛갈리게 한 것은, 1회에서 스케줄러가 말했던 이 대사였습니다. 9회에서 다시 또렷이 들려왔지요. "저건 일찍 죽은 친구를 동정하는 눈물이야." 그럼 동정은 진심이 아니라는 걸까요?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람에게 불행한 일이 닥쳤다면 가엾어하는 마음이 생기는 건 당연한 일 아닌가요? 그렇게 자연스런 동정심조차 불순물로 구분된다면, 저 역시 순도 100%의 진심어린 눈물을 흘릴 자신은 없습니다. 대체 순도 100%의 진심이란 어떤 걸까요?

잠시 후, 제 가슴을 헤집어 도저히 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장면이 나왔습니다. 신지현의 아버지 신일식은 뇌종양 판정을 받았으면서도 수술조차 거부하고 있었습니다. 그 이유는 수술하다가 깨어나지 못할 가능성이 무려 70%에 달하는데, 해결하지 못한 일들이 너무 많기 때문입니다. 딸자식이 깨어나는 모습이라도 보고 나서 수술을 받겠다며 그 동안 마루어 왔지만, 이제 신지현이 깨어날 가망성은 거의 없다는 의사의 설득에 흔들리고 맙니다.

그놈의 시커먼 속도 모르고 예비사위 강민호를 너무나 믿어버린 신일식은, 자기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모든 사업체를 강민호에게 상속한다는 유언장을 작성하려 합니다. 그 사실을 알게 된 신지현이 발을 동동 구르며 도움을 청하자, 스케줄러는 한 가지 방법을 알려줍니다. 49일에서 남은 시간 중 1일을 깎는 대신 그녀가 영혼 상태에서 꼭 한 번, 실제로 물건을 만질 수 있게 허락되는 것이지요. 2일을 깎아도 좋으니 내 목소리을 아빠가 들을 수 있게 해주면 안되냐고 신지현이 떼를 썼지만 단번에 거절당했습니다.

그런데 덤벙대는 신지현의 스타일이 어딜 가나요? 증인들이 합석한 자리에서 신일식이 유언장에 도장을 찍으려 할 때, 신지현은 아빠보다 먼저 그 도장을 낚아채긴 했으나 곧 바닥에 떨어뜨리고 말았습니다. 모두들 깜짝 놀라긴 했지만 곧 정신을 차렸고, 도장을 주워든 신일식은 다시 유언장을 완성하려 했지요. 원수이며 배신자인 강민호의 손에 전재산이 넘어가려는 순간, 신일식의 책상에 놓여 있던 신지현의 사진 액자가 요란스레 바닥에 떨어져 깨지고 맙니다.

신일식은 액자를 주워 들고, 깨진 유리 안쪽에서 여전히 환하게 웃고 있는 딸의 사진을 들여다봅니다. "이게 왜 떨어져... 벌써부터 저를 죽은 자식 취급했다고... 서운했나?"

금세 눈물이 글썽해진 신일식은 즉시 유언장 작성을 중지하고 증인들을 돌려보냅니다. "아빠, 나는 오래 기다리게 하지 않을거야. 곧 돌아갈 테니까, 조금만 더 기다려 줘..." 바로 옆에서 애원하던 신지현의 목소리를 듣기라도 한 것처럼 말이지요. 유언장에 도장을 찍으려는 순간 딸의 사진 액자가 떨어져 깨지고 마니, 아무래도 딸이 지금의 상황을 싫어하는 것처럼 느꼈던 것이지요. 꼭 한 번만 물건을 만질 수 있는 신지현으로서는, 도장이 아니라 처음부터 사진을 선택해야 했네요. 저도 미처 그 생각은 못했으니 신지현보다 머리가 좋지도 않은 것 같습니다.

절망적이었던 사태를 순식간에 이렇게 되돌린 것은 바로 스케줄러였습니다. "내가 진짜 못살아, 못살아!" 이미 5년 전에 죽은 주제에 뭘 또 못산다는 건지ㅎㅎ 어쨌든 까칠하지만 인간미 넘치는 이 스케줄러는 결국 그렇게 신지현을 도와주고 말았던 것입니다. 그리고는 스케줄러의 규율을 위반한 벌칙으로, 거의 다 끝나가던 임기를 7일이나 연장당하게 됩니다. 반효정씨가 특별출연해서 카리스마 넘치는 스케줄러 대장 할머니의 역할을 수행해 주셨네요.

그나저나 신일식의 대사는 정말 명품 중의 명품이었습니다. "벌써부터 저를 죽은 자식 취급했다고... 서운했나?" 아, 듣기만 해도 너무 가슴이 아파오는... 바로 이런 게 순도 100%의 진심이구나 하고 절절하게 느껴져서, 떠올릴 때마다 눈물이 차오르는군요.

한강(조현재)은 드디어 송이경 안에 숨은 신지현의 영혼을 알아차렸습니다. 그녀를 만나고부터 줄곧 "나 미친놈 아니야?" 하고 스스로 되뇌이더니만, 이제 남들이 미친놈이라고 해도 상관없다는 생각이 들었나봐요. 아무리 신지현의 모습이 자주 겹쳐진다고 해도 눈앞에 있는 것은 엄연히 송이경의 몸인데, 생판 다른 그 얼굴을 보면서 "너 지현이니?" 하고 거침없이 묻는군요. 이제는 모두가 기대한 대로 신지현을 위한 첫번째 눈물을 한강이 흘려 주어야 할텐데, 예고편을 보니 약간 코믹한 분위기로 흘러갈 듯해서 그 시기는 좀 늦춰질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아무리 오랫동안 짝사랑을 해왔다 해도, 그녀의 아버지 신일식과 비슷할 만큼 순도 100%의 눈물을 흘리는 게 가능할까요? 

이 드라마를 보는 동안 계속 '순도 100%의 진심'이라는 단어를 생각하게 되는데, 이게 정말 사람을 미치게 합니다. 과연 신지현은 '순도 100의 진심어린 눈물' 3방울을 얻어낼 수 있을까요? 그렇다면 앞으로 그 세 사람의 눈물은 어떤 방식으로 표현될까요? 신일식의 짧은 대사 한 마디에도 저린 가슴을 주체할 수 없는 저는, 앞으로 다가올 그 감동의 순간들이 차라리 두렵기조차 합니다. 두려워하면서도 가슴 설레는 기대감으로 오늘도 '49일'의 제10회를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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