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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의학 드라마를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그래도 가끔씩은 끌리는 작품이 있습니다. 2007년의 '하얀 거탑'이 그러했고, 이제 2011년 초겨울에 새로 시작된 '브레인'이 또한 그렇습니다. 지난 주에 1~2회를 보면서도 느낌이 나쁘지 않다는 생각을 했는데, 특히 어제 시청했던 3회는 저의 개인적인 기억과 맞물려 상당한 호기심과 흥미를 자아냈습니다. 주인공 이강훈(신하균)의 캐릭터에 제가 몰입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좀 걸릴 듯합니다. 이 인물에게는 변화가 예정되어 있거든요. 신경외과 전임의(펠로우) 2년차인 이강훈은 개천에서 난 용이며 욕망의 화신입니다. 아직까지는 '하얀 거탑'의 주인공이었던 장준혁(김명민)과 흡사합니다. 모두가 장준혁에게 열광할 때 저는 끊임없이 고개를 저었지요. 의사도 인간이기에 출세하고 ..
이제 70대에 접어든 원로 작가 박정란이 집필한 드라마 중 저의 머릿속에 아직도 강렬히 남아있는 작품은 어린 시절에 보았던 '울 밑에 선 봉선화'입니다. 너무 오래 전에 보았던 것이라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시대의 아픔 속에 인간의 섬세한 감정이 진하게 녹아들어가 있는 수작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여주인공 정옥(김미숙)의 삶에 초점이 맞춰져 있기는 했으나 그녀의 두 여동생 정애(권기선)과 정임(전인화)의 삶 또한 극도의 애련함으로 다가왔었습니다. 긴 호흡을 지닌 일일드라마였음에도 시놉과 대본이 매우 탄탄하여 지루함을 느낄 새가 없었고, 인물 하나 하나의 스토리가 굉장히 역동적이었습니다. 저는 오래 전에 원로 PD 허환 선생님의 드라마 작법 강의를 들으러 다닌 적이 있었는데, 그 때 아주 잠깐 박정란 작..
트위터에 올린 발언으로 사회에 물의를 일으키거나 손수 곤욕을 자초하는 사람이 한둘은 아니지요. 옥주현, 장근석 등의 연예인들이야 말할 것도 없거니와, 불과 수개월 전 불행한 일을 당한 아나운서의 죽음 역시 트위터 발언과 무관하다고는 볼 수 없는 것이었습니다. 종편으로 이적한 PD중 한 사람은 타 방송국 신생 프로그램의 진행을 맡은 한 가수를 향해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까지 트위터에 올림으로써 눈살을 찌푸리게 하기도 했습니다. 이와 같은 사건들 중에는 100% 실수라고 보여지는 것들도 있지만, 다분히 의도적이라고 보여지는 것들도 있습니다. 말하자면 일부러 세상에 물의를 일으키고자 한다는 느낌이 드는 겁니다. 여기에 아무래도 후자의 경우로 판단되는 한 사람이 있으니, 원로 드라마 작가 김수현입니다. ..
'천일의 약속'을 2회까지 보았지만 주인공 남녀의 사랑에는 여전히 몰입되지 않고 있습니다. 여주인공 이서연(수애)만 갈수록 너무 불쌍해지고, 남주인공 박지형(김래원)은 2회에서도 계속 나쁜놈이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습니다. 착한 약혼녀 노향기(정유미)를 대하는 차가운 태도를 보면서 얼마나 분통이 터졌는지 모릅니다. 만약 집안끼리의 정략결혼일 뿐 향기도 지형을 사랑하지 않는다면 훨씬 나았겠지요. 적어도 박지형이 이토록 나쁜 남자가 되지는 않았을 겁니다. 하지만 현재까지도 중심을 잡지 못하고 어정쩡하게 흔들리는 박지형은, 두 여자의 마음을 갖고 놀며 두 여자의 마음에 모두 상처를 내고 있습니다. 이른 아침, 손수 구워 만든 쿠키를 가지고 박지형의 집을 방문한 노향기는 시어머니 될 수정(김해숙)에게 "저.....
"기억을 잃어가는 여자와의 사랑을 지키는 한 남자의 지고지순한 사랑이야기" 라는 것이 이 드라마의 모토입니다. 그런데 도대체 뭐가 지고지순하다는 건지 전혀 알 수가 없습니다. 첫방송만 시청하고 나서 볼 때는 남주인공 박지형(김래원)처럼 세상에 나쁜 놈이 없습니다. 친구의 사촌여동생인 이서연(수애)를 사랑한다고 하지만, 지금까지의 전개로 봐서는 기이하게 집착하며 데리고 놀았다는 느낌밖에 들지 않습니다. 나중에야 그 사실을 알게 된 친구 장재민(이상우)이 다음 회의 예고편에서 말하더군요. "멀쩡한 집안의 딸이었으면 그렇게 못했을 거야. 너는 서연이를 무시한 거야" 방송을 보면서 제가 받은 느낌도 그랬습니다. 어린 나이에 부모를 잃은 채 어린 동생까지 데리고 고모네 집에 얹혀 살며 눈칫밥으로 성장했을 이서연으..
'막장'이라든가 '욕하면서 보는 드라마'등의 수식어를 줄줄이 달고 다니는 드라마 작가가 몇 명 있습니다. 예를 들자면 서영명, 문영남, 임성한 등이 그렇습니다. 이들의 드라마에는 참으로 기이한 공통점이 있는데, 방송될 때마다 논란이 그치지 않고 호평보다는 악평이 자자한데도 불구하고 시청률은 동시간대 1위를 놓치지 않을 정도로 높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서영명과 문영남의 작품은 제 취향에 맞지 않아서 거의 안 보았고, 임성한의 작품은 나름대로 장점이 있다고 생각하며 좋은 시선으로 보았기 때문에, 그 동안 저의 사전에 '욕하면서 보는 드라마'란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저의 인생 최초로 '욕하면서 보는 드라마'가 생겼으니 바로 구현숙 작가의 '불굴의 며느리'입니다. 한동안은 너무 짜증나서 시청을..
막장 없는 일일드라마, 따스한 가족드라마를 만들겠다던 초반의 포부는 어디로 사라졌을까요? 맨 처음 계획은 시누이 김연정(이하늬)과 올케 오영심(신애라)이 한 남자 문신우(박윤재)를 사이에 두고 연적이 되는 거였지만, 오현창 PD는 그 설정이 막장스럽다 하여 삭제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졌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할 거라면 차라리 처음부터 작가의 계획대로 진행하는 편이 나았을 거라는 생각마저 듭니다. 아직 두 커플이 모두 결혼에 골인한 것은 아니지만, 이변이 없는 한 문진우(이훈)와 한혜원(강경헌) 커플에 이어, 오영심과 문신우 커플도 결혼하게 될 것 같습니다. [한혜원이라는 여자는 정말 운이 좋군요. 귀여운 딸 비비아나(박민하)의 덕을 많이 봤다고 해야겠죠?ㅎㅎ] 그런데 특히 메인 커플인 문신우와 오영심은 시청..
순둥이같은 캐릭터 고은비(구혜선)가 여주인공인 '더 뮤지컬'에서, 배강희(옥주현)는 필연적으로 악녀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건 처음부터 알고 있었지요. 하지만 요즘은 주인공보다 매력적인 악역도 많기 때문에, 만약 배강희가 '선덕여왕'의 미실 만큼 카리스마 있고 매력적인 악역이라면 옥주현의 이미지에도 나쁘지 않을 거라고, 처음 시작할 때는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보면 볼수록 이건 지나치게 막장스런 악역이군요. 정말 해도 너무하다 싶을 정도입니다. 배강희는 뮤지컬계의 디바로서 국내 최고의 스타입니다. 과거엔 천재 작곡가 홍재이(최다니엘)와 뜨거운 사랑을 나누었지만 두 사람은 헤어졌고, 지금 배강희에게는 남편이 있습니다. 대형 극단의 대표인 한상원(현성)입니다. 배강희와 헤어진 후 한동안 활동을 접고 외국..
드라마 '애정만만세'가 최근 들어 상당히 볼만해졌습니다. 그 동안에는 불륜남 불륜녀들의 철면피한 행각이 너무 짜증스러워서 대충 보다가 말다가 했었는데, 요즘 그 뻔뻔한 인간들에게 차례로 철퇴가 내려지는데 그것을 지켜보는 통쾌한 재미가 얼마나 쏠쏠한지 꼬박꼬박 챙겨 보고 있는 중입니다. 남녀 주인공인 강재미(이보영)와 변동우(이태성)의 달콤한 사랑이 한창 진행 중이지만, 저는 솔직히 그쪽보다 한정수(진이한)와 채희수(한여름)가 어떻게 몰락하는지에 훨씬 큰 관심이 있습니다. 한정수는 강재미와의 결혼 생활에서 불임의 원인이 자신에게 있었음을 결국 병원에서 확인했습니다. 자연 임신의 확률은 거의 없다고 의사가 말했습니다. 그렇다면 채희수 뱃속의 아이는 자기 핏줄이 아닐 가능성이 99%겠지요. 저의 예상대로 찌질..
드라마를 좋아하지만 불륜과 이혼 등의 소재는 무척 싫어하는 저에게 있어 '애정만만세'는 처음부터 그닥 애정을 가질만한 작품이 아니었습니다. 그 사실은 지금도 변함이 없지만, 동시간대에 고정적으로 시청하는 프로그램이 없다 보니 무심히 틀어놓고 다른 일을 하는 경우가 많아서 대략의 내용은 알고 있습니다. 이 드라마에는 변주리(변정수)와 채희수(한여름)라는 두 명의 불륜녀가 등장하는데, 이 여자들의 뻔뻔함이 어찌나 지독한지 차마 눈 뜨고는 볼 수가 없습니다. 게다가 원래 여주인공 강재미(이보영)의 남편이었다가 지금은 채희수의 남편이 되어 있는 불륜남 한정수(진이한)의 뻔뻔함은 짝꿍 채희수를 능가하는 수준입니다. 이제껏 선량한 사람들은 점점 더 억울해지고, 최소한의 인간성마저 내팽개쳐 버린 그 뻔뻔한 인간들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