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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과 다큐멘터리

'위대한 탄생' 오디션 프로그램의 긍정적 효과

빛무리~ 2010. 12. 25. 0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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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탄생' 5회는 3~4회에 비해 인상깊은 참가자의 수가 적었고, 기대했던 태국 오디션도 예상보다 싱겁고 밋밋해서 약간은 실망스러웠습니다. 그러나 저는 '슈퍼스타K'에 이어 '위대한 탄생'을 시청하면서 이제껏 몰랐던 오디션 프로그램의 몇 가지 긍정적 효과를 느끼고 있습니다.

숨겨진 보물을 발견하고, 신선한 노래를 마음껏 감상하기


참가자들의 입장에서는 자기의 꿈을 이룰 기회가 주어진 셈이니 그런 의미에서 고마운 프로그램이겠지만, 우리 시청자들 입장에서는 다듬어지지 않은 원석들의 멋진 노래 솜씨를 감상할 수 있는 계기가 되어서 좋습니다. 평소 우리가 들을 수 있는 노래들이란 수년간의 철저한 훈련을 거치고 반듯하게 다듬어진 후 데뷔한 가수들의 노래가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오디션 프로그램에 참여한 사람들은 거의가 훈련을 받아 본 경험이 없는 아마추어들입니다.

물론 실력만을 놓고 본다면 기존 가수들보다 뒤떨어질 수밖에 없겠으나, 때로는 그 다듬어지지 않은 거칢 속에서 더욱 가슴을 뜨거워지게 하는 영혼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때로는 맹세창과 같은 아역 출신의 탤런트라든가 권영기와 같은 젊은 개그맨들의 이색적인 도전이 눈길을 끌기도 합니다. 숨겨진 보물을 발견하고 그들의 신선한 노래를 들을 수 있으니 '위대한 탄생' 같은 오디션 프로그램은 우리에게 큰 즐거움을 주는군요. 

심사위원들의 새로운 매력 발견하기


참가자들 못지 않게 오디션 프로그램의 중요한 핵심은 바로 심사위원들입니다. 그들은 대부분 가수로서만 대중에게 인식되어 왔을 뿐 그 외의 모습을 보여 줄 기회가 없었지요. 그런데 오디션 프로그램의 심사를 맡으면서 우리가 알지 못했던 색다른 매력을 발산하며 인기를 얻기도 합니다. '슈스케'에서는 특히 윤종신이 가장 큰 혜택을 입었다고 볼 수 있겠지요. 언젠가 윤종신이 예능 프로그램 MC를 보던 중에 지나가는 말처럼 아주 잠깐 음악에 대한 언급을 한 적이 있었는데, 함께 출연했던 개그맨이 "근데 참 이상하죠? 왜 윤종신씨가 음악 이야기를 하시는데 이렇게 웃길까요?" 라고 말한 적도 있었습니다. 그만큼 윤종신의 이미지는 예능인처럼 희화되어 있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슈스케'에서 가장 담백하고 객관적이며 상세한 심사평으로 인기를 얻으며, 정통 뮤지션의 위상을 회복할 수 있었습니다.

그에 이어 '위대한 탄생'의 멘토들도 각자의 매력을 발산하고 있습니다. 김태원은 가장 유머러스하면서도 따뜻한 인간미를 드러냈고, 방시혁은 날카로운 독설 중에 프로듀서의 입장을 보여줌으로써 다양한 시각을 체험할 수 있게 해 주었습니다. 우리는 심사위원들의 심사평을 들으며 알지 못했던 대중음악에 대한 전문적 지식을 조금씩이나마 쌓을 수 있게 되는데, 그 또한 새로운 즐거움입니다. 예를 들어 '블루지하다'라는 말의 뜻을 자세히 설명해 주던 신승훈은 참으로 멋지고 고마웠습니다.

예술과 휴머니즘의 아찔한 결합 즐기기 


27세의 참가자 양정모에게는 오디션에 대한 상처가 있었습니다. 갓 스무살 되던 해에 처음으로 보았던 오디션에서, 단지 그의 외모만 보고 노래조차 시키지 않은 채 그냥 돌려보낸 적이 있었던 것입니다. 그 말을 들은 심사위원 이은미는 빠지직 타오르는 분노의 기색을 숨기지도 않고 드러냈습니다. "어디서 그랬나요? 그 기획사가 지금도 존재합니까?" 그녀의 말이 어쩌면 그렇게 속시원하면서도 따뜻하게 느껴졌을까요? 양정모가 겪었던 그 일은 공명정대하지도 못했을 뿐 아니라 지극히 비인간적이었습니다. 그 부당함에 같이 분노해 주는 이은미의 인품이 제 가슴에 깊이 와닿았습니다. 김태원과 김윤아도 더 이상 그 일에 대해서는 생각할 필요가 없다고 양정모를 격려해 주었습니다.

양정모의 음색은 훌륭했고 노래 실력도 그만하면 출중한 편이더군요. 그는 만장일치로 합격의 기쁨을 누렸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좋은 가수가 되려면 성대를 잘 관리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다이어트를 하는 게 좋겠다고 3명의 심사위원들은 입을 모아 그에게 조언해 주었습니다. 편견에 의한 비웃음이나 조롱이 아니라 지극히 객관적인 시선과 좋은 의도로 건네는 말이었기에, 그들의 조언은 양정모에게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19세 소녀 박소담에게도 개인적인 큰 아픔이 있었습니다. 그녀의 어머니는 5년 전에 의료사고를 겪은 후 회복되지 않아서 몸을 잘 움직이지 못하시는데, 치료를 위한 경제적 뒷받침도 충분히 되지 않아서 고통을 받고 있었지요. 친구들이 어머니와 다투었다거나 함께 목욕탕에 갔다는 말만 들어도 소담이에게는 상처였습니다. 자기는 그러고 싶어도 그럴 수가 없으니까요. 우승 상금을 받으면 어머니의 치료비에 보태고 싶다는 소녀의 마음이 짠하게 느껴졌습니다. 박소담 역시 좋은 노래 솜씨를 지녔고, 발전 가능성에 높은 점수를 받아 합격할 수 있었습니다. 김태원은 "힘든 추억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더욱 풍부한 감정의 노래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박소담에게 말했습니다.

'슈스케'의 심사위원을 맡았던 엄정화도 참가자 김지수를 향해 말했었지요. "아픈 기억이 있다는 건 물론 슬픈 일이기도 하지만, 노래하는 사람에게는 더 좋은 표현을 할 수 있는 것이기도 해요... 행복해지실 거예요." 


여기서 그 많은 예들을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만큼, '슈스케'와 '위대한 탄생'을 보면서 저는 이와 같은 예술과 휴머니즘의 아찔한 결합을 수시로 느꼈습니다. 참가자들과 심사위원들 사이에 오가는 대화는 재미도 있을 뿐 아니라 깊은 감동을 전해줄 때가 아주 많았습니다. '위대한 탄생'은 아직 본격적 궤도에 접어들지 않았는데, 너무 많은 참가자들을 보니까 조금씩 정신이 없기도 하고, 조금씩 지루해지려고도 합니다. 아무래도 20명 내외로 추려진 후에야 그들의 첨예한 대결이 본격화되면서 더욱 재미있어질 것 같아요. 그래도 저는 오디션 프로그램이 지니고 있는 위 3가지의 매력을 외면할 수 없기에, 금요일마다 채널을 고정하게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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