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위대한 탄생' 방시혁이 갑자기 착해진 이유? 본문
'위대한 탄생' 4회는 지난 주에 이어 미국 오디션과 한국 오디션을 편집하여 만들어졌습니다. 미국에서는 드디어 한국행 티켓을 거머쥘 오디션 최종 합격자들이 결정되었지요. 특히 제 마음에 들었던 것은 원래 확보되어 있던 3장의 티켓에다가 심사위원들의 재량으로 각자 또 1장씩의 티켓을 추가하여 넉넉한 인원의 합격자를 뽑았다는 점이었습니다. 미국 참가자들 중에는 뛰어난 실력을 지닌 사람이 무척 많았기 때문에 그들 중 단 3명만 추려낸다는 것은 너무 아쉬운 일이었거든요. 특히 제가 마음 속으로 간절히 합격을 기원했던 사람은 서의환과 데이비드 오였는데 둘 다 한국행 티켓을 획득하게 되어서 아주 기뻤습니다.
시각장애인 참가자 서의환을 보며, 저는 '슈퍼스타K1'의 참가자였던 김국환의 모습이 자연스레 겹쳐지더군요. 그런데 26세의 어른이었던 김국환보다, 17세의 소년에 불과한 서의환을 보는 것은 좀 더 가슴이 아팠습니다. 남들과 다른 자기의 불공평한 인생을 묵묵히 감당하기에는 아직 어린 나이니까요.
"저에게는 살아가는 1분 1초가 거의 좌절입니다. 하지만 제가 감정을 너무 직설적으로 표현하면 주위 사람들이 힘들잖아요. 그래서 노래로 표현을 합니다." 저는 그의 말을 들으며, 제가 전혀 도움을 줄 수 없다는 것이 너무도 안타깝더군요. 힘겨운 삶 속에서 오직 음악을 통해 희망을 얻는다는 그 아이가 기회조차 얻지 못하고 탈락하게 될까봐 가슴 졸였는데, 다행히도 그는 가장 먼저 합격의 기쁨을 누리게 되었습니다. 물론 실력과 소질이 있으니까 합격한 것이겠지만, 인간적으로도 너무 기뻤어요.
출중한 싱어송라이터의 기질이 엿보이는 데이비드 오는 우선 첫인상이 너무 좋았고 그 순수한 이미지와 목소리가 좋았습니다. 제가 음악 분야에 전문가는 아니라서 실력을 판단하기는 어렵고, 그냥 제 마음에 꼭 맞는 참가자였다고 해야겠네요. 심사위원 중에 윤상이 나서서 그를 추가로 합격시켰을 때, 저는 "윤상씨, 고맙습니다!" 라고 혼자서 중얼거렸다지요..ㅎㅎ
그리고 절대 미성의 윤건희와 화사한 매력의 허지애 역시 제가 예상했던 합격자 리스트에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아, 그리고 저는 폴김의 탈락도 예측하고 있었습니다. 한국과 미국의 음악 스타일이 기본적으로 너무 다른 것인지 '아메리칸 아이돌' 탑24 안에 들었다는 폴김이지만, 저의 눈과 귀에는 정말 별로더라고요.
하지만 15세 소녀 이혜린(메간)의 합격에는 솔직히 이의가 있었습니다. 그 애는 한국말을 전혀 못하는 데다가 무조건 음악이 좋은 것일 뿐, 꼭 한국에서 가수 활동을 하고 싶은 것도 아니라고 했잖습니까? 그런 마음 자세라면 굳이 합격시켜야 할 이유가 없을 것 같은데, 조피디는 뭣하러 제작진에게 특별 요청까지 하면서 이혜린을 추가로 합격시켰을까요? 벌써 합격자가 5명이나 뽑힌 상태였는데 말입니다. 그 정도의 외모와 노래 실력을 지닌 소녀들은 한국에도 넘쳐날 것 같은데, 굳이 한국말도 못하는 아이를 데려다가 언어 훈련까지 시켜 가면서 가수를 만들어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더군요.
그건 그렇다 치고, 제가 이번 주 방송을 보면서 매우 새롭다고 느낀 점이 있었는데, 독설가 방시혁이 의외로 마음 약하고 착해 보인다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이번에도 독설은 있었지만, 나름대로 이해가 되는 부분들이었어요. 가수 출신의 전성남을 탈락시킬 때, 예전 친구이자 동료였던 조피디가 악역을 맡을 수는 없었던 거 아니겠습니까? '위대한 탄생'의 악역을 맡은 사람은 명백히 방시혁이니 당연히 그가 했어야지요.
한국 오디션에 참가했던 아역배우 출신 맹세창에게는 심하다 싶을 만큼 독설을 했지만, 맹세창의 선곡이 하필이면 자기가 프로듀싱했던 2AM의 '이 노래' 였기 때문에 평가 기준이 엄격해져서 그런 듯 싶었습니다. 사실 저도 창민의 강렬하고 애절한 보이스에 익숙해져 있다 보니, 맹세창의 '이 노래'는 굉장히 밋밋하게 들렸거든요. 노래 실력만으로는 탈락해도 할 말 없겠다 싶었는데, 훈훈하게 성장한 그 외모 덕분에 스타성을 인정받은 부분도 있어 보입니다.
이렇게 한두 차례의 독설이 있기는 했지만, 그 외에 방시혁은 놀라울 만큼 이해심 깊고 순해진 태도로 심사하는 모습을 보여 주었습니다. 특히 19세 소녀 안아라를 대하는 태도는, 일본 오디션에서 막말을 쏟아내던 그 방시혁이 맞나 싶을 정도로 다른 사람 같았어요. 우선 안아라의 외모나 스타일을 봐서는 처음부터 지적에 들어갔을 법도 한데, 전혀 그런 부분을 언급하지 않더군요.
그리고 보통 1곡의 노래로 결정되는 오디션이건만, 안아라에게는 무려 3곡이나 부를 수 있는 기회를 허용하면서까지 어떻게든 합격시키고 싶어하는 태도를 보였습니다. 물론 신승훈과 이은미도 마찬가지였으니까, 그만큼 탈락시키기 아까운 재능을 안아라에게서 발견했던 것이겠지요. 그러나 이제껏 방시혁이 보여 주었던 가차없는 태도와는 너무나 달라서 참으로 신기했습니다.
정확한 음을 내기 위한 음계 연습을 하루에 몇 번이나 하겠느냐고 물어 준 것도 사실은 대단한 배려였습니다. 그런데 이 눈치 없는 소녀는 고작 10번의 연습을 하겠다는군요. 모두가 웃음을 터뜨릴 수밖에 없었던, 철없는 대답이었습니다. 가수가 되기 위해서는 얼마나 피나는 노력을 해야 하는지 전혀 모르는, 어찌 보면 마음의 준비가 안 되어 있는 소녀였어요. 만약 일본 오디션 때의 방시혁 같았으면 "그런 마음 자세로는 절대 가수 못 돼요!" 라고 외치며 단번에 sorry를 눌러 버리지 않았을까요? 그러나 방시혁은 굳이 1000번의 연습을 하겠다는 약속을 우격다짐으로 받아내면서까지 안아라를 합격시켰습니다.
그 동안은 원석을 찾는 것이 아니라 이미 만들어진 스타를 찾고 있는 게 아니냐는 오해를 받을 만큼, 지독하고 가차없던 방시혁이었습니다. 하지만 스타성과는 얼핏 거리가 멀어 보이는 안아라를 일부러 어렵게 합격시킴으로써, 방시혁의 속마음은 그게 아니었음이 드러났습니다. 그 역시 참가자의 진심과 재능을 아끼고 높이 평가하는 심사위원이었어요. 그런데 왜 불과 2주 전에는 아주 다른 태도를 보였을까요? (방시혁, 독설 수위가 너무 높았다. 12월 4일자 포스팅 참조) 저는 방시혁이 갑자기 착해진(?) 이유를 2가지로 파악해 보았습니다.
우선 방시혁의 독설이 가장 심하게 난무했던 것은 일본 오디션에서였습니다. 제가 보기에 한국과 뉴욕에서는 별로 대단치 않았어요. 그렇다면 너무나 형편없던 일본 참가자들의 수준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일본에도 물론 실력있는 가수지망생들이 많겠지만, '위대한 탄생'의 홍보가 제대로 되지 않은 것인지 아니면 또 다른 이유라도 있는지, 일본 오디션에 참가한 사람들은 거의 다 "지금 장난쳐?" 수준이었거든요. 아마추어인 제가 보기에도 좀 화가 날 지경이었는데, 심사위원들 입장에서야 얼마나 짜증스러웠겠습니까? 오죽하면 마련되어 있던 3장의 티켓 중 1장을 미련없이 버리고 최종 2명만을 합격시켰을까요? 오히려 3장을 더해서 총 6명의 합격자를 내었던 미국 오디션과는 너무도 비교되는 상황이었습니다.
들어오는 사람마다 형편없는 실력에다가 별다른 성의조차 보이질 않으니, 이것은 '위대한 탄생'이라는 프로그램 자체에 대한 모욕이라고도 볼 수 있는 지경이었습니다. 지난 여름 '슈퍼스타K2'의 심사를 잠시 맡았던 박진영은, 가사조차 제대로 외우지 않고 나온 참가자에게 불쾌한 얼굴로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그런 자세로 그 자리에 선다는 것은 신성한 무대를 모욕하는 것이고, 여기 있는 우리 심사위원들을 모욕하는 겁니다."
일본에서 심사를 맡았던 신승훈, 김윤아, 방시혁도 아마 같은 느낌을 받았겠지요. 특히 방시혁은 대놓고 악역을 맡은 사람입니다. 그 상황에서 못된 말들이 작렬했던 것은, 이제 와 생각하니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을지도 모르겠군요. 그러다가 뉴욕과 한국에서 출중한 재능과 간절한 진심을 갖춘 참가자들을 만나게 되자, 방시혁도 그들의 분위기에 맞춰서 착하게 대해 준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또 한 가지의 이유는, 아마도 편집의 막강한 힘이 작용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심사위원 중에 독설과 악역을 맡아 줄 사람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데에는 모두가 동의를 하지만, 적절한 수위를 맞추기는 쉽지가 않습니다. 같은 방송을 보면서도 저마다 생각이 다를 테니까요. 그런데 아마도 지난 2주간의 방송 후 반응을 지켜 본 결과, 방시혁의 독설 수위가 너무 높아서 보기에 거북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던 모양입니다. 그래서 이번 주에는 방시혁의 독설을 대폭 잘라내고, 그 대신 오히려 참가자를 향해 따뜻한 시선을 던지는 모습을 엄청 많이 포함시킨 게 아닐까요? 그러다 보니 마치 다른 사람처럼 되어 버린 거예요. 하하하...;;;
물론 이것들은 어디까지나 저의 추측일 뿐입니다. 만족스럽게 방송을 시청하고 나서 "그 이면에는 이러저러한 사정들이 있었을 거야." 라고 추측을 해 보는 것도 아주 재미있군요. 어쨌거나 저는 지난 주에 이어서 이번 주에도 '위대한 탄생'을 아주 신나게 즐겼습니다. 절대 카리스마 이은미의 배려심 가득한 심사평에도 감명을 받았고, 차갑게만 보였던 독설가 방시혁에게서도 따뜻한 인간미를 발견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저의 기준으로 볼 때는 독설도 이제 거의 적절한 수위로 조절되지 않았나 싶어요. 앞으로도 한동안 '위대한 탄생' 덕분에 금요일이 행복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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