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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테나'의 유동근은 '아이리스'의 김갑수일까? 본문

종영 드라마 분류/아테나 전쟁의 여신

'아테나'의 유동근은 '아이리스'의 김갑수일까?

빛무리~ 2010. 12. 22.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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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테나 : 전쟁의 여신'은 4회를 지나면서 조금씩 안정적 구도를 찾아가는 듯 합니다. 고도의 집중력을 요구하는 복잡한 상황에서 벗어난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초반의 어수선함이 대략 정리되고 주요 인물들의 소개도 거의 마쳤습니다. 지금까지는 정신없이 이쪽 저쪽을 살피며 궁금증을 억누르고 시청해야 했다면, 이제는 어느 정도 윤곽이 잡힌 구도 속에서 등장인물들이 어우러져 만들어 가는 전체적 그림을 감상하면 되는 것입니다.

2회까지 밋밋한 존재감으로 우려를 자아내던 정우성은 3회를 기점으로 주인공다운 존재감을 80% 이상 회복했지요. 대통령의 딸 조수영(이보영)이 납치되던 순간, 그녀를 구하기 위해 이정우(정우성)이 보여 준 액션은 정말 멋졌습니다. 김기수(김민종)과 더불어 티격태격하면서 우정을 쌓아가는 모습도 인상적이었지요. 그런데 3회에서는 집중적으로 남주인공을 살리다 보니 상대적으로 여주인공 윤혜인(수애)의 분량이 안습이었습니다. 다행히도 4회에서는 윤혜인이 비첸차에 전격 투입되며 다시 강렬한 존재감을 회복했군요. 한 가지 아쉽다면, 각각의 존재감도 중요하지만 남녀 주인공의 관계 또한 초반에 뚜렷하게 잡혀야 유리한데, 정우성과 수애의 관계는 아직도 오리무중 수준에서 전혀 벗어나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이렇게 되면 시청자들은 주인공의 감정선을 따라갈 수 없기 때문에 몰입이 어려워집니다.


3회 방송 후 많은 분들이 지적하셨지만, 대통령의 외동딸이 경호원도 없이 혼자 외국에서 유학생활을 하고 있었다는 황당한 설정은 4회에서도 돌이킬 수 없는 구멍임이 드러났습니다. 조수영이 납치됨으로써 불어닥친 후폭풍은 그야말로 어마어마했지요. 급기야 국가의 명운이 달려 있는 프로젝트를 걸고 미국측에 아쉬운 소리를 해가면서까지 대규모 구출 작전을 벌여야 했던 것입니다. 그런데 사전에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방비하려는 노력은 한 숟가락 만큼도 하지 않았다는 멍청함을 어떻게 설명할 것입니까?

그리고 4회에서는 드디어 신비의 국제 조직 '아테나'의 정체가 슬며시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아이리스'에서도 드라마의 제목 자체가 검은 권력의 실체였던 것처럼, '아테나' 역시 마찬가지로군요. 그런데 '아테나'를 시청자들에게 소개하는 방식은 왜 그리 어설펐는지 모르겠습니다. 갑자기 정체를 알 수 없는 한 남자가 다짜고짜 손혁(차승원)을 찾아오는데, 그는 아무런 댓가도 바라지 않고 별다른 이유도 없이, 자기가 입수한 고급 정보를 모두 손혁에게 넘겨줍니다. 그 남자는 '아테나'에 대해 무척이나 많은 것을 알고 있었으며, 미 국토안보부(DIS) 내부에 배치되어 있는 '아테나' 요원들의 신상마저 상당수 파악하고 있었습니다. 결코 범상치 않은 인물임이 분명한데, 무엇 때문에 손혁에 대해서만은 바보스러울 만큼 절대적인 믿음을 보였단 말입니까?


상대가 어떤 지위에 있더라도 일단은 의심과 경계를 갖추고 행동을 개시하는 것이 자연스러웠는데, 손혁과 개인적인 친분도 전혀 없던 그 남자는 DIS의 동아시아 지부장이라는 이유만으로 전혀 의심치 않고 손혁에게 모든 것을 털어놓았습니다. 그 댓가는 참혹했지요. 자료를 건네준 후, 건물을 채 나서기도 전에 바로 그 손혁의 손에 살해당하고 말았으니까요. 이 멍청한 인물의 등장은 시청자에게 '아테나'를 소개하기 위한 목적 외에 다른 의미는 없는 듯 합니다. 그러나 손혁과 윤혜인이 '아테나'의 조직원이라는 사실은 이미 많은 사람이 짐작하고 있던 사실이지요.

중간중간에 구멍이 발견되긴 했으나 전체적으로 드라마는 긴박감이 넘치고 재미있었습니다. 여주인공 윤혜인은 NTS의 권용관 국장(유동근)을 따라 특수임무를 띠고 비첸차에 와서 조수영 구출작전의 핵심 역할을 담당합니다. 이정우는 내심 짝사랑하던 혜인이 블랙요원이었다는 사실을 알고 몹시 놀랐지요. 그런데 인상적인 것은 농땡이만 부리는 것처럼 보이던 북한 출신 요원 김기수의 날카로운 시각이었습니다. 동료 NTS 요원들을 너무 능란한 솜씨로 따돌리고, 단독으로 납치범들과 접선하는 윤혜인의 모습을 보며 "일부러 그러는 것 같지 않냐?"고 말하는데 짜릿하더라고요. 사실 윤혜인은 NTS 내부의 첩자이며 궁극적으로 아군이 아니라는 사실을, 그들은 모르지만 우리는 알고 있는 게 아니겠습니까? 제가 개인적으로 김민종을 좋아해서 사심이 없다고는 못하겠으나, 앞으로 김기수의 활약이 매우 기대됩니다.


미국 측에 전달된 한국 정부의 요청으로 DIS 동아시아 지부장 손혁이 조수영 구출 작전을 진두지휘하게 됩니다. 그런데 NTS 국장 권용관은 무슨 생각에서인지 그저 식사나 함께 하자는 핑계로 손혁을 불러 단독대면을 합니다. 3년 전의 악연을 되살리며 그들이 나누는 대화는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그 때 충분히 나를 죽일 수도 있었는데 왜 살려 주었느냐"고 권용관이 묻자, 손혁은 "인간에 대한 예의와, 승자에 대한 존경"이었다고 대답하는군요. 그러자 권용관이 중얼거립니다. "내 머릿속에는 잊을 수 없는 패배의 치욕으로 남아 있는데, 당신에게는 승자로 기억되다니..."

서로를 응시하는 손혁과 권용관의 눈빛에는, 비록 적이지만 상대를 자기보다 높이 평가하는 진짜 남자의 기개가 담겨 있었습니다. 3년 전의 사건에서 손혁은 원래의 목표였던 김명국 박사를 빼앗아 오지 못했으니 자기가 패배했다 여기고, 권용관은 자기 몸이 붙잡혀 고문받으며 죽음 직전까지 몰렸으니 패배자라 여깁니다. 단순히 목표를 이루지 못했던 손혁보다는, 죽음의 문턱을 넘을 뻔했던 권용관 쪽의 원한(?)이 더욱 커 보이는군요. 이제는 당신을 제물로 삼아 나의 승리를 이루겠다고 말하는 유동근의 나직한 목소리는 그야말로 압권이었습니다. 그 순간 만큼은 절대 카리스마 차승원이 살짝 밀리는 듯한 느낌마저 들었어요.

그런데 손혁은 효과적인 구출 작전을 위해 일단 김명국 박사를 내어 달라고 요구합니다. 인질범들이 원하는 것을 들어주는 시늉이라도 해야 작전에 유리할 거라고 말하지만, 사실은 그 자신이 원하는 것도 바로 김명국 박사였습니다. 권용관이 그 속셈을 모를 리 없습니다. 조수영의 안전을 위해 어쩔 수 없이 김명국을 내어주는 척 했으나, 구출 작전이 개시되자마자 감쪽같이 다른 곳으로 빼돌리고 말았지요. 이에 분노한 손혁은, 인질의 안전을 고려치 않고 무조건 상대를 제압하는 '사일런스 스톰'으로 작전을 변경합니다. 자칫하면 대통령의 딸이 살해당할 상황입니다. 이와 같은 DIS 회의 내용을 권용관이 모두 도청하여 듣고 있습니다.


그 와중에 DIS 지도 체계에 불만을 품은 주인공 이정우는 옛 애인이자 동료인 한재희(이지아)와 함께 조수영을 구할 방책을 따로 논의하고 있었지요. 하지만 그들의 움직임은 권용관의 날카로운 눈을 피할 수 없었고, 더 이상 손혁에게 인질의 안전한 구출을 기대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된 권용관은 이정우에게 전격적으로 중대 임무를 맡기게 됩니다. 수십명의 정예 요원이 손혁의 지시에 따라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DIS에 비하면, 이정우와 한재희와 김기수 3명으로 이루어진 인질 구출조는 너무 초라해 보이는군요. 하지만 엄연히 이들이 주인공입니다.

주인공의 팀에는 반드시 사고뭉치가 하나씩 있어야 하는데, 이번에는 김기수가 그 역할을 맡았습니다. 작전은 이미 개시되었는데 그 긴박한 상황에 장난이라도 치듯이 총을 갖고 놀다가 허공에 발사하고 말았군요. 갑작스레 울려퍼진 총성에 인질범은 인질범대로, DIS는 DIS대로, 동료들은 동료들대로 소스라치게 놀랍니다. '사일런스 스톰' 작전이 실패했다고 여긴 손혁은 급히 작전을 변경하면서... 그렇게 4회가 마무리되었군요.


제가 가장 궁금한 것은 권용관 국장의 속내입니다. 과연 그는 진실을 어디까지 알고 있는 것일까요? 저는 왠지 그가 '아테나'라는 조직의 실체와 손혁이라는 인물의 진짜 정체를 알고 있을 듯한 느낌이 듭니다. 말하자면 '아이리스'에서의 김갑수와 비교할만 하달까요? 물론 등장한지 2회만에 죽임을 당한 김갑수보다 분량은 많겠지만, 모든 비밀을 알고 있으며 주인공을 이끌어 주는 스승의 역할을 하게 될 거라는 점에서는 김갑수의 역할과 비슷할 거라는 예상이 듭니다. 어쩌면 윤혜인의 정체까지도 꿰뚫고 있지 않을까 싶고요.

만약 그렇다면 유동근 역시 김갑수와 마찬가지로 드라마의 진행 과정 중에 죽음을 맞이할 확률이 높다고 봅니다. 왜냐하면 스승이 살아서 이끌어 주는 상황에서는 주인공의 존재감이 살아나지 않거든요. 손혁의 역할은 '아이리스'의 김영철과 비교할 수 있을 듯한데, 오늘 손혁에게 대놓고 선전포고를 하던 권용관의 모습이 너무 멋있어서 오히려 좀 불안합니다. 그에게는 아직 어린 딸도 있는 것 같던데, 이렇게 멋진 모습을 보여주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 눈물겨운 희생양이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벌써 가슴이 아파요.


제가 너무 앞서 나가는 거겠죠? 하지만 이런 종류의 드라마는 나름대로 추측을 해보는 재미도 쏠쏠한 거니까요. 차츰 확실한 구도가 잡혀가고 인물들의 개성이 드러나면서 점점 더 재미있어지는 '아테나 : 전쟁의 여신'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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