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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영화와 연극

사랑의 연금술

빛무리~ 2009. 8. 28. 2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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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어디에 있든 나 또한 거기에 있을 것입니다.   - 루드비히 반 베토벤


미첼의 남편 에드는 건축 노동자였다. 한 번은 그가 일자리를 구하다가 집에서 5백 킬로미터 이상 떨어진 거대한 댐 공사장에서 일하게 되었다.

그 때를 회상하며 미첼은 말한다.

"내 인생에서 그때가 가장 긴 6개월이었어요. 남편은 주말에만 집에 들를 수 있었어요. 금요일 자정이 지나서야 집에 도착하곤 했죠. 그리고는 일요일 점심을 먹자마자 곧바로 떠나야만 했어요. 그 여섯 달 동안 우리는 토요일에만 살아 있고 나머지 요일들은 날마다 외로움과 싸워야만 했어요.

그녀는 특히 외로움을 느꼈던 어느 쓸쓸한 가을날을 기억한다. 구름은 머리 위에 낮게 드리워져 있었고, 잎사귀 위로 간간이 빗줄기가 떨어져 내리던 날이었다.

그녀는 말한다.

"그날은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있고 싶은 그런 날이었어요. 벽난로 앞에서 몸을 웅크리고 자야 할 것 같은 그런 날이기도 했구요....... 그날 밤 내 침대는 무덤처럼 춥고 외로워 보였어요. 유일한 위안은 그날이 목요일이라는 것이었어요. 내일 저녁이면 에드가 집에 올 테니까요. 나는 이불 밑에서 추위에 떨며 누워 있었어요. 남편을 내게서 그토록 멀리 떨어뜨린 그놈의 일자리를 저주하면서 말이예요." 그 순간 그녀는 침대의 남편 자리가 약간 눌리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얼른 돌아누워 봤지만 아무것도 없었어요. 하지만 남편의 베개에서 약간의 온기가 느껴지는 걸 알 수 있었어요." 그녀는 재빨리 이불 밑으로 손을 넣어 보았다.

"순간 내가 현실 감각을 잃은 게 아닐까 하는 두려운 생각마저 들었어요. 남편이 눕는 자리에서 분명히 따뜻한 온기가 느껴지고 있었어요. 마치 그가 거기서 자다가 방금 일어난 것 같았어요." 미첼은 조금 더 자기 자리에 누워 있다가, 다시 한 번 침대 시트 위에 손을 얹어 보았다.

"내가 착각한 것이 절대 아니었어요! 남편의 자리가 막 구운 빵처럼 따뜻했거든요." 그날은 미첼에게는 하루종일 외로운 날이었다. 그래서 아무도 그곳에서 자고 있지 않은데 남편의 자리가 왜 그렇게 따뜻한지 그녀는 더 이상 따지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

"난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따뜻하고 편안한 그 축복받은 공간으로 미끄러져 들어갔어요. 그리고 거의 바로 잠에 빠져들었어요." 그로부터 사흘 뒤, 남편과 함께 이별의 일요일 점심을 먹고 있다가 그녀는 문득 그날의 이상했던 체험이 떠올랐다. 그 이야기를 들려 주자, 남편은 그녀가 기대했던 것과는 뜻밖의 다른 반응을 보였다.

"그는 잠시 입을 다물고 나를 조용히 바라보았어요. 그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가 없었어요. 그러더니 그는 천천히 입을 열어 진지한 표정으로 너무나 놀라운 이야기를 하는 것이었어요." 그 목요일 밤, 에드는 자신의 외로움과 싸우면서 건설 노동자 합숙소에 누워 있었다.

그는 미첼에게 말했다.

"난 그날 밤 정말 모든 것을 팽개쳐 버리고 싶은 마음이었소. 일자리든 뭐든 개의치 않고 당장 집으로 가서 당신과 함께 누워 있고 싶었소." 그날 밤 에드가 코를 고는 동료 일꾼들과 한 방에 누워 있을 때 그의 존재는 온통 개인적인 고뇌에 휩싸여 있는 듯했다. 그는 자신의 깨끗한 침대에 누워 옆에서 자고 있는 미첼을 느낄 수 있게 되기를 간절히 바랐다.

그는 미첼에게 말했다.

"난 실험을 해보기로 결심했소. 5백 킬로미터를 건너뛰어 내 자신이 집으로 공간 이동을 하는 것이 가능한지 시도해 보고 싶었던 거요. 난 두 손을 머리 뒤에 대고 누워, 머릿속으로 최대한의 집중력을 모아 당신과 집만을 생각했소. 그리고 내 영혼을 당신 옆자리에 투사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주문을 외듯 스스로에게 최면을 걸었소. 우리는 함께 있어야 할 운명이고 우리에게는 모든 일이, 심지어 이런 일까지도 가능하다는 걸 난 언제나 믿고 있었소.

갑자기 내 자신이 빠르게 달려가는 기분이 들었소. 그러더니 난 우리의 침대 곁에 서서 당신을 내려다보고 있었소. 마지못해 자리에 누워 있는 당신은 조금 슬퍼 보였고, 아직 잠은 들지 않은 상태였소. 내가 살며시 침대로 들어가 당신 곁에 눕자 당신이 얼른 돌아누워 나에게 손을 뻗었소. 몇 분 뒤 당신은 다시 한 번 그렇게 했소. 난 당신이 내가 그곳에 있다는 걸 알고 있다고 생각했소. 왜냐하면 당신이 몸을 옆으로 굴려 내 옆으로 바짝 달라붙었기 때문이오. 내가 당신을 두 팔로 꼭 껴안자, 우리는 곧바로 잠이 들었소." 미첼은 말한다. 비록 다음날 아침 남편은 노동자 합숙소에서 잠이 깨었고 자신은 집의 침대에서 홀로 일어났지만, 그날 밤 남편은 분명히 자기 곁에 와 있었는지도 모른다고. 아니, 어쩌면 두 사람 다 서로를 너무도 그리워한 까닭에 자신들의 깊은 사랑이 그러한 신비의 순간을 가능하게 한 것인지도 모른다고.


2000. 6.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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