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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를 보다

'혼' ... 그들은 달라지지 않아

빛무리~ 2009. 8. 13. 1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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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 3회
방송 : MBC 8월 12일 (수) 21:55
출연 : 이서진, 김갑수, 임주은, 지연, 이진, 김성령, 건일, 유연석 등


'혼'은 내게 있어서는 참으로 보기가 힘든 드라마이다. 나는 그야말로 요즘 '기를 쓰면서' 이 드라마를 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외면하고 싶지만 계속 끌어당기는 무언가가 있어서라고나 할까?


1회에서는 어두운 기억들을 떠올리게 함으로써 마음을 뒤흔들고, 2회에서는 슬쩍 한 박자 쉬는가 싶더니, 3회에서는 오래 전부터 고민해 왔지만 도무지 결론을 내릴 수 없는, 그러나 역시 외면하기도 어려운, 처절하고도 무거운 명제를 던져 놓음으로써 내 머리를 뒤흔들어 놓았다. 

3회 초반에 프로파일러 신류(이서진)와 그의 연인(?)인 법 정신의학 전문의 이혜원(이진)은 '범죄자의 교화가 가능한가?'라는 명제를 두고 대화를 나눈다. 교화 프로그램 이후에 다시 살인을 저지르는 경우가 80% 이상이라는 신류의 말에, 그건 프로그램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서 그렇다고 이혜원은 반박한다. "사람은 변해. 변할 수 있어."


그러나 이혜원의 말에 신류는 단호한 어조로 대답한다. " 그들은 가르쳐서 고칠 수 있는 인간들이 아니야. 은행강도가 될 놈을 좋은 환경에서 교화하면 매력적인 금융 사기범으로야 만들 수 있지. 너는 천사라도 되고 싶은 거야? 설령 네가 이 세상을 지상 낙원으로 만든다고 해도 그들은 달라지지 않아."

극 중 신류는 범죄에 대해, 또는 악행에 대해 조그만 관용도 베풀지 않는 인물이다. 1회에서 눈 먼 걸인의 바구니에서 지폐를 집어가며 소리없이 히히덕거리고 맹인의 눈앞에 지폐를 흔들어 조롱하기까지 하는 불량학생을 보자, 가던 길 멈추고 쫓아가서는 가차없이 팔목을 꺾어서 끌어다가 다시 걸인의 바구니에 지폐를 돌려놓도록 하던 신류의 모습을 기억한다.
어찌 보면 어른으로서 미성년자를 상대로 좀 더 부드럽게 타이르고 가르치는 것이 오히려 현실적인 모습일 수도 있었다. (참, 요즘 아이들 무서워서 그러다가는 오히려 맞으려나? -_-) 그 때 신류의 모습은 악을 그지없이 혐오하는, 서슬이 퍼렇도록 매서운 정의의 사도일 뿐 아이를 대하는 어른의 모습은 아니었다.


신류는 14세 때 사고로 어머니와 여동생을 눈앞에서 잃은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는 인물이라고 한다. (드라마 홈페이지 인물 소개 참조) 아마도 그 사고는 끔찍한 살해였을 거라고 짐작한다. 악을 원수같이 미워하는 신류의 인품을 형성한 상당 부분의 원인도 그 사건에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살인범은 처벌받지 않고 풀려났을 것이다. 아마도 변호사 백도식에 의해서..


미성년 살인자를 변호하여 풀려나게 하던 백도식... 기자들에게 둘러싸여 있던 그를 멀리서 이를 악물고 바라보는 소년(어린 신류)... 신류는 이미 백도식이 선한 얼굴을 한 악마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백도식은 연쇄살인범 서준희(이규한)가 결코 교화되지 않을 거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그를 심각한 정신분열증 환자로 만들어 결국 승소한다.

느닷없이 신류에게 멱살을 잡히고도 당황하지 않고 오히려 웃으며 "백전 백승의 비결은 '법'이야. 나는 아주 법을 잘 지켜. 그럼 이기게 되어 있지. 너와 같은 정의의 사도는 평생 나를 이길 수 없어. 정의는 법을 이길 수가 없거든." 이렇게 말하는 백도식을 만약 이혜원이 보았다면, 그녀는 계속해서 "사람은 변할 수 있어. 무조건 단죄할 게 아니라 교화를 해야 해." 라고 주장할 수 있었을까?



여주인공 윤하나는 동생 두나가 눈앞에서 죽은 후, 더욱 심하게 계속되는 빙의 현상에 시달린다. 정신병 증세를 보이는 하나를 강제 자퇴시키려는 학교측에 맞서고자 학교를 방문한 하나 엄마(김성령)에게, 묘한 인상의 한 여교사가 속삭인다. "지금 싸우시려는 상대는 학교측이 아니예요. 교육청도 아니예요. 그들은 악마예요."


여자 부회장을 자살로 몰고간 사람... 두나를 불태워 죽인 사람... 그 모두가 백도식의 아들 백종천이었을까? 너무 잘난 가족들 사이에서 홀로 그다지 잘난 것 없는 자신으로 인해 성장 과정에서 계속 스트레스를 받아 비뚤어졌다는 인물 설정이다. 그렇다고 해서 그런 끔찍한 살인까지 저지른다는 게 논리적으로 말이 될까? 본성이 착한 사람인데도 환경에 따라 끔찍한 악인으로 변할 수도 있을까?...
하나 엄마가 마음으로 묻는다. "왜 그랬니... 이유가 뭐니..." 그러자 백종천은 마음으로 대답한다. "이유래야 다 개소리죠 뭐"


백종천의 범행에 동조했던 하수인 남학생 중 한 명이 학교에서 살해당한다. 그 사건을 조사하기 위해 학교를 다시 찾은 신류... 우연인 듯 윤하나와 눈이 마주치자 그들은 서로 스치듯 바라보며 미소를 짓는다. 영(靈)이 통하는 사람들의 깊은 신뢰가 담긴 눈빛들이었다... 이서진과 김갑수의 연기야 더 말할 필요가 없거니와 신예 임주은의 연기 또한 매우 훌륭해서, 나로 하여금 이 드라마를 떠나지 못하게 하는 요소가 되고 있다.



백종천의 하수인 중 또 다른 남학생 한 명이 지하철에서 살해당한다. 이렇게 가해자들을 차례로 살해하는 사람은 빙의된 윤하나였음을 암시하며 '혼' 3회는 마무리되었다.

*******

신앙을 가진 사람으로서 나는 당연히 이혜원의 의견에 동조를 해야 한다고, 머리로는 생각하고 있다. 종교인의 가슴에 무엇보다 흘러넘쳐야 하는 것은 '사랑'과 '용서' 이니까... 그리고 "사람이 변할 수 있다"는 것도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사람이 변한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를, 성공보다 실패의 가능성이 얼마나 더 높은지를, 그래서 결국 "진짜로 변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는 현실을 나는 알고 있다. 있기는 하지만 극소수일 뿐이다. 

만약 우발적으로 한 번 살인을 저지른 범인이라면 교화의 가능성이 있다고 볼 수도 있겠다. 그러나 그 정도로 자기 절제가 안 되는 인물이라면 역시 '변화'하기가 그리 쉽지는 않을 것이다. 더구나 계획적으로 연쇄살인을 저지른 범인을 두고 '교화' 운운 한다는 것은...
아, 나는 왜 이혜원의 입에서 '교화'라는 단어가 나왔을 때 픽~ 하고 실소하던 신류의 행동에서 깊은 공감을 느꼈을까?



머리와 가슴이 따로 논다. 머리는 이혜원을 따라가야 한다고 하는데, 가슴은 신류에게 동조하고 있다. 도무지 해결되지 않는, 답이 나오지 않는 명제에 마음도 무겁고 머리도 무겁다. 그러나 오늘도 나는 '혼' 4회를 기다리고 있다.


*사진 출처 : MBC드라마 '혼' 3회 캡처 장면 (모든 사진은 오직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저작권은 해당 드라마 제작사와 MBC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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