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추노' 몰락한 양반, 대길의 노래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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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서라 왕손아, 그 손을 거두거라
활활타는 불나방처럼 달려들면 너 죽는다
헛귀로 듣지마라, 이 언니의 충언이다
뜰 안에 핀 꽃은 꺾는 법이 아니니라.
내 뜰 안에 핀 꽃을 내 손으로 꺾었다가
그 후로 십년동안 죽은 몸으로 살아가는
나의 꼴이 안 보이느냐, 정녕 이게 산 것이더냐
곱디고운 가시에 찔려 이내 몸은 시체구나.
칼을 맞고 총 맞아도 두려울게 있겠느냐
개똥밭에 구른다한들 아까울게 있겠느냐
오래전에 죽은 몸으로 버티며 살아감은
삼도하(三途河) 건너기 전에 꼭 한번만 보고지고.
죽어서도 잊지 못하는 비참한 이내 신세
왕손아, 내 아우야, 너는 보고도 모르더냐
아서라, 그 아이에게 손을 대지 말아라
설화(雪花)는 뜨거우니 너의 손을 델 것이다.
눈속에 피어나니, 그 얼마나 뜨거우랴
눈속보다 더 추웠을 사당패 생활 십년에도
식지 않은 저 뜨거움을 네가 감당 하겠느냐
아서라, 말아라, 손 댔다가는 타 죽는다.
내 뜰 안에 피었다가, 내 손으로 꺾였다가
날 죽이고 달아났던, 곱디 고운 꽃 한 송이
지금은 어느 뜨락에 활짝 피어 웃을런지
아니면 시들어서 어느 응달에 묻혔는지
삼도하(三途河) 건너기 전에 꼭 한번만 보고지고.
*******
어쩌면 대길은 설화처럼 저렇게 노래를 지어 부를듯한 느낌을 주는 캐릭터는 아니지요. 하지만 5회에서 잠깐 드러난 설화 관련 에피소드를 보며, 문득 저 노래가 생각이 났습니다. 한 집에 살던 언년이를 사랑했다가 패가망신하고 온 가족이 몰살당한 후, 가슴속에는 차가운 원한만을 간직한 채 죽은 영혼처럼 살고 있는 대길이가, 아우인 왕손이를 진심으로 아낀다는 것을 그의 대사에서 느낄 수 있었거든요..^^
* 삼도하(三途河) : 불교용어로, 죽은 영혼이 저승에 당도하기 전에 건너야 한다는 3개의 나루터
* 설화의 이름자가 혹시 한자로 나와 있을까 하여 '추노' 공식 홈페이지를 뒤져 보았으나 찾을 수 없더군요. 인물소개에도 그냥 한글로만 나와 있었습니다. 눈 설(雪)에 꽃 화(花)자를 쓴다는 것은 그냥 제 생각입니다. 생각해 보면 사당패에서 자라며 대충 불렸던 이름인데 한자가 없는 것이 당연하겠지요. 그러나 대길은 양반 출신으로 글공부를 한 사람이기 때문에, 설화의 성격과 자태를 보고 이름자를 저렇게 생각했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 제가 참고하시라고 이렇게 덧글을 남겼는데도, 저의 창작물이라는 것을 인식 못하는 분들이 계시네요. 분명히 말씀드립니다. 드라마 내용 중에 있었던 노래가 아니라 저의 창작물입니다. 불펌 게시는 절대 삼가해 주십시오.
* 관련글 : '추노' 사당패 그녀, 설화의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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