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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박2일' 음유시인 김C의 파란만장 예능적응기 본문

예능과 다큐멘터리

'1박2일' 음유시인 김C의 파란만장 예능적응기

빛무리~ 2009. 11. 2. 0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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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김C의 노래하는 목소리를 매우 좋아합니다. 특히 '봄바람 따라간 여인' 을 들을 때면 꿈을 꾸는 듯 몽환적인 느낌까지 들며 사르르 녹듯 그 목소리에 빨려들어갑니다. 그것은 저의 MP3에 들어있는 음악 목록에서 항상 빠지지 않는 노래입니다. 제가 볼 때 노래하는 김C는 가난한 음유시인을 닮았습니다. 그런 모습이 저는 좋습니다...^^ 


예전에 김C가 아주 가끔씩 토크 프로그램에 등장할 때면 그 엉뚱함이 싫지 않았습니다. 지금도 떠올리기만 하면 제가 웃음을 참을 수 없는 간단한 일화도 있습니다. 김C가 무명시절, 아내의 부탁으로 장을 보러 갔는데 식용유를 가리키면서 "이거 얼마예요?" 하고 묻자 주인 아주머니가 대뜸 "비싸욧~!" 하면서 째려보더라는 겁니다. 정확히 식용유였는지는 기억 안나지만, 하여튼 얼마나 가난해 보였으면 식용유 한 병도 사지 못할 사람으로 보였던가 봅니다. 김C는 너무 화가 나서 "저 돈 있어요. 돈 있다구욧~!" 하고 아주머니에게 외치고는, 오기로 그 식용유를 2병이나 사들고 집에 가서 아내에게 구박을 받았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어찌 보면 '가난하게 생겨서 슬픈 남자' 의 가슴 아픈 이야기일 수도 있건만, 생각할 때마다 왜 이렇게 웃긴지 모르겠습니다. 김C는 항상 남들에게서 '춥고 배고픈 어린시절' 을 보냈을 것 같다는 말을 들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실제로 그의 어린시절은 상당히 유복했다고 하네요. 본인이 그렇다고 하니 우리는 믿어야겠지요..^^


그 슬픈 얼굴만 보아도 왠지 마음이 애잔해지는 김C가 험난한 로드 버라이어티 '1박2일' 에 합류하기로 결정되었을 때, 그 의외성에 놀랐던 사람들은 거의 모든 시청자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을 겁니다. 김C가 그 속에서 잘 버텨낼 거라고 예상한 사람이 얼마나 있었을까요? 더구나 독특하고도 매력적인 캐릭터를 형성해 가며 오랫동안 '1박2일'의 당당한 한 축을 담당하게 될 거라고 예상한 사람이 몇 명이나 있었을까요?

처음에는 보기만 해도 답답했습니다. 그리고 안스러웠습니다. 저 사람은 왜 저기에 장승처럼 서 있는 것일까? 또는 왜 꿔다놓은 보릿자루처럼 앉아있는 것일까? 합류하기로 결정한 김C 본인의 선택도, 그를 합류시키기로 결정한 제작진의 선택도 납득할 수가 없었습니다. 꽤나 한참동안 그런 상태가 지속되었습니다. 변화의 기미는 좀처럼 보이지 않더군요. 하지만 아주 서서히 그의 진가가 드러나기 시작했습니다.


가평의 번지점프대에서 고소공포증이 있는 은지원과 이승기가 이를 악물고 뛰어보려 했지만 엄청나게 시간만 끌고 결국 실패했을 때, 김C는 무표정한 얼굴로 대신 올라가 담담하게 뛰어내렸습니다. 어찌보면 싱겁다 싶을 정도였습니다. 그러나 후의 인터뷰에서 그는 말했습니다. "제가 지금 여기서 하는 게 없잖아요. 늘 미안한데... 이런 거라도 해야지요." 그 미안한 표정이 왠지 깊은 인상으로 가슴에 남았습니다.

그리고 산 계곡에서 야외취침을 하게 되었을 때 너무 추워서 깊이 잠들지 못하고 제일 먼저 일어난 김C의 행동은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함께 야외취침을 하던 이수근을 위해 덮을 것을 찾아다가 덮어주기도 하고, 은박지를 이용하여 계란프라이를 만들어주기도 했습니다. (물론 이수근은 잠을 자느라고 못 먹었지만^^;;) 그리고 천하의 강호동이 추위에 못이겨 일어나자 그를 위해 또 은박지로 컵을 만들어 따뜻한 커피를 타 주기도 했습니다. 마치 엄마가 아이들을 챙기듯 자상한 태도였습니다.


그리고 '시청자투어' 에서 김C가 선택한 팀은 바로 '싱글맘과 아이들' 이었습니다. 혼자 몸으로 아이를 키우는 엄마의 힘겨움을, 그리고 아빠 없이 자라는 아이들의 외로움을 조금이라도 덜어주고 싶은 마음이 그대로 눈에 보였습니다. 아이들에게 먹을 것을 주기 위해서 복불복과 기상미션을 비롯한 모든 게임에 열렬하게 참가하는 김C의 모습은 참으로 생소하면서도 아름다웠습니다.

이렇게 인간적인 모습과 더불어, 다른 멤버들에 비해 약삭빠르지 못한 관계로 늘 당하는 캐릭터가 그에게 주어졌습니다. 불쌍한 모습에 불쌍한 상황을 더하니 의외로 상당히 강력한 캐릭터가 탄생했습니다. 한겨울에는 퀴즈를 못 맞힐 때마다 옷을 벗는 미션의 희생자가 되어 팬티만 남겨놓고 알몸이 된 적도 있었고, 한여름에는 반대로 털점퍼에 털모자까지 쓰고 마라톤을 뛰어야 했습니다.

그래도 언제나 불평없이 주어진 미션에 묵묵히 충실하는 김C의 모습은 묘하게도 우리의 마음속에 공감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사실 우리 모두 힘겨운 삶을 살아가고 있으니까요. 학교에서건 직장에서건 때로는 집안에서건, 불만이 있어도 쉽게 말하지 못하고 꾹꾹 눌러참으며, 하루하루 자기에게 주어진 일을 하면서 그렇게 살아가지요. 우리는 왠지 의무만 있고 즐거움은 없는 듯한 일상에 지쳐 있습니다. 어떤 고난(?)이 닥쳐와도 묵묵히 참아넘기는 김C의 모습은 그런 우리의 모습이라고... 저는 느꼈었습니다.

때로는 운동으로 다져진 강인한 체력으로 인해 게임의 에이스가 되기도 하고, 비교적 풍부한 지식으로 인해 퀴즈의 에이스가 되기도 하지만, 아직도 김C의 예능적응기는 끝나지 않았습니다.


이번 주 '1박2일, 제주도 캠핑카 여행' 은 '김C 예능적응기'의 대략 마지막 장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용돈벌기 미션에서는 가볍고도 빠른 몸으로 '인간 바통'이 되어, 주자 강호동과의 환상적 호흡을 보여주며 정해진 시간에서 무려 2초를 단축함으로써 기본 용돈 3만원에 2만원을 추가하는 기염을 토했으나, 그에게는 이미 불길한 운명(?)이 다가오고 있었습니다.

보기만해도 그 속에 파묻히고 싶을 정도로 황홀하던 메밀꽃밭에서 이루어진 '눈치게임' 은 김C에게 사상 최악의 복불복 당첨이라는 운명을 선사했습니다. 김C가 그렇게 둔하거나 눈치 없는 사람은 아닌데, 도대체 왜 이승기가 마지막으로 "5" 를 외쳤는데도 끝까지 일어서지 않고 잠자는 듯 주저앉아 있었던 걸까요? 메밀꽃 향기에 취해서 잠시 정신을 잃었던 걸까요? '메밀꽃 필 무렵' 에 뭔가 아픈 추억이라도 있었던 걸까요?


하여튼 눈치게임에서 꼴찌를 차지한 벌칙으로 김C는 홀로 캠핑카에서 버려져, 도보로 제주를 횡단하는 처지가 되고 말았습니다. '제주도 캠핑카 여행' 제1부는 거기에서 막을 내렸지만, 제2부의 예고편은 그 어느 때보다도 험난한 김C의 1박2일을 선명히 비춰주고 있었습니다. 저는 벌써부터 다음주가 기다려집니다. 우리의 음유시인 김C ... 그의 파란만장한 예능적응기는 이로써 완성되는 걸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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