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STORY 2014 우수블로그
TISTORY 2012 우수블로그
TISTORY 2011 우수블로그
TISTORY 2010 우수블로그
Recent Posts
Recent Comments
Link
관리 메뉴

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선덕여왕, 출생의 비밀 지루하다 본문

종영 드라마 분류/선덕여왕

선덕여왕, 출생의 비밀 지루하다

빛무리~ 2009. 7. 28. 11:11
반응형



당연히 긴박감이 넘쳐야 하는 대목인데도 이상할 만큼 지루한 느낌이 들었다. 훗날의 선덕여왕, 덕만의 정체가 드디어 흥미진진하게 밝혀지고 있건만, 머릿속에 드는 생각은 "대체 언제까지 남자네, 여자네, 누구 딸이네, 누구 동생이네 하면서 저러고만 있을 건가?" 이런 것들뿐이었다.



역사적 사실과 픽션을 적당히 얼버무려 만들어지고 있는 이 드라마에서, 어차피 출생의 비밀이라는 그 부분은 100% 픽션이라는 사실을 우리는 모두가 알고 있다. 실제 선덕여왕은 태어나자마자 버려지지도 않았고, 사막에서 자라나지도 않았고, 남장을 한 채 낭도 생활을 한 적도 없다는 것을 우리는 다 알면서도 기꺼이 속아주는 기분으로(?) 드라마를 시청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게 길어도 너무 길다.

게다가 뜬금없이 머리를 풀어헤치고 여유롭게 통에 들어앉아 목욕을 하다가 김유신에게 들키는 덕만이라니, 대체 뭐하자는 시추에이션? 푼수 기질이 있어서 질질 흘리고 다니는 여왕님도 아니고 정말 당황스러웠다. 지금쯤 여배우의 노출이 좀 나와 주어야 지루함이 그나마 해소될 거라고 판단한 제작진의 자충수였는지도 모르지만.

국정에 바빠야 할 신라의 지도층 전체는 아직도 히로인의 출생만을 둘러싸고 그거 하나 해결하느라 여념이 없다. 진평왕과 왕비는 천명공주에게 소엽도의 행방에 관해 진땀을 삐질삐질 흘리면서 입도 안 맞는 거짓말을 둘러대고, 소화라는 시녀 하나를 납치하기 위해 조정중신인 을제와 미실은 앞다투어 활극을 펼쳐대고, 천명과 김유신은 덕만의 정체를 알았는데도 조심해야 한다는 이유로 그녀를 일단 멀리 보내려고 - 얼마나 한없이 더 길어지게 하려고? - 하며, 그토록 허술하게 흘리고 다니는데도 신기하게 아직도 들키지 않은 주인공 덕만은 당시 일개 낭도로서는 어림도 없는 행동 - 왕후에게 오밤중에 한적한 곳으로 혼자 나오라고 요구하는 등 - 들을 하면서 막바지 쇼를 벌이고 있다.

내일 예고편을 보니 드디어 덕만이 자신의 정체를 알게 되는 모양인데, 그 짧은 와중에도 내뱉는 대사들이 그나마 답답스럽다. "나는 없어야 될 사람이라면서요!" 하면서 글썽거리는데, 이건 자기가 주변인들에게 사랑과 기쁨으로 받아들여지지 못하고 내처졌던 존재임을 알게 되면서 덕만이 마음 아파하는 모습인 것 같았다.
물론 현실이라면 충분히 마음 아파할만한 일이고, 현대극이라고 가정한다면 주인공의 그러한 고뇌만으로도 한 회 분량은 뽑아낼 수 있을 것도 같다.

그러나 이 사극에서 히로인의 근본적인 역할은 "자기 자신의 존재 의미에 대해 깊은 고뇌를 하는" 그런 철학적인 역할이 아니다. 휘몰아치는 역경을 굳게 딛고 일어나 수많은 남자들을 제압해버린 여장부의 기개로써, 그녀 주변에 몰려든 기라성 같은 인재들을 현명한 판단으로 이끌어나가야 하는, 그렇게 나라와 백성을 다스려야 하는 것이 우리 여왕의 임무이고 그런 캐릭터인 것이다.



물론 여장부이며 임금이라고 해서 어찌 자기 존재에 대한 내면적 고뇌가 없을까마는, 이미 그 부분으로 끌어도 너무 끌었다는 느낌이기에 이제 더이상은 그만 했으면 좋겠다. 무엇보다도 이렇게 끌다보니 여주인공의 캐릭터가 갈수록 너무나 매력이 없어진다. 허술한 사고뭉치에다가 버럭소년인지 눈물소녀인지, 도대체 지금의 상태로 봐서는 대체 왜 주변의 모든 일들이 그녀 중심으로 돌아가야 하는지도 알 수 없을 정도로 밍밍하고 매력없는 캐릭터인 것이다.

선덕여왕, 우리의 히로인은 북두의 일곱 별이 여덟이 되는 날, 미실을 대적할 자가 오리라... 그 예언 아래에서 강하고 환하게 빛나는 인물이어야만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더 이상 징징 짜지도 말고, 충격받아 쓰러지지도 말고, 깊은 고뇌에 잠기는 것도 그만 하고, 힘차게 일어서서 깃발을 들어야 한다. 우리가 보고 싶어하는 여왕의 모습을 이제는 차츰 보여줄 때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사진 출처 - MBC드라마 '선덕여왕' 홈페이지 (모든 사진은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됨)


반응형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