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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덕여왕' 김춘추를 보면서 강호동을 떠올리다 본문

종영 드라마 분류/선덕여왕

'선덕여왕' 김춘추를 보면서 강호동을 떠올리다

빛무리~ 2009. 10. 13. 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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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덕여왕 41회의 주인공은 명실상부하게 어린 김춘추(유승호)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지요. 그 아이는 종횡무진 대단한 활약을 했습니다.


천하의 미실(고현정)에게 보기좋게 한 방을 먹였고, 모든 사람들의 허를 찌르며 간담을 서늘하게 했습니다. 놀라운 지략과 대담한 배포는 그야말로 범상치 않은 기운을 타고난 인물임을 증명하고 있더군요. 어차피 하늘의 뜻이 미실을 떠나 덕만과 춘추에게로 향하고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모두 알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41회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대사는 춘추가 야릇한 미소를 띠며 말하던 "제가... 미실보다는... 오래 살지 않겠습니까?" 라는 대사였습니다. 별 것 아닌 듯 하지만, 생각해보면 정말 무서운 말이기도 합니다. 세월을 이겨낼 수 있는 사람은 그 누구도 없지요. 아무리 대단한 영웅이라 해도 세월 앞에는 무릎을 꿇게 마련입니다. 그런 면에서 미실은 절대적으로 불리하고 춘추는 절대적으로 유리합니다.


저는 원래 미실에게 호의적이지는 않았습니다. 초반부에 매력적인 캐릭터의 힘과 고현정의 연기력으로 미실이 온 시청자를 사로잡을 때에도 저는 미실의 편이 되지는 않았었습니다. 물론 매력있다는 거야 인정했지만요. 그런데 이제는 왠지 조금은 그녀의 편을 들어주고 싶은 마음이 생깁니다. 일세의 영웅이, 더구나 그 시절 여인의 몸으로 숱한 난관을 헤쳐나가며 스스로의 능력을 발휘하여 최고의 자리를 쟁취했던 최고의 여걸이, 세월의 흐름 앞에 속절없이 무너져내리는 모습은 결코 지켜보기에 유쾌한 일이 아니더군요.

자기는 아예 처음부터 꿈조차 꾸지 못했건만, 그 벽을 허물어뜨릴 수 있으리라는 생각조차 하지 못했건만, 덕만과 춘추가 너무도 서슴없이 그 견고한 벽에 망치질을 해대는 것을 보고 미실은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녀가 성골이 아니기에, 여인이기에 불가능하다고만 생각했던 최후의 꿈을 덕만과 춘추는 지니고 있었지요.

미실은 기성세대이며 덕만과 춘추는 신세대입니다. 기성세대의 어른들이 기존 질서의 틀에 갇혀 미처 보지 못했던 부분들을 신세대의 젊은이들은 볼 수 있게 마련입니다. 그건 어느 시대에나 마찬가지이고 당연한 일입니다. 그러나 미실에게 있어서는 너무도 뼈아픈 자각이었을 것입니다.


특히 가슴 아팠던 장면은, 미실이 버렸던 아들 비담(김남길)을 불러 함께 나들이를 하며 부축해달라는 핑계로 그 손을 감싸잡는 모습이었습니다. 과연 미실 그녀도 비정하기만 한 어미는 아니었더군요.

그 동안 비담을 매몰차게 외면하고 때로는 면전에서 날카로운 말로 자극하며 상처를 주었던 것도... 이제 와 생각하니 자기의 야욕을 위해 더 이상 불쌍한 자식을 이용하고 싶지 않아서 외면했던 것이고, 자기가 그의 바람막이가 되어 줄 수 없으니 그를 더욱 강하게 만들기 위해서 그랬던 것 같습니다.

천하를 호령하던 그녀도 이제는 확연히 늙었군요. 억눌렀던 모정 앞에 여지없이 약한 모습을 보이니 그게 서글퍼서 눈물이 고였더랍니다.


이런 미실에 비해 김춘추는 힘차게 돋아나는 새순처럼 새파랗게 반짝반짝 빛납니다. 무서운 기세로 솟구쳐오르며 돌풍을 일으키고 있지요. 겁 없는 그 주먹으로 미실의 뒤통수를 제대로 쳤을 뿐 아니라 이모인 덕만공주(이요원)를 비롯하여 모든 어른들을 기함하게 했습니다. 지금 이런 추세로 본다면 당장이라도 대세가 춘추에게로 기울어질 듯 합니다. 그러나 결코 쉽지는 않을 것임을 42회 예고편은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저는 춘추를 보며 생뚱맞게도 강호동을 떠올렸습니다. 물론 외모를 보고 떠올린 건 아닙니다...(^^;;) 언젠가 강호동이 토크쇼에서 했던 발언이 생각났기 때문입니다.

"최고의 자리에 올라 있는 씨름선수가 가장 무서워하는 상대가 누구인 줄 아십니까? 그것은 바로 처음 데뷔하는 신인들입니다. 전적이 없기 때문에 그 선수가 어떤 기술을 사용하는지도 전혀 모르고 아무런 대책을 세울 수가 없거든요. 그래서 가끔 최고의 선수들이 신인에게 패배하는 경우가 생깁니다.

제가 프로 무대에 데뷔했을 때, 전설적인 이만기 선배님과 처음으로 맞붙은 대결에서 제가 이겼습니다. 저는 세상을 다 가진 것처럼 의기양양했지요. 그러나 그 다음 대결에서 저는 이만기 선배님께 패했습니다. 그 다음에도 패했고, 그 다음에도 또 패했습니다. 처음의 그 단 한 번을 제외하고는 이만기 선배님은 자신에게 두 번의 실수를 용납치 않으셨습니다."

물론 이만기 선수와는 세대가 달랐기에 그 이후 강호동은 승승장구하며 여러 차례의 천하장사를 지낼 수 있었지만, 현역으로 맞붙었을 당시에는 태산같은 선배를 결코 이길 수 없었노라고 강호동은 진심으로 겸허하게 말하고 있었습니다.


김춘추는 머나먼 수나라에서 성장기를 보냈기에 아무도 그의 내면을 짐작조차 할 수 없는 신비한 인물이었습니다. 게다가 나이도 너무 어리기에 그 속에 구렁이가 몇 마리나 들어앉아 있을 거라고는 누가 상상이나 했겠습니까? 이렇게 자기의 정체를 들키지 않은 상태에서의 신인은 자연스럽게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게 되지요. 마치 갓 데뷔한 신인 강호동이 씨름판 최고의 전설 이만기 선수를 물리쳤던 것처럼, 그렇게 춘추는 미실에게 보기 좋게 한 방을 먹일 수 있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예고편에서 덕만이 하는 말은 춘추의 앞날이 순풍에 돛단 듯 평탄하지는 않을 것임을 보여줍니다.
"너의 계획은 실패했어. 우리 둘이 미실을 깨운 거야. 자고 있던 용이 깨어났어."

그렇지요. 견고한 벽을 깨뜨릴 수 있을 거라는 생각조차 못했기에 꾸지도 못했던 꿈을, 이제는 덕만과 춘추가 보여준 대담한 시도로 인해 미실도 꿀 수 있게 되었으니까요. 그녀가 가진 힘은 아직도 막강합니다. 아직은 1인자의 자리를 내놓은 것이 아닙니다. 아직도 결코 만만치 않은 적수입니다.

젊은이가 빠지기 쉬운 함정이 바로 '자만'이지요. 지금 춘추는 한껏 자만심에 빠져 있습니다. 마치 신예 강호동이 이만기 선수에게 한 번 승리한 후 기고만장하듯이 말입니다.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른다는 말은 바로 그런데서 나온 것이 아니겠습니까? 아직 설익은 춘추에게는 비바람을 더 맞으며 호되게 다듬어져야 할 과정이 남아 있습니다. 어차피 하늘의 뜻이 궁극적으로는 그에게 있다 해도 말입니다.


천하의 이만기 선수도 세월을 무시하고 천년만년 씨름판에서 현역으로 활동할 수는 없었듯이, 미실은 이미 은퇴할 나이가 가까워진 늙은 호랑이입니다. 어차피 대세는 덕만과 춘추에게 기울어져 있습니다. 그러나 노장도 쉽게 주저앉을 수는 없으니 선덕여왕 42회에서는 미실의 무서운 반격을 볼 수가 있겠군요. 파릇파릇한 신예들과 의연하게 대결하는 늙은 호랑이의 모습은 참으로 비장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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