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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미남이 되어버린 박효신을 보며... 본문

예능과 다큐멘터리

꽃미남이 되어버린 박효신을 보며...

빛무리~ 2009. 9. 19.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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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효신, 그의 목소리에는 가슴을 울리는 힘이 있었다. '해 줄 수 없는 일', '바보' 그 시절부터 그의 목소리만 들으면 진정시킬 수 없을 만큼 가슴이 뛰었다.


나는 사실 음악을 잘 모른다. 누가 나에게 음악 취향을 물으면 나는 그저 '조용한 음악'을 좋아한다고, 이를테면 '발라드'가 내 취향에 맞는다고 이야기한다. 그 이상은 문외한이라서 할 말이 없다. 하여튼 이런 나에게도 박효신, 그의 음악은 충분히 내 영혼을 울릴 만큼 감동적인 것이었다. 나는 쓸쓸함이 묻어나는 예술을 참 좋아한다. 음악도 문학도 영화나 드라마도... 그 안에서 배어나오는 본질적인 쓸쓸함이 느껴질 때면 나는 걷잡을 수 없이 그 안으로 빠져들곤 했다.

박효신의 목소리에는 그런 쓸쓸함이 있었다. 몇년 전, 내가 즐겨보던 오락프로그램 '쟁반노래방'에 그가 등장했을 때, 의외로 장난을 좋아하는 밝은 성격이라는 것을 알게 되니까 한편으로는 실망스러울 지경이었다. 나는 내가 특별히 좋아하는 어떤 예술인이 있으면 그에게 너무 지나칠 만큼 감정이입을 해버리는 경향이 있다. 이런 나의 성향은 노희경의 수필을 읽고 썼던 포스트에 잘 나타나 있다. (노희경, 드라마처럼 열정적인 삶)

노래하는 사람은 그저 노래로... 글 쓰는 사람은 그저 글로... 그림 그리는 사람은 그저 그림으로 다가왔으면 하는 것이 사실은 나의 바램이었다. 노래하고, 글 쓰고, 그림 그리는 사람의 얼굴을 나는 굳이 궁금해하지는 않았다. 연기자나 모델이 아닌 다음에야 외모는 그 사람의 개인적 삶의 일부분일 뿐이고, 내가 원하는 것은 그가 갖고 있는 독특한 능력을 통해 내가 공감을 얻고자 하는 것뿐이었다.

내 눈으로 보기 전에, 벌써 이미 꽤 오래 전에, 어딘가에서 말을 들은 기억이 난다. "박효신이 꽃미남이 되었노라고..." 약간 놀라는 마음과 더불어 "왜 그랬을까?" 하는 생각을 했었다. 굳이 그러지 않아도 충분히 그 자체만으로 가치가 있는 사람인데, 그 목소리만으로 충분한데 뭣하러 그랬을까 하는 생각을 했었다.

최근, 가요프로그램을 잘 안 보는 내가 그저 채널을 돌리다가 잠시 멈추었을 때, 금발머리(?)의 분위기 있는 꽃미남 솔로 가수가 눈에 띄었다. 얼핏 믹키유천인가 싶었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믹키유천의 부드러운 얼굴과는 확연한 차이가 있었다. 꽃미남이기는 하되 유천보다는 훨씬 날카로운 이미지를 갖고 있었다.
설마... 설마... 했는데 그가 바로 박효신이었다.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변해버린 그의 얼굴은 굉장한 낯설음으로 내게 다가왔다.

그러나 낯설음에 채 적응하기도 전에 그의 목소리는 다시금 나를 사로잡기 시작했다. 오히려 속절없이 빨려들어가는 느낌은 예전보다 훨씬 더 강렬했다.
순간 나는 인정하고 싶지 않은 현실을 인정해야만 했다. 아니라고 생각했건만, 목소리면 충분하다고 생각했건만 그게 아니었던 거다. 호소력 짙은 목소리에 분위기 있는 외모가 더해지자 그 '예술적(미적) 효과' 가 2~3배 정도로 증폭된다는 것을 스스로 도저히 부인할 수가 없었다. "왜 그랬을까?" 에서 "그럴 수밖에 없었겠구나" 로 변하는 순간이었다.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를 새삼스럽게, 이토록 진지한 어조로 털어놓는 내가 우스워 보일 거란 사실을 알고 있다. 그러나 그저 수많은 연예인들 중에서 '내가 특별히 좋아했던' 연예인의 충격적인 변신을 처음으로 접한 나로서는 왠지 모를 서글픔에 사로잡힐 수밖에 없었다.

자연스러운 모습으로는 살아남을 수 없는... 아무리 자기 분야에서 탁월한 실력을 지녔다 해도 출중한 '껍데기'를 타고나지 못했다면 결국은 얼굴에 칼을 대어야만 자기의 값어치를 제대로 인정받을 수 있는 예술인들의 현실이, 나아가서는 이런 사회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 인간들의 현실이 그저 서글프게만 느껴진다.


* 이 글은 박효신씨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로 쓰여진 글이 절대 아닙니다. 
   저는 여전히 박효신씨의 조용한 팬으로서 그를 꾸준히 사랑할 사람입니다.
   다만, 이 사회에 너무도 팽배한 외모지상주의와, 어느 사이엔가 그 영향을 받고 있는 자신의 모습에
   문득 서글픔을 느꼈기에 작성해 본 글입니다. 오해 없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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