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STORY 2014 우수블로그
TISTORY 2012 우수블로그
TISTORY 2011 우수블로그
TISTORY 2010 우수블로그
Recent Posts
Recent Comments
Link
관리 메뉴

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맨땅에 헤딩'까지, 수목드라마의 끝없는 추락 본문

드라마를 보다

'맨땅에 헤딩'까지, 수목드라마의 끝없는 추락

빛무리~ 2009. 9. 19. 07:20
반응형


당분간 '수목드라마의 난'은 해결될 기미가 보이질 않는다. 진심으로 '맨땅에 헤딩'에 대해서만큼은 실망했다는 리뷰를 쓰고 싶지 않았다.
'태양을 삼켜라'(태삼)와 '아가씨를 부탁해'(아부해)가 개연성 없는 스토리와 도를 넘어선 유치함으로 끊임없이 손발을 오그라들게 만드는 와중에 '맨땅에 헤딩'(이하 '맨딩')은 정말 '재미있게 보고 싶은' 드라마였다. 그래서 초반에 이미 유치함으로 흐를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들었음에도 애써 관록있는 조연배우들에게 집중하며 ("맨땅에 헤딩, 명품 조연들은 수호천사다") 부디 좋은 드라마로 탄생해 주기를 바랬던 것이다


그러나 '맨딩' 4회의 엔딩은 이러한 나의 간절한 기대를 여지없이 무너뜨렸다.

악질 변호사 장승우(이상윤)의 애인으로 오해받은 강해빈(아라)이 납치되고, 그녀를 구하려다가 차봉군(정윤호)이 대신 한강에 빠지게 되는 그 장면까지도 나는 뻔한 전개이기는 하지만 그런대로 나쁘지는 않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계속 티격태격하던 축구선수와 에이전트가 저렇게라도 극적으로 화해하게 되면 앞으로 환상의 호흡을 보여주며 성공가도를 달릴 수 있을지도 모르니까 말이다. 나는 그 둘의 연애담보다는 차봉군의 성공담을 더 기대하고 있었다.

강물 속으로 빠져드는 정윤호의 탄탄한 근육질 몸매를 보면서 CF 같다고 느끼고 있는데 생뚱맞게도 "이대로 끝나는 건가?" 하는 차봉군의 독백이 들렸다. 마치 죽음을 앞두고 있는 사람 같은 대사였다. 돌이켜보니 차봉군은 수영을 못하는 설정이긴 했다. 1회에서 이미 한강물에 빠진 경험이 있었으며 그때는 오연이(이윤지)가 뛰어들어 구해낸 후 인공호흡을 가장한 첫키스를 감행하여 살려냈었다.


아무리 그래도 사람들이 와글와글 몰려들어 지켜보는 도심 한가운데서, 그것도 대낮에, 잔잔한 강물에 빠졌다고 해서 건강한 젊은 남자가 그 즉시 죽음을 예감한다는 것은 너무 어이없었다. 온 몸에 힘을 빼기만 하면 자연스레 떠오를 법도 하건만, 차봉군의 몸은 마치 발에 돌이라도 매달아 놓은 것처럼 한없이 가라앉기만 할 뿐이었다.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래도 설마설마 했다. 그런데 차봉군은 구조된 후에도 호흡과 맥박이 돌아오지 않아 병원으로 긴급이송되었고, 심장에 전기충격까지 받았으나 결국 '사망선고'를 받기에 이르른다. 이건 대체 뭐하는 시추에이션?

황당한 마음을 추스르기도 전에 4회는 거기서 끝나버렸고, 이어지는 다음주 예고편은 가장 불길한 예감을 적중시키고 말았다. 한강물에 7분간 빠졌던 차봉군은 천만다행히도 목숨은 건졌으나 '기억상실증'에 걸려 버리고 말았던... 것이었던... 것이었던... 것이었다. 이로써 '맨딩'에 걸었던 마지막 희망은 물거품처럼 사라져버리고 말았다. 너무 기가 막혀서 '맨딩'에 대해서는 더 할 말이 없다.



한편 '아가씨를 부탁해'는 '대본의 난'에서 살짝 벗어나 스토리는 그런대로 자리를 잡아가는 듯 보이기도 하지만, 청춘남녀 주인공 윤은혜와 정일우의 어색함에서 벗어날 줄 모르는 연기력 덕분에 시트콤 저리가라 하는 웃음 핵폭탄이 되어주고 있다.
'거침없이 하이킥'의 윤호를 사랑했던 수많은 누나들 중 한 명으로서 웬만하면 정일우를 좋게 봐주고 싶었으나, 회를 거듭할수록 나아지기는 커녕 오히려 초반보다 점점 뻣뻣해져만 가는 그의 연기를 보면서 호의적 시선을 유지하기는 어려웠다. 정일우가 치는 대사의 억양은 가끔 초등학교 시절의 학예회를 연상시켜서 얼굴이 화끈거리는데, 한 번은 극중에서 그의 친 형 역할을 맡은 배우가 어쩌면 똑같은 억양으로 받아치는 바람에 웃다가 눈물이 다 났다.

'아부해'를 볼 때는 그래도 독특한 재미가 있다. 윤상현과 문채원이 등장하는 부분에서는 정극 드라마를 감상할 수 있고, 윤은혜와 정일우가 차지하는 씬에서는 시트콤을 감상할 수가 있다. 또한 윤상현과 윤은혜가 함께 잡히는 부분에서는 시선의 움직임에 따라 진지함과 코믹을 오갈 수 있다. "네가 원하는 게 이런 거야?" 하고 더없이 진지한 표정으로 대사를 치면서 바짝 다가서는 윤상현의 얼굴을 볼 때면 살짝 숨이 멎을 듯한 멜로의 느낌을 즐길 수 있고, 두껍게 붙여놓은 인조눈썹과 새카만 아이라인 밑에 어색하게 달려 있는 윤은혜의 눈물방울을 보면 손발이 짜릿할 정도의 오글거림을 즐길 수가 있다.



'태양을 삼켜라'는 초반부터 일관성 있게(?) '아무 이유 없는' 스토리 진행을 고수하고 있다. 주인공 지성은 해야 할 필요가 없는 골육상잔의 복수를 추진하고 있으며, 갑자기 아무 이유 없이 짠~하고 나타난 부장검사(이효정)는 아무 이유 없이 목숨을 걸다시피 장민호(전광렬) 잡기에 전념한다. 등장인물들의 모든 행동에 타당한 이유가 없다보니 각각의 에피소드는 연결되지 못하고 제멋대로 둥둥 떠다닌다.

심지어는 아주 작은 행동들에서도 개연성이라고는 찾아볼 수가 없다. 이를테면 지성이 성유리에게 전화를 걸어서 "할 말이 있으니 만나자"고 하는데 성유리는 "할 말 없다"면서 거부하다가 결국 만나는 장면이다.
제대로 진행이 된다면 두 사람의 만남에서 주된 대사는 지성이 쳐야 한다. 만남의 원인을 제공한 사람이 지성이니까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마주치자마자 성유리의 입에서 속사포처럼 대사가 쏟아져나온다. "왜? 복수할거라더니 이젠 마음이 변한거야?" 어쩌고 저쩌고 물어 놓고선 대답도 기다리지 않고 성유리 혼자 계속 말하더니 자기 할 말을 마치고는 돌아서서 그냥 가버린다..;; 기껏 할 말이 있다고 만나자고 불러내 놓고서는, 지성은 만나서 처음부터 끝까지 "수현아" 한 마디 외에는 입도 벙긋 못 했다.
모든 에피소드가 다 이런 식이다. 아무런 이유가 없고 앞뒤가 맞질 않는다. 이렇게까지 일관성 있게 개연성 없는 진행을 유지하기도 쉽지는 않을텐데 나름대로는 태삼 제작진의 놀라운 능력이라고 판단되는 바이다.




이래저래 현재 방송중인 3개의 수목드라마는 총체적 난국에서 벗어나기 어려워 보인다. 차라리 '탐나는도다' 가 수목드라마로 편성되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아낌없는 지지와 사랑을 받았을텐데... 드라마도 어쩌면 우리 인생과도 같아서 열심히 노력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운'도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안타까울 뿐이다.


 




반응형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