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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를 보다

맨땅에 헤딩, 명품 조연들은 수호천사다

빛무리~ 2009. 9. 11.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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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방신기의 리더 유노윤호로서 활동해 온 정윤호의 드라마 데뷔작이라는 것만으로도 방영 전부터 엄청난 이슈를 몰고 왔던 '맨땅에 헤딩' 1,2회가 방송되며 베일을 벗었다. 시청자들의 의견은 희망적인 쪽과 부정적인 쪽으로 나뉘는 듯하다. 그 중에 나는 희망적인 쪽이다. 내가 '맨땅에 헤딩'이라는 드라마의 미래를 그래도 희망적이라고 보는 이유는 첫째, 경쟁작인 '태양을 삼켜라'와 '아가씨를 부탁해'가 초반의 엉성한 전개로 인해 이미 많은 시청자들의 외면을 받고 있으며 둘째, 은근히 염려했던 정윤호의 연기가 예상외로 시원스럽고 괜찮아 보이는 것이며, 가장 중요한 셋째로는 매우 감칠맛나는 조연들이 포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1. 박철민 (배역 : 스포츠 에이전시 대표 홍상만)

                                                              무조건 차봉군이 데려 와~

'베토벤 바이러스'(배용기)와 '돌아온 일지매'(왕횡보) 등에서 이미 독특한 캐릭터의 명품 조연으로 사랑받았던 박철민. 그는 언제부턴가 드라마에 그가 존재한다는 사실만으로도 왠지 든든한 배우가 되었다. '맨땅에 헤딩'에서 그가 맡은 역할은 스포츠에이전시 대표 홍상만이다. 차봉군(정윤호)의 아버지 차영대의 친구였는데 실수로 차영대에게 심한 부상을 입혀서 축구생활을 접게 했던 죄책감을 누르며 살아온 인물이다.
신출내기 에이전트 강해빈(고아라)이 차봉군을 돕는 행동대원이라면 홍상만은 그들의 행동지침을 이끄는 머리로서, 그 누구보다도 차봉군의 앞날에 든든한 바람막이가 되어주는, 아버지같은 인물이 될 것이다. 그의 입에서 나오는 모든 말들은 언뜻 들어보면 모두 농담 같지만, 사실은 그 안에 깊은 진실과 배려가 담겨 있다. 죽은 친구를 대신하여 차봉군에게 그가 어떤 아버지가 되어 줄는지, 나는 그 코믹하면서도 따뜻한 홍상만의 모습을 가장 기대하고 있다.

2. 강신일 (배역 : 감독 이충렬)

                                                            저런 놈을 어디서 찾았어?

강신일 역시 많은 드라마에서 굵직한 조연으로 출연했는데 내가 특히 기억하는 작품은 엄태웅과 함께 했던 '부활', 그리고 '돌아온 일지매'이다. 엄태웅을 키워준 의붓아버지로, 그리고 정일우에게 무예를 가르쳐 준 아버지같은 스승으로 출연했었다. 그는 이렇게 피가 섞이지 않았으면서도 생부와도 같은 정으로 아들을 감싸주는 제2의 아버지 역할이 참으로 잘 어울리는 조연배우다.
이번에도 그는 역시 주인공 차봉군에게 아버지같은 스승인 감독 이충렬 역할을 맡았다. 이충렬 역시 홍상만과 더불어 차봉군의 생부 차영대의 친구였으며, 홍상만과는 언제나 티격태격하면서도 현재까지 우정을 나누는 사이다. 이렇게 든든한 제2의 아버지가 둘이나 있으니 차봉군의 앞날은 결코 어둡지 않을 것 같다.

3. 방준서 (아역 : 별이)

                                   오빠가 축구해야 별이가 금방 나아. 그러니까 오빠, 축구 해~

요즘 아역들은 정말 무서울 정도로 연기를 잘한다. 귀여운 외모야 말할 것도 없거니와 그 나이에 어쩌면 저렇게도 캐릭터 이해가 빠른지, 애교를 떨어야 할 때는 보는 사람 기절하게 애교를 떨어주고, 울어야 할 때는 어찌나 눈물을 뚝뚝 떨어뜨리면서 서럽게 우는지 보다가 딱해서 같이 울게 만든다. 별이는 차봉군의 여동생이다. 새엄마가 데리고 들어온 의붓동생인지, 아니면 아버지와 재혼 후에 태어난 이복동생인지 그건 잘 모르겠다. 하여튼 지금 차봉군에게는 거의 살아가는 이유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소중한 가족이 되었다.
이렇게 사랑스런 아이들은 드라마 속에서도 제발 아프지 말았으면 좋겠는데, 별이는 또 아픈 아이다. 악성 림프종을 앓고 있는 거다. 봉군이가 축구를 그만두겠다고 하자 별이는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 말한다. "나 오빠한테 짐 되기 싫어. 내가 아파서 엄마도 힘들고, 오빠도 축구 그만둔 거잖아." 저런... 별아 울지 마, 오빠는 다시 축구를 할 거고 게다가 아주 멋진 선수가 될 거야.

4. 박순천 (배역 : 별이엄마)

                                                            이것아, 왜 오빠를 울려~!!

박순천이 엄마 역할을 맡으면 왠지 애절한 느낌이 든다. 그녀 역시 수없이 여러 번 엄마 역할을 했지만 나의 뇌리에 가장 깊이 박혀 있는 모습은, 언젠가 제목도 기억나지 않는 단막극에서의 엄마였다. 어린 아들이 사고로 뇌사상태에 빠진 후 엄마가 느끼는 감정을 박순천은 너무도 생생하게 표현했었다. "그런 줄 몰랐는데 사람의 몸이라는 게 참 간사한 거네. 자식이 그 지경인데도 나는 산 사람의 몸이라고 때 되면 배는 고프네." 나직한 목소리에 저절로 울음이 끓어오르던 그 목소리를 나는 잊을 수가 없다. 그 드라마는 아들의 뇌사를 어렵게 인정하고 장기를 기증하는 부모의 결단으로 막을 내렸다. 장기 기증에 힘들게 동의하고서도 엄마가 걱정했던 건, 장기 적출 후 아이의 시신이 흉한 모습이 되면 어쩌나 하는 거였다. 이미 세상을 떠난 자식인데도 그 남은 육신이나마 푹푹 꺼지고 흉해 보일까봐 다시 애끓는 눈물을 흘리던 엄마의 모습을 나는 앞으로도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별아, 오빠 다시 축구 한댄다. 신난다~

'맨땅에 헤딩' 에서의 박순천은 별이 엄마이며 동시에 봉군이 엄마이다. 피는 섞이지 않았지만 그녀와 봉군이가 엄마와 아들 사이라는 것은 그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런 끈끈한 분위기는 전적으로 박순천의 연기력에 의한 것이었다. 봉군이가 다시 축구를 시작하기 위해 에이전트(아라)를 만나보겠다고 응낙하자 별이와 손잡고 기뻐하는 저 엄마는 봉군이가 언제라도 기댈 수 있는 진짜 엄마이다.


이렇게 대략 4명으로 정리해 보았으나, 이 외에도 강해빈의 아버지이며 구단주 역할을 맡은 임채무와, 구단의 홍보팀장으로서 이충렬 감독과 왠지 티격태격 로맨스를 이어갈 듯한 이승신, 그리고 앞으로 등장하게 될 미스테리한 할머니 윤여정씨 등 내가 '맨땅에 헤딩'을 희망적으로 볼 수밖에 없도록 만드는 명품 조연들이 '맨땅에 헤딩'에는 너무도 많이 포진하고 있다.

지금 생각난 것인데, 내가 꼽은 명품 조연 4명은 모두 차봉군의 아버지 차영대와 깊은 관계를 맺었던 인물들이다. 홍상만과 이충렬은 친한 친구였으며, 별이와 별이엄마는 아내이며 딸이었다. 봉군이 아버지는 비록 아들을 이 험한 세상에 남겨두고 먼저 떠나갔지만 이토록 든든한 수호천사들을 남겨 주었으니, 천국에서도 아들을 염려하고 있을 그 아버지의 마음이 문득 가슴에 사무쳐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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