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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사나이' 제시, 부족한 것은 언어가 아니라 마음이다 본문

예능과 다큐멘터리

'진짜 사나이' 제시, 부족한 것은 언어가 아니라 마음이다

빛무리~ 2015. 9. 7.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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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사나이 여군특집3'에 출연한 제시가 대중의 거센 비난에 직면했다. 아무리 예능 출연이고 단 며칠에 불과한 시한부 군인이라지만, 어쨌든 군대라는 특별한 곳에 몸을 담고 있는 사람으로서 심히 부적절한 언행을 거듭 계속했기 때문이다. 제작진은 그녀의 문제가 오랜 외국 생활로 인한 '한국어 실력 부족'과 '미국식 마인드'에서 비롯된 것으로 포장했지만, 보면 볼수록 제시의 진짜 문제는 그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동안 제시가 다른 예능에 출연한 모습을 보면서도 눈살 찌푸려질 때가 적지 않았는데 '진짜 사나이' 출연은 그녀의 단점이 가장 명확하고 적나라하게 노출되는 계기를 제공하고 말았다. 



건방지고 제멋대로인 듯한 그녀의 캐릭터를 불편하게 느끼는 것은 나의 개인적 취향일 수도 있다. 제시가 '런닝맨' 등의 예능에 출연했을 때, 분명 내가 보기에는 그녀의 건방진 태도가 선을 넘었음에도 불구하고 동료 연예인들이 모두 웃으며 받아줄 뿐 아니라, 방송 후 인터넷상의 반응도 다들 재미있었다고만 할 뿐 별로 나쁘지 않은 것을 보며, 아무래도 나의 주관적 '선'이 너무 깐깐했나 보다는 생각을 했다. 그 정도는 너그럽게 용인되는 것이 요즘의 추세인데 내가 시대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나보다 생각했던 것이다. 하지만 군대 예능인 '진짜 사나이'에서조차 그런 태도를 전혀 버리지 못한 제시에게 더 이상 대중은 너그럽지 않았다. 



제시는 어려서부터 군대에 가고 싶었다는 말을 하며, 비록 예능일망정 진짜 군대 생활을 체험한다는 것에 기대감을 드러냈었다. 간단히 표현하자면, 시작도 하기 전부터 큰소리를 탕탕 쳤다. 하지만 군대를 선망하던 제시의 꿈은 너무도 막연하고 허황되고 터무니없는 것이었다. 군대라는 곳이 정말 어떤 곳인지에 대한 현실 인식이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제시는 군인이 되면 마치 영화 속 스나이퍼처럼 멋지게 다다다다 총을 쏴대거나, 단시간에 현란한 무술을 배워 터프한 여전사처럼 멋진 액션을 선보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렇지 않고서야 시종일관 삐딱하게 풀어진 그녀의 자세를 도저히 설명할 수가 없다. 


소대장 앞에서 척 하니 다리를 꼬고 앉아 있는다든지, 교관에게 훈계를 듣는 동안 잠시도 가만있지 못하고 건들거리며 몸을 움직인다든지, 심지어 불량한 자세 때문에 야단을 좀 맞았다고 반항이라도 하는 것처럼 제멋대로 대열을 이탈하는 모습들은 단순히 '미국식 마인드'라는 변명으로 용납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미국 군인들은 그렇게 한단 말인가? 내가 군대에 관해 잘은 모르지만, 이 세상 어느 나라의 군대에서도 제시처럼 멋대로 굴면 쫓겨날 거라는 확신이 든다. 심지어 제시는 군인답게 목을 똑바로 세우고 있는 경우가 지극히 드물다. 언제나 턱을 살짝 치켜들고 맥없이 풀어진 자세로 멍하니 허공을 바라보고 있을 뿐이다. 



이제껏 '진짜 사나이'에 출연했던 연예인들은 입소 후 길어봤자 한 시간이면 모두들 몸에 바짝 군기가 들어 긴장하곤 했다. 심지어 외국인인 샘 해밍턴이나 헨리조차도 부족한 한국어 실력 때문에 고생하긴 했지만, 특별히 몸의 자세가 불량하다고 느껴진 적은 없었다. 유일하게 개그우먼 맹승지만이 소대장 앞에서 다리를 X자로 교차시킨 채 무릎을 잔뜩 꺾어 앉은 자세를 선보였을 뿐이다. 모두 반듯하게 정자세로 앉아있는 가운데 혼자 그렇게 풀어진 자세로 앉아있으면 눈에 확 띌 수밖에 없다. 그래도 맹승지는 생활관에서 한 번 그랬을 뿐 훈련장에서는 안 그랬는데, 제시는 훈련장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모두 부동 자세로 꼿꼿이 서서 교관의 지시를 받고 있는 와중에, 제시는 마치 수업시간에 딴짓하는 학생처럼 고개를 숙이고 자신의 군복 앞자락을 양손으로 들어 살펴보는 이상한 행동을 했다. 교관이 앞으로 불러내서 그 행동의 이유를 묻자 "어지러워서 그랬다"고 대답하는 제시였다. 하지만 아무리 너그럽게 봐주려고 해도 그 말은 뻔한 변명에 불과했다. 눈을 질끈 감는다든지 살짝 비틀거렸다면 어지러워서가 말이 되겟지만, 손으로 옷자락을 들어 살펴보는 행위는 결코 어지러울 때의 반응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것은 명백한 반항이었고 못마땅한 심리의 노골적인 표현이었다.



 

장미빛 환상을 품고 군대에 왔지만, 생각했던 것과는 완전히 다른 군대의 현실에 제시는 큰 실망과 당황스러움을 느꼈던 것 같다. 고집 세고 반항심 가득한 그녀의 성격으로는 한국의 군대 문화에 결코 적응할 수 없는 것이 당연했다. 비록 예능일지언정 기본적 마음 자세는 갖추고 왔어야 하는데, 현실 인식이 결여된 바람에 군인으로서의 기본적 마인드를 갖추지 못한 채로 왔으니 꿋꿋이 적응해 보려는 각오와 의지도 생기지 않는 것이 당연했다. 엄연히 '호현주'라는 본명을 가진 한국인이면서, 이틀이 지나도록 '부사관 후보생' 여섯 글자를 발음하지 못하는 것 역시 마인드에서 비롯된 결과다. 생판 외국인인 사유리도 그렇지는 않았다. 


뒤늦게나마 자신이 군대에 맞는 사람이 아님을 깨달았다면, 끝내 군인다운 마음 자세를 가질 수 없다면, 차라리 그쯤에서 포기하고 그만뒀어야 한다. "저는 그냥 나가는 게 맞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동료들의 지나친 우애가 모처럼 올바른 판단을 내렸던 제시의 발목을 잡았다. 특히 넘치는 모성애로 어린 동료들을 감싸안으며 격려해 준 전미라의 역할이 컸다. 전미라의 그러한 모습은 매우 감동적이었지만, 최소한 제시에게는 불필요한 것이었다. 아무리 안스러워도 "아닌 것은 아니다"라고 냉정하게 판단해야 했는데, 잘라내야 할 것을 잘라내지 못한 탓에 '진짜 사나이 여군 특집' 3기 멤버들은 단체로 엄청난 고통을 겪게 된다. 



화생방 훈련에서 제시의 이기적인 행동은 역대급 참사를 불러왔다. 모두 정화통을 분리한 채 가스를 들이마시며 버티고 있는 상황에서, 제시는 혼자 정화통을 분리하지 않고 머뭇거리며 시간을 끌었던 것이다. 제시 때문에 시간이 지연되면서 화생방 훈련은 점점 더 길어졌고, 결국 너무 오랫동안 가스에 노출된 한채아와 최유진, 김현숙 등은 버티지 못한 채 뛰쳐나왔다. 전미라만 홀로 끝까지 남아 훈련을 완수했을 뿐, 다른 멤버들은 모두 실패하고 말았던 것이다. 설상가상 이번 시즌부터는 중간에 뛰쳐나왔을 경우 화생방실에 재입장해서 반드시 훈련을 완료해야만 한다고 하니, 제시가 동료들에게 끼친 민폐는 그야말로 끔찍한 수준이었다. 


화생방에서 혼자 정화통을 분리하지 않고 버티는 그 기상천외한 행동 역시 군인 마인드의 결여와 더불어 배려심 부족한 평소 성격이 드러난 결과라 할 수 있겠다. 앞으로 얼마나 달라진 모습을 보여줄지는 모르겠으나, 최소 화생방 훈련 당시까지만 해도 제시는 군대에 스스로를 맞춰 적응할 마음이 전혀 없었다. 그저 촬영하다가 중간에 포기하고 나오면 사람들한테 욕 먹을까봐 두려워서, 정말 싫은데도 울며 겨자먹기로 머물러 있겠다고 했을 뿐이다. 제시 때문에 화생방 훈련에 실패한 동료들은 또 다시 화생방에 재입장할 때조차도 제시와 함께 들어가야 한다는 가혹한 현실 앞에 전율하지 않을 수 없었다. 



"네가 정화통을 분리하지 않고 있으니까 자꾸만 시간이 길어지고 다른 사람들은 계속 가스를 마시게 되잖아..." 참다 못해 김현숙이 나서서 제시에게 한 마디 했다. 잘못을 지적해서 깨우쳐 주지 않으면 다시 좀전과 똑같은 상황이 반복될 것이므로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런데 제시는 큰언니뻘인 김현숙의 지적조차 불쾌하다는 듯, 듣다가 중간에 쌩하니 돌아서고 말았다. 역시 명백한 반항심에서 비롯된 비뚤어진 행위였다. 마치 일진 여고생이 선생님한테 혼나다가 "에이, 씨X" 하고 욕설을 퍼부으며 돌아서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과연 제시는 얼마나 달라진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까? 며칠 안 되는 시간에 군인 마인드와 더불어 배려심까지 장착하기는 아무래도 힘들어 보이는데, 제시의 적나라한 민낯을 드러내 버린 '진짜 사나이' 제작진은 또 얼마나 신들린 편집 실력으로 그녀를 포장해 줄 수 있을까? 더 이상 제시를 '쎈언니' 캐릭터라고 부르지는 말았으면 좋겠다. 언니답지도 못하고 세지도 못하고 반항심과 고집만 가득한 사춘기 소녀같은 제시에게 쎈언니라는 별명은 어울리지 않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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