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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서유기' 이승기의 돌직구 입담, 빵빵 터지는 꿀재미를 선사하다 본문

예능과 다큐멘터리

'신서유기' 이승기의 돌직구 입담, 빵빵 터지는 꿀재미를 선사하다

빛무리~ 2015. 9. 4.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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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4일 오전 10시, 드디어 나영석 PD의 '신서유기'가 인터넷을 통해 공개되었다. '신서유기'는 여러모로 독특하면서도 혁신적인 기획이라 방송 이전부터 큰 화제가 되었던 작품이다. 현재 공중파가 아닌 케이블 tvn에 몸 담고 있음에도 명실상부 최대 권력의 스타 PD라 할 수 있는 나영석 PD가 굳이 인터넷 방송 제작에 나섰다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흥미로운 선택이었다. 첫째로는 과거 '1박2일' 시즌1을 함께 했던 동료들과 다시 뭉쳐보고 싶다는 (또는 어려움에 처한 옛 동료들을 돕고 싶다는) 열망이 있었을 것이고, 둘째로는 한창 물오른 그의 혜안으로 차후 방송의 대세가 TV보다는 점차 인터넷 쪽으로 기울게 될 것임을 예측했기에 과감히 선구자적 발걸음을 떼어 본 것일 수도 있다. 현재 나영석 PD는 좀 과감해도 되는 입장이니까. 



방송 전 네티즌의 반응은 대략 두 갈래로 나뉜 느낌이었다. 나영석 PD를 비롯해서 '1박2일'의 원년 멤버였던 강호동, 이승기, 은지원, 이수근이 다시 뭉쳤다는 이유만으로도 꿀재미가 기대된다는 반응이 있는가 하면, 불법 도박 혐의로 징역 6월 집행유예 1년의 유죄를 선고받은 이수근을 불과 2년만에 다시 방송가로 끌어들인다는 점에서 기획 자체의 도덕성을 지탄하는 의견도 만만치 않았다.  비록 집행유예 기간이 끝나기는 했으나, 법과 대중의 정서가 똑같이 발맞추어 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법적으로는 죗값을 치렀을지언정, 수많은 대중의 정서 속에서 이수근은 아직 용서받지 못한 자였다. 어쩌면 나영석 PD가 인터넷 방송을 선택한 세번째 이유도 바로 이수근의 존재 때문이었을지 모른다. (그렇게나 안고 가고 싶었던 것일까?) 


나는 잘못을 저지른 연예인이 짧은 자숙기간을 거치고 쉽게 컴백하는 것에 대하여 평소 너그러운 편이 못 되지만, 그래도 '신서유기'에는 기대하는 마음이 더 컸다. 개인적으로는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고 생각되는 인물이 버젓이 방송 활동을 계속하고 있을 뿐 아니라 점점 더 큰 인기까지 얻고 있는 마당에, 불쾌감을 적게 느끼기 위해서는 스스로 어느 정도 무디어질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수근은 "나 때문에 제작진과 동료들이 받지 않아도 될 비난을 받았다." 면서 죄송한 마음을 표현했고 더불어 "'신서유기'가 용서받을 수 있는 계기로 작용하는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일단은 영리한 발언이었는데, 과연 '신서유기'가 대박을 쳐서 이후 방송 출연 제의가 쇄도할 때 모두 거절함으로써 자신의 말에 책임질 수 있을런지는 의문이다. 



첫방송의 시청 소감을 한 마디로 표현한다면 '진짜 재미있었다'. 요즘 도통 드라마에서도 예능에서도 빵빵 터지는 꿀재미를 못 느껴본지 오래인데 '신서유기' 덕분에 모처럼 속시원한 웃음을 터뜨릴 수 있었다. 그런데 뜻밖에도 꿀재미의 핵심을 담당해 준 멤버는 엉뚱한 초딩 은지원이나 천생 저팔계 강호동이 아니라 바른생활 막내 이승기였다. 역시 나이가 가장 어려서인지 이승기는 멤버들 중 누구보다도 인터넷 방송에 최적화된 입담을 선보이며 등장하는 순간부터 빵빵 터뜨리기 시작했던 것이다. 은지원이야 원래의 캐릭터 자체가 4차원이니까 신기할 것도 없었지만, 얌전한 모범생 이미지의 이승기가 거침없이 선보이는 돌직구 입담은 그 자체만으로도 아릿하도록 신선했다. 


이른 새벽, 가장 처음으로 버스에 올라탄 이승기에게 나영석 PD는 대뜸 사과부터 했다. "(멀쩡한 이승기씨를) 많이 망가져 있는 사람들이랑 같이 모시게 되어서 죄송하다"는 것이었다. 만약 TV 방송이었다면 그쯤에서 이승기는 겸손한 모범생의 훈내를 풍겨주며 "아이고, 아닙니다. 저도 많이 부족한 사람인데요.." 라는 식의 멘트를 치지 않았을까 싶다. 하지만 인터넷 방송에서의 이승기는 좀 다른 모습이었다. 나영석 PD의 사과를 천연스레 받더니, 버스에 오를 때 자기가 처음인 것을 알고는 "제일 죄 없는 사람이 먼저 타는구나!" 라고 생각했다며 한 술 더 뜨는 것이었다.


 

다음 차례로는 누가 탈 것인가를 예측해 보는데, 이승기는 폭탄 발언을 연이어 쏟아냈다. "마지막으로 탈 사람은 정해져 있죠. 부동의 4위... 상암동 배팅남!" 코믹하게 표현하긴 했지만, 이수근의 불법 도박 사건을 그토록 거침없이 원색적으로 언급하는 이승기의 모습은 쇼킹하지 않을 수 없었다. "2위와 3위는 좀 어려운데, 여의도 이혼남이냐 아니면..." 은지원의 이혼 역시 이승기의 속사포 돌직구를 피해갈 수 없었다. 이혼이 죄는 아니지만 순수 초딩 이미지를 갖고 있었던 은지원에게는 꽤나 큰 데미지로 작용했기에 누구도 섣불리 언급할 수 없었던 조심스런 문제였는데, 아무래도 이승기는 작정하고 나온 듯했다. 


이승기의 극약 처방은 최근 예능에서 많이 쓰이고 있는 것이기도 했다. 법적 죄의 유무를 떠나 대중에게 비호감으로 찍혔거나 지탄을 받는 연예인이 있다면, 그를 수렁에서 건져내기 위해 동료들이 앞장서서 정곡을 찔러대며 구박하는 것이다. 김수미와 함께 '나를 돌아봐'에 출연했던 장동민 역시 그런 경우에 해당된다. 대부분 극약 처방의 결과는 긍정적으로 나타난다. 동료들이 열두폭 치마로 감싸며 비호하거나 변명하거나 숨겨주려 하는 것보다, 오히려 잔인할 만큼 들춰내는 편이 대중의 용서를 받기에는 수월하기 때문이다. 어쩌면 유일하게 흠잡힐 곳 없는 막내로서 형들을 거침없이 공격해 주는 이승기는 무척이나 은혜로운 존재였다. 



이승기의 가차없는 돌직구는 끝없이 이어졌다. 최근 일 때문에 사주를 보고 왔는데, 이승기의 내년 운이 굉장히 좋다고 했다는 것이다. 내년에는 군대에 가야 한다고 말하자 역술인은 안타까워하면서 좀 미룰 수 없느냐 물었고, 이승기는 "어디든 가야 한다"고 대답했단다. "교도소엘 가든 군대엘 가든, 둘 중 어디든 가야만 한다"는 것이었다. 단순히 들으면 더 이상 입대를 연기할 수 없는 이승기 본인의 이야기에서 그칠 수도 있겠지만, 왠지 '1박2일' 시즌1의 또 다른 멤버 MC몽의 그림자가 끼어드는 것도 어쩔 수 없는 사실이다. 결국 이승기는 이수근, 은지원에 이어 MC몽에게까지 극약 처방을 날려준 셈이다. 그야말로 죄 지은 자들을 광명으로 인도하는 삼장법사가 따로 없다. 


'하늘 아래 가장 큰 죄를 지었다'는 손오공은 당연히 이수근의 몫이었고, 누가 봐도 저팔계인 강호동은 자연스레 저팔계에 낙점되었다. (중국어 연습을 하며 스스로 저팔계의 대사만을 연습해 온 강호동의 선택도 꽤 웃겼다.) 마지막으로 이승기와 은지원이 삼장법사와 사오정 캐릭터를 두고 겨루게 되었는데, 둘이만 하면 재미 없으니까 강호동과 이수근도 참여시키기로 했다. 혹시 캐릭터가 이미 정해졌다는 이유로 열심히 하지 않을까봐, 첫번째 미션 꼴찌에게는 특별히 보온력이 강한 내복 상하의를 선사하기로 했다. 참고로 '신서유기' 팀이 촬영지로 선택한 중국의 시안(西安서안)은 기후가 무려 40도를 넘나드는 지역이었다. 



하지만 어차피 삼장법사는 이승기일 수밖에 없다. 유일한 경쟁 상대인 은지원조차 이승기에게 양보할 의사를 밝혔기 때문(꼴찌만 아니면 된다면서 협력하자고 제안...)에, 이승기 은지원의 똘똘이 연합을 강호동 이수근의 둔팅이(?) 연합이 누르고 승리할 가능성은 어차피 제로인 셈이다. 인터넷 방송이 낯설어 버벅대는 강호동, 잔뜩 기가 죽어서 재치를 발휘 못하는 이수근, 예전보다 많이 지쳐 보이는 은지원에 비해 이승기는 물 만난 고기처럼 신나게 뛰노는 모습이었다. 문득 군에 입대하기 전 마지막 방송(윤도현의 러브레터)에서 대략 1시간 30분 동안이나 신들린 공연을 선보이던 홍경민의 모습이 떠올랐다. 마지막 한 방울까지 불태우고 가려는 듯한. 


결코 예상 못했던 이승기의 입담 덕분에 첫방송부터 빵빵 터진 '신서유기'는 차후의 기대감을 한층 높였다. 너무 짧아서 아쉬울 뿐이었다는 대중의 열화같은 반응 또한 긍정적이다. 만약 이와 같은 반응이 끝까지 이어질 수 있다면 '신서유기'는 위기의 강호동, 은지원, 이수근에게 튼튼한 동아줄이 되어 줄 뿐 아니라, 입대를 앞둔 이승기에게도 매우 의미있는 작품으로 남을 수 있을 것이다. 과연 다음 주에도 이승기의 사이다 돌직구 입담을 감상할 수 있을지 기대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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