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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있되 거리를 두라 / 칼릴 지브란... 그리고 불새 본문

책과 영화와 연극

함께 있되 거리를 두라 / 칼릴 지브란... 그리고 불새

빛무리~ 2014. 10. 9. 2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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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있되 거리를 두라 

그래서 하늘 바람이 너희 사이에서 춤추게 하라. 


서로 사랑하라. 

그러나 사랑으로 구속하지는 말라. 

그보다 너희 혼과 혼의 두 언덕 사이에 출렁이는 바다를 놓아 두라. 


서로의 잔을 채워 주되 한쪽의 잔만을 마시지 말라. 

서로의 빵을 주되 한쪽의 빵만을 먹지 말라. 

함께 노래하고 춤추며 즐거워하되 서로는 혼자 있게 하라. 

마치 현악기의 줄들이 하나의 음악을 울릴지라도 줄은 서로 혼자이듯이. 


서로 가슴을 주라. 그러나 서로의 가슴 속에 묶어 두지는 말라. 

오직 큰 생명의 손길만이 너희의 가슴을 간직할 수 있다. 


함께 서 있으라. 그러나 너무 가까이 서 있지는 말라. 

사원의 기둥들도 서로 떨어져 있고 

참나무와 삼나무는 서로의 그늘 속에선 자랄 수 없다. 


                                                                        - 칼릴 지브란 



최근 드라마 '불새'의 마지막 2회를 다시 시청했다.  

10년 전의 작품이지만 나는 아직도 파일을 소장해 두고 가끔씩 열어본다. 

내 블로그 타이틀 이미지의 키스하는 연인들 역시 

'불새'의 남녀 주인공으로 열연하던 이서진과 故이은주의 모습이다. 


몇 차례나 보았던 것이지만 오랜만에 보니 또 감개가 무량했다. 

세월의 흐름 속에 현재 그들은 어떻게 변했을까? 


이서진은 '꽃보다 할배'의 짐꾼으로 활약하며 인기를 끌었고 

'참 좋은 시절'에서는 멜로드라마의 남주인공으로 건재함을 증명했다. 

에릭은 '연애의 발견'에서 놀랍게 발전한 연기력을 보여주었다. 

둘 다 미혼이고 여전히 배우로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남자들에겐 큰 변화가 없는 셈이다. 


그런데 여자들의 인생은 180도 달라졌다. 

정혜영은 이 작품을 찍은 후 션과 결혼해서 네 아이의 엄마가 되었다. 

그 당시 벌써 서른을 넘긴 나이였는데 

인형같이 예쁘고 가냘픈 몸으로 아이를 넷이나 낳을 줄이야! 


그리고 이은주... 

당시 겨우 스물 다섯, 가장 어리고 풋풋한 그녀였는데 

그녀에게 남은 인생이 고작 7개월 남짓일 거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우울증을 앓고 있던 이은주는 

그 해 가을 개봉했던 영화 '주홍글씨' 촬영 중 병이 더욱 깊어졌고 

결국 다음 해 봄을 맞이하지 못한 채 스스로 떠나갔다. 


이은주 특유의 차분하면서도 애절한 목소리는 슬픈 멜로에 참 잘 어울렸다. 

어린 나이에도 감정 표현이 매우 뛰어났으며 

리얼하고 성숙한 그녀의 연기는 또래 여배우들 중 단연 최고였다. 

드라마로는 그녀의 마지막 작품이 되어버린 '불새' 

열연하는 이은주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속절없이 떠나버린 그 청춘이 너무 아까워서 슬퍼지기도 했다. 



그런데 극 중에서는 이은주보다 정혜영이 훨씬 끔찍한 최후를 맞이한다. 

'경계선 인격장애'라는 정신병을 앓고 있던 미란(정혜영)은 

약혼자 세훈(이서진)에게 극도로 집착하다가 

그녀에게 질려버린 세훈이 냉정하게 떠나려 하자 

결국 유서를 남긴 채 독이 든 와인을 마시고 자결한다. 


지은(이은주)과 세훈은 서로에 대한 사랑을 확인한 상태였으나 

미란의 죽음으로 죄책감을 느끼며 헤어진다. 

3년의 세월이 흐른 후 다시 재회하는 것으로 드라마는 막을 내렸지만 

과연 친구이며 약혼녀였던 미란의 처참한 최후를 함께 본 그들이 

마음 편히 행복을 약속하며 결합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었다. 


경계선 인격장애는 이렇듯 자신을 파괴시킬 뿐 아니라 

죽음을 넘어 타인의 인생까지도 꽁꽁 옭아매는 무서운 병인데 

그 병을 앓는 사람들은 자신과 타인의 사이에 경계선을 두지 못한다고 한다. 

아무리 친한 친구나 사랑하는 연인이라 해도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적당한 거리가 있어야 관계가 유지되는 법인데 

그게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미란의 모습을 보며 문득 칼릴 지브란의 시가 생각났다. 

"함께 있되 거리를 두라!" 

어느 나라에선가는 결혼식장에서 사랑의 맹세를 대신하여 

신혼부부가 이 시를 낭독한다고도 하던데 기억이 확실치는 않다. 

아무튼 시의 내용은 결혼의 맹세로 더없이 적합해 보인다. 

평온하고 행복한 결혼 생활을 가장 오래 유지할 수 있는 비법이라고나 할까? 


함께 있되 거리를 두라. 

그래서 하늘 바람이 너희 사이에서 춤추게 하라. 

참 좋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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