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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목소리가 들려' 이종석, 2013년 최고의 행운아로 탄생하다 본문

종영 드라마 분류/너의 목소리가 들려

'너의 목소리가 들려' 이종석, 2013년 최고의 행운아로 탄생하다

빛무리~ 2013. 8. 2.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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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고맙게도 '너의 목소리가 들려'는 끝까지 뒷심을 잃지 않고 멋진 엔딩을 선사해 주었습니다. 작품에 해를 끼치지 않는 자연스런 엔딩이라면 새드엔딩도 괜찮다고 생각했지만 해피엔딩이어서 더욱 좋았습니다. 너무 기뻐서 눈물이 날 정도로 좋았습니다. 너무나 사랑스러운 장혜성(이보영)과 박수하(이종석)를 더 이상 볼 수 없다는 건 아쉽지만, 그들이 아주 오랫동안 함께 행복할 것을 믿기에 저도 즐거운 마음으로 보내줄 수가 있었죠. 최종회에서 가장 염려되었던 부분은 혜성과 수하가 민준국(정웅인)을 용서함에 있어 너무 지나치게 오버하지 않을까 하는 점이었는데, 다행히도 가장 적절한 수준의 용서를 보여주었으니 더 이상 좋을 수가 없군요. 이제 '너목들'은 제 인생 최고의 명작 드라마 중 하나로 기억될 것입니다.

 

그래도 누군가 한 사람은 끝까지 민준국의 곁에서 그의 이야기를 들어주어야 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 역할은 차관우(윤상현)에게로 돌아갔습니다. 이 또한 가장 적절한 선택이라 하지 않을 수 없었죠. 차관우가 입은 피해라고는 고작 팔이 부러졌던 것뿐이니까, 그가 민준국의 편에 서서 변호를 해준다 해도 이상하거나 거북할 이유는 없거든요. 혹시라도 그 놈의 손에 엄마를 잃은 장혜성이 변호를 자청할까봐 몹시 걱정했는데, 그게 아니어서 얼마나 깊은 안도의 숨을 내쉬었는지 모릅니다. 증오심을 품고 사형을 원하는 건 그 놈과 똑같은 인간이 되는 거니까, 그게 싫어서 사형은 반대한다고 장혜성은 사석에서 검사 서도연(이다희)에게 말했죠. 이것은 모자람도 넘침도 없는 완벽한 용서입니다.

 

 

차관우에게 설득당한 민준국이 장혜성과 박수하의 진술서 내용을 모두 인정함으로써, 피해 당사자인 두 사람이 굳이 법정에 나가 증언할 필요가 없어진 상황 또한 무척이나 마음에 들었습니다. 용서하려면 깨끗이 잊어줄 수 있어야 하는데, 법정에 나가서 또 이런 저런 증언을 하다 보면 계속 지난 일을 되새겨야 할테니, 그들뿐만 아니라 보는 입장에서도 얼마나 찜찜한 기분이겠어요? 제가 예상했던 것처럼 민준국도 사실은 자기 잘못을 알고 있었습니다. 분노에 미쳐 폭주하던 시기를 보내고 어느 순간 진실을 깨달았지만, 그 때는 이미 늦어 있었죠. 잘못을 인정하면 송두리째 무의미해질 자기 인생이 가엾어서 억지로 남을 탓하며 우기고 있었던 건데, 차관우가 진심으로 그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줌으로써 민준국의 마음도 서서히 풀어지기 시작합니다. 차관우는 그의 멘토인 신상덕(윤주상) 변호사와 더불어 이 시대에 꼭 필요한, 진정한 변호사였어요.

 

장혜성의 마음이 확고하게 박수하를 향해 있음을 깨달은 순간부터 차관우는 더 이상 질척거리지 않고 마음을 접어 주었죠. 그저 동료로서 친한 친구로서, 그리고 엄마 어춘심(김해숙) 살해 사건을 맡았을 때 저지른 실수를 사죄하려는 마음으로 여전히 장혜성에게 헌신적인 태도를 보였지만, 그녀의 마음이 확정된 후로는 한 번도 부담을 준 적이 없었어요. 그녀의 선택을 받은 박수하에게도 더 이상 질투심을 드러내지 않았고, 오히려 수하가 위기에 처하면 늘 최선을 다해 도와 주었습니다. 이런 차관우가 얼마나 근사한 사람인지는 연적인 박수하도 (분하지만..;;) 인정할 수밖에 없었죠. "짱변이 나를 선택한 게 미안할 정도로 차변호사님은 좋은 분입니다... 잘 할게요! 그 선택이 미안하지 않을 만큼 아끼고 소중히 대할 겁니다." 쿨하면서도 진심어린 인사를 나누고 헤어지는 두 남자, 이렇게 멋있어도 되는 건가요?

 

이제 장혜성과 박수하의 사랑에는 아무런 장애물도 없는데, 어째서 혜성이는 수하를 볼 때마다 불안함을 떨치지 못하는 걸까요? 저는 그 이유가 끝내 아리송하더군요. 10년이 지나도 그녀를 알아보고 기억을 잃었을 때도 그녀를 사랑한 박수하는, 또 다시 10년이 지나고 기억을 잃어도 또 다시 그녀를 찾아내고 사랑하겠죠. 그러니 알 수 없는 미래 때문에, 언젠가 닥쳐올지도 모르는 이별 때문에 불안해할 이유도 없습니다. 제 마음 속엔 이렇게 든든한 확신이 있는데 장혜성은 왜 그렇지 못한 걸까요. 사랑이 너무 깊으면 그럴 수도 있는 걸까요?

 

 

실수로 장혜성을 찔렀던 일 때문에 검찰에 기소당한 박수하는 차관우와 서도연의 도움으로 기소유예를 받아 풀려날 수 있었죠. 아, 김공숙(김광규) 판사의 도움도 있었다는 걸 빼먹으면 우리 선풍기 판사님 삐치실까요? ㅎㅎ 어쨌든 완전히 자유로워진 박수하는 꿈꾸던 경찰대학에 응시하는데, 면접관으로는 배우 정만식이 특별출연을 했군요. 면접관이 고등학교 자퇴 이유를 묻자 박수하는 담담히 대답합니다. "여러가지 일들이 있었습니다. 1년간 기억상실에 걸려서 행방불명이 되었었고, 살인 용의자로 법정에 서기도 했고, 보복 범죄의 대상이 되기도 했습니다." 면접관이 살짝 놀라며 되물었죠. "그 험한 일들을 겪고도 용케 이 자리까지 왔네요?" ... "아마 혼자였다면 여기까지 올 수 없었을 겁니다." ..."누가 그렇게 도와줬습니까?"

 

놀랍게도 박수하는 이제껏 만나 온 사람들 모두를 인생의 스승으로 삼고 있었습니다. 사람에 대한 믿음이 지나쳐 가끔은 바보처럼 보여도 그 우직한 믿음으로 사람들을 변화시키는 차관우의 모습에서, 박수하는 존경스런 진짜 어른이 어떤 사람인가를 깨달았죠. 자신에 대한 믿음이 너무 확고해서 오만해 보였지만 결정적 순간에 자기가 틀렸음을 인정하고 사과한 서도연의 모습에서는, 반성과 사과를 할 줄 아는 사람이 얼마나 근사한지를 배웠습니다. 그리고 민준국의 망가진 인생을 통해 절대 가서는 안 되는 길이 어떤 길인지를 생생히 느꼈고, 진실을 위해 싸우는 짱다르크 혜성의 모습을 통해 용기의 소중함도 알게 되었습니다.

 

 

물론 사랑으로 곁을 지켜 준 연인으로서의 장혜성이 박수하를 이끄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했지요. 그녀의 존재는 어둠 속을 헤매던 박수하에게 빛이 되고 길이 되었습니다. 그녀 때문에 박수하는 누군가를 지키는 게 얼마나 귀한 일인지, 누군가의 말을 들어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도 알게 되었고요. 장혜성이 박수하 덕분에 진정한 변호사로 거듭날 수 있었던 것처럼, 박수하는 장혜성 덕분에 좋은 경찰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면접관도 그렇게 느꼈는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이는군요. 청각장애가 있는 의뢰인의 이야기를 귀 담아 듣기 위해 수화를 배운 장혜성... 경찰대학에 합격하여 멋진 제복의 청년으로 변신한 박수하... 이들의 앞길에는 어떤 일들이 펼쳐질까요?

 

두 사람은 밥상을 차릴 때 서로를 보며 생각합니다. "수하가 요리를 잘 하는 건, 중학교 때부터 혼자 밥을 해 먹었기 때문이다. 많이 외로웠을 것 같다." ... "짱변이 개밥을 해 먹는 이유는 요리할 시간이 없을 만큼 열심히 살았기 때문이다. 많이 고단했을 것 같다." ... 마음 속엔 여전히 일말의 불안감이 있고, 때로는 작은 일에 토라져 다투기도 하겠지만, 그런 것쯤은 아무 상관 없을 테죠. 지금처럼 서로의 다른 모습을 탓하기보다 이해하고 가엾이 여기며, 그들은 아주 오랫동안 행복할 것입니다. 서로의 상처를 따스히 보듬어 주며, 누구보다 서로를 잘 이해하는 그들의 사랑은 영원할 수밖에 없지 않을까요?

 

 

박혜련 작가는 '너목들'의 예상치 못한 성공에 기뻐하며, 연장된 2회 분량의 추가 원고료를 받지 않고 배우들과 스태프들을 위한 여행자금으로 지원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모든 배우와 스태프는 '너목들' 종영 후 4박 5일간 푸켓으로 포상휴가를 떠날 예정이라는데요. 작품의 최대 공로자이며 수혜자인 이종석은 영화 촬영 때문에 불참하게 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아쉽긴 하지만 요즘 대세라서 불러주는 곳이 많은 탓이니 그렇게 위안을 삼아야겠죠.

 

'너목들' 이전까지는 스타 유망주였던 이종석, 이제는 명실상부한 최고의 청춘스타로 자리매김하게 되었습니다. 생각해 보니 연초에 방송된 '학교 2013'에서도 그 기세가 심상치 않았어요. 특히 '너목들'과 같은 작품에서 '박수하' 같은 캐릭터를 단숨에 꿰어찬다는 건, 배우의 일생을 통틀어도 쉽지 않은 일인데, 아마도 2013년은 이종석에게 주어진 최고 행운의 해였나 봅니다. 보고 또 봐도 그 표정, 그 눈빛, 참 예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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