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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목소리가 들려' 박수하, 그 완전한 사랑의 방식 본문

종영 드라마 분류/너의 목소리가 들려

'너의 목소리가 들려' 박수하, 그 완전한 사랑의 방식

빛무리~ 2013. 7. 25.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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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치 못한 중독 증세에 빠지지 않았다면, 필시 '너목들' 15회 리뷰의 주인공은 서도연(이다희)이 되었겠죠. 차마 인정하기 싫고 너무 받아들이기 어렵지만, 어쩔 수 없이 인정하고 받아들여야만 했던 진실... 애써 친아버지 황달중(김병옥)을 부인하고 양아버지 서대석(정동환)만을 인정하려 했지만, 자기를 바라보는 생부의 애틋한 눈빛에 서도연은 속절없이 무너져 내렸습니다. 가슴 미어지는 고통에 못 이겨 홀로 울부짖다가, 어느 새 다가온 장혜성(이보영)을 올려다 보며 서도연은 이렇게 말했죠. "죽을 것 같아. 나 좀 살려줘... 우리 아빠 좀 구해줘. 제발..." 다른 사람도 아닌 장혜성 앞에서는 절대 자존심을 꺾고 싶지 않았을 서도연이, 줄줄 흐르는 눈물 콧물 닦을 생각도 안 하고 바닥에 주저앉은 채 간절히 애원하는 모습은 감동이었어요.

 

양부 서대석의 그늘에서 자란 탓인지, 십중팔구는 진실보다 가면에 익숙하고 용감할 때보다는 비겁할 때가 많았던 서도연입니다. 여고생 서도연은 시험 중 컨닝하다 장혜성에게 들킨 것이 거북했던 탓인지, 아니면 자기보다 똑똑하고 당당한 장혜성에게 평소부터 열등감을 느껴왔던 탓인지, 폭죽을 쏘아 자기 눈을 다치게 한 사람이 누군지 알지도 못하면서 혜성이 그러는 걸 봤다고 거짓말을 함으로써 남의 인생에 엄청난 역경을 선사했던 인물이죠. 덕분에 장혜성은 학교에서 퇴학을 당했을 뿐 아니라 엄마와 함께 기거하던 집에서도 쫓겨나는 신세가 되었으나, 죄 없는 사람들을 길바닥으로 내몰고도 서도연은 별다른 가책을 느끼지 않았습니다. 사실 더 많이 후회했어야 할 일은 그 잘못이었는데 말이에요.

 

 

법정에서 겁에 질려 민준국(정웅인)의 유죄를 증언하지 않고 도망쳤던 것을 10년 동안이나 후회해 왔다는 서도연의 취중 고백은, 그녀가 양심보다 자존심과 겉치레에 치중하는 사람임을 증명하는 것이었습니다. 자신의 비겁한 모습을 얄미운 혜성이에게 들키지만 않았어도, 서도연은 후회 따위를 하지 않았을 거예요. 그러잖아도 컨닝 사건이며 폭죽 거짓말 사건으로 쪽팔려 죽겠는데, 설상가상 그 법정에서 장혜성은 용감한 소녀 영웅이 되고 자기는 비겁한 도망자가 되었으니 마지막 자존심까지 무너진 느낌이었겠죠. 집안의 후광을 입어 승승장구하며 폼나는 인생을 살아온 서도연에게 평생 자존심 꺾일만한 일은 거의 없었는데, 유일하게 온갖 추한 꼴을 다 들키고 만 장혜성은 그녀의 아킬레스건이었습니다. 그런 서도연이 혈육의 정 앞에 자존심을 꺾으며 비로소 일말의 가식도 없는 본연의 모습을 드러냈으니, 그 모습은 감동이 아닐 수 없었어요.

 

하지만 모처럼 서도연이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냈어도, 이미 한 곳만 응시하게 되어버린 제 눈에는 그녀 모습이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그녀의 심정을 머릿속으로는 충분히 이해하지만, 처절하게 우는 모습을 보아도 심경의 동요는 거의 일지 않더군요. 오직 보이는 건 박수하(이종석)의 눈빛이요, 단 하나 들리는 것은 박수하의 목소리뿐이었습니다. 매회 시청할 때마다 가슴이 두근두근해서 미치겠는 걸 보면, 확실히 지금 제 상태가 정상은 아닌 것 같아요. 특히 박수하가 장혜성을 지그시 바라보며 무슨 이야기를 할 때면, 옆에서 신랑이 말을 걸어와도 전혀 무슨 소린지 귀에 들어오질 않는답니다..;; 이번에도 수하 천사는 제 마음을 온통 뒤흔들어 꿈에서마저 설레게 하는군요.

 

 

유전자 검사를 위해 서도연을 설득하러 갔다가 뺨을 맞고 돌아온 장혜성을 보며 박수하는 안타까워합니다. 시뻘건 손가락 자국이 남은 그녀의 얼굴에 얼음 찜질을 해주며 참을 수 없다는 듯 이렇게 물었죠. "그 사람 집 어디야? 내가 가서 혼내주게!" 그러자 혜성은 미소지으며 "너 꼭 우리 엄마 같다. 엄마도 내가 밖에서 맞고 들어오면 그 아이네 집 어디냐면서 빗자루 들고 나섰거든." 하고 대답합니다. "너네 엄마는 어땠어?"라는 장혜성의 물음에 갑자기 안색이 어두워지는 박수하... 그의 아버지 박주혁 기자와 민준국의 악연의 실체는 아직도 속시원히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민준국이 그들에게 보내오는 편지의 내용을 보아서는 우성식이라는 의사가 집도한 심장 수술과 관련이 있는 듯한데, 어떻게 해서 사람이 죽고 원수가 되었는지는 차후의 내용을 더 지켜봐야 알 수 있을 것 같아요. 하지만 과거의 진실이 무엇이든, 저에게 오직 중요한 것은 지금 혜성의 곁을 엄마처럼 든든하게 지켜주고 있는 수하의 사랑뿐입니다.

 

서도연의 눈에서 아버지의 죄 때문에 괴로워하는 감정을 읽고 박수하는 갈등합니다. 그건 바로 자신의 모습이었으니까요. "아버지, 아버지, 제발 이건 사실이 아니라고 해 주세요!" 박수하는 세상이 무너진 듯한 그 심정을 알기에, 서도연에게 조금만 더 시간을 주라고 장혜성을 설득했죠.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는 황달중에겐 시간이 없다면서 매몰차게 구는 혜성에게, 진실도 중요하지만 사람을 먼저 봐달라고 간청하는 수하의 모습은 무척이나 애잔하더랍니다. 그런데 본의 아니게도 혜성이 수하의 가슴에 못을 박는군요. "아버지가 한 짓을 침묵한다는 건 동조한다는 뜻이야. 난 그 둘이 똑같다고 봐... 난 이해 못하겠어. 이건 서로 다른 게 아니라 그 애가 틀린 거야!" 어쩌면 그렇게까지 단호할 수 있을까요? 아마도 죽은 엄마 어춘심(김해숙)이 너무나 올곧은 사람이었기 때문에, 장혜성은 죄지은 부모를 생각하는 자식의 심정을 이해할 수 없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자기가 한 말이 박수하의 가슴을 얼마나 후벼 팠는지는 상상도 못한 채, 눈빛을 들키지 않겠다며 시커먼 썬캡을 푹 눌러쓰고 나선 장혜성의 모습은 철부지처럼 보일 지경이었어요. 하지만 열 살 어린 박수하는 오히려 어른스럽게 그런 장혜성을 토닥입니다. "유감 있으면 말해, 가리지 말고... 나 웬만해서는 상처 안 받아. 고모부가 나를 버릴 때도 다 이해했었어. 당신이 발목 잡는 껌딱지라고 했을 때도, 어머니가 돌아가신 게 다 나 때문이라고 했을 때도, 다 그러려니 넘겼어. 앞으로도 그럴 거고...당신이 할 수 있는 웬만한 독한 생각 다 받아들였어. 당신이 보여줄 수 있는 지저분한 꼴도 다 받아들였고, 앞으로 무슨 생각을 해도 무슨 꼴을 보여도 당신한테 실망할 일은 절대 없을 거야. 그러니까 이런 걸로 얼굴 가리지 마!" 꺄악~~~!!! 너 이렇게까지 멋있어도 되는 거니???

 

썬캡을 살짝 들어 올리자, 박수하의 그 말에 대책없이 두근거리던 장혜성의 눈빛이 드러납니다. 창피해서 어쩔 줄 모르고 눈을 감는 그녀가 너무 사랑스러워 입술을 가져가려다 실패하고 머쓱해 하는 박수하의 모습에는 스무 살 그 또래의 풋풋함도 스며 있네요. "아까 말한 것 기억하지? 절대 실망 안할 거라는 거... 그러니까 당신도 내가 무슨 말을 해도, 내가 어떤 사람이어도 나한테 실망하지 말아 줘!" 아버지의 원죄 때문에 그녀가 자기를 밀어낼까 불안해하는 박수하의 입장에서 볼 때, 저 말은 가슴 아픈 애원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무거운 마음을 알 턱 없는 장혜성은 이 남자의 부드러운 카리스마에 제압당한 듯 그저 멍한 표정으로 "알았어" 대답하는군요. 그러자 박수하는 어린아이 다루듯 그녀의 썬캡을 벗기고 손을 잡아 이끕니다. 복도의 쓰레기통에 과감히 썬캡을 던져넣는 동작은, 더 이상 진실을 두려워하거나 피하지 않겠다는 그의 결심을 드러내고 있었어요.

 

차관우(윤상현) 변호사를 만난 박수하는 민준국의 과거에 대해 몇 가지 정보를 나눕니다. 여기서 한 가지, 이제껏 혼란스럽던 제 머릿속을 개운하게 해준 내용이 있었는데요. 민준국은 차관우에게 이렇게 말했다죠. 아무도 자기 이야기는 안 들어줬다고, 경찰은 물론 세상 누구도 자기 편은 안 들어줬다고 말입니다. 어춘심이나 과일가게 아줌마처럼 아무 죄 없고 원한도 없는 사람들을 처참히 살해한 민준국은 물론 그 어떤 말로도 용서받을 수 없는 악인인데, 악인의 말이라도 들어 볼 가치가 있는 것일까, 어차피 그건 자기합리화에 불과할 텐데 들어봐야 시간 낭비인 게 아닐까, 이런 등의 문제로 혼란스러웠었죠. 하지만 작가가 이 작품을 통해 궁극적으로 말하려는 것은, 구체적 상황과 관계없이 "사람은 타인의 말에 귀 기울일 줄을 알아야 한다."는 대전제임을 비로소 깨달았습니다.

 

 

만약 10년 전 그 당시에 누구 한 사람이라도 민준국의 말을 귀 담아 들어주고 그 마음을 이해해 주고 편들어 주었더라면, 이와 같은 비극은 일어나지 않았을 수도 있는 거 아니겠어요? 민준국이 이미 용서받을 수 없는 악인이 되어버린 현재 상황에서는 그의 말을 듣는 것이 소용없는 일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타인의 말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는 원칙은 결코 폄하될 수 없습니다. 그 어떤 상황에서도, 아무리 믿을 수 없는 경우에도 우리는 타인의 말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는 거죠. 물론 그러다가 속아 넘어갈 수도 있지만, 최소한 타인의 말을 들어보지도 않고 단정짓지는 말아야 한다는 것... 믿을 수 있느냐 없느냐는 다음 문제라 쳐도, 최소한 마음을 열고 귀 기울일 줄은 알아야 한다는 겁니다. 그럼으로써 억울한 사람을 구할 수 있고, 비극을 최소화할 수 있게 되는 거죠. 그러고 보니 '너의 목소리가 들려'라는 제목은 이와 같은 주제를 아주 극명히 드러내고 있었습니다.

 

"겁만 내더니 이젠 직접 알아보는 거냐?" 차관우의 물음에 박수하는 담담한 표정으로 대답합니다. "네... 민준국의 계획을 제대로 알아야 그 사람을 지키죠!" 꺄악~~~!!! (또 실신) 이렇게 박수하의 머릿속은 온통 그녀 걱정뿐, 삶의 이유라고는 온통 그녀 하나뿐인데, 용감한 짱다르크는 수호천사의 도움 없이 자기 혼자 힘으로 재판을 해보겠다며 호기를 부립니다. "언제까지 네 코치 받으면서 재판할 수는 없잖아. 오늘은 나 혼자 힘으로 해볼게!" 그녀의 가상한 기개에 두말없이 "그래" 하고 대답은 했지만, 수하의 눈에 살짝 비치는 서운한 감정이 제 가슴을 아프게 하더군요. 그러면 안 되지만, 차라리 변호사의 직분을 망각하더라도 팍팍 의지하며 안겨 주라고, 그 아이를 섭섭하게 하지 말라고 장혜성에게 당부하고 싶을 정도였어요. (헐..;;)  

 

어떤 여인은 수십년 동안 결혼 생활을 하면서 한 번도 남편에게 화장 안 한 얼굴을 보인 적 없다는 이야기를 어디선가 들은 적이 있습니다. 물론 사람마다 생각은 다를 수 있겠죠. 남편에게 여자로서의 매력과 신비감을 잃지 않으려고 그만큼 노력한 성의는 높이 평가할만 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제가 생각하는 진정한 사랑의 모습은 그런 게 아니거든요. 어찌 생각하면 평생을 함께 살면서 한 번도 가면을 벗지 않은 거라고 볼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예쁘게 꾸며진 모습만 보이고, 그런 모습만 좋아하는 게 진짜 사랑인가요?

 

 

"당신이 할 수 있는 독한 생각들 모두 그러려니 넘겼어. 당신이 보여줄 수 있는 지저분한 꼴도 다 받아들였어. 앞으로도 그럴 거야. 당신이 무슨 생각을 해도 무슨 꼴을 보여도, 내가 당신한테 실망할 일은 절대 없을 거야. 그러니까 이런 걸로 얼굴 가리지 마!" 이게 진짜 사랑 아닌가요? 힐링 천사 박수하는 더없이 완전한 사랑의 방식을 우리에게 가르쳐 주고 있었습니다. 물론 쉽지는 않겠지만, 사는 동안 끝없이 노력은 해봐야 하지 않을까요? 완전한 사랑을 위해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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