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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비' 정하나, 서준의 귓가에 다정히 속삭이다 본문

종영 드라마 분류/사랑비

'사랑비' 정하나, 서준의 귓가에 다정히 속삭이다

빛무리~ 2012. 5. 8.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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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아요. 당신보다는 내가 더 잘 견뎌낼 거예요. 그러니까 걱정 말아요.

 

당신 아버지와 내 어머니의 이야기... 알면서도 말하지 못했던 마음 이해해요. 내가 조금이라도 상처를 덜 받게 하려고, 차라리 당신 혼자 모든 책임과 원망을 덮어쓰려 했던 거죠? 운명의 손에 이끌려 다시 만나게 되었을 때 내가 너무 힘들어할까봐, 나쁜 남자인 척해서 나의 미련을 끊어 주려고 그랬던 거죠? 하지만 나에게 당신은 어떻게 해도 나쁜 남자가 될 수 없어요. 눈빛 하나, 손짓 한 번, 모두 너무 잘 읽히는 걸요. 당신이 진심을 말하는지 거짓말을 하는지, 나는 금방 알 수 있는 걸요. 당신은 나보다 세상을 더 많이 알지만, 순진한 나보다 별로 나을 것도 없네요.

 

당신의 지난 날은 행복하지 않았군요. 당신 아버지가 첫사랑이었던 내 어머니를 평생 잊지 못했으니, 사랑을 갈구하며 외로워하는 어머니를 지켜볼 수밖에 없었던 당신은 늘 불행했군요. 살아계신 부모님이 서로를 사랑하지 않았다는 거... 어느 한 쪽의 마음이 엇갈려서 결국은 헤어질 수밖에 없었다는 거... 그 모습을 지켜보는 마음이 어땠을지 나는 상상이 잘 안 돼요. 당신은 열 살이었다고 했나요? 그 어린 아이가 남들 안 보는 데 혼자 숨어서 얼마나 많이 울었을까 생각하니 가슴이 아파 와요. 내가 곁에 있었다면 꼭 안아 주었을텐데.

 

 

괜찮아요. 당신보다는 내가 더 잘 견뎌낼 거예요. 그러니까 걱정 말아요.

 

나의 지난 날은 행복했어요. 어렸을 때 돌아가신 나의 아빠는 엄마에게 아주 좋은 친구였대요. 엄마는 병을 치료하기 위해 미국에 왔지만 몇 차례나 힘든 수술을 겪어야 했고, 할머니와 단 둘뿐이라서 많이 외로웠는데, 그 때 유학생인 아빠를 만났대요. 아빠는 할머니가 돌아가실 때도 엄마의 곁을 든든히 지켜주었고, 그 후에는 엄마와 결혼해서 나를 태어나게 해주었어요. 하지만 아빠가 해줄 수 있는 일은 거기까지였죠. 나중에 들었는데, 엄마는 울지 않았대요. 정말 고마웠다고... 너무나 고마웠다고, 그렇게만 인사했대요.

 

엄마가 항상 들여다보는 오래 전 일기장에는 내 아버지가 아닌 다른 사람의 이름이 적혀 있었지만, 그게 슬프진 않았어요. 좀 더 우리 곁에 머물고 싶어했지만 그렇게 빨리 떠나야 했던 아빠처럼 ... 사람의 일이라는 게 마음먹은 대로만 되지는 않는다는 걸, 나는 어려서부터 알고 있었나봐요. 서로 좋아했지만 함께할 수 없었던 엄마와 서인하 교수님께도 그럴만한 이유가 분명 있었을 테니까, 나는 그냥 안타까울 뿐이었어요.

 

 

 

아무도 원망하지 않았기 때문에, 나는 행복했어요. 엄마와 단 둘뿐이라 조금은 허전했지만, 예쁜 정원을 가꾸면서 꽃이랑 나무랑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외로움도 잊혀졌어요. 가드닝은 원래 돌아가신 아빠가 하시던 일이라, 나는 정원에서 키 크고 푸른 나무를 보면 아빠 같다는 생각을 하곤 했지요.

 

괜찮아요. 당신보다는 내가 더 잘 견뎌낼 거예요. 우리 엄마와 서교수님의 만남이 당신에겐 해묵은 상처를 후벼내는 것처럼 아픈 일이겠지만, 내겐 그 정도까지는 아니니까요. 혼자이신 엄마 때문에 늘 가슴이 아팠는데, 이제 두 분이 결혼하시면 나는 엄마의 행복한 미소를 보며 위로받을 수도 있을 거예요. 하지만 당신은 더욱 불행해진 어머니의 눈물을 보며 이중 삼중의 고통을 겪어야 하겠네요. 어쩌면 좋을까요? 나는 당신이 너무 가여워서 차마 걸음이 떨어지지 않아요.

 

 

 

당신은 힘든 선택을 나에게 떠넘기지 않으려고, 이를 악물고 다시 이별을 말하는군요. 그러지 않아도 되는데... 한 번쯤은 나한테 맡겨도 되는데... 그 말을 두 번이나 하면서 얼마나 아팠을까요? 당신의 눈시울이 붉어진 것을 보면서 내 가슴이 너무 아팠기 때문에, 그래서 당신을 더 아프게 할까봐 나는 울지 않으려고 했는데... 역시 우리 뜻대로 할 수 있는 일은 너무 없나봐요.

 

"나는 언제나 당신의 행복을 빌겠습니다..." 할 말이 무척이나 많은 것 같았는데, 막상 펜을 드니까 저 말 밖에 생각나지 않더군요. 앞으로 우리 관계가 어떻게 되든, 당신이 어디에서 무얼 하며 누구와 함께 (...) 살아가든, 나는 언제나 당신의 행복을 진심으로 빌 거예요. 당신이 내 눈 앞에 보이든 안 보이든, 내 마음은 언제나 똑같을 테니까요... 부디 울지 말아요. 이젠 눈물 흘릴 때도 곁에 있어줄 수 없으니 참 미안하게 되었네요.

 

 

 

운명이 우리 편을 들어주지 않아서 이렇게 헤어지지만, 나는 아무도 원망하지 않아요. 그리고 아주 오랫동안 잊지 않을 거예요. 우리 관계가 어떻게 되든, 남들이 우리를 어떻게 보든, 내 마음 속에서만은... 당신은 누구와도 바꿀 수 없는 나의 소중한 첫사랑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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